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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 DY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8-22 21:30:09

이런 말로 답변하고 싶었지만 나에게 부담이 될까 봐 쉽사리 손가락을 움직이지 못했다. 그래도 답변은 해야 하니 어떻게 다쳤는지는 묻지 않기로 했다.

‘알고 있어...! 노래 부를 때 우연히 봤어 ㅠㅠ’

‘내가 눈물이 많아서 손에 멍든 거 보니까 마음이 아프더라구 ㅠㅠ’

‘미안행 깜짝 놀랐지... 내가 나간 거는 무안해서 애들도 많고... 흐어엉 ㅠㅠㅠ 미안해’

이렇게 톡을 보내고 그녀는 다시 친구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소파에 앉았는데 왼손에서 촉촉한 물기가 닿은 게 느껴졌다. 아까 나와 접촉했던 그 자리에서 내가 남긴 흔적들이 다 마르지 않고 남아 있었다.

‘왜 네가 잘못한 것처럼 그래. 바보.’

깜짝 놀라며 손을 떼거나 휴지로 닦을 법도 한데 그녀는 미소를 띠며 촉촉한 곳을 손가락으로 계속 건드리다 문지르기를 반복했다.

‘쟨 표정이 왜 또 폈대.’

민규는 머릿속이 복잡해졌는지 한참을 멍하니 있었다.

“하늘에서 내려온 토끼가 하는 말! 움치치 움치치! 움치치 움치치! 바니 바니 바니 바니!”

“당근! 당근!”

“바니 바니 바니 바니!”

“당근! 당근!”

시간이 흘러 우린 술집에서 한창 술 게임을 하고 있었다.

“바니 바니 바니 바니이!”

“다... 근. 다... 푸하하하!”

“어!”

“마셔라, 마셔라!”

“아니 토끼가 뭐 저렇게 무서워... 파하하하!”

“술이 들어간다! 쭈, 쭈쭉. 쭈쭉!”

“잠깐만... 크윽. 너무 웃겨서윽...”

“언제까지 어깨춤을 추게 할 거야~ 내 어깨를 봐! 탈골됐잖아!”

“캬아...!”

“안주 먹을 시간이~ 없어요~! 초롱이가~ 좋아하는~ 랜덤 게임! 게임 스타트!”

“김밥 말~ 이 김밥 말이! 오른쪽으로! 김!”

“밥!”

“말!”

“이!”

“김밥!”

“말이!”

“김밥 말이!”

“몇 줄?”

“네 줄!”

“으악!”

“악!”

“으악!”

“어? 마셔라, 마셔라!”

“뭐야! 나 왜 마셔?”

“안 들었잖아! 크큭.”

“아니, 몇 줄 말하는 사람이 드는 거 아냐?”

“그다음 사람부턴데요.”

“박정훈 멍청이~”

“술이 들어간다! 쭈, 쭈쭉. 쭈쭉!”

“이여~”

“안주 먹을 시간이~ 없어요~! 정훈이가~ 좋아하는~ 랜덤 게임! 게임 스타트!”

“키 180 이하다, 접어.”

“와~ 개 싸가지 없네?”

“몰라. 또 마시고 싶나 보지 뭐.”

“정훈아. 미안하다. 모자 쓴 사람 접어.”

“미안하긴 뭐가 미안해. 김성진 같이 마시고 싶어?”

“아니 난 그냥... 마지막 인사를 한 거지.”

“안 되겠다. 같이 죽이자. 청바지 입은 사람 접어.”

“아... 게임 왜 이렇게 재미없게 해.”

“재밌는데? 너~ 무 재밌는데?”

“사나이끼리 러브 샷 기대된다!”

“크큭. 뭔 얘랑 러브 샷을 해~”

“성진아, 난 괜찮다! 네 마음 충분히 알았어.”

“푸후훗... 아 웃겨.”

“내가 안 괜찮아!”

“자! 이름에 ‘ㅈ’이 들어간다, 접어!”

“염색 안 한 사람 접어!”

“서현아, 가자! 끝내자.”

“음... 뭘로 하지.”

그녀는 잠시 고민 하다 내 옆모습을 흘깃 보곤 날 가리키며 말했다.

“푸흡... 지금 얼굴 빨간 사람 접어!”

“얘만 빨간데.”

“갑자기 이렇게?”

“아니, 최서현 뭐야~”

‘...?’

나는 생각하지도 못한 전개에 멍하니 얼어붙었다.

“설마 서현이가 같이 마시고 싶은 거야?”

“오... 오오오오오!”

“러브 샷! 러브 샷! 러브 샷! 러브 샷!”

“야... 아니.”

나는 러브 샷이란 말에 깜짝 놀라 손을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녀와의 러브 샷이라니. 차라리 정훈이랑 하는 게 낫지.

“얘들아...! 다시 할게. 내가 취했나 봐.”

그녀도 이런 상황까진 예상하지 못했는지 나처럼 얼굴이 빨개지고 말았다.

“어, 서현이도 얼굴 빨개졌는데?”

“푸하하핫! 그럼 어차피 같이 마시는 거였네.”

“혼자 마시는 성진이를 위해서 손수 빨개지기까지. 키야~”

“아니거든! 부끄러워서 그런 거거든!”

“러브 샷 할 생각에 부끄러워?”

“아우~ 오글거려. 가자!”

“러브 샷! 러브 샷! 러브 샷! 러브 샷!”

“지호야, 뭐해. 빨리 자리 바꿔 줘야지! 크크큭.”

“아, 맞아. 성진아, 옆으로 가자!”

“아니... 진짜 해?”

“크큭, 그럼 진짜 넘어가려고?”

“넘어가는 게 맞지. 괜히 오해 생기고 불편...”

“너 지금 서현이 생각하는 거야?”

“아니 서현이는 여자애니까 당연히...”

“어우~! 계속 그러니까 진짜 마음 있는 거 같네.”

“성진이 진짜 스윗남이었구나.”

“하...”

난 결국 떠밀리듯 그녀 옆으로 옮겨졌다. 그냥 후딱 끝내고 화장실에 가고 싶어졌다.

“러브 샷! 러브 샷! 러브 샷!”

나는 숨을 크게 내쉰 후 몸을 비틀어 술잔을 들었다. 그러자 그녀도 천천히 내 행동을 복사했다.

“하자... 일단 미안.”

나는 복숭아가 되어 버린 그녀의 얼굴을 보며 나지막이 말했다.

“네가 왜...”

그녀가 대답할 새도 없이 우리의 팔은 서로 걸쳐져 있었다. 그렇게 우린 친구들의 눈치가 담긴 쓰디쓴 술을 들이켰다.

“이여어어어~!”

“잘 어울린다!”

“자, 이제 다시 절로 가.”

난 다시 몸을 일으켜 지호에게 손짓했다.

“그냥 앉어. 일어나기 귀찮은데.”

“별게 다... 빨리 일어나.”

“성진아, 왜 일어났어?”

“어? 아니... 다시 자리 바꿔야지.”

“너 서현이가 그렇게 싫어?”

“싫은 게 아니라...”

“성진아. 내가 그렇게 싫어~?”

갑자기 뒤통수에서 엄청난 따가움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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