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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Author: ddingjak30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5-06 19:56:35

"너무 집중해서 손에 힘이 빠졌네요. 교수님 말씀이 워낙... 인상 깊어서요."

지우의 시선이 은서의 붉은 입술에서, 목 끝까지 채워진 단추로, 그리고 골반의 선을 따라 내려가 다리 사이의 틈에 노골적으로 머물렀다.

그건 분명 학생이 교수를 향해 보낼 수 있는 시선이 아니었다.

옷을 벗겨내고 살갗을 핥아 올리는 듯한, 끈적하고 숨 막히는 수컷의 시선.

하지만 그녀는 수컷이 아니라 여자였다.  

은서는 순간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기분 나쁜 오한을 느꼈다.

평생 느껴본 적 없는 불쾌한 감각이었다.

마치 은밀한 곳을 날카로운 무언가에 꿰뚫린 듯한 착각에, 은서는 저도 모르게 교탁 뒤로 몸을 반보 물러서며 두 다리를 빈틈없이 모아 붙였다.

허벅지 안쪽이 맞닿으며 스타킹의 거친 나일론이 예민한 살결을 스치고 지나가는 마찰감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은서는 뱃속에서부터 치밀어 오르는 알 수 없는 당혹감을 차가운 이성으로 짓눌렀다.

그녀는 다시 완벽한 통제력을 쥔 '정은서 교수'의 가면을 뒤집어썼다.

"본인의 감상 따위는 묻지 않았습니다."

은서의 눈빛이 면도날처럼 날카롭게 번뜩였다.

"대학은 기본적인 예의를 갖춘 지성인들이 학문을 논하는 자리입니다. 볼펜 하나 쥘 집중력도, 타인의 강의를 경청할 최소한의 매너도 갖추지 못했다면 당장 이 강의실에서 나가세요. 내 수업에 기본적인 통제력조차 없는 학생은 예외 없이 결석 처리합니다."

숨 막히는 정적.

학생들은 교수의 서릿발 같은 경고에 행여나 불똥이 튈까 고개를 푹 숙였다.

저 안하무인의 재벌 3세가 어떻게 반응할지 몰라 조마조마한 분위기가 맴돌았다.

그러나 지우는 화를 내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의 눈동자 깊은 곳에서 기이한 희열이 일렁였다.

'통제력.'

지우는 입안에서 그 단어를 느릿하게 굴려보았다.

고상하고 완벽해 보이는 당신이, 훗날 내 밑에서 그 '통제력'을 모두 잃은 채 무너져 다리를 벌리게 된다면 과연 어떤 표정을 지을까.

지우가 천천히 몸을 일으켜 세웠다.

큰 키가 만들어내는 서늘한 그림자가 주변을 압도했다.

그녀는 책상 위의 가방을 대충 어깨에 걸치더니, 은서를 향해 픽 웃으며 고개를 까딱였다.

"주의하겠습니다, 교수님."

비아냥거리는 듯한 짧은 대답을 남기고, 지우는 앞문을 향해 여유롭게 걸어 내려갔다.

지우가 계단을 내려와 교탁 앞을 지나쳐 가는 찰나의 순간, 짙고 무거운 머스크 향이 은서의 코끝을 확 찌르고 지나갔다.

젊고 뜨거운 살결의 체취가 뒤섞인, 어지러울 만큼 짙고 농밀한 향기였다.

쾅.

강의실 뒷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팽팽했던 긴장감이 그제야 탁 풀렸다.

은서는 굳은 표정으로 마이크를 다시 고쳐 잡았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강의를 재개하려 입을 열었지만, 교탁을 짚고 있는 하얀 손가락 끝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어디선가 스며든 지우의 지독한 머스크 향이 교탁 주변을 떠나지 않고 은서의 폐부를 끈적하게 맴돌고 있었다.

그 불쾌하고도 강렬한 향기에, 은서는 하복부 가장 깊은 곳에서 원인 모를 미세한 열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느끼며 무의식적으로 아랫입술을 짓깨물었다.

그것은 완벽했던 그녀의 유리성에 처음으로 돌이킬 수 없는 금이 가는 소리였다.

단정함의 붕괴는, 그렇게 소리 없이 시작되고 있었다.

며칠 후. 

챙, 채앵.

투명한 크리스털 와인잔이 가볍게 부딪히며 맑은 파열음을 냈다.

청담동에 위치한 최고급 프렌치 레스토랑의 프라이빗 룸.

완벽하게 방음 처리된 공간 안에는 오직 낮고 건조한 남자의 목소리와 식기가 부딪히는 소리만이 일정한 간격으로 울려 퍼지고 있었다.

"이번 학회 결과가 좋아서, 다음 달이면 부원장 자리가 확실하게 내정될 것 같아."

명망 있는 대학병원의 흉부외과 전문의이자, 은서의 남편인 최민호였다.

그는 미디엄 레어로 잘 구워진 스테이크를 정교하게 썰어 입에 넣으며 테이블 너머의 아내를 바라보았다.

"당신은 오늘 입은 그 남색 원피스가 참 잘 어울려. 피부가 하얘서 그런지 단정해 보이군."

칭찬의 형태를 띠고 있었지만, 그 눈빛에는 일말의 애정이나 온도조차 존재하지 않았다.

그것은 오직 자신이 소유한 값비싼 트로피의 광택을 확인하고 만족스러워하는 감정사의 건조한 시선에 불과했다.

은서는 나이프를 쥔 손에 가볍게 힘을 주며 입꼬리를 우아하게 끌어올렸다.

"고마워요. 당신도 오늘 넥타이가 잘 어울려요."

"병원장님이 다음 주 주말에 부부 동반 골프를 제안하시더군. 일정 비워둬."

기계적인 미소와, 기계적인 대답. 민호는 아내의 안부나 대학에서의 일과 따위는 궁금해하지 않았다.

그는 곧바로 화제를 병원의 정치 싸움과 자신의 성공 가도로 돌렸고, 은서는 적당한 타이밍에 고개를 끄덕이며 완벽한 '현모양처'의 껍데기를 연기했다.

타인의 눈에 비친 그들은 흠잡을 데 없는 엘리트 부부였다.

젊고 아름다운 교수 아내와, 전도유망한 차기 부원장 남편.

하지만 은서는 입안에서 씹히는 최고급 한우의 육즙이 마치 젖은 골판지처럼 퍽퍽하게 느껴졌다.

테이블 아래, 꼿꼿하게 세운 은서의 발끝이 스틸레토 힐 안에서 미세하게 곱은 채 굳어 있었다.

결혼 3년 차. 부부의 침실은 얼어붙은 지 오래였다.

민호는 피곤하다는 이유로, 혹은 내일의 중요한 수술을 핑계로 은서의 몸에 손끝 하나 대지 않았다.

한 침대에 누워 서로의 체온이 닿을 듯 말 듯 한 거리에서도, 그는 벽을 바라본 채 규칙적인 숨소리만 내뱉을 뿐이었다.

은서는 남편의 그 무미건조한 등짝을 바라보며 수많은 밤을 하얗게 지새워야 했다.

피부 밑에서부터 스멀스멀 기어오르는 원초적인 갈증, 여느 평범한 여자들처럼 안기고 짓눌리며 짐승처럼 헐떡이고 싶다는 그 질척한 욕정을, 은서는 스스로에 대한 혐오감으로 억누르며 차가운 이성의 벽장 속에 가두고 살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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