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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본능의 경고: 위험한 남자]

Penulis: silver구슬
last update Tanggal publikasi: 2026-04-03 11:22:45

이 남자.

적이라면 큰일이 아닐 수 없었다. 여유롭지만 비틀린 웃음을 짓는 그의 아름다운 얼굴은 매우 차가웠고 등골이 오싹할 정도로 살기를 풍겼다. 

검은 머리의 검은 눈, 그리고 검은색 슈트까지 입은 그는 한 마리의 굶주린 재규어처럼 번득여댔다.

그때, 남자는 현신의 뒷머리를 낚아채기 위해 손을 뻗었다. 겨우 그의 손목을 잡고 공격을 저지시킨 그녀는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그는 다시 현신을 돌리려고 했으나, 반대로 발목을 차이면서 주먹으로 남자의 배를 한 방 공격했다.

휙!

그 순간 쿵-, 현신의 관자놀이가 책상에 내리찍히는 불상사가 일어나 버렸다.

마스크도 이러다가 내려갈까 싶어 마음이 조마조마한 현신은 그의 악력이 워낙 강력해 어찌할 수 없는 범위 밖이라는 생각으로 몸에 힘을 풀었다. 

보통 남자가 아님을 순식간에 온몸으로 느낀 현신은 절망감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그때 아랫배가 간질거릴 만큼 듣기 좋은 고요한 저음이 그녀의 귓가에 스쳤다.

“실력은 좀 갖췄는지 어디 볼까?”

나른한 목소리. 낮은 톤. 강한 기운. 그 목소리가 마치 그녀의 뒤통수를 잡아끄는 듯했다.

묘하게 긴장을 주면서도 더 듣고 싶을 만큼 형형한 목소리라 절로 귀가 기울어졌다.

 

남자는 한 손으로 현신의 관자놀이를 단단히 붙잡은 채, 다른 손으로 그녀의 어깨부터 허리까지 천천히 훑어 내렸다. 

아, 이런.

어깨, 견갑골을 스쳐 옆구리에 닿더니.

엉덩이, 허벅지 사이 하나하나 천천히 꼼꼼하게 그 손이 지나갈 때마다 현신은 온몸에 저릿한 반응이 돋았다. 

게다가 그가 가슴을 쓸어내리며 천천히 더듬던 그 순간, 아무리 칭칭 납작하게 보이기 위해 동여맸어도 감각은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아랫도리에서 치솟는 뜨거운 열기가 다리를 타고 올라오자, 자신도 모르게 발가락이 곱아들었다.

남자는 현신의 숨을 틀어막듯 서서히 조여왔지만, 정작 그녀를 옥죄는 것은 날카로운 눈빛 뒤에 숨은 정체 모를 관능적인 위압감이었다.

“제대로 된 무기도 없고 무모함과 호기만 있어서는. 쯧···.”

남자는 딴 세상에 있는 듯 나른하게 말했다. 

혀를 차던 그는 현신을 무시하듯 머리를 누른 손에 힘을 서서히 거두어 갔다.

그녀는 마지막 승부수를 던졌다. 몸을 축 늘어뜨려 상대의 힘을 역이용한 뒤, 한 발로 바닥을 박차며 몸을 비틀어 그의 품에서 벗어났다.

가슴팍에 숨겨둔 단검이 찰나에 빛을 발하며 그의 목덜미를 겨냥했다.

“형님, 인사 늦었습니다. 임무 완수했고, 무기도 있습니다.”

남자다운 목소리를 내려 애써 낮췄지만, 숨길 수 없는 앳된 미성이 새어 나와 공간에 얇은 진동을 일으켰다.

아주 잠깐이지만 상대가 어둠 속에서 피식 웃는 소리가 들렸다.

“제법이네. 어린놈이.”

남자는 제 손아귀에서 빠져나간 현신을 보면서 꽤 흥미가 돋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한 손을 슬쩍 올리자 어디서 나타났는지 어둠 속에서 삐걱거리는 소리가 울렸다.

뒷문이 열리더니 그림자 하나가 스멀스멀 기어들어왔다.

이어 셋, 넷… 검은 형체들이 뱀처럼 미끄러지며 모여들었다.

“여기서 살아남을 자신 있나?”

현신의 목소리는 어둠을 가르는 칼날처럼 서늘하게 내려꽂혔다.

그녀의 머릿속은 탈출구를 찾는 궁리로 소용돌이쳤다. 수적으로 불리한 싸움, 무기의 부재, 창문 너머의 낭떠러지—모든 것이 철창처럼 그녀를 옥죄었다.

 

‘연막탄 사용해도······ 이런······.’

죽음의 그림자가 코앞에 닥치자, 현신의 눈꺼풀이 무겁게 내려앉았다.

남자는 현신에게 더 가까이 다가왔다. 그리고 코앞까지 얼굴을 들이밀며 그녀의 턱을 거칠게 치켜들었다. 

“이런 어린놈을 사지로 내몰다니, 한비단 미친 것들···.”

거칠게 내뱉는 목소리는 피라미드 꼭대기 최상위 포식자처럼 오만함이 넘쳤고, 검고도 형형한 그의 눈엔 현신의 온몸을 긴장시킬 관능적인 남성다움이 가득 서려 있었다.

“너, 살고 싶지?”

“······.”

일순간. 

그녀의 대답이 바로 나오지 않았다.

입술만 파르르 떨렸다. ‘살고 싶다’는 본능과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라는 회의감이 교차하며 말문이 막혔다.

이 찰나의 순간에도 삶의 무게가 부대껴 악착같이 살고 싶은 의지가 별로 샘솟지 않았다.

머릿속에서 종이 울리듯 공허함이 퍼지자, 총기도 사라져 순간 말문이 열리지 않았다. 

현신은 순간 그 남자가 자신을 보자마자 흠칫거리는 게 느껴졌다.

어둠 속이라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꼭 자신의 이 상황을 이해하는 듯한 기묘한 동질감이 스쳐 지나갔다.

“애송이, 뭐야? 그 표정···.”

순간, 현신은 할 말을 잃고 남자만 가만히 바라보았다. 

현신과 남자 사이에 묘한 정적이 흘렀다. 

잠시 뒤, 시선을 거둔 그녀는 손을 흔들며 한숨을 내뱉었다.

“됐다, 애를 상대로 뭘···. USB를 내놔. 검찰로 넘기게.”

“···아!”

그제야 현신은 자신이 임무 도중이라는 사실이 떠올라 정신이 돌아왔다. 

남자가 손짓하자 뒤에서 누군가 100달러짜리 묶음 여러 개를 보여주었다.

“코드명 ‘에스’ 맞지? 내가 네 진짜 의뢰인이다.”

돈을 본 순간 현신은 남자의 살기가 사라진 것도 눈치채게 되었다. 잠깐의 고민도 없이 바로 그에게 바짝 다가갔다.

“네? 어휴, 의뢰인이시라니 다행이네요. 하하!”

순식간에 현신은 주머니에서 USB를 꺼내며 그에게 바짝 다가서서 내밀며 방긋 웃었다. 

그때, 남자는 뭘 또 당황했는지 흠칫 놀라며 미간을 좁혔다. 

“애송이. 앞으로 이런 위험한 일 하지 마. 다음에 또 나타나면 가만 안 둔다.”

남자는 어른답게 그리 말하며 달러 뭉치를 앞으로 내밀었다.

가만 안 두면, 뭘 어쩌려고.

정의도 중요하지만, 현신에게는 돈이 더 절실했기에 얼른 그가 내미는 것을 야무지게 챙겨 들었다.

‘이 사람, 좋은 남자인가.’

그녀는 남자의 눈을 응시하며 잠시 생각했다. 

그리고 활짝 웃으며 몸을 돌렸다.

“형님,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

“하흣! 하흣-.”

일본 어느 스위트룸.

한 동양 여성의 교음이 스위트룸 안을 그득그득 울렸다.

건장한 몸에 은은한 보랏빛이 돌 정도의 아름다운 은발의 유럽 백인 남성이···.

쇼트커트 갈색 머리에 피부가 하얀 여인을 침대 헤드에 손을 얹게 하더니 뒤에서 관계를 맺는 중이다.

“하학-, 하학-.”

여성의 달뜬 신음에 남성은 아무 말 없이 입에 미소만 크게 그린 채 그녀의 허리를 잡고 아랫도리를 흔들었다. 그저 여성은 시선이 풀려 몸을 주체하지 못하고 숨을 바삐 놀렸다.

남자는 신비로운 보랏빛 눈으로 여성의 등을 내려다 보았다. 그 다문 입에서는 시간이 흘러도 아무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질척- 질척-.

야릇한 마찰음이 침실을 채웠다.

남자의 손길이 여자의 가슴을 한껏 잡아 쥐고는 유린하며 나른하게 독일어로 중얼거렸다.

“Ich muss es schleunigst finden.(빨리 찾아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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