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uk독일 출신이자 이탈리아 대 부호 엘에프는 집요하게 동양인 여인의 유두를 비틀어 올리며 숨결을 앗아갔다. 그리고 갑자기 힘을 빼고 피부를 스치는 듯한 가벼운 애무로 전환해 그녀의 모든 신경을 곤두세웠다.
여성은 허리를 요염하게 비틀면서 몸을 돌리려던 그때, 그는 이내 여성의 허리를 잡더니 피스톤질에 속도를 가했다.
“하······!”
남성은 다시 여성의 등에 입을 맞추면서 이번에는 엉덩이를 한번 거칠게 잡아 쥐었다. 그리고···.
찰싹! 찰싹!
한 대, 두 대. 그 엉덩이를 소리 나게 때리자, 여성에게서는 “앗! 읏!” 짧은 비명을 흘려내면서도 기분은 좋은지 더욱 교성을 높이 울렸다.
자신의 취향이 아니었기에 흥미가 떨어진 눈빛을 여인에게 던졌다.
이내 그 손을 거둔 그는 상을 주려는 듯 여성의 클리토리스를 살살 잡아 굴리며 쾌감을 선사해 주었다.
“아으읏······.”
지르르 진동도 주고, 살살 마찰감도 주며 여성에게 극상의 기분을 선사해 주고자 잠시 노력을 하는 듯싶더니.
미모가 만개한 웃음을 짓던 엘에프는 에너지를 뿜어대며 지금까지와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삽입에 속도감을 높였다.
“하흑! 하흑!”
질척- 질척-.
신음이 터질 때마다 여성의 아랫도리는 부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그것이면 되었는지 감격에 겨운 그녀가 넉다운이 되어 카타르시스에 먼저 이르렀다. 그리고 자신 역시도 어느 순간 후- 하고 긴 숨을 내뱉듯 절정에 이르렀기에 마무리 지었다.
잠시 뒤, 여성은 아쉬운 듯 돌아보았으나, 그는 이미 욕실로 향한 뒤였다.
샤워기에서 쏟아지는 차가운 물소리가 빈 공간을 메우며 성마르게 울렸다.
그때, 호텔 문에선 인기척이 일었다.
강인하고 호전적인 군인 같은 분위기에 또 다른 아름다운 남성이 피 묻은 전투복 차림으로 거실을 가로질렀다.
“Oh, mein Gott!(어머나!)”
여성은 서둘러 로브를 걸쳐 입고 화들짝 놀라 얼른 그곳을 빠져나갔다.
연한 하늘색이 묻어 있을 법한 은발에 은회색 눈빛을 지닌 이 남자 역시 배우를 해도 될 정도의 미모를 자랑했지만, 표정만큼은 흉흉한 짐승이 따로 없었다.
그는 욕실 앞으로 가서 문에 등을 기대고는 팔짱을 꼈다.
“Die Frau sieht S ähnlich.(저 여자 에스를 닮았군.)”
[Ganz und gar nicht.(전혀 아니야.)]
욕실 안에서는 중저음의 나른한 음성이 물소리와 함께 흘렀다.
“Kannst du einen Mann für mich finden?(남자로 찾아 줄까?)”
[Es ist nicht mein Geschmack.(취향이 아니라서.)]
샤워기에서 뿜어내는 물소리가 계속 울렸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하늘색 머리 남성은 제 할 말을 이어서 하였다.
“Ich denke, wenn ich gut bin, kann ich S finden.(잘하면 진짜 에스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아.)”
그때, 욕실에서는 아무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샤워기에서 내뿜는 물소리도 그쳐 버렸다.
“Ich bin bereit.(준비됐거든.)”
그러자 희미하게 웃는 소리도 욕실 안에서 울려 퍼졌다. ***칠흑 같은 어둠이 종로의 구불구불한 골목길을 집어삼킨 그날 밤.
현신은 빳빳한 달러 뭉치를 품에 안은 채, 집요하게 뒤를 밟는 미행이 없는지 몇 번이고 확인한 뒤에야 편의점에 들렀다. 그리고 근처의 후미진 여관으로 향했다.
서울 시내 한복판, 마천루 사이에 유령처럼 숨어 있는 모텔을 가장한 이 숙소는 낡았지만 나름의 청결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방에 들어서자마자 현신은 욕실로 직행했다. 욕조에 가득 채운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고, 사내아이처럼 짧게 쳐낸 머리칼을 거칠게 쓸어 넘기며 열기 속으로 자신을 밀어 넣었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욕조의 증기가 손바닥만 한 욕실 창문에 하얀 서리처럼 달라붙어 외부와의 시선을 차단했다.
“아··· 이제야 피로가 풀리네.”
뜨거운 물이 근육 속에 켜켜이 쌓인 긴장을 녹여내자, 굳게 다물렸던 입술 사이로 나른한 탄성이 새어 나왔다. 현신은 편의점에서 사 온 얼음 컵에 소주와 사이다를 섞어 만든 잔을 들고 한 모금 들이켜며 눈을 감았다. 알코올의 기운이 혈관을 타고 돌았지만, 이상하게도 마음은 쉽게 평온을 찾지 못했다.
통신용 단말기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일제히 배터리가 바닥난 탓에, 유일한 친구이자 든든한 동료 요원인 이무휼과도 연락이 끊겨 자칫 미션 실패라는 벼랑 끝까지 몰렸던 탓이다.
현신은 요원 양성소인 ‘라ON’에서 발군의 실력을 인정받고, 이탈리아 ‘빅토리아’를 거쳐 현재 ‘한비단’에서 활동 중인 엘리트 요원이다. 코드명 ‘에스’. 정의를 구현한다는 명목하에 법의 테두리 밖에서 성별도, 이름도 지운 채 그림자로 살아가는 그녀에게 오늘 밤의 조우는 지극히 생경했다.
“세상에··· 40,000달러나 주다니. 그 남자 정체가 뭐야?”
수많은 임무를 수행해 왔지만, 의뢰비보다 배 이상을 얹어준 경우는 난생처음이었다. 위험한 일은 하지 말라는 충고와 함께 건네진 그 막대한 돈. 동정이었을까, 아니면 다른 의도가 있었을까.
최초의 의뢰인은 분명 쉰을 넘긴 중년 남성이었는데, 현장에 나타난 자는 대단한 기개를 품은 이십 대 중반의 남자였다.
죽지 않고 무사히 끝났으니 다행이고 증거물은 정의롭게 쓰이겠지만, 현신은 자꾸만 제 목덜미를 서늘하게 훑고 지나가던 그 남자의 살벌하고도 관능적인 기운을 떠올리며 술잔을 비웠다.
“위험한 남자였어.”
현신은 불쑥 치미는 기묘한 잔상을 지우려는 듯, 뜨거운 물속으로 몸을 더 깊숙이 파묻었다.
*** 한편, 시곗바늘이 자정을 가리켜 하루가 지나갈 무렵.강남의 마천루 숲을 오만하게 내려다보는 켄즈빌딩 펜트하우스. 대리석 타일을 타고 흐르는 물방울 소리가 정적을 깨우고 있었다.
은은한 조명 아래, 한 남자가 조각 같은 근육의 긴장을 풀어내며 홀로 몸을 씻어내고 있었다.
큰 키에 예술적인 선을 그리며 자리 잡은 근육들, 그리고 그 위를 수놓은 크고 작은 흉터들. 살벌한 야성미가 흐르는 몸과는 대조적으로, 얼굴만큼은 신의 걸작이라 불러도 손색없을 만큼 아름다운 남자, 그가 바로 가계영이다.
이 거대한 빌딩의 주인인 그는 위스키를 채운 잔을 든 채 스피커폰 너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어이, 가계영! 어떻게 됐어?
낮게 가라앉은 가계영의 목소리가 허공을 갈랐다.
“강무, 어떤 예쁜 자식이 증거를 줬어..”
그는 말을 하는 동시에 오늘 만난 그 어린 놈을 떠올리고 또 떠올렸다.
계영과 통화는 그렇게 끝이 났다.감상에 빠져 있을 여유도 없이 현신은 왕첸을 따라 엘에프와 함께 카지노에서 밖을 향하는 비밀 통로를 달렸다.달리고 또 달리고. 지금 수 킬로미터를 달리고 있었다.분명 지금은 절체절명의 위기였다.‘오늘 과연 무사히 살아남을 수 있을까? 지금은 어떻게든 엘에프 선배를 지켜야 해!’언젠가 가계영을 다시 만나 이 모든 자초지종을 털어놓을 기회가 생기기만을 바라며, 현신은 이를 악물고 엘에프를 바라보며 발걸음에 속도를 높였다.“에스, 정신 딴 데 팔더니 몸도 느슨해졌어.” “선배는······ 여전하시네요. 헉, 헉······.”뒤를 돌아보니 넘버들마저 기진맥진하여 자세가 잔뜩 흐트러져 있었다. 이 긴박한 와중에도 숨소리 하나 흐트러지지 않은 엘에프는 도대체 언제 이토록 몸을 단련한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요즘 컨디션이 최악일 텐데도 믿기지 않을 만큼 민첩하고 엄청난 움직임이었다.“켄즈 대표는 네게 정이 떨어져서 곧 한국으로 가버릴 것 같은데?” “······윽! 노코멘트하겠습니다.”가슴에 묵직한 말뚝이 사정없이 박히듯, 엘에프의 무심한 한마디가 현신의 심장을 아프게 찔렀다.“아마 켄즈 대표를 돌아가게 만든 원인 중에는 네 그 입의 지분도 꽤 클 걸?” “그렇군요. 이놈의 입이 문제지, 후······ 후······. 선배는 항상 맞는 말씀만 하시네요.” “풉, 그래도 난 네가 싫지 않아. 사랑스러운 에스.”사람 속을 무섭도록 잘 꿰뚫어 보는 엘에프가 때로는 지독하게 얄밉기도 했지만, 수긍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엘에프는 앞으로 치고 달리면서도 등 뒤를 힐끔거리더니 이번에도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현신의 내면을 정확히 조준해 왔다.거의 차이다시피 도망쳐 나온 처지를 대놓
언제 어느 때이든, 어느 장소에서든 엘에프에게 습격이란 전혀 이상할 게 없는 일상이었다.그는 유럽 전역에 핏빛 공포를 뿌린 거대한 어둠의 수장 중 하나였으며, 빛의 세계에서도 막강한 재력을 무기로 기업의 명운을 쥐고 흔드는 악마 같은 대기업의 총수였다.늘 적이 그림자처럼 따랐고, 그가 지금 획책하는 일 또한 세상을 송두리째 뒤바꿀 대업이었기에 그 목숨을 노리는 불나방들이 사방에 깔린 것이 잔혹한 현실이었다.“선배! 조심하세요!”몸에 기합이 채 들어가기도 전이었으나, 현신은 다급한 대로 옆 테이블의 딜러가 사용하려 둔 카드 묶음을 통째로 낚아챘다.그리고는 카드를 사방으로 흩뿌리며 엘에프에게 달려드는 자들의 안면을 가로막았다.시야가 가려진 자들이 주춤하는 사이, 적들은 다시금 엘에프만을 집중적으로 겨냥해 쇄도했다.엘에프의 등 뒤를 지키던 넘버들이 일제히 화기를 꺼내 들며 엄호에 나섰고, 현신 역시 주변으로 들이닥치는 거구를 향해 전신을 날려 룰렛 테이블 위로 쳐박아 버렸다.순식간에 카지노장은 아수라장으로 변해 넘버들과 백인 무리들이 뒤엉켜 육탄전을 벌였다.바로 그 찰나, 말쑥한 검정 슈트 차림에 포마드를 정갈하게 바른 카지노 관계자 무리가 무서운 기세로 다가오더니 침입자들을 신속하게 진압하기 시작했다.그들 중 우두머리로 보이는 사내가 엘에프의 앞으로 다가와 고개를 숙였다. 그러고는 슬쩍 현신을 바라보며 장난기 어린 윙크를 건넸다.“여긴 어쩐 일이십니까? 하이 롤러(High Roller)께서 곤란한 일을 겪으신 모양이군요.”“반갑군.”그 얼굴을 확인한 현신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어? 왕첸?’홍콩 조직에 있어야 할 그가 도대
이른 맹추위가 기세를 떨치는 12월의 어느 날, 대한민국은 날씨보다 더 서늘하고 흉흉한 뉴스들로 연일 도배되고 있었다.[경찰청 요새 한복판에서 자행된 현직 경위 피습 사건으로 대한민국 수사 기관 전체가 발칵 뒤집혔습니다······.][대낮의 경찰서 내 칼부림, 원한 관계인가 배후가 있는가? 군 당국과 경찰은 극비 수사에 착수······.][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여렌 경위, 배후 세력의 정체는 무엇인가.]연신 카메라 플래시를 터트리는 취재진과 기자들로 인해 대형 병원 안팎은 극심한 북새통을 이루었고, 자극적인 구경거리를 바라는 인파까지 몰려 아수라장이 따로 없었다.김강무의 부친인 김민철이 병원장으로 재직 중인 종합병원 VIP 수술실의 붉은 표시등은 몇 시간째 꺼질 줄을 몰랐다.복도를 가득 채운 동료 경찰들은 비통함에 젖어 고개를 숙이고 있었고, 사위는 온통 절망적인 기류로 가득했다.“흐윽, 여렌······ 제발······.”“언니, 정신 차려요. 리선 언니!”목발을 곁에 세워둔 서시온이, 바닥에 주저앉아 눈물을 흘리는 마리선을 필사적으로 부축하며 달래고 있었다.“흑, 무휼이는······ 무휼은 무사히 빠져나간 게 맞니?”“언니······ 흐윽, 저도 잘 모르겠어요&midd
계영은 무겁게 가라앉은 눈을 떠 침대 옆자리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분명 꿈이 아니었건만, 온기가 남아 있어야 할 자리를 쓸어내리는 그의 손끝에는 오직 서늘한 한기만이 맴돌았다.‘현신이······ 가버렸군.’그는 가만히 어제의 기억들을 반추했다.마치 무언가에 쫓기듯 초조한 기색으로 제게 독한 위스키를 연거푸 권하던 모습, 옷을 챙겨 입고 먼저 자겠다며 유난히 다정하게 굴던 행적들.결국 자정이라는 잔인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제 품을 빠져나가 버렸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자, 계영의 가슴속이 복잡하게 뒤틀렸다.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욕실로 향했다. 그녀가 처한 상황이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머리로는 이해하면서도, 야속하게 피어오르는 감정만큼은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찬물로 안면을 씻어내며 거칠게 감정을 추스르려 애썼지만, 치밀어 오르는 분노와 야속함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단정하게 샤워를 마치고 머리를 말리며 거실로 나서던 찰나, 지독한 데자뷔 같은 기시감이 계영의 전신을 엄습했다.문 앞에 대기하고 있던 마 실장의 손에 무언가가 들려 있었기 때문이다.“······대표님, 이것부터 확인하셔야겠습니다.”계영을 더욱 폭발하게 만든 것은, 테이블 위에 덩그러니 놓인 현신의 핸드폰과 호텔 메모지에 정갈하게 적힌 메시지였다.계영은 미간을 찌푸린 채 그 메모를 들어 올렸다. 곁에 선 마 실장의 안색은 이미 하얗게 질려 있었다.[계영 님.잘 주무셨나요?미처 대면으로 인사도 드리지 못하고 떠나 죄송합니다. 지난밤은 제 생애 가장 진심으로
이제 이 지하 거대한 경기장에는 현신과 엘에프 그리고 헤르만 셋만 남았다.계영과도 멀어지고 더 만나지 않겠다는 약속의 파급효과는 꽤 커 보였다.넘버들이 모두 돌아가 쉴 수 있게 된 데다가 엘에프의 분노도 잠재울 수 있어 다행이었다.“데이트는 그럼 당장 내일 갈까?”“······네, 선배가 원하신다면요.”현신은 지금 무엇이든 할 의향이 있었기에,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녀의 즉각적인 순종에 만족한 듯 엘에프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서늘한 시선이 이내 곁에 선 헤르만에게로 향했다.“헤르만, 날이 밝는 대로 헬기 대기시켜. 나머지는 전부 상하이로 복귀시키고.”“어휴, 알았다, 알았어.”헤르만은 비로소 팽팽했던 긴장이 풀어진 낯으로 고개를 저었다. 그러면서도 엘에프와 현신을 의외라는 눈빛으로 번갈아 바라보았다.엘에프는 완벽한 승리자의 전리품을 챙긴 듯 느긋한 표정으로 고개를 설핏 기울이며, 자비로운 통치자처럼 입을 열었다.“헤르만 너도 가서 쉬어. 에스 너도 돌아가.”“네.”그제야 폭풍 같았던 오늘의 하루가 위태롭게 마무리를 고했다.현신은 넘버들과 엘에프가 어둠 너머로 사라져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참았던 숨을 몰아쉬며 간담을 쓸어내렸다.창문 하나 없이 사방이 막힌 거대한 지하에 덩그러니 혼자 남게 될 때까지, 그녀는 차마 발걸음을 옮기지 못했다.우두커니 선 채로 파란만장했던 자신의 시간을 가만히 반추했다.참으로, 지독하게도 길고도 긴 밤이었다.***
현신은 한시라도 빨리 엘에프에게로 돌아가기 위해 침실을 벗어나 문을 열었다.‘12시가 넘었잖아!’하필이면 약속을 어긴 날이 오늘이라니. 자정이 지난 시각, 엘에프의 신경이 극도로 날카로워져 있을 게 자명했기에 심장이 조여들었다.객실 문을 나서자마자 복도를 가득 메우고 있던 계영의 최정예 경호원들이 현신의 앞을 서슬 퍼렇게 막아섰다. 하지만 현신은 설령 완력을 써서라도 이 호텔을 빠져나가야만 했다. 제시간에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 엘에프의 손에 다른 넘버들이 어떤 잔혹한 대가를 치러야 할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그 일촉즉발의 순간, 저만치 서 있던 마 실장이 빠른 걸음으로 현신에게 다가왔다.“저, 지금 당장 돌아가야 해요! 제발 보내 주세요!” “알겠습니다, 현신 님. 돕겠습니다.”이 다급한 와중에도 자신을 깍듯하게 존칭하는 마 실장의 태도에 현신은 민망함과 초조함이 섞인 표정으로 애원하듯 말을 건넸다.“현신 님이라니요, 편하게 불러 주세요. 지금 당장 움직여야 합니다. 12시가 넘어서······!” “최단 루트로 바로 모시겠습니다.”현신이 자정까지 엘에프의 호텔로 반드시 복귀해야 한다는 사실을, 마 실장은 구구절절한 설명 없이도 전부 이해하고 있었다. 그는 경호원들을 물리고 최소한의 시간으로 빠져나갈 수 있는 비밀 루트로 그녀를 신속하게 안내했다. *** 12월 3일 새벽 12시 40분.E 호텔 로비에 거친 숨을 몰아쉬며 들어선 현신은 곧장 숙소로 가기 위해 엘리베이터에 올랐다.객실 층 버튼을 눌렀으나, 불길하게도 엘리베이터는 단 1센티미터도 움직이지 않았다. 예전에도 이런 적이 있었는데, 기시감이 들었다.‘이런······.’현신은 미세하게 떨리는 손가락으로 지하 4층 버튼을 꾹 눌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