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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그 도시의 남과 여]

Author: silver구슬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4-03 11:23:51

독일 출신이자 이탈리아 대 부호 엘에프는 집요하게 동양인 여인의 유두를 비틀어 올리며 숨결을 앗아갔다. 그리고 갑자기 힘을 빼고 피부를 스치는 듯한 가벼운 애무로 전환해 그녀의 모든 신경을 곤두세웠다.

여성은 허리를 요염하게 비틀면서 몸을 돌리려던 그때, 그는 이내 여성의 허리를 잡더니 피스톤질에 속도를 가했다.

“하······!”

남성은 다시 여성의 등에 입을 맞추면서 이번에는 엉덩이를 한번 거칠게 잡아 쥐었다. 그리고···.

찰싹! 찰싹!

한 대, 두 대. 그 엉덩이를 소리 나게 때리자, 여성에게서는 “앗! 읏!” 짧은 비명을 흘려내면서도 기분은 좋은지 더욱 교성을 높이 울렸다.

자신의 취향이 아니었기에 흥미가 떨어진 눈빛을 여인에게 던졌다.

이내 그 손을 거둔 그는 상을 주려는 듯 여성의 클리토리스를 살살 잡아 굴리며 쾌감을 선사해 주었다.

“아으읏······.”

지르르 진동도 주고, 살살 마찰감도 주며 여성에게 극상의 기분을 선사해 주고자 잠시 노력을 하는 듯싶더니.

미모가 만개한 웃음을 짓던 엘에프는 에너지를 뿜어대며 지금까지와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삽입에 속도감을 높였다.

“하흑! 하흑!”

질척- 질척-.

신음이 터질 때마다 여성의 아랫도리는 부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그것이면 되었는지 감격에 겨운 그녀가 넉다운이 되어 카타르시스에 먼저 이르렀다. 그리고 자신 역시도 어느 순간 후- 하고 긴 숨을 내뱉듯 절정에 이르렀기에 마무리 지었다. 

잠시 뒤, 여성은 아쉬운 듯 돌아보았으나, 그는 이미 욕실로 향한 뒤였다.

샤워기에서 쏟아지는 차가운 물소리가 빈 공간을 메우며 성마르게 울렸다.

그때, 호텔 문에선 인기척이 일었다. 

강인하고 호전적인 군인 같은 분위기에 또 다른 아름다운 남성이 피 묻은 전투복 차림으로 거실을 가로질렀다.

“Oh, mein Gott!(어머나!)”

여성은 서둘러 로브를 걸쳐 입고 화들짝 놀라 얼른 그곳을 빠져나갔다. 

연한 하늘색이 묻어 있을 법한 은발에 은회색 눈빛을 지닌 이 남자 역시 배우를 해도 될 정도의 미모를 자랑했지만, 표정만큼은 흉흉한 짐승이 따로 없었다. 

그는 욕실 앞으로 가서 문에 등을 기대고는 팔짱을 꼈다. 

“Die Frau sieht S ähnlich.(저 여자 에스를 닮았군.)”

[Ganz und gar nicht.(전혀 아니야.)] 

욕실 안에서는 중저음의 나른한 음성이 물소리와 함께 흘렀다. 

“Kannst du einen Mann für mich finden?(남자로 찾아 줄까?)”

[Es ist nicht mein Geschmack.(취향이 아니라서.)]

샤워기에서 뿜어내는 물소리가 계속 울렸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하늘색 머리 남성은 제 할 말을 이어서 하였다.

“Ich denke, wenn ich gut bin, kann ich S finden.(잘하면 진짜 에스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아.)”

그때, 욕실에서는 아무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샤워기에서 내뿜는 물소리도 그쳐 버렸다. 

“Ich bin bereit.(준비됐거든.)”

 

그러자 희미하게 웃는 소리도 욕실 안에서 울려 퍼졌다.

***

칠흑 같은 어둠이 종로의 구불구불한 골목길을 집어삼킨 그날 밤.

현신은 빳빳한 달러 뭉치를 품에 안은 채, 집요하게 뒤를 밟는 미행이 없는지 몇 번이고 확인한 뒤에야 편의점에 들렀다. 그리고 근처의 후미진 여관으로 향했다. 

서울 시내 한복판, 마천루 사이에 유령처럼 숨어 있는 모텔을 가장한 이 숙소는 낡았지만 나름의 청결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방에 들어서자마자 현신은 욕실로 직행했다. 욕조에 가득 채운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고, 사내아이처럼 짧게 쳐낸 머리칼을 거칠게 쓸어 넘기며 열기 속으로 자신을 밀어 넣었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욕조의 증기가 손바닥만 한 욕실 창문에 하얀 서리처럼 달라붙어 외부와의 시선을 차단했다.

“아··· 이제야 피로가 풀리네.”

뜨거운 물이 근육 속에 켜켜이 쌓인 긴장을 녹여내자, 굳게 다물렸던 입술 사이로 나른한 탄성이 새어 나왔다. 현신은 편의점에서 사 온 얼음 컵에 소주와 사이다를 섞어 만든 잔을 들고 한 모금 들이켜며 눈을 감았다. 알코올의 기운이 혈관을 타고 돌았지만, 이상하게도 마음은 쉽게 평온을 찾지 못했다.

통신용 단말기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일제히 배터리가 바닥난 탓에, 유일한 친구이자 든든한 동료 요원인 이무휼과도 연락이 끊겨 자칫 미션 실패라는 벼랑 끝까지 몰렸던 탓이다. 

현신은 요원 양성소인 ‘라ON’에서 발군의 실력을 인정받고, 이탈리아 ‘빅토리아’를 거쳐 현재 ‘한비단’에서 활동 중인 엘리트 요원이다. 코드명 ‘에스’. 정의를 구현한다는 명목하에 법의 테두리 밖에서 성별도, 이름도 지운 채 그림자로 살아가는 그녀에게 오늘 밤의 조우는 지극히 생경했다.

“세상에··· 40,000달러나 주다니. 그 남자 정체가 뭐야?”

수많은 임무를 수행해 왔지만, 의뢰비보다 배 이상을 얹어준 경우는 난생처음이었다. 위험한 일은 하지 말라는 충고와 함께 건네진 그 막대한 돈. 동정이었을까, 아니면 다른 의도가 있었을까.

최초의 의뢰인은 분명 쉰을 넘긴 중년 남성이었는데, 현장에 나타난 자는 대단한 기개를 품은 이십 대 중반의 남자였다.

죽지 않고 무사히 끝났으니 다행이고 증거물은 정의롭게 쓰이겠지만, 현신은 자꾸만 제 목덜미를 서늘하게 훑고 지나가던 그 남자의 살벌하고도 관능적인 기운을 떠올리며 술잔을 비웠다.

“위험한 남자였어.”

현신은 불쑥 치미는 기묘한 잔상을 지우려는 듯, 뜨거운 물속으로 몸을 더 깊숙이 파묻었다.

***

한편, 시곗바늘이 자정을 가리켜 하루가 지나갈 무렵.

강남의 마천루 숲을 오만하게 내려다보는 켄즈빌딩 펜트하우스. 대리석 타일을 타고 흐르는 물방울 소리가 정적을 깨우고 있었다. 

은은한 조명 아래, 한 남자가 조각 같은 근육의 긴장을 풀어내며 홀로 몸을 씻어내고 있었다. 

큰 키에 예술적인 선을 그리며 자리 잡은 근육들, 그리고 그 위를 수놓은 크고 작은 흉터들. 살벌한 야성미가 흐르는 몸과는 대조적으로, 얼굴만큼은 신의 걸작이라 불러도 손색없을 만큼 아름다운 남자, 그가 바로 가계영이다. 

이 거대한 빌딩의 주인인 그는 위스키를 채운 잔을 든 채 스피커폰 너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어이, 가계영! 어떻게 됐어?

낮게 가라앉은 가계영의 목소리가 허공을 갈랐다.

“강무, 어떤 예쁜 자식이 증거를 줬어..”

그는 말을 하는 동시에 오늘 만난 그 어린 놈을 떠올리고 또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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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닥치고 내게로 와(Submit to Me)!   #6. [빤히 보지도 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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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닥치고 내게로 와(Submit to Me)!   #5. [나에게 다가오지 마세요!]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얼굴을 제대로 보지 못했지만···.’확인한 것은 오직 찰나의 눈빛뿐이었지만, 그 안에 고인 텅 비어버린 허무는 가계영의 뇌리를 여전히 잠식하고 있었다. 가계영은 지금 김강무의 말을 허투루 넘길 수 없었기에, 뉴스 화면을 응시하며 깊은 사유에 잠겼다. 그 소년의 몸은 바람결에도 흩날릴 듯 가냘팠고, 목소리는 감미로운 미성으로 귓가를 간지럽혔다. 특히나 서늘할 정도로 고왔던 눈매를 떠올리면, 마스크 뒤에 숨겨진 용모 또한 꽤 수려할 것이라 짐작되었다. 간호사 복장을 하고 능글맞게 웃으며 사람들의 경계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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