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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필요 없고 딸만 데려갈게요
당신은 필요 없고 딸만 데려갈게요
作者: 안개자욱

제1화

作者: 안개자욱
결혼한 지 7년이 된 강윤서는 남편 몰래 아이를 낳았고 그 아이가 이제는 다섯 살이 되었다.

그러나 강윤서의 남편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강윤서는 남편 박태경에게 아이의 아빠로 살 기회를 줄 생각이 없었다.

야간 근무를 하던 강윤서는 다른 도시에서 살고 있는 딸이 보낸 음성메시지를 클릭했고, 이내 귀엽고 앳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엄마, 우리 아빠는 어디 있어요? 아빠는 죽은 거예요?”

강윤서는 진지하게 생각해 봤다.

비록 죽지는 않았지만 죽은 것과 다를 바 없긴 했다.

권하람은 최근 들어 호기심이 많아지기 시작하면서 조그마한 머릿속에 고민이 하나둘 자리잡기 시작했다.

이를테면 왜 자신은 아빠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는지 궁금했다.

권하람의 커지는 호기심에 강윤서는 진지하게 박태경에게 사실 두 사람 사이에 다섯 살 된 아이가 있다는 사실을 털어놓을지를 고민했다. 지금 그 사실을 털어놓는다면 박태경은 육아 시절의 고생을 겪지 않고 편하게 아빠가 될 수 있었다.

채팅창을 끈 뒤 강윤서는 시간을 계산해 봤다.

그녀와 박태경에게 남은 시간은 겨우 석 달뿐이었다.

강윤서는 신중하게 말을 고른 뒤 대화를 나눈 기록이 거의 없다시피 한 남편 박태경과의 채팅창에 글을 적기 시작했다.

[만약 우리 사이에 아이가 생긴다면 어떻게...]

그러나 메시지를 보내기도 전에 문이 벌컥 열리며 간호사가 안으로 들어와 다급한 목소리로 그녀를 불렀다.

“강 선생님, 응급 환자예요. 임신 초기인데 무리하게 관계를 가져서 황체 낭종이 파열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해요!”

강윤서는 곧바로 휴대폰을 끄고 자리에서 일어나 간호사와 함께 빠르게 밖으로 나갔다. 그녀는 미간을 찌푸린 채 말했다.

“정말 황당하네요. 임신 초기에는 절대 관계를 가지면 안 되는데 그걸 못 참아서...”

간호사가 병실 커튼을 열어젖히자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그 순간 강윤서는 미처 못다 한 말을 속으로 삼켰다.

그녀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의아한 표정으로 상대의 이름을 불렀다.

“서다빈 씨?”

서다빈은 곧 박태경의 제수가 될 사람이었다.

서다빈은 강윤서를 보자 아주 잠깐 흠칫했지만 그녀의 말에 대꾸하지 않았다.

강윤서는 자연스럽게 환자의 상태를 살폈다.

서다빈은 박태경의 사촌 동생과 약혼한 사이였는데 박태경의 사촌 동생은 5개월 전 회사 장부에 문제가 생겨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고 현재는 수감되어 있었다.

서다빈은 아직 배가 평평해서 겉으로 봐서는 임신 여부를 알 수가 없었다. 만약 정말 임신이라고 해도 임신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것이다.

약혼자의 아이라기에는 시기가 맞지 않는데, 그렇다면 대체 누구의 아이일까?

그러나 강윤서는 다른 사람의 사생활을 굳이 캐내려고 하는 사람이 아니었기에 빠르게 의료용 장갑을 끼며 말했다.

“일단 누워 있어요. 검사 한 번 해볼게요.”

그런데 서다빈이 갑자기 몸을 일으켜 앉더니 강윤서의 등장이 불만스러운 듯 말했다.

“됐어요. 저 다른 병원에 갈 거예요.”

간호사가 곧바로 난처한 표정으로 강윤서를 바라봤다.

강윤서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몸이 망가지는 걸 원치 않는다면 그냥 누워 계시는 게 좋아요. 일단 기본적인 검사만 해드릴게요.”

서다빈은 강윤서의 차분하고 고고한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아 인상을 찌푸렸다.

강윤서는 그 뒤로 말을 아꼈다. 의사로서 환자의 상태를 살피는 걸 지체할 수 없었기에 그녀는 허리를 숙이며 서다빈의 옷을 올리려 했다.

그러자 서다빈이 입꼬리를 비틀어 올리며 강윤서의 손을 쳐냈다.

팍.

힘을 많이 준 건지 꽤 아팠다.

고개를 숙인 강윤서는 자신의 빨개진 손등을 보았다.

그런데 강윤서가 반응을 보이기도 전에 서다빈이 갑자기 한결 부드러워진 목소리로 그녀의 뒤를 바라보며 말했다.

“태경 오빠...”

익숙한 이름이 들리자 강윤서는 손등의 통증도 잊은 채 고개를 돌렸다.

남자는 침착하고 단정한 걸음으로 다가왔다. 코트는 팔에 걸쳐져 있었고 훤칠한 몸에서는 고급스러운 분위기가 느껴졌다. 남자는 성큼성큼 걸어오다가 강윤서에게 시선을 주었다.

그러나 그것도 아주 잠깐이었다. 남자는 멈추지 않고 걸어오며 이내 차가운 얼굴로 강윤서에게서 시선을 뗐다.

그는 마치 지나가는 행인처럼 강윤서를 지나쳐 서다빈에게로 걸어갔다.

그의 낮은 목소리에서 걱정스러움이 전해졌다.

“어떻게 된 거야?”

강윤서는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서다빈의 보호자로 병원에 온 사람이 그녀와 비밀리에 결혼한 지 7년 된 남편일 줄은.

서다빈에게만 온 신경을 쏟아붓는 박태경의 모습을 본 순간, 강윤서는 박태경이 조금 전 서다빈이 그녀의 손을 힘껏 쳐내는 걸 보았을지 궁금해졌다.

박태경이 자신을 걱정하는 모습을 보이자 서다빈은 얼어붙은 강윤서를 힐끗 바라봤다.

그러고는 이내 고개를 들어 자신을 걱정하는 박태경을 바라보며 마치 연인처럼 애교 섞인 목소리로 앙탈을 부렸다.

“오빠도 알잖아. 나 배 아파서 병원에 온 거.”

서다빈의 말에 근처에 있던 의료진들은 곧바로 상황을 눈치챘다.

서다빈과 무리하게 관계를 가진 남자는 바로 박태경일 것이다.

박태경은 부인하지도, 해명하지도 않았다.

강윤서는 완전히 얼어붙어 그저 그 광경을 가만히 바라볼 뿐이었다.

박태경이 곧 자신의 제수가 될 서다빈에게 다정히 구는 모습을 말이다.

박태경은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사람이었지만 강윤서는 타고난 여자의 직감으로 둘 사이의 미묘함을 바로 눈치챌 수 있었다.

서다빈은 입에 담기 민망한 이유로 응급실에 실려 왔는데 박태경은 그걸 알고 있었다.

그 순간 강윤서는 온몸의 피가 식는 것 같았다.

예전에는 박태경이 무심한 성격을 타고났을 뿐, 타인을 사랑할 줄 모르는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보니 박태경은 그저 그녀가 아닌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강윤서는 지금 이 상황이 터무니없게 느껴져서 헛웃음이 나올 것 같았다.

바보가 아닌 이상 오늘 밤 서다빈과 무리하게 관계를 가진 사람이 박태경이라는 것은 모두가 알 수 있었다.

강윤서가 오래도록 움직이지 않자 박태경은 그제야 천천히 그녀를 바라봤다.

박태경의 가시처럼 날카로운 눈빛에 강윤서는 문득 정신이 들었다.

서다빈의 몸 상태를 확인해 보려고 장갑을 낀 강윤서의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조금 전 서다빈에게 맞았던 손등에서 서서히 독이 퍼져 나가서 잠시 머릿속이 새하얘진 것만 같았다.

바람을 피운 게 확실한 데 굳이 재차 확인할 이유는 없었다. 그것은 치욕적이고 굴욕적인 일이니 말이다.

서다빈은 박태경이 강윤서를 완전히 남처럼 쳐다보자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제안했다.

“오빠, 나 다른 병원에 갈래. 더 큰 병원으로 데려다줘.”

“알겠어.”

박태경은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서다빈의 부탁이라면 뭐든 들어줄 것처럼 말이다.

두 사람 사이에 다른 사람이 끼어들 자리는 없어 보였다.

한때 박태경을 깊이 사랑했던 강윤서가, 오랫동안 그의 아내로서 살아온 강윤서가 그걸 눈치채지 못할 리가 없었다.

가슴이 조각조각 찢겨나가는 기분이 들었다.

조금 전 더 큰 병원에 가겠다는 서다빈의 말은 강윤서의 실력을 노골적으로 무시하는 말이었다.

박태경은 빠르게 서다빈을 위해 절차를 밟았다.

그는 끝까지 강윤서에게 말 한마디 건네지 않았고, 부끄러워하지도 않았다.

두 사람이 떠난 뒤에도 강윤서는 한동안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모든 걸 지켜본 다른 의료진들은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세상에. 요즘 젊은 사람들은 정말 기력이 넘치네요.”

한 간호사가 부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런데 아까 그 남자 진짜 잘생긴 것 같지 않아요? 분명 체력도 엄청 좋을 거예요.”

강윤서는 고개를 숙인 채 무심한 표정으로 조용히 장갑을 벗으며 말했다.

“과연 그럴까요?”

간호사는 그 말의 미묘함을 눈치채지 못한 채 뭔가 떠오른 듯 강윤서에게 다가가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참, 강 선생님. 선생님도 결혼한 지 꽤 됐잖아요. 그런데 선생님이 아이 얘기를 하는 건 한 번도 못 들어본 것 같아요.”

강윤서는 장갑을 쓰레기통 안에 던져 넣으며 대답했다.

“남편이 발기부전이라 치료를 받고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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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신은 필요 없고 딸만 데려갈게요   제30화

    박태경은 그대로 몸을 돌려 서재 안으로 들어갔다.400억.서다빈 비위를 맞추기 위해서라면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쓸 수 있는 돈이었다.‘기다리지 말라고? 웃기네.’강윤서가 집을 나온 지도 벌써 며칠째였다. 그런데도 박태경은 아직 그 사실조차 제대로 모르는 것 같았다. 얼마나 무관심해야 이 정도까지 될 수 있는 건지, 강윤서는 오히려 웃음이 날 지경이었다.그녀는 가족사진을 챙긴 뒤 그대로 집을 나섰다.다시 차에 올라 시동을 걸었지만 엔진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몇 번이나 다시 시도했지만 결과는 같았다. 사람이 힘들 때는 차까지 말을 안 듣는다더니 시계를 보니 어느새 밤 8시를 막 넘긴 시간이었다.강윤서는 결국 차에서 내려 상태를 살펴봤지만 딱히 손쓸 방법은 없었다.그때였다.서재에서 나온 박태경이 그 모습을 발견했다. 그는 강윤서가 저 차를 결혼 초부터 계속 몰고 다녔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있었다.박태경은 차에 올라 기사에게 옆으로 천천히 세우라고 지시했다. 그리고 창문을 내린 채 담담하게 말했다.“병원 가? 타. 가는 길이야.”강윤서는 돌아보며 그를 바라봤지만 별다른 반응은 하지 않았다.박태경은 그녀 얼굴을 한번 흘끗 보더니 기사에게 말했다.“문 열어드려.”기사는 곧바로 내려와 뒷문을 열었다.“사모님, 타세요.”박태경이 이렇게까지 자상하게 나오는 건 뜻밖이었다. 하지만 상황을 생각하면 선택지도 많지 않았다. 차는 고장 났고 이곳은 사유지 안이라 택시도 쉽게 잡히지 않았다. 밖으로 나가려면 한참을 걸어야 했다. 괜히 그와 기싸움을 하다가 혼자 고생할 이유는 없었다.강윤서는 결국 차에 올라탔다.그녀는 박태경과 나란히 뒷좌석에 앉았다. 멀지 않은 거리였지만 이상할 정도로 어색한 공기가 흘렀다. 박태경은 시종일관 고개를 숙인 채 아이패드를 들여다보고 있었고 먼저 대화를 꺼낼 생각은 없어 보였다.오히려 그편이 강윤서에게는 편했다. 그녀 역시 조용히 창밖만 바라보며 시간을 흘려보냈다.사유지를 빠져나오는 데만 거의 20분이 걸렸다. 막 큰

  • 당신은 필요 없고 딸만 데려갈게요   제2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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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윤서는 고개를 살짝 갸웃했다.“누구요?”안내실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소파에 앉아 있는 서다빈을 본 강윤서는 바로 상황을 짐작했다.서다빈은 다리를 꼰 채 단정하게 앉아 있다가 인기척에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강윤서가 나타난 걸 보고도 전혀 놀란 기색이 없었다. 마치 당연히 올 줄 알았다는 얼굴이었다.그녀는 곧바로 입을 열었다.“계약금 넣은 그 집, 내가 마음에 들었어요. 얼마면 되는지 말해봐요. 내가 살게요.”조금의 돌려 말하기도 없었다. 세상 모든 것이 당연히 자신에게 양보 되어야 한다는 듯한 태도였다.강윤서는 피식 웃었다.“뭐든 직접 맛을 봐야 직성이 풀리나 보네요. 그럼 다음엔 분뇨차라도 몇 대 집 앞으로 보내드릴까요? 그것도 한번 체험해 보시게.”순간 서다빈 얼굴이 굳었다.‘지금 나보고 똥 먹으라는 건가?’그녀는 미간을 찌푸리며 차갑게 비웃었다.“천하고 상스럽기는. 태경 오빠가 당신 거들떠보지도 않는 이유를 알겠네요.”그러고는 싸늘한 눈빛으로 강윤서를 바라봤다.“딱 한 번만 물을게요. 양보할 거예요, 말 거예요?”상의가 아니라 통보에 가까운 말투였다. 조금의 여지도 없는 냉정한 목소리였다.게다가 이제는 서다빈 정체까지 알게 된 상태였다. 강윤서가 좋은 얼굴을 해줄 이유는 더더욱 없었다.강윤서는 곧장 담당 직원 조성훈을 돌아봤다.“지금 바로 계약서 쓰죠.”서다빈 말은 들은 척조차 하지 않았다.조성훈은 난처한 표정으로 서다빈 눈치를 한번 흘끗 살폈다. 그는 서다빈을 알고 있었다. 요즘 한의학 프로그램에 자주 출연하는 유명 의사였고 집안 배경 역시 만만치 않은 사람이었다.조성훈은 목소리를 낮춰 슬쩍 귀띔했다.“강 선생님, 혹시 모르실 수도 있어서 말씀드리는데요. 저분이 박씨 가문 사모님이십니다. 박씨 가문 아시죠? 국내에서도 손꼽히는 재력가 집안에 금융계 큰손으로 유명한 박 대표님 부인이세요. 괜히 척지지 않으시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순간 강윤서 미간이 천천히 좁혀졌다.서다빈 역시 그 말을 들은 듯 입꼬리를 아

  • 당신은 필요 없고 딸만 데려갈게요   제2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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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신은 필요 없고 딸만 데려갈게요   제2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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