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이 남자.
적이라면 큰일이 아닐 수 없었다. 여유롭지만 비틀린 웃음을 짓는 그의 아름다운 얼굴은 매우 차가웠고 등골이 오싹할 정도로 살기를 풍겼다.
검은 머리의 검은 눈, 그리고 검은색 슈트까지 입은 그는 한 마리의 굶주린 재규어처럼 번득여댔다.
그때, 남자는 현신의 뒷머리를 낚아채기 위해 손을 뻗었다. 겨우 그의 손목을 잡고 공격을 저지시킨 그녀는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그는 다시 현신을 돌리려고 했으나, 반대로 발목을 차이면서 주먹으로 남자의 배를 한 방 공격했다.
휙!
그 순간 쿵-, 현신의 관자놀이가 책상에 내리찍히는 불상사가 일어나 버렸다.
마스크도 이러다가 내려갈까 싶어 마음이 조마조마한 현신은 그의 악력이 워낙 강력해 어찌할 수 없는 범위 밖이라는 생각으로 몸에 힘을 풀었다.
보통 남자가 아님을 순식간에 온몸으로 느낀 현신은 절망감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그때 아랫배가 간질거릴 만큼 듣기 좋은 고요한 저음이 그녀의 귓가에 스쳤다.
“실력은 좀 갖췄는지 어디 볼까?”
나른한 목소리. 낮은 톤. 강한 기운. 그 목소리가 마치 그녀의 뒤통수를 잡아끄는 듯했다.
묘하게 긴장을 주면서도 더 듣고 싶을 만큼 형형한 목소리라 절로 귀가 기울어졌다.
남자는 한 손으로 현신의 관자놀이를 단단히 붙잡은 채, 다른 손으로 그녀의 어깨부터 허리까지 천천히 훑어 내렸다.아, 이런.
어깨, 견갑골을 스쳐 옆구리에 닿더니.
엉덩이, 허벅지 사이 하나하나 천천히 꼼꼼하게 그 손이 지나갈 때마다 현신은 온몸에 저릿한 반응이 돋았다.
게다가 그가 가슴을 쓸어내리며 천천히 더듬던 그 순간, 아무리 칭칭 납작하게 보이기 위해 동여맸어도 감각은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아랫도리에서 치솟는 뜨거운 열기가 다리를 타고 올라오자, 자신도 모르게 발가락이 곱아들었다.
남자는 현신의 숨을 틀어막듯 서서히 조여왔지만, 정작 그녀를 옥죄는 것은 날카로운 눈빛 뒤에 숨은 정체 모를 관능적인 위압감이었다.
“제대로 된 무기도 없고 무모함과 호기만 있어서는. 쯧···.”
남자는 딴 세상에 있는 듯 나른하게 말했다.
혀를 차던 그는 현신을 무시하듯 머리를 누른 손에 힘을 서서히 거두어 갔다.
그녀는 마지막 승부수를 던졌다. 몸을 축 늘어뜨려 상대의 힘을 역이용한 뒤, 한 발로 바닥을 박차며 몸을 비틀어 그의 품에서 벗어났다.
가슴팍에 숨겨둔 단검이 찰나에 빛을 발하며 그의 목덜미를 겨냥했다.
“형님, 인사 늦었습니다. 임무 완수했고, 무기도 있습니다.”
남자다운 목소리를 내려 애써 낮췄지만, 숨길 수 없는 앳된 미성이 새어 나와 공간에 얇은 진동을 일으켰다.
아주 잠깐이지만 상대가 어둠 속에서 피식 웃는 소리가 들렸다.
“제법이네. 어린놈이.”
남자는 제 손아귀에서 빠져나간 현신을 보면서 꽤 흥미가 돋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한 손을 슬쩍 올리자 어디서 나타났는지 어둠 속에서 삐걱거리는 소리가 울렸다.
뒷문이 열리더니 그림자 하나가 스멀스멀 기어들어왔다.
이어 셋, 넷… 검은 형체들이 뱀처럼 미끄러지며 모여들었다.
“여기서 살아남을 자신 있나?”
현신의 목소리는 어둠을 가르는 칼날처럼 서늘하게 내려꽂혔다.
그녀의 머릿속은 탈출구를 찾는 궁리로 소용돌이쳤다. 수적으로 불리한 싸움, 무기의 부재, 창문 너머의 낭떠러지—모든 것이 철창처럼 그녀를 옥죄었다.
‘연막탄 사용해도······ 이런······.’죽음의 그림자가 코앞에 닥치자, 현신의 눈꺼풀이 무겁게 내려앉았다.
남자는 현신에게 더 가까이 다가왔다. 그리고 코앞까지 얼굴을 들이밀며 그녀의 턱을 거칠게 치켜들었다.
“이런 어린놈을 사지로 내몰다니, 한비단 미친 것들···.”
거칠게 내뱉는 목소리는 피라미드 꼭대기 최상위 포식자처럼 오만함이 넘쳤고, 검고도 형형한 그의 눈엔 현신의 온몸을 긴장시킬 관능적인 남성다움이 가득 서려 있었다.
“너, 살고 싶지?”
“······.”일순간.
그녀의 대답이 바로 나오지 않았다.
입술만 파르르 떨렸다. ‘살고 싶다’는 본능과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라는 회의감이 교차하며 말문이 막혔다.
이 찰나의 순간에도 삶의 무게가 부대껴 악착같이 살고 싶은 의지가 별로 샘솟지 않았다.
머릿속에서 종이 울리듯 공허함이 퍼지자, 총기도 사라져 순간 말문이 열리지 않았다.
현신은 순간 그 남자가 자신을 보자마자 흠칫거리는 게 느껴졌다.
어둠 속이라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꼭 자신의 이 상황을 이해하는 듯한 기묘한 동질감이 스쳐 지나갔다.
“애송이, 뭐야? 그 표정···.”
순간, 현신은 할 말을 잃고 남자만 가만히 바라보았다.
현신과 남자 사이에 묘한 정적이 흘렀다.
잠시 뒤, 시선을 거둔 그녀는 손을 흔들며 한숨을 내뱉었다.
“됐다, 애를 상대로 뭘···. USB를 내놔. 검찰로 넘기게.”
“···아!”그제야 현신은 자신이 임무 도중이라는 사실이 떠올라 정신이 돌아왔다.
남자가 손짓하자 뒤에서 누군가 100달러짜리 묶음 여러 개를 보여주었다.
“코드명 ‘에스’ 맞지? 내가 네 진짜 의뢰인이다.”
돈을 본 순간 현신은 남자의 살기가 사라진 것도 눈치채게 되었다. 잠깐의 고민도 없이 바로 그에게 바짝 다가갔다.
“네? 어휴, 의뢰인이시라니 다행이네요. 하하!”
순식간에 현신은 주머니에서 USB를 꺼내며 그에게 바짝 다가서서 내밀며 방긋 웃었다.
그때, 남자는 뭘 또 당황했는지 흠칫 놀라며 미간을 좁혔다.
“애송이. 앞으로 이런 위험한 일 하지 마. 다음에 또 나타나면 가만 안 둔다.”
남자는 어른답게 그리 말하며 달러 뭉치를 앞으로 내밀었다.
가만 안 두면, 뭘 어쩌려고.
정의도 중요하지만, 현신에게는 돈이 더 절실했기에 얼른 그가 내미는 것을 야무지게 챙겨 들었다.
‘이 사람, 좋은 남자인가.’
그녀는 남자의 눈을 응시하며 잠시 생각했다.
그리고 활짝 웃으며 몸을 돌렸다.
“형님,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 “하흣! 하흣-.”일본 어느 스위트룸.
한 동양 여성의 교음이 스위트룸 안을 그득그득 울렸다.
건장한 몸에 은은한 보랏빛이 돌 정도의 아름다운 은발의 유럽 백인 남성이···.
쇼트커트 갈색 머리에 피부가 하얀 여인을 침대 헤드에 손을 얹게 하더니 뒤에서 관계를 맺는 중이다.
“하학-, 하학-.”
여성의 달뜬 신음에 남성은 아무 말 없이 입에 미소만 크게 그린 채 그녀의 허리를 잡고 아랫도리를 흔들었다. 그저 여성은 시선이 풀려 몸을 주체하지 못하고 숨을 바삐 놀렸다.
남자는 신비로운 보랏빛 눈으로 여성의 등을 내려다 보았다. 그 다문 입에서는 시간이 흘러도 아무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질척- 질척-.
야릇한 마찰음이 침실을 채웠다.
남자의 손길이 여자의 가슴을 한껏 잡아 쥐고는 유린하며 나른하게 독일어로 중얼거렸다.
“Ich muss es schleunigst finden.(빨리 찾아야 하는데.)”
김민철이 소유하고 운영하는 대한종합병원.이동 침대에 누워 도착한 현신은 가물거리는 의식의 줄기를 겨우 붙잡고 있었다.“현신. 이 와중에 서류 작성까지······.”제대로 말을 잇지 못하는 상태에서도 현신의 의지는 바위처럼 확고했다.끝까지 의식을 놓지 않는 현신을 둘러싸고, 마동현 실장이 뒤이어 들어섰으며 무휼과 시온 역시 병원에 도착했다.“신아! 정신 차려! 힘내!”“현신! 너 무리하지 마! 왜 이러는 거야, 대체! 당장 검사부터 받아야 하는 거 아니야?”시온이 울컥 눈물을 터뜨리며 현신의 차가운 손을 꼭 잡아주었고, 무휼도 현신의 상태를 살피며 소리쳤다.“빨리······.”누운 채 입술을 경련하듯 움직이며 중얼거리는 현신의 모습에, 모두는 침울한 침묵 속에서 이 비극적인 상황을 지켜보았다.무휼은 현신의 눈빛에서 낯선 위화감과 서늘한 결의를 느꼈는지, 불안한 마음에 시온의 손을 꼭 쥐며 나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계영은 엘에프의 이송 차량이 무사히 도착하기만을 바라며 입안이 바짝바짝 말라가고 있었다. 바로 그때, 김민철이 강무와 함께 로비에 나타났다.“감히! 이 야밤에 나를 불러내다니! 이 해괴망측한······!”한밤중에 갑작스럽게 끌려 나온 김민철은 불쾌한 기색을 숨기지 않으며 병원이 떠나가라 고함을 지르다가, 이동 침대 위 죽어가던 최주현을 발견하자마자 얼굴색을 바꾸며 크게 외쳤다.“·&m
현신은 자신이 지금 살아 있는 것인지, 아니면 죽기 일보 직전 마지막 불꽃을 태우듯 의식이 돌아온 건지 알 수 없었다.그러나 온몸의 뼈마디가 부서져 나가는 듯한 통증, 그리고 제 얼굴을 감싸 쥔 계영의 뜨겁고 일그러진 손길만큼은 지독하게 생생했다.계영은 그녀를 안아 암반 안쪽으로 조심스레 끌어당긴 상태였고, 강무 역시 드론 통신을 통해 계영의 수신기 너머로 희미한 지시를 보태고 있었다.“······어떻게 여기까지······.”입에 피가 고여 그런지 말이 제대로 이어지지 않았다.“네 생일에 건넸던 그 선물······ GPS를 심어 놓았어.”계영은 사색이 되어 현신 입가에 묻은 피를 닦아주며 그래도 차분하게 대답을 건네 주었다.설마 홍콩에서부터 계영은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을 제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있었던 것인가.지독하고 병적인 집착. 통제 불능의 스토킹에 가까운 행태였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미친 집착 덕분에 현신은 오늘 밤 목숨을 건졌다.“······진짜 너무하시네요.”“모른 척해. 넌 사선을 넘나드는 여자잖아, 벌을 주고 싶으면 줘. 달게 받을 테니까······ 살기만 해. 부탁이야. 제발.”현신은 떨리는 팔을 힘들게 밀어 올렸다.벌이라니. 이 집요하고 오만한 사내에게 줄 것은 오직 상뿐이었다. 계영의 얼
설마, 아니겠지. 실종되었던 김강무의 목소리가 들리다니.그게 아니라면 최주현이 깔아놓은 함정일까.그러나 현신은 찰나의 순간, 그를 믿기로 했다. 스러져가는 의식의 끈을 이를 악물고 부여잡은 채, 인이어 너머의 소리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알바생, 내 말 잘 들어! 나뭇가지는 끌어안지 마! 몸을 반대쪽으로 돌려! 절벽 같아 보여도, 바로 거기에 튀어나온 평평한 암반이 있어!]그러다 균형이라도 잃고 밑바닥으로 내동댕이쳐지면.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여기서 현신이 죽는다고 김민철의 죄악이 깔끔히 세탁되는 것도 아니었다. 증거는 이미 흘러넘치도록 모아두었으니까.강무의 서늘한 경고가 아니었다면 부서져가는 고목을 끌어안았을 터였다. 현신은 온몸의 신경을 짓누르는 고통을 씹어삼키며 강무가 일러준 방향으로 제 몸을 비틀어 넘겼다.털썩—.아슬아슬하게 허공을 감돌던 몸뚱이가 드디어 견고하고 차가운 바위 위로 안정되게 안착했다.이 깊은 밤, 칠흑 같은 산속. 강풍이 휘몰아치고 수색 헬기 소리마저 까마득히 멀어진 이 사지에서.[바로 그거야! 잘했어!]강무의 목소리가 통신망을 깨고 선명하게 현신의 귓전을 파고들었다. 야간 투시 고글이라도 끼고서 현신의 처절한 몸부림을 똑똑히 지켜보고 있는 듯했다.그리고 그 순간, 공허한 정적을 갈라치며 또 하나의 익숙한 음성이 쏟아져 들어왔다.[현신! 임무 완수해야지! 곧 갈게! 살아만 있어 줘!]‘설마, 계영 님?’꿈이 아니었다.가계영의 목소리가 나지막이 현신의 귓가에 번져나갔다.***계영의 피는 이미 바짝 말라붙어 숨조차 제대로 쉬어지지 않았다.십수 미터 절벽에서 추락했으니 생존율은
수색 구역을 몇 번이고 훑었지만 현신은 흔적조차 잡히지 않았다.헬기 안, 계영의 심장은 피가 바짝 타들어가다 못해 잿더미가 되어가고 있었다.바람이 조금이라도 잦아들기만을 기다리는 시선. 계영은 기괴할 만큼 침착한 태도로 헬기 창밖을 내려다보며 산 전체를 부감했다.마 실장은 제 무릎 위에 노트북 두 대를 펴놓고, 연신 새로고침을 누르며 초조하게 계영의 눈치를 살폈다.“이 여자가······또 거짓말을 했어. 내게 온다는 선택지는 염두에 두지도 않았어.”“현신 님의 거짓말에는······ 늘 그만한 이유가 있었습니다.”마 실장은 연신 다른 노트북을 두드리며 현신을 추적하고, 한규련과 정보를 주고받았다.저 벼랑 밑 어디엔가 현신이 피투성이가 된 채 버려져 있을 거라 생각하자, 계영의 분노와 절망은 이미 임계점을 넘어선 지 오래였다.“현신은 사람을 극한으로 몰아붙이는 재주가 있어.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언제나 죽음을 삶의 옆자리에 두고 살아가던 여자. 그럼에도 제 삶의 마지막을 맡길 수 있을 만큼 자신을 믿어주었다는 사실에 계영은 처절한 허무함을 느꼈다.“늘 지켜주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더니······.”“······현신 님은 아주 유능한 요원입니다.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던지신 겁니다.”마
현신의 참았던 눈물이 최주현의 어깨를 적시던 바로 그 순간.털컹.최주현은 방아쇠조차 당기지 못한 채, 손에 쥐고 있던 총을 바닥으로 맥없이 떨어뜨렸다. 지독한 무력감과 절망이 뒤섞인 비명이 그녀의 목구멍을 찢고 터져 나왔다.“하하! 지긋지긋한 아가씨, 제발······ 날 좀 그냥 둬! 그럼 나도 널 진작 놔줬을 거 아니야! 흑······, 흑흑!”드디어 다 포기한 것일까. 미쳐버린 광기 끝에서 마침내 아무도 해치지 않은 채 이 비극을 끝맺으려는 걸까.하지만 감도는 공기가 이상했다. 자수하려는 분위기도, 그렇다고 현신을 죽이려는 살기조차 아니었다.“······할멈. 내가 제일 잘하는 게······ 지키는 거야. 그거, 내 특기잖아.”“하하! 오만하긴······, 다 싫어! 누구에게 지켜지는 삶 따위······, 이제 질색이라고! 흑, 흑흑!”우는지 웃는지 알 수 없는 악에 받친 음성이 현신의 귓전을 때렸다.자신이 지은 죄에 대한 때늦은 반성일까, 아니면 평생 김민철을 바라보며 품었던 이루지 못한 욕망에 대한 슬픔일까.현신이 감상에 잠겨들던 바로 그 찰나—최주현이 갑자기 현신의 품을 거세게 뿌리치더니, 두 손으로 현신의 어깨를 강하게 밀쳐 버렸다.“싫어!
현신은 최주현의 뒤를 따라 칠흑 같은 숲속 좁은 흙길을 차갑게 가르며 달렸다.어린 시절 시온, 무휼과 함께 숨바꼭질을 하며 뛰놀던 곳이자, 밤이 되면 할멈이 우리를 찾으러 산등성이를 헤매던 바로 그 길이었다.앞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현신은 바스락거리는 소리에 의존해 최주현의 뒤를 쫓았다.“오지 마! 내 품엔 수류탄도 있어!”그때—공기를 찢는 둔탁한 로터음이 머리 위를 가득 메웠다.두- 두- 두- 두- 두—!현신의 발걸음이 찰나 동안 멈춰 섰다.어느새 야산은 기괴할 만큼 검은 밤에 삼켜져 있었고, 먹구름을 뚫고 내려온 헬리콥터에서는 검은 형체의 누군가가 패스트 로프(fast rope)를 타고 하강을 시도하고 있었다.아니길 바랐지만, 본능이 저 미련한 사내의 이름을 가리키고 있었다.‘계영 님!’이 밤중에 좌표를 추적해 제 목숨을 던지러 올 사람은 단 한 사람뿐이었다. 현신은 목이 찢어져라 하늘을 향해 외쳤다.“최주현은 제가 직접 생포합니다! 타깃은 총과 수류탄을 소지하고 있으니 아무도 접근하지 마십시오!”하지만, 그 순간탕! 탕!최주현은 이미 이성을 잃고 허공을 향해 총을 쏘아대기 시작했다.“절대 오지 마! 조금만 가까이 내려오면! 에스의 심장을 뚫어 버릴 테다!”살려달라는 비명이었다면 저 사내는 주저 없이 내려왔을 것이다. 그러나 현신 자신이 죽을 수도 있다는 말에 하강하던 헬기에서 일순 찰나의 주춤거림이 느껴졌다.탕! 탕!야산 전체를 찢발기는 총성과 함께 헬기가 고도를 조금 올리며 뒤로 물러섰다.“추적하지 마십시오! 위험합니다! 절대로 다가오지 마세요!”단방향 음성 채널로 기기를 변경한 현신은 헬기를 돌려보내라는 지시를 남겼다. 마침내
자신을 정교하게 뜯어보는 가계영의 날카로운 안광에 현신은 본능적으로 시선을 회피하며, 혼란스러운 머릿속을 차갑게 정리해 나갔다.현신은 늘 타인의 신분을 빌려 살아왔기에, 임무를 수행할 때는 항시 머리색과 눈동자 색을 위장하고 체격이 커 보이는 두꺼운 소재의 옷과 굽이 높은 군화를 애용했다. 게다가 얼굴의 절반을 가리는 마스크까지 썼으니, 제아무리 가계영이라 해도 실체를 특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라 스스로를 다독였다. 하지만 가슴을 조여오는 불안감에 자신은 가계영의 눈을 차마 마주하지 못한 채, 겁에 질린 가냘픈 소년의 배역에 몰입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얼굴을 제대로 보지 못했지만···.’확인한 것은 오직 찰나의 눈빛뿐이었지만, 그 안에 고인 텅 비어버린 허무는 가계영의 뇌리를 여전히 잠식하고 있었다. 가계영은 지금 김강무의 말을 허투루 넘길 수 없었기에, 뉴스 화면을 응시하며 깊은 사유에 잠겼다. 그 소년의 몸은 바람결에도 흩날릴 듯 가냘팠고, 목소리는 감미로운 미성으로 귓가를 간지럽혔다. 특히나 서늘할 정도로 고왔던 눈매를 떠올리면, 마스크 뒤에 숨겨진 용모 또한 꽤 수려할 것이라 짐작되었다. 간호사 복장을 하고 능글맞게 웃으며 사람들의 경계심을
-안 그래도 규련이하고 궁금해하던 참이야.전화기 너머의 주인공은 가계영의 절친이자 종합병원 레지던트인 김강무다. 명문 의료가 집안의 김강무와 재벌 3세 한규련은 계영과 함께 ‘라ON’ 시절부터 동고동락하며 도시의 추악한 이면을 정화하는 데 뜻을 같이해온 유일한 이해자들이었다.“라ON 애들, 요즘도 한비단 미션 하러 다니나?”-너도 그랬으면서 새삼스럽긴.가계영 역시 금수저로 태어났으나, 부모가 악인들에게 희생되는 비극을 겪으며 세계가 무너지는 고통을 맛보았다. 하지만 김강무와 한규련의 지원 속에 요원으로 거듭났고, 제 손
독일 출신이자 이탈리아 대 부호 엘에프는 집요하게 동양인 여인의 유두를 비틀어 올리며 숨결을 앗아갔다. 그리고 갑자기 힘을 빼고 피부를 스치는 듯한 가벼운 애무로 전환해 그녀의 모든 신경을 곤두세웠다.여성은 허리를 요염하게 비틀면서 몸을 돌리려던 그때, 그는 이내 여성의 허리를 잡더니 피스톤질에 속도를 가했다.“하······!”남성은 다시 여성의 등에 입을 맞추면서 이번에는 엉덩이를 한번 거칠게 잡아 쥐었다. 그리고···.찰싹! 찰싹!한 대, 두 대. 그 엉덩이를 소리 나게 때리자, 여성에게서는 “앗! 읏!” 짧은 비명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