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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Author: 적매화
김단은 방금 벗어 놓았던 옷을 걸칠 새도 없이 밖으로 달려 나갔다.

“무슨 일이냐? 누가 이리 소리치는 것이냐?”

숙희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그녀의 뒤를 바짝 따랐다.

“쇤네도 모르겠습니다. 아씨 옷을 걸치십시오. 밖이 많이 찹니다!”

하지만 김단은 자신의 옷 따위를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임원이 물에 빠졌다면 아마도 자기 별당에 있는 연못일 것이기에.

그 옛날 유리잔 깨뜨린 죄로 세답방에 끌려가 고초를 겪었었다. 만일 임원이 이번 사고로 무슨 일이 생긴다면 임학이 당장 그녀를 죽여버릴지도 모른다.

김단이 도착했을 땐, 물속에서 허우적거리는 임원이 보였다.

얼어붙은 물속에서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었다.

돌다리 위에 몰려든 하인들이 어쩔 줄 몰라 했다.

성큼성큼 다가간 김단이 그들에게 외쳤다.

“뭣들 하는 것이냐? 당장 구하지 않고 뭐 하는 것이냐?”

몇 명의 몸종들이 난처한 표정으로 답했다.

“쇤네 때문에 아씨께서 정절을 잃으시면 어찌합니까?”

“정절을 지키는 것이 생명보다 중하더냐?”

김단은 말도 안 되는 말을 하는 몸종을 노려보더니 망설임 없이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연못은 깊지 않았으나 찬 기운이 뼛속까지 스며들어 얼음장 같았다.

연못 바닥은 진흙투성이라 발을 딛기가 어려웠다. 조금만 방심하면 가라앉을 수 있다.

힘겹게 임원을 구해낸 김단이 밖으로 나오자, 숙희는 얼른 두터운 옷으로 두 사람을 단단히 감쌌다.

“뭣들 하는 거야? 어서 의관을 불러와! 내가 두 분을 모시고 방으로 갈 테니 뜨거운 불을 지피고 따뜻한 생강차를 내오거라!”

숙희의 화난 목소리에 구경하고 있던 다른 몸종들이 제각기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제야 임원의 몸종이 이곳으로 달려왔다.

몸종의 뒤에는 임학도 있었다.

얼음물에 빠져 얼굴이 창백해진 자기 주인을 발견한 명희는 황급히 임원을 감싸안았다.

“아씨 괜찮으시옵니까? 어찌 물에 빠지신 겁니까?”

명희는 곧장 김단을 노려보며 따졌다.

“아씨께서 우리 아가씨를 밀치신 거지요?”

억울한 사람을 몰아가는 것은 3년 전 그대로였다.

그녀가 뭐라 답하기도 전에 옆에 있던 숙희가 명희의 뺨을 손바닥으로 내리쳤다.

순간 둔탁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김단은 자기도 모르게 숨을 멈췄다.

임학도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자기가 데리고 다녔던 몸종에게 이런 과격한 면모가 있는 줄 그도 몰랐다.

숙희는 명희에게 고함을 지르며 나무라 했다.

“이 년이, 주둥이 한 번만 더 마구 놀려보거라. 우리 아씨께서 너희 아씨를 구하기 위해 물에 안 뛰어들었으면 진작 세상을 뜨셨을 것이다! 여기에 몰린 몸종들이 전부 목격했다! 우리 아씨께서 너희 아씨를 밀쳤다는 증거나 갖고 오거라! 안 그러면 내 당장 그 주둥이부터 찢어버리겠다!”

김단은 멍한 눈으로 숙희를 빤히 쳐다보았다.

자그마한 몸집의 계집애에게 이런 모습이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물속에서 허우적거린 탓에 말할 기력도 없어 보이는 임원이 아랫입술을 깨물며 힘겹게 말했다.

“어찌 내 사람에게 손을 댈 수 있단 말이냐?”

자기 몸종을 감싸는 임원의 모습에 임학이 미간을 찌푸리며 자기 누이의 편을 들었다.

“감히 몸종 따위가 뉘 앞에서 손을 드는 것이냐! 누가 그리 가르쳤더냐!”

“접니다.”

김단의 입에서 짤막한 답이 나왔다.

두툼한 옷을 꽁꽁 여민 그녀의 안색이 창백했다. 머리카락에서 물이 계속 떨어졌고 그중 몇 가닥은 이미 얼어붙었다.

임학은 불과 몇 걸음밖에 되지 않는 거리에 서 있는 그녀가 아주 멀게 느껴졌다.

“쇤네를 빈번하게 모함하는 낭자의 몸종에게 적절한 벌을 내린 쇤네의 몸종이 잘못했다 여기지 않습니다.”

빈번하게 모함한다는 말에 자연스레 3년 전의 일이 떠올랐다.

임원은 몸종의 품에 움츠러들며 기침을 두어 번 하더니 연약한 목소리로 대꾸했다.

“그렇다 할지언정, 사람을 이리 패면 되겠소?”

임원이 눈물을 흘리는 모습에 임학은 김단이 의도적으로 옛일을 언급하여 자기 누이를 모욕한다 여겼다.

그래서 눈살을 찌푸리며 더욱 차갑게 말했다.

“원이 말이 옳다. 그렇다고 사람을 때리면 되겠느냐! 하물며 넌 헤엄칠 줄도 모르지 않더냐.”

김단이 거짓을 고한다고 여긴 임학의 싸늘한 태도에 김단의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임학이 알고 있는 김단은 어릴 적 소한에게 받은 귀걸이가 호수에 빠지자 헤엄칠 줄도 모르면서 덥석 물에 뛰어든 무모한 아이였다. 그 자리에 있었던 자신과 소한이 헤엄을 못했더라면 그녀는 물에 빠져 죽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김단이 임원을 구했다는 말을 믿을 수 없었다.

“하면, 도련님께서도 쇤네가 아씨를 밀쳤다 여기시는 겁니까?”

떨리는 목소리로 치밀어오르는 화를 참으며 반문했다.

그러나 임학의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부들부들 떨고 있는 그녀에게 상처 주는 말을 차마 내뱉을 수 없었다.

김단의 시선이 다시 임원에게 향했다.

말없이 조용히 바라보기만 했을 뿐인데, 임원은 그녀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말없이 고개를 떨궜다.

3년 전 그날처럼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까 흐느끼며 사죄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하!”

김단의 입에서 외마디 헛웃음이 터져 나왔다.

고개를 숙인 임원은 눈물만 흘려댔다.

더는 그 모습을 두고 볼 수 없었던 임학은 차마 김단에게 화내지 못했고 대신 숙희에게 분노를 표출했다.

“가서 곤장을 받아라!”

숙희는 자신에게 내려진 벌이 불만스러웠지만 김단을 곤란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임학의 명을 받들기 위해 움직이려던 숙희를 잡아 세운 것은 김단의 차가운 팔이었다.

비록 얼굴은 평온해 보였으나, 그녀의 눈가엔 분노가 명백했다.

“이 아이는 오늘 자리를 비울 수 없습니다. 목욕도 도와야 하고 환복도 도와야 합니다. 도련님께서 목격한 자들에게 탐문하시면 아씨를 구한 사람도 알게 될 것입니다.”

김단은 그대로 숙희를 끌고 돌아가려 했다.

하지만 두 걸음도 채 가지 못하고 자리에 다시 멈춰 섰다.

“전에는 수영을 못했으나, 1년 반 전에 몇 명의 나인들이 합십하여 물속에 던져 넣은 뒤 올라오지 못하게 막대기를 휘둘렀고 쇤네는 어떻게든 살아남으려고 물속에서 허우적거렸습니다. 그렇게 반 시진을 버티다 보니 다시 위로 끌어올리더군요. 그때부터 수영을 할 수 있게 되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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