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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Author: 꽃미소
짝!

갑작스러운 소리와 함께, 이경의 손바닥이 이서영의 뺨을 세차게 내리쳤다. 이서영은 전혀 예상치 못해, 옆 의자에 부딪히고는 그대로 바닥에 고꾸라졌다.

너무도 뜻밖의 일에 한동안 넋이 나가 얼굴을 파고드는 아픔에도 제대로 반응할 수가 없었다.

윤원호 역시 놀라움에 말문이 막혔다.

‘이토록 난폭하고 독한 구공주라니...’

“서영 현주!”

정신을 차린 윤원호가 다급히 달려와 이서영을 부축해 일으켰다. 이서영의 얼굴에는 다섯 손가락 자국이 선명하게 붉게 찍혀 있었고 볼 한쪽은 금세 퉁퉁 부어올랐다.

“형님! 서영 현주께서 다치셨습니다!”

윤원호는 화가 치밀어 오르는 걸 억누르지 못하고 이경을 매섭게 노려보았다. 아무리 아름다운 여인이라 한들, 연약한 이서영에게 이토록 거칠게 손을 대다니...

윤원호는 곧장 윤세현을 바라보며 외쳤다.

“형님!”

구공주가 아무리 황실의 공주라 한들, 이 땅에서 공가의 위세 앞에 주저할 이는 드물다. 하물며 윤세현은 선왕께서 친히 세우신 세자, 온 나라 신하들이 붙잡으려 애쓰는 전장의 영웅이었다.

윤세현이 조정 군사의 삼분의 일을 쥐고 있으니 만에 하나 구공주를 벌한다 해도 황제마저 감히 나설 수 없을 터였다.

그런데도 윤세현은 아직 아무런 반응도 없이 그저 침묵하고 있었다.

이서영은 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살짝 흐느꼈다. 고통에 온몸이 떨렸지만 꾹 입술을 깨문 채 그 어떤 항변도 하지 않았다. 억울함과 인내심, 그 모든 것이 도도하게 날 선 이경과는 전혀 딴판이었다.

윤원호는 그 모습이 더욱 안쓰러워 가슴이 저릿해졌다.

다시 윤세현을 바라보니 여전히 얼굴엔 아무런 표정도 없었으나 이경을 바라보는 눈빛 끝에 미묘한 불쾌함이 살짝 깃들어 있었다.

그때, 밤바람이 살랑 불어와 이경의 치맛자락을 살짝 들어 올렸다.

뜻밖에도 붉은 옷 아래로 뽀얗고 고운 다리가 잠시 드러났고 윤원호는 그만 넋을 잃고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흰 다리는 한순간에 스쳐 지나가 버렸고 곧 윤세현이 이경의 앞을 막아서더니 두 사람의 모습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형님?”

정신을 차릴 새도 없이 여인을 거들떠보지도 않던 윤세현이 구공주의 손목을 잡고 직접 그 자리를 벗어난 것이었다.

“세현 오라버니!”

이서영은 쉽게 포기하지 못하고 문 쪽으로 달려가려 했다. 그러나 윤원호가 다급히 길을 막아서며 말했다.

“서영 현주, 형님의 성정 잘 아시지 않습니까. 이렇게까지 따라가시면 오히려 형님 마음이 더 멀어질까 걱정됩니다.”

사실 모두가 이서영과 윤세현이 언젠가는 맺어질 거라 믿었다. 어릴 적 이서영이 윤세현을 구한 인연도 있었고 그 후로 황제께서도 일부러 서영 현주께 공가 출입을 허락하셨으니 사람들 사이에서는 두 사람을 두고 천생연분이라 떠들었다.

하지만 그 한가운데 구공주가 불쑥 나타나 연회 자리에서 윤세현을 처음 본 뒤 단박에 반해 울고불고 대왕대비께 혼인을 졸랐다.

대왕대비께서 손녀를 가엾게 여겨 황제께 명을 내리셨고 결국 오늘 밤, 이 혼사가 이루어지게 된 것이다. 누가 보아도 남의 인연을 빼앗은 셈이었다.

이서영의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더니 곧 울음을 삼키지 못하고 눈시울이 붉어졌다.

“원호 오라버니께서도 아시지 않습니까... 세현 오라버니께서 진정 마음에 두신 분이 누구인지...”

윤원호는 한동안 문밖을 바라보다가 멀리 윤세현이 구공주와 함께 사라진 걸 확인했다. 아까 잠깐 스쳤던 구공주의 하얀 다리가 자꾸만 머릿속을 맴돌았다.

“서영 현주, 염려하지 마십시오. 형님이 구공주를 몹시 싫어하니 두 사람이 오래 함께할 리 없습니다. 형님은 예로부터 남의 눈치 따위 보지 않고 살아온 사람이니 설령 구공주라 해도 잘못을 저지르면 결코 그냥 넘기지 않으실 겁니다. 결국엔 현주를 부인으로 맞이하시게 될 테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비록 윤세현이 단 한 번도 이서영에게 속마음을 드러낸 적은 없었으나, 이서영은 언제나 곱고 온순하여 구공주처럼 독한 마음을 지닌 이와는 도저히 비교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윤원호는 사내라면 누구든 결국 올바른 선택을 하기 마련이라 굳게 믿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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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나
작작 쳐울어라 추접한슈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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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시 태어난 구공주, 그녀의 당찬 인생   제15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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