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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Autor: ddingjak30
last update Fecha de publicación: 2026-05-06 19:58:28

'데이터의 무결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문득, 낮에 있었던 강의실의 풍경이 망막 위로 오버랩되었다.

은서는 와인잔을 들어 올려 차가운 액체로 목을 축였다.

그러나 혀끝에 감도는 쌉싸름한 타닌의 풍미 대신, 어지러울 만큼 짙고 무거운 머스크 향이 다시금 코끝을 훅 끼치고 들어오는 듯한 환각에 사로잡혔다.

강의실 뒷문을 빠져나가던 그 오만하고 서늘했던 뒷모습.

은서의 시선이 흔들리며 테이블보의 미세한 자수 패턴 위로 떨어졌다.

머릿속에서 그 건방진 제자의 모습이 슬로 모션처럼 재생되었다.

검은색 가죽 재킷 아래로 엿보이던, 예상외로 선이 가늘고 매끄러웠던 어깨.

넓게 파인 U넥 하얀색 티셔츠 위로 아슬아슬하게 드러났던 둥글고 부드러운 가슴선과 깊은 쇄골. 매끈하게 떨어지는 하얀 목덜미 위로, 머리끈으로 아무렇게나 묶어 올린 긴 머리카락이 위태롭게 흔들리던 잔상.

볼펜을 쥐고 있던 손은 또 어땠던가.

길고 유려하게 뻗은 하얀 손가락과 매니큐어 하나 없이 짧고 단정하게 깎인 손톱, 움직일 때마다 티셔츠 넥라인 밖으로 살짝 삐져나오던 검은색 브라의 얇은 끈조차도 묘하게 위태로운 느낌을 주었다.

그러나 그 모든 부드럽고 매끄러운 선들을 압도하는 것은, 그녀의 눈동자에 깃든 지독하게 끈적하고 불순한 텐션이었다.

교탁 앞에 선 자신을 위에서 아래로, 입술에서 다리 사이로 집요하게 핥아 내리던 그 맹수 같은 시선.

'저 꼿꼿한 허리를 짓누르면 어떤 소리를 낼까.'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은서는 지우의 눈빛이 그렇게 속삭이는 것만 같았다.

단정하게 포장된 자신의 속살을 억지로 끄집어내어 엉망으로 훼손하고 싶다는, 날것 그대로의 지배욕.

"은서야, 듣고 있어?"

"……네. 듣고 있어요."

은서는 갑자기 숨이 턱 막히는 것을 느끼며 테이블 아래에서 두 다리를 꽉 꼬았다.

스르륵.

허벅지 안쪽이 맞물리며 얇은 스타킹이 서로 비벼지는 마찰음이 테이블 아래의 은밀한 공기를 갈랐다.

두꺼운 리넨 테이블보에 가려져 남편에게는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을 아주 미세한 소리. 하지만 은서에게는 커다란 자극이었다.

은서는 저도 모르게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허벅지를 비틀어 꼰 것만으로도 예민한 속살이 맞닿으며 전류가 흐르듯 아찔한 쾌감이 등줄기를 타고 번져나갔다.

자신을 꿰뚫어 보던 그 시선을 떠올린 것만으로도 하복부 가장 깊고 은밀한 곳에서부터 통제할 수 없는 왈칵 쏟아져 내린 탓이었다.

가장 얇고 고급스러운 실크 소재의 팬티 위로 뜨겁고 끈적한 액체가 스며들며 눅눅한 불쾌감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남편이 바로 눈앞에 앉아있는 최고급 프렌치 레스토랑 한가운데서.

이름조차 제대로 기억나지 않는 제자의 시선을 떠올리며 스스로 통제하지도 못할 만큼 몸을 흠뻑 적시고 있다는 사실이 은서를 미치게 만들었다.

'미쳤어. 정은서. 미쳤어.'

은서는 수치심에 얼굴이 붉어지는 것을 숨기려 급히 냅킨으로 입가를 닦아냈다.

그러나 수치심과 배덕감이 뒤섞인 감정은 역설적이게도 그녀의 점막을 더욱 뜨겁게 달아오르게 할 뿐이었다.

축축해진 실크 팬티가 여린 살결에 달라붙을 때마, 기분 나쁜, 아니, 기분 좋은 마찰이 일어났다.

"어디 안 좋아? 안색이 안 좋은데."

민호가 와인잔을 내려놓으며 의무적인 투로 물었다.

"아뇨… 와인 도수가 생각보다 높아서요. 괜찮아요."

"건강 관리도 잘 해. 다음 주 모임에서는 실수하면 안 되니까."

남편의 건조한 타박이 귓가를 스쳤지만 은서의 머릿속에는 오직 하복부에 고인 축축한 열감과 그 짙은 머스크 향만이 가득했다.

은서는 식사가 끝날 때까지 다리를 배배 꼰 채 제 살결을 적시는 낯선 쾌락과 끔찍한 자기혐오 사이에서 식은땀을 흘려야 했다.

***

식사를 마치고 돌아온 아파트. 모델하우스처럼 완벽하게 정돈되어 있었지만 온기라고는 한 줌도 찾아볼 수 없었다.

"나 먼저 씻고 잘게. 내일 아침 일찍 브리핑이 있어서."

민호는 거실에 들어서자마자 넥타이를 풀어 헤치며 마스터 룸으로 훌쩍 들어가 버렸다.

철컥, 하고 방문이 닫히는 소리가 거실에 서 있는 은서의 심장에 무거운 돌덩이를 매달았다.

언제나와 같은 일상이었다.

장식품으로서의 하루 일과가 끝났음을 알리는 종료음.

은서는 불 꺼진 거실 한가운데 우두커니 서서 닫힌 문을 응시했다.

목 끝까지 채워져 있던 원피스의 지퍼를 천천히 내리자 답답하게 조여매고 있던 옷가지가 바닥으로 속절없이 흘러내렸다.

스르륵.

가터벨트의 고리를 풀고 얇은 나일론 스타킹을 벗어 내리자 땀에 배어 있던 허벅지의 맨살이 차가운 공기에 노출되었다.

그러나 피부에 닿는 서늘한 공기로도 하복부에 고인 끔찍한 열기는 식혀지지 않았다.

은서는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게스트용 욕실로 향했다. 문을 잠그고, 세면대의 거울 앞에 섰다.

거울 속의 여자는 완벽한 '정은서 교수'가 아니었다.

머리카락은 땀에 젖어 이마에 들러붙어 있었고 창백했던 뺨은 열기 때문에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속옷만 남은 나신.

은서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축축하게 젖어 무거워진 실크 팬티를 벗어 내렸다.

투명하고 끈적한 액체가 허벅지 안쪽을 타고 번들거리며 흘러내린 자국이 적나라하게 보였다.

단지 눈이 마주쳤을 뿐이다. 단지 냄새를 맡았을 뿐이다.

그런데 몸이 이렇게까지 창녀처럼 반응했다는 사실이 그녀의 마지막 남은 자존심을 갈기갈기 찢어놓았다.

"하아… 아앗…."

은서는 결국 샤워기의 뜨거운 물을 틀어놓은 채, 차가운 타일 벽에 등을 기대고 주저앉았다.

터져 나오는 신음 소리를 막기 위해 제 손등을 피가 날 정도로 꽉 깨물며 다른 한 손으로는 젖어 있는 자신의 은밀한 틈새를 파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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