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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Author: 철이
다시 정신이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느껴진 것은 뼛속까지 파고드는 매서운 찬바람이었다.

조희진은 간신히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눈앞에는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높은 곳이 펼쳐져 있었다. 두 손은 굵은 밧줄에 단단히 묶여 조금도 움직일 수 없었다.

그녀의 곁에는 또 한 사람이 묶여 있었다.

화려한 궁복을 입은 채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조영지였다.

두 사람은... 성루 위에 묶여 있었다.

성루 아래에는 횃불이 환하게 타오르고 있었다.

그 아래로는 검은 물결처럼 빼곡히 늘어선 어림군(御林軍)이 살기를 머금은 채 진을 치고 있었고, 맨 앞에는 검은 평복 차림의 이정이 서 있었다.

나무처럼 곧고 늠름한 자태로 성루 위를 올려다보는 그의 얼굴은 서늘하게 굳어 있었지만, 시선만큼은 그녀들 두 사람에게서 한순간도 떨어지지 않았다.

“이정!”

성루 반대편에서 쉰 듯하면서도 광기 어린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조희진은 힘겹게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낡고 해진 곤룡포를 걸친 채 이성을 잃은 듯한 사내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그는 다름 아닌 폐태자 이헌이었다.

황위 다툼에서 패한 후 줄곧 유폐되어 있던 그가, 어찌된 일인지 이곳까지 탈출해 나온 것이었다.

“형제인 우리가 이런 방식으로 다시 만나게 될 줄은 누가 알았겠느냐!”

이헌은 미친 듯이 웃음을 터뜨렸다.

“이정, 네가 내 모든 것을 무너뜨렸다! 허니 오늘은 너 또한 가장 아끼는 이를 잃는 절망이 어떤 것인지 뼈저리게 느끼게 해주마!”

그는 밧줄에 묶인 두 사람을 가리켰다. 그의 눈빛에는 서늘한 광기와 독기가 서려 있었다.

“이 두 여인 중 한 명은 네가 그토록 연모하는 황후이고, 다른 한 명은 오랜 세월 너와 생사를 함께하며 너를 위해 모든 것을 내던진 귀비다! 이정, 과거 너는 내게 어머니와 태자비 중 하나를 택하라 했었지. 오늘은 내가 너에게 같은 선택을 내리게 해주마.”

“둘 중 한 사람만 살릴 수 있다! 네가 택하는 순간, 남은 한 사람은 이 자리에서 떨어져 비참한 최후를 맞게 될 것이다. 그리고 너는 평생 그 고통과 후회를 짊어진 채 살아가게 될 것이다!”

“어서 고르거라! 아우야!”

이헌이 광기 어린 웃음을 터뜨렸다.

“이 두 여인 중, 네가 더 중히 여기는 이는 과연 누구인가! 하하하!”

성루 아래는 죽은 듯 고요했다. 오직 매서운 바람 소리만이 허공을 가를 뿐이었다.

횃불 아래 드러난 이정의 얼굴은 얼음장처럼 굳어 있었다.

그는 두 주먹을 세게 움켜쥐었고, 손등 위로 푸른 힘줄이 선명하게 솟아올랐다.

그의 시선은 두 여인 사이를 끊임없이 오갔다.

조영지는 이미 혼비백산하여 평소의 위엄은 온데간데없이 눈물범벅이 된 채 처절하게 울부짖었다.

“폐하! 살려 주시옵소서! 폐하! 신첩 두렵사옵니다! 신첩은 죽고 싶지 않사옵니다, 폐하!”

반면 조희진은 그저 조용히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도 없었다. 두려움도 없었고, 살고자 하는 기대조차 없었다.

마치 눈앞의 모든 일이 자신과는 무관한 일인 듯 지나치게 평온했다.

다만 간혹 그녀의 시선은 성루 아래 한쪽을 향했다. 그곳은 궁을 벗어나는 길이었고... 강남으로 향하는 길이기도 했다.

이정의 시선은 결국 조희진의 평온한 얼굴에 머물렀다.

그는 얼마 전 자신이 했던 약조를 떠올렸다.

‘다음에는 반드시 너를 택하리라.’

순간, 그의 심장이 알 수 없이 조여 들었다.

조영지의 울부짖음은 더욱 처절해졌다.

“폐하! 폐하께서는 오직 신첩만을 연모하신다고 하셨사옵니다! 평생토록 신첩을 지켜 주겠다 약조하셨사옵니다! 폐하!”

이정은 두 눈을 지그시 감았다.

다시 눈을 떴을 때, 그의 눈빛에는 제왕으로서의 단호한 결단과 자신조차 깨닫지 못한 회피의 기색이 희미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그는 속으로 되뇌었다.

‘조희진… 그녀라면 괜찮을 것이다. 언제나 그랬듯 강했고, 누구보다 잘 견뎌 온 사람이었으니까.

이번 한 번만 더 짐이 그녀에게 빚을 진 셈 치자.

다음에는, 다음에는 반드시...’

이정은 천천히 손을 들어 성루 위의 조영지를 가리켰다.

비록 목소리는 쉬어 있었으나, 그의 말은 거센 바람 소리를 뚫고 또렷하게 울려 퍼졌다.

“짐은 황후를 택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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