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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作者: 안개자욱
그 높지도 낮지도 않은 웃음소리가 날카로운 가시처럼 강윤서의 가슴에 깊숙이 박혔다.

서다빈은 강윤서가 김혜민에게 뺨을 맞는 비참한 모습을 봤고, 아주 당당하게 그녀를 비웃었다.

심지어 박태경이 그녀를 전혀 감싸주지 않는 모습까지 전부 보았다.

이미 박태경과 이혼하려고 결심했음에도 내연녀인 서다빈에게 그런 모습을 보이는 건 견딜 수 없을 만큼 치욕스러운 일이었다.

박태경은 차가운 눈빛으로 김혜민을 바라보더니 서다빈에게 이따 다시 얘기하자고 말하고는 영상통화를 끊었다.

파문 하나 일지 않는 눈빛이 강윤서의 붉어진 뺨을 스쳐 지나가 김혜민에게 고정되었다. 박태경은 싸늘한 목소리로 물었다.

“이건 무슨 상황이죠?”

박태경은 강윤서에게 괜찮은지 묻지조차 않았다.

강윤서는 애초에 박태경 얼굴에서 자신을 걱정하는 기색 같은 걸 기대하지도 않았다.

지난 7년 동안 그의 무관심에 익숙해졌으니 그런 걸 기대할 리가 없었다.

김혜민은 박태경의 눈을 바라보자 괜히 움찔했다.

강윤서는 박태경의 아내이고, 그녀가 강윤서의 뺨을 때린 건 박태경의 체면을 건드린 것과 다름없었다.

박태경이 아무리 아내를 신경 쓰지 않는다고 해도 자신의 체면만큼은 중요하게 생각할 것이다. 어쩌면 박태경에게는 자신의 체면이 강윤서보다 훨씬 더 중요할지도 몰랐다.

그런 생각이 들자 김혜민은 곧바로 강윤서를 손가락질하며 말했다.

“이게 다 강윤서 때문이야. 네가 서다빈이랑 같이 병원에 간 사실이 알려졌어. 그 병원이 강윤서가 다니는 병원이잖아! 당연히 강윤서가 한 짓이겠지. 그 게시물에 역겨운 말들이 가득 적혀 있었어. 서다빈이 네 아이를 가졌다느니, 둘이...”

김혜민은 차마 말을 잇지 못하고 그저 강윤서를 노려보기만 했다.

서다빈은 김혜민 아들의 약혼녀이고 결혼식을 올릴지 말지 아직 제대로 얘기를 나눈 적도 없는 상태이다.

그래서 이 사건으로 그들은 체면을 구기게 되었다.

‘앞으로 어떻게 사람들을 만나고 다녀? 사람들이 얼마나 비웃겠어?’

김혜민은 아직도 아이를 갖지 못한 강윤서를 무능하다고 생각했다.

7년 동안 결혼 생활을 했으면서 남편 마음 하나 붙잡아두지 못했고, 그 탓에 박태경이 그녀의 아들과 결혼할 예정이었던 여자와 바람이 났으니 말이다.

강윤서는 조금 놀랐다.

그녀는 서다빈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하겠다는 말만 했었지, 실제로 그런 글을 올린 적은 없었다.

그런데 이렇게 절묘한 타이밍에 글이 올라왔으니 그녀가 한 짓처럼 보일 만도 했다.

강윤서는 휴대폰으로 검색해 봤고 실제로 그 글을 보게 되었다.

글쓴이는 단어 하나하나 꽤 신중하게 고른 듯했고 박태경과 서다빈을 마치 비극적인 순애처럼 포장해 놓았다.

강윤서는 자기도 모르게 박태경을 돌아봤다가 그제야 그가 자신을 계속 지켜보고 있었다는 걸 발견했다.

다음 순간, 박태경은 마치 남 일인 것처럼 물었다.

“그렇게 걔가 신경 쓰여?”

박태경은 별말 하지 않았지만 강윤서는 그가 어떠한 의도로 그런 얘기를 했는지를 금방 눈치챘다.

박태경은 그녀가 질투심 때문에 서다빈에 관한 루머를 퍼뜨린 거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억울하게 누명을 쓰게 된 상황에 강윤서는 표정 관리를 하기 힘들었다.

“저였다면 이렇게 둘 사이를 예쁘게 포장할 리가 없죠.”

강윤서가 그들의 관계를 아름다운 단어로 미화할 리가 있겠는가?

그러나 김혜민은 믿지 않았다.

“당연히 대놓고 욕하지는 못하겠지. 너는 태경이한테 버림받고 싶지 않을 테니까!”

박씨 가문 사람들 중에 강윤서가 박태경 없이는 못 산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강윤서는 김혜민의 말을 듣고 굉장히 불쾌해했다.

그러나 그보다 더 비참한 것은 그 말에 반박할 수가 없다는 점이었다.

과거의 강윤서는 오로지 박태경만 바라보고 살았고 그를 위해 자신의 자존심까지 전부 내다 버렸었다.

박태경은 강윤서를 조용히 바라봤다.

그는 강윤서가 변명하든 말든 관심이 없었다. 그저 그녀의 붉어진 뺨을 보고 고개를 돌려 가정부 김명희에게 말했다.

“윤서한테 얼음팩 좀 가져다주세요.”

김명희는 옆에서 구경하고 있다가 그제야 정신이 들어 서둘러 얼음팩을 가지러 갔다.

잠깐 아무 생각도 할 수 없던 강윤서는 그 말을 듣고 정신을 차렸다.

박태경이 자신을 신경 쓰든 말든 그녀는 더 이상 마음에 아무런 파문이 일지 않았다.

그녀가 보기에 박태경의 배려는 진심에서 우러나온 다정함이나 걱정이 아니라, 그저 어려서부터 몸에 밴 교양일 뿐이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허울뿐인 자상함이었다.

뭔가에 의미 부여를 하는 것은 스스로를 괴롭히는 지름길이었다.

박태경은 김혜민을 바라보며 제안했다.

“일이 커지면 좋을 게 없으니 박씨 가문의 명예를 생각한다면 다빈이랑 재원이 파혼시키고 대외적으로는 아예 약혼한 적이 없다고 발표하세요.”

김혜민의 표정이 굳었다.

그녀는 박태경이 이런 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할 줄은 몰랐다.

원래는 따지러 온 것인데 지금 상황에서는 달리 방법이 없었다.

강윤서는 얼음팩을 쥔 채 박태경의 차갑고 고고한 얼굴을 바라봤다.

그녀는 그제야 박태경의 진짜 목적을 깨닫게 되었다.

이 사건으로 박태경은 서다빈을 파혼시켜 앞으로 서다빈과 당당하게 결혼할 생각일 것이다.

박태경은 이미 서다빈과 결혼하고 싶어서 안달 난 상태였다.

“아주머니, 손님 배웅하세요.”

박태경은 애초에 김혜민과 상의할 생각이 없었다.

그는 그렇게 말한 뒤 알 수 없는 눈빛으로 강윤서를 바라본 후 위층으로 올라갔다.

김혜민은 화가 나서 씩씩댔지만 곧 박씨 가문을 장악하게 될 후계자에게 대놓고 화를 낼 수는 없었기에 떠나기 전 화풀이하듯 강윤서를 매섭게 노려보며 말했다.

“전업주부는 진짜 아무짝에도 쓸모없다니까. 할 줄 아는 게 집안일 말고 뭐가 있어? 그리고 얼굴이 예쁘면 뭐 해. 능력도, 눈치도 서다빈 발끝도 못 따라가니까 버림받지. 강윤서, 그러니까 네가 안 되는 거야.”

강윤서는 반박하고 싶은 마음도 들지 않았다.

그저 그동안의 의미 없는 헌신과 헛된 기대가 사랑에 눈이 멀어 저지른 미친 짓처럼 느껴질 뿐이었다.

강윤서는 화장실로 들어갔다.

김혜민의 손이 거의 스치다시피 했는데도 피부가 워낙 흰 탓에 뺨이 붉게 부었다.

강윤서는 김혜민의 손이 닿았던 피부를 깨끗한 물로 씻어낸 후 잠시 생각을 정리했다.

그녀는 병원 응급실에서 있었던 일을 폭로했다는 누명을 쓰고 싶지는 않았다.

김명희에게 물어보니 박태경은 다시 침실로 들어갔다고 했다.

이번에 강윤서는 노크를 했다. 어차피 앞으로는 그녀의 집이 아닐 테니 손님으로서 예의는 지켜야 했다.

문은 살짝 열려 있었고 안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잠시 기다리자 그제야 안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작은어머니가 강윤서를 찾아갔지?”

최미진의 목소리가 휴대폰 너머에서 흘러나왔다.

박태경은 욕실에서 나와 서랍 앞으로 걸어간 뒤 허리를 숙이고 뭔가를 찾았다.

“네.”

“너랑 다빈이가 같이 산부인과에 갔다는 소문 말이야. 그거 네가 퍼뜨린 거니, 아니면 다빈이가 퍼뜨린 거니? 강윤서한테 누명을 씌워서 화살을 돌릴 생각이었던 거지?”

그 말에 강윤서는 흠칫했다.

이렇게 우스운 이유일 줄은 생각도 못 했다.

강윤서는 그들의 뒤틀린 관계를 위한 방패막이였던 것이다.

그러나 박태경은 그 말에 대꾸하지 않았다.

그것이 묵인인지, 아니면 굳이 대답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해서 대답하지 않은 건지는 알 수 없었다.

최미진이 웃으며 말했다.

“어차피 일이 크게 번질 리도 없어. 조짐이 보이면 바로 막으면 되니까. 그리고 강윤서는 너라면 간이고 쓸개고 다 빼줄 애니까 신경 쓰일 만한 일은 만들지 않을 거야.”

“알아요.”

박태경은 그제야 무심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가 최미진이 한 말들 중 어느 부분에 동의한 건지는 알 수 없었다.

문밖에 서 있던 강윤서는 조용히 주먹을 쥐었다.

그녀는 황급히 고개를 젖히며 감정을 추슬렀다.

그리고 박태경이 요구한 대로 문을 두드릴 생각을 하지 않고 그냥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소리가 들리자 박태경은 말없이 뒤를 돌아봤다.

전화는 이미 끊긴 상태였다.

강윤서는 박태경에게 시선 한 번 주지 않았고, 누명을 썼다는 사실을 굳이 밝히지도 않았다. 자신에게 누명을 씌운 사람 앞에서 해명하는 것만큼 멍청한 일도 없으니 말이다.

강윤서는 금고 앞으로 걸어가 비밀번호를 입력한 뒤 소중히 보관해 온 책을 꺼냈다.

박태경은 가냘픈 강윤서의 뒷모습을 잠시 바라보았다. 그는 강윤서가 기분이 좋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굳이 묻지는 않았다.

오히려 몸을 돌리더니 긴 다리를 뻗으며 테라스에서부터 방 안쪽으로 걸어갔다.

강윤서의 화장대 앞을 지나칠 때 그의 시선이 화장대 위에 놓인 서류봉투에 닿았다.

그 순간 박태경은 걸음을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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