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uk"너무 집중해서 손에 힘이 빠졌네요. 교수님 말씀이 워낙... 인상 깊어서요."
지우의 시선이 은서의 붉은 입술에서, 목 끝까지 채워진 단추로, 그리고 골반의 선을 따라 내려가 다리 사이의 틈에 노골적으로 머물렀다.
그건 분명 학생이 교수를 향해 보낼 수 있는 시선이 아니었다.
옷을 벗겨내고 살갗을 핥아 올리는 듯한, 끈적하고 숨 막히는 수컷의 시선.
하지만 그녀는 수컷이 아니라 여자였다.
은서는 순간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기분 나쁜 오한을 느꼈다.
평생 느껴본 적 없는 불쾌한 감각이었다.
마치 은밀한 곳을 날카로운 무언가에 꿰뚫린 듯한 착각에, 은서는 저도 모르게 교탁 뒤로 몸을 반보 물러서며 두 다리를 빈틈없이 모아 붙였다.
허벅지 안쪽이 맞닿으며 스타킹의 거친 나일론이 예민한 살결을 스치고 지나가는 마찰감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은서는 뱃속에서부터 치밀어 오르는 알 수 없는 당혹감을 차가운 이성으로 짓눌렀다.
그녀는 다시 완벽한 통제력을 쥔 '정은서 교수'의 가면을 뒤집어썼다.
"본인의 감상 따위는 묻지 않았습니다."
은서의 눈빛이 면도날처럼 날카롭게 번뜩였다.
"대학은 기본적인 예의를 갖춘 지성인들이 학문을 논하는 자리입니다. 볼펜 하나 쥘 집중력도, 타인의 강의를 경청할 최소한의 매너도 갖추지 못했다면 당장 이 강의실에서 나가세요. 내 수업에 기본적인 통제력조차 없는 학생은 예외 없이 결석 처리합니다."
숨 막히는 정적.
학생들은 교수의 서릿발 같은 경고에 행여나 불똥이 튈까 고개를 푹 숙였다.
저 안하무인의 재벌 3세가 어떻게 반응할지 몰라 조마조마한 분위기가 맴돌았다.
그러나 지우는 화를 내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의 눈동자 깊은 곳에서 기이한 희열이 일렁였다.
'통제력.'
지우는 입안에서 그 단어를 느릿하게 굴려보았다.
고상하고 완벽해 보이는 당신이, 훗날 내 밑에서 그 '통제력'을 모두 잃은 채 무너져 다리를 벌리게 된다면 과연 어떤 표정을 지을까.
지우가 천천히 몸을 일으켜 세웠다.
큰 키가 만들어내는 서늘한 그림자가 주변을 압도했다.
그녀는 책상 위의 가방을 대충 어깨에 걸치더니, 은서를 향해 픽 웃으며 고개를 까딱였다.
"주의하겠습니다, 교수님."
비아냥거리는 듯한 짧은 대답을 남기고, 지우는 앞문을 향해 여유롭게 걸어 내려갔다.
지우가 계단을 내려와 교탁 앞을 지나쳐 가는 찰나의 순간, 짙고 무거운 머스크 향이 은서의 코끝을 확 찌르고 지나갔다.
젊고 뜨거운 살결의 체취가 뒤섞인, 어지러울 만큼 짙고 농밀한 향기였다.
쾅.
강의실 뒷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팽팽했던 긴장감이 그제야 탁 풀렸다.
은서는 굳은 표정으로 마이크를 다시 고쳐 잡았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강의를 재개하려 입을 열었지만, 교탁을 짚고 있는 하얀 손가락 끝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어디선가 스며든 지우의 지독한 머스크 향이 교탁 주변을 떠나지 않고 은서의 폐부를 끈적하게 맴돌고 있었다.
그 불쾌하고도 강렬한 향기에, 은서는 하복부 가장 깊은 곳에서 원인 모를 미세한 열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느끼며 무의식적으로 아랫입술을 짓깨물었다.
그것은 완벽했던 그녀의 유리성에 처음으로 돌이킬 수 없는 금이 가는 소리였다.
단정함의 붕괴는, 그렇게 소리 없이 시작되고 있었다.
며칠 후.
챙, 채앵.
투명한 크리스털 와인잔이 가볍게 부딪히며 맑은 파열음을 냈다.
청담동에 위치한 최고급 프렌치 레스토랑의 프라이빗 룸.
완벽하게 방음 처리된 공간 안에는 오직 낮고 건조한 남자의 목소리와 식기가 부딪히는 소리만이 일정한 간격으로 울려 퍼지고 있었다.
"이번 학회 결과가 좋아서, 다음 달이면 부원장 자리가 확실하게 내정될 것 같아."
명망 있는 대학병원의 흉부외과 전문의이자, 은서의 남편인 최민호였다.
그는 미디엄 레어로 잘 구워진 스테이크를 정교하게 썰어 입에 넣으며 테이블 너머의 아내를 바라보았다.
"당신은 오늘 입은 그 남색 원피스가 참 잘 어울려. 피부가 하얘서 그런지 단정해 보이군."
칭찬의 형태를 띠고 있었지만, 그 눈빛에는 일말의 애정이나 온도조차 존재하지 않았다.
그것은 오직 자신이 소유한 값비싼 트로피의 광택을 확인하고 만족스러워하는 감정사의 건조한 시선에 불과했다.
은서는 나이프를 쥔 손에 가볍게 힘을 주며 입꼬리를 우아하게 끌어올렸다.
"고마워요. 당신도 오늘 넥타이가 잘 어울려요."
"병원장님이 다음 주 주말에 부부 동반 골프를 제안하시더군. 일정 비워둬."
기계적인 미소와, 기계적인 대답. 민호는 아내의 안부나 대학에서의 일과 따위는 궁금해하지 않았다.
그는 곧바로 화제를 병원의 정치 싸움과 자신의 성공 가도로 돌렸고, 은서는 적당한 타이밍에 고개를 끄덕이며 완벽한 '현모양처'의 껍데기를 연기했다.
타인의 눈에 비친 그들은 흠잡을 데 없는 엘리트 부부였다.
젊고 아름다운 교수 아내와, 전도유망한 차기 부원장 남편.
하지만 은서는 입안에서 씹히는 최고급 한우의 육즙이 마치 젖은 골판지처럼 퍽퍽하게 느껴졌다.
테이블 아래, 꼿꼿하게 세운 은서의 발끝이 스틸레토 힐 안에서 미세하게 곱은 채 굳어 있었다.
결혼 3년 차. 부부의 침실은 얼어붙은 지 오래였다.
민호는 피곤하다는 이유로, 혹은 내일의 중요한 수술을 핑계로 은서의 몸에 손끝 하나 대지 않았다.
한 침대에 누워 서로의 체온이 닿을 듯 말 듯 한 거리에서도, 그는 벽을 바라본 채 규칙적인 숨소리만 내뱉을 뿐이었다.
은서는 남편의 그 무미건조한 등짝을 바라보며 수많은 밤을 하얗게 지새워야 했다.
피부 밑에서부터 스멀스멀 기어오르는 원초적인 갈증, 여느 평범한 여자들처럼 안기고 짓눌리며 짐승처럼 헐떡이고 싶다는 그 질척한 욕정을, 은서는 스스로에 대한 혐오감으로 억누르며 차가운 이성의 벽장 속에 가두고 살아왔다.
인천국제공항의 입국장 안에 들어서자 차가운 한국의 새벽 공기가 지우의 얇은 옷감을 뚫고 들어왔다. 호주의 이민국 직원들은 한국 호송관들에게 지우의 신변을 넘겼다. 호송관들은 행정 절차를 마무리하고 입국장 밖까지 지우를 호송했다. 지우가 입국장 밖으로 나오자 그녀도 익숙한 어머니 한혜숙 의원의 수석 보좌관이 다른 사내 한 명과 함께 서 있었다. 그가 지우에게 다가서며 말했다. “한지우 씨, 의원님께서 기다리십니다.”지우는 거부하지 않았다.그들은 공항 밖으로 나가 미리 대기하고 있던 승용차에 몸을 실었다.차창 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서울의 빌딩 숲은 지우에게 차갑고 비정하게 느껴졌다. 차는 도심 한복판이 내려다보이는 고급 주상복합의 펜트하우스로 향했다.거실 한복판, 고풍스러운 소파에 앉아 찻잔을 들고 있던 한혜숙이 지우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3선 시의원이자 다음 총선을 노리는 강력한 정치인, 그리고 자신을 낳은 어머니.한혜숙의 눈빛에는 딸을 향한 애정 대신, 더러운 오물을 바라보는 듯한 서늘한 경멸만이 서려 있었다.“꼴이 아주 가관이구나.”한혜숙이 찻잔을 테이블 위에 탁 소리가 나게 내려놓으며 차갑게 일갈했다.“해외로 도망쳐서 헛짓거리를 하더니, 결국 불법 체류자로 쫓겨나? 내 정치 인생에 아주 더러운 흠집을 내기로 작정을 했구나, 네가?”한혜숙이 자리에서 일어나 지우에게 다가왔다.그리고 망설임 없이 손을 들어 지우의 뺨을 세차게 후려쳤다.날카로운 마찰음과 함께 지우의 고개가 옆으로 돌아갔다.입술 터진 자국에서 비릿한 핏방울이 배어 나왔지만, 지우는 어떤 소리도 내지 않았다. 지우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어머니를 똑바로 올려다보았다.그 눈동자 안에는 고통도, 수치심도, 억울함도 없었다.오직 깊이를 알 수 없는 검은 어둠과 뜻 모를 광기만이 넘쳐흐르고 있었다.단 한 번도 제 뜻대로 꺾이지 않던 딸의 기괴한 눈빛에 한혜숙의 눈썹이 살짝 일렁였다.지우는 망설임 없이 차가운 대리석 바닥 위로 무릎을 꿇었다.쿵 소리와 함께 무릎이
시드니 이민자 구금 시설의 로비는 삭막했다. 다양한 나라, 다양한 인종이 감금되어 있는 사실이었다.무장 경찰들과 정복을 입은 이민국 직원들이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바쁘게 오갔다. 은서는 손에 쥔 서류 봉투를 꽉 쥔 채 창구 앞으로 다가갔다.간밤에 도진과의 강렬한 정사로 인해 난 온몸의 상처를 옷으로 가렸지만, 여전히 남아있는 아랫배의 뜨거운 열기는 사라지지 않은 상태였다. 손에 쥔 이 서류를 통해 지우를 이 어두컴컴한 공간에서 구출해 낼 수 있다는 희망 하나만을 붙잡고 있었다.“한지우 수감자의 석방 서류입니다.”은서의 목소리가 바르르 떨렸다.“보석 허가서와 체포 유예 서류를 가져왔으니 지금 확인해 주세요.”창구 너머의 호주 이민국 담당관은 은서가 내민 서류를 대충 훑어보더니, 모니터 자판을 무심하게 두드렸다.은서의 심장이 미친 듯이 조여왔다.입술을 깨물며 담당관의 입이 열리기만을 기다렸다.이윽고 담당관이 무덤덤한 눈빛으로 은서를 올려다보며 차갑게 입을 열었다.“한지우 씨는 이미 이 시설에 없습니다.”“네? 그게 무슨… 서류에 이상이라도 있나요? 보석금이 이미 지불되었을 텐데요!”담당관은 고개를 저으며 서류를 은서 쪽으로 밀어냈다.“약 두 시간 전, 불법 체류자 강제 추방 집행이 완료되었습니다.”“…추방이라니요?”“한지우 씨는 이미 한국행 비행기에 탑승하여 시드니 공항을 이륙했습니다. 이 서류는 이제 아무런 효력이 없습니다.”은서의 뇌리가 거대한 망치로 맞은 듯 강렬하게 울렸다.귓가에서 기괴한 이명이 웅웅거리며 주변의 모든 소음을 단숨에 삼켜버렸다.그녀가 딛고 서 있는 대리석 바닥이 아득한 낭떠러지 아래로 무너져 내리는 환각이 전신을 덮쳤다.추방이라니.지우가 이미 두 시간 전에 떠났다니.황당함에 정신을 잃어버릴 듯 했지만 은서의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더 떠올랐다. 도진은 처음부터 지우를 풀어줄 생각이 없었다는 것이다. 자신에게 보석 서류라는 허울뿐인 희망을 미끼로 던져주고, 하룻밤을 노예처럼 부릴 생각 뿐이
시드니의 차가운 아침 햇살이 도진의 저택 바닥 위로 길게 늘어졌다.은서는 깨질 듯한 두통과 함께 천천히 눈을 떴다.온몸의 마디마디가 부서져 나가는 듯한 통증이 강렬하게 밀려왔다.허벅지 안쪽은 말라붙은 애액과 도진의 정액으로 축축하게 엉겨 붙어 있었다.뽀얀 피부 위에는 지난 광란의 밤을 말해주듯 붉고 퍼런 피멍 자국들이 외설스럽게 남아 있었다.소파 위에서 겨우 몸을 일으킨 은서는 자신의 헐벗은 나신을 가릴 생각조차 하지 못한 채 멍하니 바닥을 응시했다.지난밤, 스스로 몸을 움직여 끝내 절정에 이르렀다는 기억이 오한처럼 뒤늦게 뇌리를 파고들었다.그 깨달음은 지워지지 않는 낙인처럼 그녀의 의식을 서서히 잠식해 갔다.‘지우를 구하기 위해서였어.’은서는 무너지려는 이성을 다잡기 위해 속으로 몇 번이고 그 문장을 되뇌었다.하지만 하체 안쪽에서 여전히 가시지 않는 기묘한 열기와 수치스러운 충족감은 그녀의 변명을 비웃듯 번져가고 있었다.샤워 가운을 가볍게 걸친 도진이 커피 잔을 들고 거실로 걸어 나왔다.그는 바닥에 무너져 있는 은서를 내려다보며 잔혹한 조롱이 섞인 미소를 지었다.“잘 잤어, 정은서 교수님?”은서는 말없이 몸을 떨며 그를 올려다보았다.도진은 소파 탁자 위에 서류 몇 장을 던지듯 내려놓았다.“한지우의 보석 석방 서류와 이민국 체포 유예 신청서야.”서류라는 단어에 은서의 눈동자가 순간적으로 번뜩였다.은서가 떨리는 손을 뻗어 서류를 잡으려 하자, 도진이 발끝으로 서류를 지그시 눌렀다.“이걸 건네주기 전에, 조건이 몇 가지 있어.”도진의 다정한 음성은 오히려 더 소름 끼쳤다.부드러운 말투 아래에는 가학적인 악의가 조용히 꿈틀거리고 있었기 때문이다.“첫째, 지우에게는 내가 보석금을 대주고 이민국 쪽에 손을 써준 거라고 말해.”“…뭐?”“어짜피 한지우도 예상은 하고 있겠지만... 교수님이 그렇게 말을 해줘야 내가 한지우를 상대할 명분이 생기지. 그렇게 말하기 싫으면 그냥 한국으로 추방되게 놔두던가..."은서의 입술이 경련하듯
소파 헤드에 얼굴을 묻은 은서의 입에서 갈라진 신음이 연거푸 터져 나왔다.도진의 거친 움직임이 이어질 때마다, 은서의 뜨겁고 여린 몸은 본능적으로 그를 더욱 깊이 받아들이듯 떨렸다.찢어질 듯한 통증은 이미 비정상적인 쾌락으로 변질되어 있었다.음순 사이로 배어 나온 질척한 애액이 도진의 단단한 성기와 맞닿아 찰싹거리는 외설적인 마찰음을 거실 가득 울려 퍼뜨렸다.“하아앙! 읏… 아, 아냐… 이건…”은서는 부인하려 애썼지만, 오랫동안 지우와의 가학적인 관계 속에서 길들여진 몸은 정직했다.도진의 거친 움직임이 거세질수록, 은서의 뜨겁고 좁은 살결은 그의 움직임에 맞춰 파르르 떨며 더욱 단단히 조여 왔다.그때 도진이 은서의 머리칼을 억세게 잡고 고개를 뒤로 젖혔다.강제로 뒤틀린 시선 끝에 거실 벽에 걸린 대형 거울이 들어왔다.거울 속에는 하얀 나신으로 소파에 엎드려, 허벅지를 벌린 채 남자의 성기를 삼키고 있는 자신의 수치스러운 모습이 고스란히 비치고 있었다.“잘 봐요, 정은서 교수님. 지금 교수님이 내 밑에서 어떤 꼴로 헐떡이고 있는지.”도진이 손을 아래로 내려 은서의 붉게 부어오른 클리토리스를 손가락으로 부드럽게 문지르며, 허리를 더욱 깊숙이 찔러 넣었다.“아아아악!”은서의 등이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활처럼 휘어졌다.도진의 거친 움직임이 거세질수록, 은서의 몸은 본능적으로 가늘게 떨며 그의 움직임에 더욱 깊이 호응했다.등골을 타고 치솟은 전율은 순식간에 온몸으로 번져 나가, 의식마저 아득해질 만큼 강렬한 감각을 남겼다.도진의 무자비한 피스톤질이 더욱 거세졌다.깊숙이 파고드는 기묘한 통증에 은서의 이성은 완전히 짓밟혔다.지우에 대한 지독한 죄책감과 도진이 안겨주는 자극적인 쾌락이 뒤엉키며, 은서의 입에서 오열 같은 신음이 쏟아져 나왔다.“지, 지우야…! 지우야아앗…!”이민국에 붙잡힌 연인의 이름을 애타게 부르면서도, 다른 남자에게 안겨 쾌락을 느끼는 자신이 견딜 수 없이 수치스러웠다.그 잔인한 배덕감이 은서의 클리토리스와 질
차가운 철창 너머로 시드니의 어두운 밤하늘이 무겁게 내려앉아 있었다.호주 이민자 구금 시설의 좁고 습한 독방.지우는 딱딱한 시멘트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자신의 젖은 머리칼을 쥐어뜯었다.모욕적이고 수치스러운 절차를 거쳐 지우는 시설에서 제공하는 죄수복같은 옷을 입고 있었다. 손목에 선명하게 남은 수갑 자국보다 지우를 더 아프게 찌르는 것은, 끌려나오던 순간 거실 바닥에 무릎을 꿇고 오열하던 은서의 잔상이었다.하지만 그것보다 더 강렬하게 지우의 머릿속을 지배하는 생각은 이것이었다. ‘왜 나만 체포된 거지? 왜 옆에 있던 언니한테는 비자 확인조차 안 한 거야?’지우는 벽에 머리를 짓찧으며 이를 악물었다.답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강도진.그 비열한 녀석이 권력과 자금을 동원해 자신과 은서를 강제로 떼어놓은 것이 분명했다.지우는 철창을 거칠게 흔들며 고함을 질렀다.“이봐요! 전화 한 통만 하게 해줘! 내 변호사나 영사관에 연락해야 한다고!”그러나 복도를 지나가는 감시원은 차가운 눈빛으로 지우를 한번 훑어볼 뿐, 아무런 대답도 없이 지나쳐 버렸다.완벽한 고립.지우는 바닥에 엎드리며 헛구역질을 했다.자신이 갇혀 있는 이 순간에도, 도진이 은서에게 어떤 은밀한 손길을 뻗치고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머리를 죄어왔다.같은 시각, 시드니 교외의 언덕 위에 위치한 도진의 개인 저택.그는 지우와 계약을 맺은 순간부터 저택을 구입하고 한국에 있는 시간을 제외하고 한 달의 절반 가량을 이 저택에서 보내고 있었다. 항상 단정하게 빗어 넘기거나 묶어 내렸던 긴 머리칼은 굵은 웨이브를 타며 어깨 아래로 매끄럽게 늘어져 있었고, 강렬한 딥 레드 컬러의 립스틱을 바른 입술은 젖은 듯 촉촉하게 번들거리고 있었다.교단 위에서 지적이고 금욕적인 분위기를 풍기던 교수의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은서가 입고 있는 것은 몸매의 굴곡을 따라 적나라하게 밀착되는 검은색 실크 드레스였다.쇄골 라인과 가슴골 깊숙한 곳까지 가파르게 파여 있어, 그녀가 숨을 내쉬고 들
식탁 위에는 지우가 퇴근길에 사 온 와인 한 병과 노릇하게 구워진 고기가 김을 뿜고 있었다.두 사람은 작은 접시를 사이에 두고 앉아 조용히 잔을 부딪쳤다.어젯밤 도진의 위협과 오늘 낮의 불안은 와인 한 모금과 함께 거짓말처럼 녹아내리는 듯했다.지우가 은서의 입가에 피어난 잔잔한 미소를 바라보며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언니, 호주 와서 이렇게 같이 마시는 거 진짜 오랜만이다.”“그러게… 매일 쫓기듯 사느라 이런 시간도 못 가졌네.”은서가 지우의 손을 살며시 잡았다.지우는 은서의 온기를 느끼며 따뜻하게 데워둔 욕실 쪽을 바라보았다.식사를 마친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욕조 안으로 함께 들어갔다.은서의 하얀 나신이 따뜻한 물속에 잠기자, 지난 시간들의 상처와 피로가 씻겨 나가는 듯했다.지우는 은서의 등 뒤로 다가가 그녀의 목덜미를 베고 누우며 은밀하게 손을 뻗었다.지우의 은밀한 손가락이 물속에서 은서의 축축해진 음부 사이로 파고들었다.은서의 입에서 자지러지는 신음이 튀어나왔다.“읏… 지우야, 응…?”“언니… 너무 따뜻해. 너무 좋다...”지우의 혀가 은서의 하얀 목선과 어깨를 부드럽게 빨아올렸다.은서는 다리를 넓게 벌려 지우의 손가락을 안쪽 깊숙한 살벽으로 깊이 받아들였다.지우의 손가락이 질 내부의 민감한 곳을 긁어올릴 때마다, 욕조 물이 거칠게 출렁이며 은서의 애액과 섞여 나갔다.두 사람은 서로의 입술을 빨며 혀를 내밀어 키스했다.비릿한 쾌락과 서로를 향한 집착이 축축한 욕조 안에서 폭발하듯 얽혀들었다.지우는 자신의 성기를 은서의 젖은 허벅지 사이에 완벽히 밀착시킨 채 거칠게 허리를 튕겼다.“언니… 내 거지? 응? 절대 아무한테도 안 빼앗겨…”“아아앙! 응… 지우야, 난 네 거야… 평생 네 거야…”서로의 몸이 절정을 향해 미친 듯이 치달아가던 바로 그 순간이었다.쾅—! 쾅—! 쾅—!거실 현관문이 부서져라 울리는 거친 충격음에 두 사람의 쾌락이 순식간에 얼어붙었다.“이민국 단속반이다! 문 열어!”
또각. 또각.규칙적이고 서늘한 마찰음이 백색 소음으로 가득하던 대형 강의실의 공기를 단숨에 가르고 들어왔다.이백여 명의 학생들이 내뿜는 미지근한 열기와 웅성거림은, 앞문이 열리고 그녀가 등장하는 순간 썰물처럼 빠져나갔다.경영정보학 전공필수. 정은서 교수.은서는 단상 위로 올라서며 손에 든 두꺼운 전공 서적과 태블릿을 교탁 위에 반듯하게 내려놓았다.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듯, 물건의 모서리와 교탁의 끝선이 정확히 일치했다."출석은 전자 출결로 대체합니다. 화면에 띄운 QR 코드를 인식하세요."마이크를 타지 않
하지만 절정을 향해 치달을수록 채워지지 않는 거대한 공허함이 그녀를 덮쳤다.이 차가운 기구로는 절대 도달할 수 없는 짙고 뜨거운 체온이 미치도록 그리웠다.지우의 그 서늘한 눈동자가 나를 내려다보며 이 짓을 지켜본다면.그 희고 긴 손가락이 이 기구 대신 내 안을 찢을 듯이 파고든다면.상상만으로도 머리가 터질 듯한 흥분이 밀려왔다.은서는 눈물이 맺힌 눈을 꽉 감은 채 기구를 더 깊이 밀어 넣으며 허리를 튕겼다."하앙 흣 지우야 아앗."무의식중에 터져 나온 이름.은서는 자신의 입에서 흘러나온 세 글자에 경악하며 숨을 멈췄
오후 내내 이어진 전공 학과 회의는 숨이 막힐 듯 지루하고 고압적이었다.은서는 회의실 테이블 끝자리에 허리를 꼿꼿하게 세운 채 반듯하게 앉아 있었다.자신보다 나이가 한참 많은 중년의 남자 교수들은 은서를 향해 교묘한 견제와 시기를 쏟아냈다.젊고 예쁜 여교수라는 타이틀은 그들의 알량한 자존심을 긁는 훌륭한 먹잇감이었다.학문적 성과를 칭찬하는 척하며 은근슬쩍 외모를 평가하거나 사적인 농담을 던지는 일은 비일비재했다.은서는 테이블 아래로 두 손을 꽉 맞잡은 채 완벽한 무표정을 유지했다.감정을 드러내는 순간 그들의 천박한 호기
그녀는 팔짱을 낀 채 서둘러 교실을 빠져나가는 은서의 쫓기는 듯한 뒷모습을 여유롭게 감상했다.덫에 걸린 먹잇감을 지켜보는 듯한 서늘하고도 끈적한 눈빛.지우의 주변으로 그녀 특유의 무겁고 짙은 머스크 향이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며 교실의 공기를 장악하고 있었다.연구실로 돌아온 은서는 문을 닫자마자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다리에 힘이 풀려 도저히 서 있을 수가 없었다.차가운 바닥에 주저앉은 채 그녀는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스타킹에 싸인 두 다리를 꽉 끌어안고 얼굴을 무릎에 묻었다.자신이 도대체 왜 이러는지 알 수 없었다.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