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그 대화가 있은 지 이틀이 지났지만, 빅터의 말은 타라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몇 번이고 머릿속에 떠올랐다. 특히 자신과 아이의 곁에 있고 싶다는 말, 자신이 그럴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지켜 주고 싶어서라는 그의 말이 그랬다.
타라는 왜 그 단순한 말이 계속 떠오르는지 알 수 없었다. 어쩌면 빅터가 그녀에게 대답을 강요하지 않고 그런 말을 했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아니면 그동안 자신에게 무언가를 요구하며 다가온 사람들에게 너무 익숙해져 있었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그들은 자신이 곁에 남을 가치가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는 듯 행동했다.
빅터는 달랐다. 그는 그저 자신을 내어주고, 받아들일지 말지는 타라에게 맡겼다.
“타라 아가씨, 도착했습니다.” 이번에는 타라와 리오라의 임시 구치소 방문에 동행한 애시본 가문의 운전기사가 말했다.사흘 뒤 열릴 선고 공판에 앞서, 카라와 헬레나의 요청에 따라 그들을 만나기 위해서였다.타라는 길게 숨을 들이마신 뒤 천천히 내쉬었다. 그녀의 옆에는 리오라가 얌전히 앉아 있었다. 타라는 확신할 수 있었다. 어린 소녀 역시 긴장하고 있을 터였다. 아침부터 리오라는 오늘 정말로 카라 엄마와 할머니를 만나는 게 맞느냐고 몇 번이고 물어본 뒤, 다시 한 번 물어보기까지 했다.“준비됐어?” 타라가 차 안의 침묵을 깨며 물었다.“응, 엄마.” 리오라가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곧 차 문이 열렸다. 임시 구치소 건물이 그들 앞에 선명하게 보였다. 타라는 천천히 차에서 내려 발걸음을 조심했고, 리오라도 망설임 없이 내릴 수 있도록 살폈다.“마커스 님께서 안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타라 아가씨.” 운전기사가 다시 말했다.타라는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한 뒤 리오라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건물의 정문을 향해 걸어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방문 목적을 설명하고, 마침 한 수사관과의 대화를 마친 마커스와 만난 뒤 타라
그 대화가 있은 지 이틀이 지났지만, 빅터의 말은 타라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몇 번이고 머릿속에 떠올랐다. 특히 자신과 아이의 곁에 있고 싶다는 말, 자신이 그럴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지켜 주고 싶어서라는 그의 말이 그랬다.타라는 왜 그 단순한 말이 계속 떠오르는지 알 수 없었다. 어쩌면 빅터가 그녀에게 대답을 강요하지 않고 그런 말을 했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아니면 그동안 자신에게 무언가를 요구하며 다가온 사람들에게 너무 익숙해져 있었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그들은 자신이 곁에 남을 가치가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는 듯 행동했다.빅터는 달랐다. 그는 그저 자신을 내어주고, 받아들일지 말지는 타라에게 맡겼다.타라는 빅터가 정말 진지하다는 것을 조금씩 깨닫기 시작했다. 그 대화 이후에도 남자는 지나치게 달라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회사에서 빅터는 여전히 예전과 같았다. 직원들 앞에서는 여전히 그녀를 동료로 대했고, 다른 사람들이 두 사람의 관계를 오해할 만한 행동도 전혀 하지 않았다.하지만 단둘이 있을 때면 작은 배려들이 조금 더 선명하게 느껴졌다.“밥은 먹었어?”어느 날 점심 무렵, 빅터가 노트북 앞에서 여전히 일을 하며 애시본 그룹과 다른 고객사 간의 새로운 협력에 관한 여러 서류를 처리하고 있는 타라를 보며 물었다.
“많은 선택지 가운데 너는 좋은 일을 하기로 선택했어. 그리고 나는 네 편이야.”“고마워, 아빠—”“빅터.”빅터가 곧바로 말을 끊었다.타라가 그를 바라보았다.“우리 둘만 있을 때마다 왜 내가 어떻게 불러 달라고 했는지 잊어버리는 거야?”빅터가 눈썹을 치켜올렸다.“나는 네 아버지도, 장인도 아니잖아?”타라가 작게 웃었다.“알겠어.”결국 타라가 양보했다.“고마워, 빅터. 나한테 보내 준 모든 지원에 대해서.”빅터의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적어도 오늘 네가 만들어
“왜 이렇게 오래 걸리지.”빅터가 무심코 중얼거렸다. 그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다시 보호시설 정문을 향한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곳은 아드리안이 형을 살고 있는 구치소였다.타라가 구치소 안에 있는 동안, 빅터는 입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주차된 차 안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길버트는 앞좌석에 앉아 있었고, 빅터는 뒷좌석에 있었다. 벌써 두 시간이 다 되어 가고 있었지만, 그는 지금까지 몇 번이나 손목시계를 확인했는지 알 수 없었다. 이따금 그의 시선은 구치소 입구로 향했다. 마치 타라가 어서 모습을 드러내기를 바라는 듯했다.계속 그 모습을 지켜보던 길버트가 마침내 옅게 미소 지었다.“벌써 몇 번이나 시계를 보셨습니다.”빅터가 그를 힐끗 바라보았다.“그래?”“네.”길버트가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아마 곧 타라 아가씨와 리오라 아가씨가 나오실 겁니다. 따라가 보시겠습니까? 혹시 무슨 안 좋은 일이라도 생겼을까 걱정되시는 겁니까?”
아드리안은 자신이 제대로 들은 것이 맞는지 믿을 수 없다는 듯 타라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가에서 다시 눈물이 흘러내렸다.타라는 천천히 숨을 들이마셨다.“하지만 용서한다고 해서 잊는 건 아니에요.”그녀의 목소리에는 분노가 없었다.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그 말이 더욱 무겁게 느껴졌다.“여러분을 미워하는 걸 멈출 수는 있어요. 그 모든 일이 이미 일어났고 다시는 바꿀 수 없다는 것도 받아들일 수 있어요. 하지만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모든 걸 기억에서 지워 버릴 수는 없어요.”타라는 차분하게 아드리안을 바라보았다.“너무 깊이 남은 일들은 잊을 수 없으니까요.”아드리안은 다시 고개를 숙였다. 반박하려 하지 않았다. 처음으로 그는 사과만으로는 자신들이 망가뜨린 것을 되돌릴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타라는 곧 레너드에게 시선을 돌렸다.“그리고 두 분이 계속 죄책감 속에서 살아가는 것도 원하지 않아요. 이미 일어난 일은 매일 스스로를 벌한다고 해서 달라지지 않으니까요.”레너드는 잠시 눈을 감았다. 그 말이 오히려 그의 가슴을 더욱 아프게 했다. 타라가 차분하게 그런 말을 할 수 있기까지 얼마나 긴 길을 걸어왔는지, 그 말 너머로 느껴졌기 때문이다.타라는 곧 리오라에게 손을 내밀었다.“가자. 우리 집에 가자.”리오라는 곧바로 타라의 손을 잡았다.돌아서기 전, 타라는 다시 아드리안과 레너드를 잠시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증오가 없었다. 하지만 마침내 가족을 되찾은 아이에게서 볼 법한 따뜻함 또한 없었다.타라가 막 문에 다다랐을 때, 레너드의 목소리가 그녀의 발걸음을 멈춰 세웠다.“타라…… 잠깐만.”타라가 멈췄다. 여전히 리오라의 손을 잡고 있었지만,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다. 레너드는 그녀에게서 몇 걸음 떨어진 곳에 서 있었다. 얼굴은 여전히 눈물로 젖어 있었고, 아드리안은 그저 그 자리에 말없이 서 있었다. 레너드의 눈빛에 담긴 무언가가 타라로 하여금 결국 리오라의 손을 수전에게 건네게 했다.“리오라, 수전과 함께 밖에서 잠깐 기다리고 있어
아드리안은 여전히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처음 떨어진 눈물은 곧이어 또 다른 눈물로 이어졌다. 그는 손등으로 눈물을 닦아내려 했지만, 참으려 할수록 숨을 가누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가슴이 무겁게 오르내리는 가운데 리오라의 목소리가 계속해서 머릿속에 맴돌았다.“난 엄마 타라를 만날 수 있어서 정말 행운이야.”그 말이 다시 한번 머릿속에서 울려 퍼졌다.아드리안은 눈을 질끈 감았다. 수년 동안 그는 타라를 그렇게 대할 만한 이유가 있다고 늘 생각했다. 타라가 좋은 사람이라는 건 아드리안도 인정했다. 하지만 그의 눈에 타라는 그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발판일 뿐이었다. 그런데 지금, 고작 일곱 살인 아이가 그에게 자신이 한 번도 보고 싶어 하지 않았던 무언가를 보여 주었다.타라는 자신이 생각했던 것만큼 나쁜 사람이 아니었다. 오히려 자신이 너무 눈이 멀어 그것을 보지 못했던 것이다.“내가…….”아드리안의 목소리가 막혔다. 숨을 들이마시려 했지만 목구멍이 너무나 무거웠다.“네가 엄마 타라에 대해 이런 말을 할 줄은 몰랐어.”리오라는 젖은 뺨을 손으로 닦으며 그를 바라보기만 했다.“난 내가 아는 걸 말했을 뿐이야, 아빠.”그 단순한 대답에 아드리안은 다시 고개를 숙였다. 리오라는 누군가의 부탁을 받고 타라를 감싸는 것이 아니었다. 그저 그 여자와 함께 살아오면서 자신이 느낀 것을 말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렇기에 아드리안은 더 이상 어떤 이유 뒤에도 숨을 수 없었다.테이블 건너편에서 레너드는 지금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남자의 얼굴에서도 어느새 눈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그는 고개를 숙이고 한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손녀가 타라를 감싸는 말을 들어서만은 아니었다. 처음으로 그는 자신의 딸이 어떻게 대우받았는지를 한 아이의 시선으로 직접 듣고 있었다.그동안 레너드는 자신이 타라를 잘 안다고 생각했다. 딸이 어떻게 공부했는지, 얼마나 열심히 일했는지, 가족에게 인정받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알고 있었다. 타라는 그 모든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