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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 DY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8-10 23:12:16

“성진아!”

같은 과 동기인 최서현이었다. 나에겐 대학 입학 후 친해진 첫 여자였다. 그녀와 나눈 첫 대화는 선배들과 함께한 신입생 환영회 뒤풀이였다.

“어... 저 친구는 벌써 간 거 같은데.”

우리 테이블을 맡은 선배가 빨갛게 물들어진 날 보며 말했다.

“푸흡. 음... 괜찮아?”

내 옆에 앉아 있었던 그녀가 건넨 첫 멘트.

“어... 괜찮아. 하하...”

“정말? 그럼 내 이름 뭐야~?”

“어? 최서...현. 아니, 나 괜찮아. 얼굴이 이래서 그렇지...”

“오~ 잘 기억하는데!”

“흐흣. 아까 자기소개 했잖아.”

“히히. 난 네 이름 까먹었는데.”

“흘려들었구만.”

“흘려듣다니, 기억력이 안 좋아서 그래! 뭐였지? 성... 뭐였는데.”

“김성진.”

“아~ 맞아. 이제 안 까먹어! 근데 집이 어디야?”

“수원이야.”

“에? 코 앞이잖아. 그럼 내빼면 안 되지!”

“허, 안 내빼니 걱정 마. 넌 어디 사는데?”

“난 안양!”

“수원이나 안양이나...”

“에~? 수원이랑 안양은 하늘과 땅 차이야!”

“얘들아, 난 포항 살아.”

“어... 미안. 하하하... 아니 근데 넌 기숙사잖아~!”

“저기, 여러분~ 우리 한 잔 더 할까요?”

“네!”

“성진아, 내가 따라 줄까?”

“어... 그래. 고마워. 나도 따라 줄게.”

서로의 술잔을 채우는 와중에도 그녀는 내 얼굴을 힐끔힐끔 바라보았다.

“여러분, 다 채웠죠? 자, 짠~!”

“짠!”

“캬~”

그녀의 시선이 신경 쓰였는지 이번 잔이 유독 씁쓸했다. 찌푸린 얼굴로 두어 번 국물을 향해 숟가락을 뻗었다.

“얼굴은 안 괜찮다고 하는 것 같은데~?”

“아니, 크큭... 그만 관찰해.”

“신기해서~ 우움... 미안. 그럼 안 볼게.”

“야... 그런 반응이면 내가 미안해지잖아.”

“그만 관찰하라며! 진심 아니야?”

“그... 아, 모르겠다. 네 마음대로 해. 아니, 봐도 돼! 장난이야.”

“하하핫! 아... 성진아! 우리 번호 교환할래?”

“어? 응... 그래.”

아이처럼 해맑은 미소로 핸드폰을 건네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그렇게 그녀와 점점 친해져 내 대학 친구 무리 중 한 명이 되었다.

“좋은 아침이야!”

오늘도 그때처럼 해맑은 미소로 등장하는 그녀. 갈색 롱코트에 원피스, 살구색 스타킹, 검정 워커가 그녀의 오늘 패션이었다. 내 옷차림인 바람막이에 청바지와 비교하니 선배와 후배 같은 느낌도 들었다.

“안녕... 근데 뭐 기분 좋은 일 있어?”

“응! 오늘 애들끼리 술 마시잖아!”

“아... 크큭. 너 술 되게 좋아하는구나?”

“그것보다 너 빨개지는 거 볼 생각에 더 신나!”

“허... 그게 이렇게 신날 일이야? 크큭.”

“응! 설마... 빠지는 건 아니지?”

“응. 단톡에 된다고 했었잖아.”

“맞아, 히히.”

그렇게 우린 학교로 향하는 마을버스 대기 줄로 향했다. 먹이를 가져가는 개미 떼처럼 끝이 보이지 않는 줄이었다. 덕분에 둘은 전철역 입구에서부터 걸음이 멈추어 있었다.

“줄이 너무 긴데?”

“앞 전철이 금방 지나갔나 봐.”

현재 시각은 9시. 강의 시작 30분 전이라 아직은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 하지만 전철역도 못 벗어난 지금의 위치와 강의실까지 가는 시간을 따지면 불안하긴 했다. 심지어 대학생은 지각이 성적에도 영향을 미치지만 신입생이라 그런지 그것까진 크게 걱정되지 않았다.

그래도 나름 편안함을 주는 건 모든 강의실이 그런 건 아니지만 대부분 강의실이 크고 뒷문도 있어서 그렇게 이목이 크게 집중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교수님들도 중간에 학생이 들어오건 나가건 사실 신경 쓰시지 않았다. 1년 전과는 차원이 다른 환경이었다.

“왔다! 간당간당하겠네.”

그렇게 15분 정도 기다린 후 우리가 탈 버스가 도착했다. 학생들이 하나둘 버스에 오르고 좌석은 하나둘 채워져 갔다. 그 광경을 보는데 갑자기 불안감이 치솟았다. 지각 때문이 아니라 내가 가진 ‘그것’이 저 버스 안에서 뭔가 할 것 같은 불안이었다.

학교로 가는 마을버스는 항상 발 디딜 틈도 없이 학생들로 꽉꽉 채워져 있기에 저번 달부터 이런 불안이 생겨났다. 당연히 대학 입학 전까진 이런 만원 버스를 탄 적이 없었기에 걱정 없이 버스를 이용했었는데 특히 오늘은 친구, 그것도 이성 친구와 탈 눈앞의 버스가 지옥으로 향하는 버스처럼 다가왔다.

“엇, 어떻게 내가 딱 마지막이냐. 크큭.”

“하하... 운도 지지리 없네.”

애매한 줄 때문에 앉아갈 수 있겠다는 희망을 놓지 않았지만 그녀가 마지막이었다. 나는 그녀가 앉은 자리 앞에 섰다. 앉아서 가면 지옥이 아니라 따뜻한 봄 내음이 나는 버스였을 텐데 속으론 그녀에게 자리 좀 양보해 달라고 말하고 싶었으나 그럴 수 없었다.

버스는 곧 학생들로 가득 찼다. 이 버스를 못 타면 지각이기 때문에 학생들은 어떻게든 탑승하기 위해 애를 썼다. 폭풍처럼 밀려 들어오는 학생들로 인해 내 몸은 점점 그녀를 향하고 있었다. 자연스레 온몸에 힘을 주게 되었다. 사람과의 마찰로 인해 등 뒤가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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