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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작가: ddingjak30
last update 게시일: 2026-05-06 20:01:17

머릿속에는 그 건방지고 서늘했던 눈동자가 브라의 끈이 보일 만큼 헐렁했던 티셔츠의 넥라인이, 그리고 그 밑에 숨겨져 있던 짐승 같은 체취가 미친 듯이 소용돌이쳤다.

자신의 손가락이 좁고 뜨거운 내벽을 문지를 때마다 은서는 그것이 제 손이 아니라 그 긴 손가락이기를 바라는 모순적인 갈증에 몸부림쳤다.

"흐읏, 하아앙…."

뜨거운 물줄기 아래서 스스로의 쾌락에 무너져 내리는 은서.

그녀는 아직 알지 못했다. 이 비참한 자기위로는 앞으로 다가올 완벽한 파멸에 비하면 아주 가벼운 전조 증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은서는 거울 앞에 서서 블라우스의 맨 위 단추를 채웠다.

숨이 막힐 듯 답답한 느낌이 목을 조여왔지만 오히려 그 통제감이 그녀에게는 위안이었다.

샤워실 바닥에 주저앉아 스스로의 몸을 위로했던 며칠 전의 비참한 기억을 지워내려는 듯 그녀는 평소보다 더 짙고 붉은 립스틱을 입술에 짓이겨 발랐다.

무릎 아래로 내려오는 짙은 회색의 H라인 스커트는 골반의 선을 빈틈없이 조여주었다.

완벽하게 무장한 그녀는 서류 가방을 챙겨 들고 연구실을 나섰다.

대형 강의실의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특유의 서늘한 공기가 뺨에 닿았다.

학생들의 웅성거림은 교수가 교탁 앞에 서자마자 일순간에 가라앉았다.

은서는 출석부 대신 태블릿의 화면을 두드리며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강의의 시작을 알렸다.

대형 전자 칠판에 데이터 구조도를 띄우고 그녀는 전용 터치 펜을 집어 들었다.

평범하고 지루한 일상의 반복이어야 했다.

하지만 은서의 신경은 교실 안의 특정 공간을 향해 곤두서 있었다.

맨 앞자리였다.

언제나 교실의 가장 뒷자리에 삐딱하게 앉아있던 그 서늘한 눈동자가 오늘은 교탁과 가장 가까운 중앙 좌석으로 자리를 옮겨 앉아 있었다.

한지우.

그녀는 크고 헐렁한 오프숄더 니트를 입고 있었다.

한쪽 어깨가 비스듬히 흘러내린 자리에는 화려한 장미 넝쿨 자수가 수놓아진 검은색 레이스 속옷의 끈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었다.

퇴폐적이고 매혹적인 차림새였다.

새하얗고 매끄러운 목덜미부터 쇄골로 이어지는 선 위에 걸쳐진 그 얇고 야한 레이스 끈은 은서의 시선을 자꾸만 바닥으로 끌어내리는 기묘한 힘이 있었다.

은서는 애써 고개를 돌려 전자 칠판을 향했다.

"이 부분의 알고리즘은 기존의 방식과 다르게 접근해야 합니다."

은서가 팔을 높이 뻗어 전자 칠판 상단에 수식을 적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꼿꼿하게 세운 허리선이 팽팽하게 당겨졌다.

타이트한 스커트의 밑단이 동작을 따라 골반 위로 서서히 미끄러져 올라갔다.

무릎을 덮고 있던 치마가 허벅지 중간까지 밀려 올라가며 감춰져 있던 은밀한 굴곡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얇은 검은색 스타킹이 창백한 살결 위에서 아슬아슬하게 늘어났다.

움직일 때마다 나일론 특유의 매끄러운 광택이 교실의 백색 조명을 받아 번들거렸다.

지우의 시선이 그 번들거리는 허벅지 뒤쪽의 근육 선에 정확하게 꽂혔다.

매끄러운 화면 위로 터치 펜이 부딪히는 딱딱한 소리만이 교실을 채웠다.

지우는 턱을 괸 채 은서의 치맛자락 아래로 드러난 다리 선을 집요하게 훑어 올렸다.

팽팽하게 당겨진 스타킹의 직조가 미세하게 벌어지며 연한 살결이 비치는 그 틈새. 지우의 검은 눈동자 깊은 곳에서 서늘하고 가학적인 충동이 일렁였다.

저 얇고 질긴 나일론을 이빨로 물어뜯어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다.

단추를 하나하나 터뜨리고 저 겹겹의 단정한 껍데기들을 무참히 벗겨내어 그 안에 숨겨진 가장 젖은 곳을 눈으로 확인하고 싶다.

지우의 혀끝이 마른 입술을 느릿하게 핥고 지나갔다.

눈앞에 펼쳐진 시각적인 자극은 지우의 하복부를 무겁게 짓눌렀다.

화려한 레이스 속옷 아래로 덮인 자신의 은밀한 곳이 뜨겁게 달아오르는 것을 느끼며 지우는 입꼬리를 비틀어 올렸다.

그녀는 시선을 피하지 않고 더욱 노골적으로 은서의 하반신에 초점을 맞췄다.

등 뒤에서 꽂히는 그 시선의 온도가 너무도 생생하여 은서는 하마터면 손에 쥔 터치 펜을 떨어뜨릴 뻔했다.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살갗을 뚫고 들어올 듯 끈적하고 집요한 시선이 자신의 치마 밑단을 헤집고 들어와 허벅지 안쪽을 쓰다듬고 있는 듯한 끔찍한 환각.

은서는 화면에 글씨를 쓰다 말고 잠시 숨을 고르기 위해 눈을 감았다.

다리를 오므리려 했지만 높은 하이힐 위에서 균형을 잡기 위해 허벅지 근육에 힘을 주어야만 했다.

그 미세한 움직임 속에서 허벅지 안쪽의 여린 살결이 맞비벼졌다.

스타킹의 거친 마찰감이 전해질 때마다 지난밤 욕실에서의 비참했던 기억이 해일처럼 밀려들었다.

은서는 천천히 몸을 돌렸다.

이백 명의 학생들이 앉아있는 교실이었지만 은서의 눈에는 오직 맨 앞자리에 앉은 한 사람만이 들어왔다.

지우는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눈이 마주친 순간 흐트러진 니트 사이로 보이는 레이스 끈을 만지작거리며 은서를 향해 아주 느리고 관능적인 미소를 지어 보였다.

당신이 지금 무슨 생각을 하며 떨고 있는지 다 안다는 듯한 오만한 표정.

은서의 호흡이 찰나의 순간 엉켰다.

하복부 가장 깊은 곳에서부터 뜨겁고 질척한 액체가 왈칵 쏟아져 내리며 실크 팬티를 적시는 것이 느껴졌다.

단지 눈빛이 교차했을 뿐인데 몸은 마치 거친 애무를 받은 것처럼 통제 불능의 상태로 달아오르고 있었다.

수치심과 두려움이 뒤섞인 감정이 은서의 이성을 갉아먹었다.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 합니다."

은서는 떨리는 목소리를 감추기 위해 평소보다 더 차갑고 단호한 톤으로 수업의 종료를 알렸다.

예정된 시간보다 이십 분이나 이른 시간이었다.

학생들은 갑작스러운 조기 종료에 웅성거리며 가방을 챙기기 시작했다.

은서는 누구와도 눈을 마주치지 않은 채 서둘러 교탁 위의 물건들을 쓸어 담았다.

지우는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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