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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Author: 꽃미소
구공주!

그녀는 문가에 기대 서 있었다. 붉은 예복이 어둠 속에서도 화사하게 빛났고 검은 머릿결은 바람에 흩날렸다. 스쳐 보는 것만으로도 또렷한 이목구비가 신령이 깃든 듯 아름다워 그 자리에 있는 이들마저 숨을 삼키게 했다.

특히 목덜미를 타고 핀 붉은 자국들은 마치 한겨울에 피어난 동백꽃처럼 선명하고 아련했다. 아무도 그녀가 이토록 눈부신 미인일 줄은 미처 알지 못했다.

윤원호는 순간 자신이 잘못 본 줄 알았다. 허나 예복을 보아하니 오늘 밤의 신부가 아니면 누구란 말인가. 그리고 목덜미에 선명한 흔적까지...

가슴이 덜컥 내려앉은 그는 윤세현을 본능적으로 돌아보았다.

‘설마 형님과 구공주가... 늘 냉철하고 여인 근처에는 그림자도 두지 않던 형님이 설마 이런 일을... 더구나 목덜미에 새겨진 저 붉은 흔적들은 대체 어찌 된 일이지...’

이서영 또한 이경의 목에 남은 자국을 보는 순간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그러나 곧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마지막 남은 희망을 붙잡듯 말을 꺼냈다.

“첫날밤에 어찌 다른 사내와 어울려 다니셨단 말입니까...”

이경은 조롱을 담은 미소를 지으며 담담히 대답했다.

“서영 언니께서 아직도 믿지 못하시겠습니까? 이 흔적이 누구의 손길인지 정말 모르신단 말씀이십니까?”

여전히 문가에 기대선 이경은 오만하게 그러나 한 치 흐트러짐 없이 당당했다.

“모두 언니를 곱고 온순하다고 말씀하지만 그렇게 착한 분이 어찌 제 서방님 앞에서 저를 바깥사람과 정을 통했다며 험담하실 수 있으십니까? 제가 언니의 진심을 도무지 알 수가 없어서 그저 아득할 뿐입니다.”

그 말에 이서영의 얼굴은 순식간에 상기되었다.

“그런 뜻은 아니었습니다...”

이서영은 고개를 떨구며 작게 웅얼거린 뒤 눈물을 또르르 흘렀다.

“세현 오라버니, 결코 그런 뜻 아니었습니다...”

이서영은 조심스럽게 윤세현을 올려다보았지만 그의 차가운 시선은 오직 이경에게만 닿아 있었고 이세영이 무슨 말을 했는지조차 아무런 관심도 없는 듯했다.

이경은 흐트러진 머리카락과 옷매무새에도 위엄과 기품을 잃지 않은 채, 당당히 방 안으로 들어섰다. 윤세현 앞에 서서 세상 그 어떤 사내 앞에서도 주눅 들지 않는 목소리로 또렷하게 말했다.

“세자 저하께서 첫날밤에 신첩을 죽이려 하신 것이 결국 겉으론 곱게만 보이나 속은 허울뿐인 여인의 눈물 연기에 마음이 흔들리셔서 그런 겁니까? 사람을 보시는 안목이 이리도 어두우실 줄은 미처 몰랐나이다.”

윤세현은 말 한마디 없이 차갑고 깊은 눈으로 이경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 눈빛에는 등줄기가 서늘해질 만큼 깊은 어둠이 서려 있었다.

“공주마마, 어찌하여 제게 이리도 심한 말씀을 하시옵니까...”

이서영의 두 눈에 금세 굵은 눈물이 맺혔다. 이토록 서럽고도 절절한 눈물 연기를 펼치는 그녀가 마치 한 집안의 비련의 여주인공이라 해도 믿을 만했다.

이경은 흘깃 그녀를 쳐다보며 냉랭하게 한마디 던졌다.

“아까 언니께서 저더러 다른 사내와 어울려 다녔다고 말씀하셨지요. 어찌 제 서방님 앞에서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제가 어떤 오해를 받든, 무슨 일을 당하든 상관없으시다는 뜻이십니까? 언니께서는 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러시는지요.”

이서영은 당혹감에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늘 자신이 일부러 흘리는 험담에 당해내지 못하던 구공주가 오늘따라 어쩌다 이리도 똑 부러지게 반격하는지 처음으로 구석에 몰린 기분이었다.

이내 다급해진 이서영은 애타는 마음을 담아 윤세현을 바라보며 목소리를 높였다.

“세현 오라버니, 부디 저를 믿어주시옵소서. 정말 그런 마음은 아니었나이다... 오라버니...”

그녀는 한순간 목이 메여 말을 잇지 못하더니 이내 큰 상처를 입은 듯 흐느끼며 윤세현에게 달려갔다.

“오라버니, 공주마마께서 아무리 저를 헐뜯어도 상관없나이다. 저는 그저 곁에 남아 오라버니만 모실 수 있다면 그 한 가지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이 순간의 이경은 도도하게 우뚝 서 있었고 이서영은 꽃잎이 바람에 흔들리듯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 연약해 보였다.

남정네라면 누구라도, 어느 쪽에 마음이 쏠릴지 명확해 보였다.

이서영은 차마 시선을 거두지 못하고 구공주 목덜미의 붉은 흔적을 바라보며 속으로 피가 마르는 듯했다.

“세현 오라버니...”

그때, 방 안의 공기가 단숨에 얼어붙은 듯 이경이 몸을 움직여, 이서영이 윤세현에게 닿기 직전에 그녀 앞을 막아서며 나섰다.

“내 눈앞에서 감히 내 남자를 유혹하다니 네가 무슨 배포로 그런 짓을 벌이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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