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7

Author: DY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8-18 21:30:20

한편 나는 세면대 앞에 서서 흐르는 물에 손을 맡기고 있었다. 묵혀두었던 불순물이 수돗물과 함께 씻겨 내려갔다. 고개를 내리니 숨이 저절로 깊게 내쉬어졌다. 다시 고개를 들어 거울을 바라보았다.

‘하... 씨! 뭐야... 성진아, 물 새는 것 같은데? 근데 왜 버스에서 물이 새지?’

‘너 괜찮니? 손 왜 그래, 땀인거야...?’

‘찌지지지지익!’

‘내가 종이 새로 가져올게.’

‘내가 쓸까?’

버스에서부터 있었던 장면들이 거울에 비추어졌다. 이젠 거울도 날 증오하는 것인지 거울조차도 보기 두려워졌다. 숨을 곳이 필요했다. 수도꼭지를 닫고 가까운 변기 칸으로 들어가 문을 잠갔다.

벽에 이마를 갖다 댄 후 눈을 살며시 감았다. 숨을 계속 크게 뱉어 봐도 좀처럼 진정되지 않았다. 정말 오늘과 같은 날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믿기 힘든 하루의 시작이었다.

눈을 뜨고 수돗물에 적셔진 손바닥을 봤다. 내 땀보단 훨씬 깨끗한 액체지만 지금은 땀처럼 보일 정도로 내 정신과 육체가 피폐해지고 있다는 생각에 손에 대한 증오심이 끓어 올랐다. 그런 나를 놀리듯이 마르지 않은 수돗물 한 방울이 내 손금을 따라 미끄럼틀을 탔다.

“우욱!”

결국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 채 벽을 주먹으로 가격했다.

“얘 왜 이렇게 안 와?”

“큰일 보시나.”

“함 전화해 봐.”

“응.”

“화장실 말고 다른 데 간 거 아냐?”

“에이, 그럼 우리한테 말을 했겠지.”

“똥 싸도 말은 해야지.”

“야, 똥은... 부끄럽잖아.”

“사람이 기다리잖어. 전화 안 받아?”

“어.”

“그럼 먼저 가자. 내가 톡할게.”

그렇게 친구들이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는데, 그녀는 내가 화장실에 있다는 걸 확신이라도 하는 듯 시선을 이리저리 돌렸다.

“정훈아! 전화 한 번만 다시 걸어보면 안 돼?”

“어... 알았어.”

그는 깜짝 놀라 다시 주머니를 뒤적였다.

“아으... 씁.”

상당히 강하게 벽을 가격했는지 난 주먹을 펴기도 힘들 정도로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해서라도 땀을 없앨 수 있다면 어떤 곳이든 샌드백처럼 후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출혈은 없었지만 뼈가 엄청난 충격을 받았는지 매우 지끈거렸다. 아무리 미워도 내 신체의 일부이기에 나는 다시 세면대로 향해 손을 안정시켰다. 그래도 이번엔 심신이 많이 진정되는 느낌이었다.

‘지이이잉’

주머니에서 느껴지는 진동에 티슈를 뽑아 손을 대강 닦은 후 핸드폰을 꺼냈다. 진동이 느껴지자마자 날 찾고 있을 친구들의 전화일 거라 예상은 했다.

“어...”

“어디냐?”

“화장실. 지금 나가.”

“빨랑 와. 강의실 앞이야.”

“응.”

화장실을 벗어나 복도를 걷는데 반대편에서 친구들이 전부 날 바라보고 있는 풍경이 눈에 들어오자 다시 속이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마치 조금 전 종이 마술을 감상하고 날 쳐다보는 조원들처럼 느껴졌다. 무엇보다도 그녀를 향해 눈동자를 굴릴 수가 없었다. 바라보는 게 죄인 것 같았다.

“크큭. 왜 이렇게 오래 걸려?”

“아... 그냥. 속이 좀 안 좋은 거 같아서. 미안.”

“어? 혹시 어제 술 마셨어?”

“누구랑?”

“설마 동기 중에 벌써 그렇고 그런...”

“이야~”

“하하... 아니야. 뭐 잘못 먹었나 봐.”

“괜찮아?”

“어... 응. 가자. 북카페 가나?”

“예스.”

서현이는 속이 안 좋다는 내 말에 표정이 굳어져 버렸다. 그녀는 잘못 먹은 음식 때문이 아니란 걸 확신하고 있었다. 그에 반해 민규는 눈치를 못 챘는지 내 이유를 사실로 받아들였다. 물론 내 약점은 모를 테고 지금까지의 내 상황도 그녀만큼 알지 못했기에 어찌 보면 그의 반응은 자연스러웠다.

“나 조별 망했어...”

“왜? 누구누구 있는데.”

“송나영, 서혜지, 최승호... 한 명 누구였지? 아... 몰라. 어쨌든 친한 애들이 아무도 없어.”

창호가 소파에서 늘어진 채로 한숨을 쉬었다.

“야, 이럴 때 친해지는 거지! 복 받은 줄 알아라.”

“아니! 뭔가 느낌이 좋지 않은 게 과제만 얘기하고 과제만 하다 끝날 거 같아.”

“아니 인제 한 달밖에 안 됐잖아. 아직은 서먹서먹한 애들이 많은 게 당연하지.”

“그렇긴 한데... 난 먼저 말 거는 스타일도 아니라서.”

“그럼 그거 한 번 해봐. 너 저번에 했던 거. 크큭... 직빵이다.”

“내가 뭐 했는데?”

“뭐야. 뭔데?”

“얘 저번 뒤풀이 때 개 취해서 내 어깨에 기대고 ‘조심스럽게~ 친구 할래요오~’ 이랬는데.”

“미친, 푸하하하하!”

“아~ 맞어. 크크큭, 창호 그런 모습 처음 봤잖아.”

“아니, 창호야. 말 잘 거는 스타일인데?”

“하... 그건 취해서 그런 거잖아. 아니, 내가 왜 그랬지?”

친구들이 웃고 떠드는 와중에도 나와 서현이는 입꼬리만 살짝살짝 올릴 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아까부터 계속 저기압인 그녀의 눈치만 보고 있으니 소파가 나무 의자처럼 딱딱한 느낌이 들었다. 분명 버스에 내려선 괜찮다고 했는데, 막상 마술까지 보니 정이 뚝 떨어지기라도 한 건지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조심스럽게에~ 친구 할래요오~ 푸하하핫! 아하하으하... 끄윽.”

“고마해라...”

“아니 근데 어떻게 얘네 셋은 같은 조냐.”

“누구?”

“아, 나랑 성진이랑 서현이 이렇게 됐어.”

“와~ 랜덤 맞아 이거?”

“근데 성진이는 같은 조인 거 별로 안 좋아하는 거 같던데. 크큭.”

“어? 내가 왜...”

지호의 말에 깜짝 놀라 동공이 커진 채로 대답했다.

“아까 교수님이 적으라고 주신 종이 거하게 찢던데.”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atest chapter

  • 다한증   80

    한편 친구들이 있는 룸."어차피 시간 많으니까 하고 싶은 거 한 판씩 하면 되잖아.""그래, 시간 간다.""그럼 뭐부터 할까? 난 아무거나 상관없어.""라스베가스부터 할래? 어때?""좋아!""내가 갖고 올게.""그래 줄래? 땡큐~""구석이 편하네.""근데 서현이 자리 좋은 점, 성진이 자주 볼 수 있다.""많이 보라 해~""크크큭... 자리 바꿔달라 하든가.""뭐... 굳이 바꿔 달라고까지 메리트는.""큽, 뭐야?"그렇게 서현이가 다시 카운터로 다가오고 있었다."지금 그쪽 말투나 표정이 저 싫다고 하는 거랑 뭐가 달라요.""아니, 그러면 제가 뭐 웃으면서 말을 해야 하나요?""제가 웃어달라고 까진 말 안 했는데.""허... 저기, 제가 싫다고 말 안 했잖아요. 그리고 대화 자체가 가벼운 분위기는 아닌데 어떻게 표정이 평소랑 같을 수가 있죠?""그냥 상황 빨리 끝내려고 하는 것 같아서요. 아까 사과하시는 것도 그렇고.""하...""그리고 저도 추측할 수 있죠.""뭘요."

  • 다한증   79

    “기분이 찝찝하다고 해서 사람들이 대부분 손을 씻는 건 아니잖아요.”“그쵸. 근데 그게 왜...”“그럼 방금처럼 어떤 표정이나 행동 때문에 그렇게 보였다고 하는 게 보통 아닌가요?”“아니... 그건 그런데 일단 손 씻은 게 연결된 행동은 맞잖아요.”“그걸 어떻게 확신하죠? 연관성이 없을 수도 있잖아요.”“땀 많으신 거 제가 알고 있으니까요. 아까 상황에선 당연히 낫겠죠.”“그럼 제 말이 틀린 건 아니네요?”“네?”“손에 땀 나서 찝찝해 보인 거 아니냐니까 아니라 하셨잖아요.”“네. 제가 땀 난 거 못 본 건 맞잖아요.”“하... 제가 실제로 봤는지 안 봤는지 그걸 여쭤보는 게 아니잖아요.”“그럼 뭔데요?”“네? 아니... 무슨”“두 분 왜... 그러세요?”목소리 톤이 점점 커지자 메뉴를 준비하고 있던 유예지가 끼어들었다.“아, 아닙니다.”“그냥 얘기하고 있는데 갑자기... 잘 모르겠네요.”

  • 다한증   78

    오늘도 어김없이 의미심장한 말을 꺼냈다. 겉으로만 보면 딱히 문제라고 할 건 없는 대화인데, 내가 예민한 걸까. 아니면 이 새끼가 날 진짜 간접적으로 건드는 걸까.“저도 실전에 약한 편이라 시험 보면 손에 땀도 나고 그래서...”“아...”실제로 옆에 있던 유예지는 무덤덤하게 듣고만 있었다. 문제라고 할 것도 없이 당사자가 내가 아니어도 충분히 오갈 수 있는 말인데도 얘가 하는 말은 그렇게 듣기 거북할 수가 없었다. 병 주고 이번 주는 약 주는 것 같은데 다음 주엔 다시 병 주겠지.“이번엔 그래도 긴장 안 타도 되니...”“안녕하세요~!”점점 미간이 찌푸려지던 찰나 손님이 입장하며 정당하게 입막음을 할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근데 나도 같이 굳어버렸다.“어... 몇 분이신가요?”또 마침 서 있던 위치가 포스기 주변이어서 자연스레 내가 응대해야 했다.“네 명이요! 푸흡...”“크크큭...”낯선 내 모습에 친구들은 웃음을 참기 바빴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으나 막상 대면하니 양옆에 있는 직원들한테 눈치가 보이기 시작했다.“음... 어, 혹시 처음 이용하시나요?”“어... 네!”“흐흐흡...”

  • 다한증   77

    “무슨 노래 했는데?”“비행기, 자라 꺼.”“아~ 근데 남자 셋이서 그걸 어떻게 불러.”“어? 여자애들이랑 나갔어.”“여자애들~? 그렇게 친한 애들이 있어?”“학교 다니다 보면... 그렇지. 자연스럽게 연결되면서 친해지는 거지.”“아니, 무슨 남자애들이랑은 안 친하고 여자애들이랑만 친해.”“있어, 남자애들도... 같이 다니는 몇 명. 원래 다른 남자애가 먼저 나가자고 해서 이렇게 넷이 하려고 했는데, 갑자기 부담스럽다고 자기 빠진다 해서... 그래서 셋이 나간 거야.”“아~ 잘했어? 애들 다 있는 데서 했을 거 아냐. 안 떨렸어?”“뭐... 어떻게 했는지도 모르겠는데 3등 했어.”“3등? 몇 팀 나갔는데.”“일곱 팀. 3등까지 시상하더라고. 학교 앞에 고깃집 쿠폰 받았어, 5만 원짜리.”“프하하하하~ 아유, 잘했네! 상품도 주고 좋다~ 나중에 걔네랑 같이 가서 먹으면 되겠네.”“어, 시험 끝나고 가기로 했어.”“야, 그래도 여자애들 노래 잘하나 보네.”&ldq

  • 다한증   76

    "크흐흐흑... 얘 미치겠네.""근데 추측일 뿐이니까. 술도 먹었었고... 그날은.""야, 술 들어가면 진심 나올 때 많아.""엠티 때도 술자리에서 얘기 나왔던 거 아냐?""술 먹기 전에 했었어. 장기자랑 끝나고 인터뷰 같은 거 할 때.""엥? 장기자랑도 나갔냐?""뭘로, 노래로?""잠깐! 장기자랑 얘긴 이따 하고... 일단 중요한 게 안 끝났잖아.""아... 크큽, 어디까지 얘기했지?""손잡으면서 뭐... 그런 분위기에서 얘기하면서.""아~ 그러다가... 고백할 각이 뜬 거야. 얘기하다 서로 눈 마주치면서 아무 말 없이 좀 있었거든.""오~! 미쳤다.""존나 로맨틱하냐.""근데 고백을 못 했어?""응.""아니 왜?""혹시 어떤 멘트 때문에 눈 마주친 건지 말해 줄 수 있어?""어... 걔가 먼저 간접적으로 신호를 줬어. 나한테 좋은 사람이라고 말을 해줬는데 내가 '평범하다', '다 비슷하다'라고 하니까 지금은 겸손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는 거야. 그러고 눈이 맞은 거지.""와... 프흐흐흡. 왜 내 심장이 뛰냐.""거절하진 않았고... 기다려 줄 수 있냐는 식으로 말했어.""어...

  • 다한증   75

    “자취는 할 만하냐.”“재밌어~ 근데 한번 올라오고 싶더라고, 그래서 왔지.”“야, 성진아. 너 소주?”“어, 어.”“근데 김성진 마지막에 본 게 두 달은 된 거 같은데.”“그치. 너 얼굴 그대로네. 변한 게 없어.”“픕, 두 달 사이에 변할 게 머가 있다고.”“크크큭... 사귀었냐, 너네?”“거기선 좋은 사람 만나라. 짠!”“너도.”“어우, 역겨워. 크흐흑...”“아, 우리 너 오기만 기다렸어.”“왜.”“그 얘기 하고 있었거든, 너의 그분.”“그분? 아...”“그 이후에 뭐 더 없었어?”“야, 근데 친한 사이라도 서로 사는 데까지 가서 두 번이나 놀았으면... 어? 솔직히 적어도 한쪽은 마음이 있어야 맞는 거 아니냐?”“그니까. 얘는 뭘 자꾸 부정하는지 모르겠어.”“어이, 말 좀 해보세요.”“야, 김치전 이거 맛있다. 왜 이렇게 바삭하냐.”“아~ 딴 소리 하지 말고. 뭐 없었냐고.”“개 팰까, 진짜.”“어... 내가 어제 엠티 갔었잖아.”“오? 거기서 사건이 있었구만.”“미친, 그래서.”“일단 손은 잡았어.”“어? 야, 끝났네. 고백했어?”“아니.”“에? 아니 손까지 잡았는데 고백은 왜 안 해.”“그니까 양쪽 다 안 한 거지? 고백을.”“응.”“아니, 왜?”“고백할 타이밍이 안 나왔나 보지.”“야, 엠티 가서 그 긴 시간 동안 타이밍 한 번이 안 나온다고?”“상황이 뭐... 그렇게 마땅치 않았을 수도 있지.”“상황을 어떻게든 만들어야죠. 아~”“엠티 때 고백하기 싫을 수도 있죠? 다음에 둘이 만나서 할 수도 있잖아.”“고백도 타이밍이야.”“야, 좀 닥쳐 봐. 무슨 토론 하나.”“손은 어떻게 잡았어? 언제?”“밤에 술 마실 때... 힘들어서 좀 쉬려고 밖에 나갔는데 걔가 들어오는 거야. 그래서... 아직 쉬는 시간 안 끝났으니까 나랑 얘기 잠깐 하자는 식으로 했지.”“오~ 이 새끼 좀 멋있네?”“푸흐흑... 미치겠네.”“쉬는 시간 안 끝났으니까... 멘트 존나 오글거려.”“그래서?

More Chapters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