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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독 없는 차

Penulis: 루니
last update Tanggal publikasi: 2026-07-17 18:13:40

“왕비가 먼저 마셔. 쓰러지면 이 방의 문은 아무도 열지 않는다.”

바이렌이 들어오는 순간, 메브라는 피 묻은 초상화를 침대 밑으로 밀어 넣었다.

검은 천 끝이 미처 들어가지 못한 채 바닥에 남았다.

에이슬라는 그 앞을 가로막으며 찻잔을 들었다.

“독은 없습니다.”

“그 말을 믿고 세 번 죽을 뻔했지.”

바이렌은 의자에 앉지 않았다.

탁자 위 두 잔과 주전자, 메브라의 소매에 묻은 검붉은 자국을 차례로 보았다.

“차는 누가 준비했나?”

“제가 물을 끓였습니다.”

메브라가 답했다.

“찻잎은 왕비 전하께서 직접 고르셨습니다.”

바이렌의 시선이 에이슬라에게 돌아왔다.

“네르시아가 찻잎을 골랐다고?”

“죽었다 살아난 뒤 취향이 생겼습니다.”

“약초 지식까지 함께?”

첫 질문부터 목을 겨눴다.

에이슬라는 대꾸 대신 주전자를 들었다.

레몬밤 세 잎, 말린 감초 한 조각, 끓인 물. 독성을 감출 재료는 없었다.

잔도 끓는 물로 씻었고, 은 숟가락에도 변색은 없었다.

그녀는 두 잔에 차를 나눠 따랐다.

“어느 잔을 드시겠습니까?”

“네가 고른 잔.”

“둘 다 같습니다.”

“그 말을 증명하려면 하나를 골라야지.”

바이렌이 두 잔의 위치를 바꿨다.

왕비의 검은 문장이 새겨진 잔이 그의 앞에 놓였다.

황금 문장의 잔은 에이슬라 앞으로 왔다.

첫 번째 암살 때도 잔이 바뀌었다.

메브라에게 들은 이야기가 떠올랐다.

네르시아는 독이 든 술을 올렸고, 바이렌은 잔을 바꿔 살아남았다.

그는 지금 같은 장면을 다시 만들고 있었다.

“제가 먼저 마시면 됩니까?”

“내가 살아남을 잔을 네가 정해.”

어느 쪽을 고르든 함정이었다.

안전한 잔을 정확히 고르면 독을 구별한 왕비가 된다. 위험한 잔을 내밀면 살해 의도가 된다.

에이슬라는 두 잔을 모두 자기 앞으로 끌어왔다.

“같은 주전자에서 나왔으니 아무거나 마시겠습니다.”

바이렌의 손이 먼저 움직였다.

그가 황금 문장의 잔을 집어 들었다. 엄지가 인장 반지를 한 번 돌렸다.

딸깍.

너무 작은 소리였다.

에이슬라는 반지 옆면이 잠깐 벌어졌다 닫히는 것을 보지 못했다.

바이렌은 잔을 입에 대는 대신 다시 내려놓았다.

“마셔.”

“폐하가 고른 잔입니다.”

“그래서 못 마시나?”

에이슬라는 잔을 들었다.

차의 빛깔은 맑았다.

표면에 뜬 막도, 바닥에 가라앉은 침전물도 없었다. 향은 예상대로였다.

그녀는 한 모금 삼켰다.

혀끝에 아주 옅은 쓴맛이 남았다.

감초의 끝맛일 수도 있었다.

죽었다 살아난 뒤 미각이 달라졌을 가능성도 있었다.

“됐습니까?”

바이렌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에이슬라가 마신 자리와 손가락의 움직임,

목이 차를 넘기는 순간까지 확인하고 있었다.

“한 모금으로는 부족하다.”

에이슬라는 잔을 비웠다.

메브라의 손이 쟁반 아래에서 떨렸다.

바이렌이 남은 잔을 집었다.

“잠깐.”

에이슬라가 막았다.

“왜?”

“제가 먼저 마셨으니 폐하의 잔도 다시 확인하겠습니다.”

“독이 없다며.”

“잔이 바뀌었으니까요.”

“같은 주전자에서 나왔다고 하지 않았나?”

자신이 한 말이 그대로 칼이 되어 돌아왔다.

에이슬라는 그의 잔을 빼앗으려 했다. 왕비의 왼손이 먼저 튀어나가 손목을 꺾으려 들었다.

바이렌은 그 손을 피하지 않았다.

“이 몸은 내가 마시는 걸 싫어하는군.”

“차를 엎으려는 겁니다.”

“나를 살리려고?”

“저도 모릅니다.”

“그게 가장 위험한 대답이지.”

그는 에이슬라의 손을 놓고 차를 전부 마셨다.

에이슬라는 곧바로 그의 손목을 잡았다.

맥은 일정했다.

한 번.

두 번.

세 번.

동공도 흔들리지 않았고 손끝 경련도 없었다.

“어지럽습니까?”

“아니.”

“입안이 마르거나 혀가 저리지는요?”

“멀쩡하다.”

에이슬라가 숨을 내쉬었다.

그 순간 바이렌의 검집 끝이 침대 아래 검은 천을 건드렸다.

툭.

액자 모서리가 바닥에 부딪혔다.

메브라의 얼굴이 굳었다.

바이렌이 고개를 돌리려 하자 에이슬라는 빈 찻잔을 그의 앞에 내려놓았다.

“폐하께서 먼저 물으셨죠. 제가 무엇을 숨기고 있는지.”

그의 시선이 다시 돌아왔다.

“이제 말할 생각인가?”

“폐하가 제 질문에 하나 답하면요.”

“무엇이지?”

“첫 번째 암살 때, 잔을 바꾼 사람은 누구였습니까?”

바이렌의 손이 멈췄다.

“왜 궁금하지?”

“메브라는 폐하가 바꿨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왕비의 몸은 방금 폐하의 잔을 엎으려 했어요.”

“그래서?”

“이 몸은 그날 다른 것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바이렌은 잠시 에이슬라를 보다가 빈 잔을 뒤집었다.

잔 바닥에 투명한 결정 하나가 붙어 있었다.

레몬밤에도, 감초에도 생기지 않는 모양이었다.

에이슬라는 그제야 혀끝의 쓴맛이 무엇인지 알아차렸다.

바이렌이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맥을 세던 그의 입술이 움직였다.

“해독제는 언제 먹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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