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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 DY
last update Petsa ng paglalathala: 2026-08-17 21:30:26

“자, 조사할 복지의 분야와 그 이유에 대하여 적어주시면 됩니다. 예를 들어 아동 복지가 있겠죠. 조 이름도 정해주시고요. 조원분들 학번이랑 이름도 적어서 제출해 주세요.”

내 자리에 놓인 이 흰 종이 한 장이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종이에 땀을 묻혀가며 글을 쓰고 있는 내 모습을 모두가 집중하고 있는 그림을 상상하니까 손에서 땀이 더 나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누구 적어주실 분?’이라고 떠넘길 수도 없었다.

“저희 어떤 분야로 할까요?”

동기인 민호가 먼저 시동을 걸었다.

“노인으로 하는 건 어떨까요? 고령화 시대다 보니 노인복지가 많이 중요하지 않을까 해서요.”

민규가 미리 생각이라도 해 두었는지 바로 대답했다.

“저는 괜찮은 것 같습니다.”

“저두요!”

“저도 좋습니다.”

어떤 분야를 선택하든 상관없다는 듯 모두가 동의했다.

“그러면 분야는 노인으로 하고 이유는 아까 말했다시피 노인 인구가 상대적으로 증가함으로써 노인복지가 중요시되고 있고 그에 따른 노인복지의 현황 조사와 개선의 필요성...? 이 정도로 쓰면 될 것 같네요.”

모두가 동의하자 자신감에 불이 붙었는지 적극적으로 어필했다. 한 시간 전 헉헉대던 모습이랑은 딴판이었다. 앞으로 그가 우리 조의 에이스 역할을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조 이름은 뭘로 할까요?”

“저희 조가 노인이니까 음... 닥터실버 어떤가요... 더 좋은 실버세대를 만들자는 의미로... 하하!”

“...하하하! 전 괜찮은데요?”

“닥터실버... 크크큭. 너무 좋아요!”

“그럼 저희는 끝?”

“그렇죠? 빠르네요... 하핫.”

“민규 덕분이죠. 다 적었어?”

민호가 고개를 내 쪽으로 돌리며 물었다. 안 그래도 땀 때문에 펜도 미끄럽고 고통스러운데, 그의 부추김이 더욱 종이를 망가지게 하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종이가 흰색이라 티가 잘 나진 않는달까.

“아니... 잠깐만. 저, 혹시 성함이 어떻게...”

“아! 이지은이요.”

“아, 네. 학번도...”

그러면서 펜을 잡던 오른손을 올렸는데.

‘찌지지지지익!’

땀으로 인해 오른손에 붙어버린 종이가 같이 들려지다가 찢어졌다. 모두가 깜짝 놀라며 나에게 시선이 고정되었다. 소리가 얼마나 우렁찼던지 다른 조의 동기들도 나를 향해 고개를 돌릴 정도였다. 나는 숨이 턱 막혀 멍하니 찢어진 종이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다한증을 앓기 시작한 이래로 가장 최악의 하루가 시작되었다. 내게 무슨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정말 현실이 아닌 것만 같았다.

“오우...”

주위에서 감탄사가 들려오자 심리상태가 더욱 불안정해졌다. 손끝이 파르르 떨려왔고 이빨로 계속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었다. 고개를 들면 걱정 어린 시선보다는 째려보는 시선들이 눈에 띌 것 같았다. 몸이 굳어버린 느낌이었다. 내가 벌인 일이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내가 종이 새로 가져올게.”

그녀가 비 맞은 듯 처량한 내 모습을 보곤 몸을 일으켰다.

“아, 아냐. 내가... 가져올게. 앉아.”

그녀의 말에 정신이 번쩍 든 나는 고개를 들며 대답했다. 안 그래도 버스에서 있었던 일 때문에 마음이 편치 않았는데 자꾸 도와달라는 행동을 보이는 것 같았다.

“내가 쓸까?”

“어... 그래. 미안.”

나는 새 종이를 가져와 그대로 민호에게 넘겨주었다. 내가 다시 써야 했는데, 쓸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런데 그가 옮겨적기 위해 찢어진 종이를 가져가려 하는 순간, 다시 정신이 번쩍 들었다.

“민호야...! 그냥 내가 다시 쓸게.”

“어... 써.”

나는 다시 종이를 뺏다시피 가져왔다. 그에게 찢어진 종이가 들어가는 순간, 소금으로 절인 쪼글쪼글한 부분을 들키는 건 시간문제였기 때문이다. 종이가 흰색인 게 정말 다행이었다고 생각하며 숨을 크게 고르고 빠르게 옮겨적기 시작했다. 그녀는 맞은편에서 이 상황을 보곤 멍하니 생각에 잠겼다.

“다 제출하셨죠?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강의 종료를 알리는 교수님의 말씀이 끝나자마자 나는 재빨리 짐을 챙겼다.

“저, 성진...”

그녀는 내 뒷모습을 바라보며 나지막이 불러보았지만 강의실에 퍼진 의자 끄는 소리와 학생들의 목소리에 묻혔다. 나 역시 듣지 못했지만 그녀의 부름에 대꾸할 상태가 아니었다. 공기가 답답하게 느껴졌고 달리기를 한 것처럼 심장이 벌렁거렸다. 뒤를 돌아보지도 않은 채 그대로 화장실로 향했다. 그녀는 어딘가 불안한 듯한 표정으로 날 계속 응시했다.

“북카페 가 있을까?”

“그래. 근데 성진이는?”

“어... 아까 나가는 건 봤는데.”

“화장실 갔나.”

“기다리자 그럼.”

친구들은 복도에 모여 날 기다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화장실이 있는 방향으로 눈동자를 계속 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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