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는 레이싱이었다면 이제는 돈 싸움이었다.이 재력 싸움에서 서광 그룹의 후계자인 하승민이 질 리 없었다.지유나는 애교를 잔뜩 부리며 하승민에게 조르는 듯 말했다.“승민 오빠, 이거 사줘! 나 이거 꼭 갖고 싶어.”하승민은 지유나를 바라보다가 시선을 돌려 지서현을 봤다.그리고 그녀 역시 조용히 하승민을 바라보고 있었다.그 순간, 지유나가 그의 팔짱을 끼며 더욱 애교를 부렸다.“응? 승민 오빠, 사줘.”그러자 하승민은 가게 주인을 향해 짧은 말을 내뱉었다.“원래의 두 배 가격을 지불하죠.”예상과는 달리 시원한 가격
지유나는 온천수에 몸을 담그며 하승민에게 살짝 다가갔다.“오빠, 나 예뻐?”하승민은 그녀를 바라보다 대답하려는 순간, 소아린이 지서현을 데리고 왔다.“지서현, 얼른 들어와!”그러자 하승민의 시선이 바로 지서현에게로 옮겨갔다.지서현은 이미 비키니로 갈아입었지만 여전히 불편한 듯 온몸을 감싸는 목욕 가운을 두르고 있었다.그 모습을 본 지유나가 바로 비웃었다.“지서현, 대체 왜 가운을 두르고 있어? 설마 네 몸매가 별로라서 자신 없는 거야?”하은지도 히죽이며 맞장구쳤다.“그러게.”“서현아, 사람들이 다 가운 벗으라고 하
지서현은 이상했다.‘하승민 씨가 왜 자꾸 나를 보지?’지유나가 바로 옆에 있는데 왜 자신을 쳐다보는 걸까 궁금했고 최근 들어 하승민의 시선이 자신에게 너무 자주 머무는 것 같았다.그때, 유정우가 지서현에게 다가왔다.“서현 씨, 저쪽 온천에 갑시다. 우리 둘이 조용히 쉬러.”그러자 옆에 있던 소아린이 입을 가리고 웃으며 말했다.“유정우 씨, 서현이랑 단둘이 있고 싶은 거예요? 얼른 가요. 가!”지서현은 말없이 유정우를 따라 이동했다.소아린은 떠나가는 두 사람의 뒷모습과 하승민을 번갈아 보았는데 그의 표정은 어두웠고 눈빛
호랑이 문신을 새긴 남자가 부하들과 함께 다가왔다.하승민은 그를 알고 있었다.조직의 2인자, 잔혹한 성격과 수많은 피를 묻힌 위험한 인물인 윤재호다.그리고 지금 호철용이 형수랑 몰래 만나고 있었는데 지서현이 그걸 목격한 상황이었다.이 상황에서 지서현이 무사히 빠져나갈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조직의 룰은 명확했다.검은 세계와 하얀 세계는 섞이지 않는다는 룰.호철용의 성격으론 충분히 여기서 피를 보게 될 수도 있었다.그건 아무도 원하지 않았다.“형님, 저기 있습니다! 저 사람들입니다.”윤재호의 시선이 숨어있는 두 사람을
아무도 없는 곳에서 크고 단단한 몸을 지닌 하승민이 자신을 막아선 채로 옷을 사주겠다는 말을 하자 지서현은 몰래 비밀 연애를 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마치 돈 많은 재벌이랑 불륜을 저지르는 느낌, 그렇지만 진짜 하승민의 아내는 지서현이었다.“전 옷 싫어요.”그녀는 단호하게 거절했다.그러자 하승민은 무심하게 손을 내밀었고 그 손에는 아이스크림이 들려 있었다.“그럼 아이스크림은 먹을래?”지서현은 깜짝 놀랐다.“언제 샀어요?”“조금 전에.”하승민을 지서현을 몰래 따라온 것이었다.그녀가 아이스크림을 쫓아가던 걸 보고
지서현은 손에 들린 아이스크림을 바라보다가 하승민을 힐끗 쳐다봤다.그는 키가 크고 다리가 길어 시야를 가득 채웠다.그리고 지서현을 조용히 응시하고 있었다.지유나와 하은지의 의심 어린 시선을 느낀 지서현은 태연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이 아이스크림 꼭 남자가 사줘야만 하나? 내가 직접 산 거야.”그녀의 말에 하승민의 입꼬리가 희미하게 올라갔다.‘거짓말쟁이.’그는 속으로 피식 웃었다.지서현은 더 이상 하승민과 얽히고 싶지 않아 유정우를 바라보며 말했다.“유정우 씨, 저 온천 안 하고 싶어요. 방으로 돌아가요.”“그
하승민과 지유나는 대우호 해변 뷰가 보이는 방에 도착했다. 그리고 하승민은 커다란 창문 옆에 서서 멍하니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그때, 부드러운 몸이 뒤에서 그를 안았다. 하얗고 작은 손은 하승민의 단단한 가슴에 닿자 미세하게 움직였다.지유나였다.하승민은 천천히 뒤돌아서서 지유나를 바라봤다.“왜 그래?”지유나는 하승민의 잘생긴 얼굴을 애틋하게 바라보며 밤에 남녀가 한 방에 있게 되면 자연스럽게 분위기가 흐를 것으로 생각했다.그녀는 부드럽고 매혹적인 목소리로 물었다.“오빠, 오빠는 여자랑 자본 적이 있어?”예상치 못한
‘이건 뭐지?’지서현은 방문을 닫고 침대 위에 놓인 물건들을 보았다. 그 위에는 콘돔과 섹시한 속옷이 있었다.그녀는 순간 멍해졌다. 이건 분명히 자신이 주문한 게 아니었다.지서현은 아마 객실 서비스에서 실수로 잘못 보냈나 싶었다.그때, 유정우가 씻고 나오더니 침대 위에 있는 물건들을 보고 잠시 멈췄다.“서현 씨, 이게 뭡니까?”지서현은 이 물건들을 유정우 또한 주문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그럼 도대체 이것들은 누가 보낸 걸까?띵동!그때, 벨 소리가 또 울렸다.“제가 가서 열게요.”밖에는 지유나와 하승민
지유나, 지예슬, 그리고 이윤희도 마치 따귀를 맞은 것처럼 얼굴이 화끈거렸다.지서현은 하승민을 바라보았다.“하 대표님, 이제 제 말 믿으시겠죠?”그녀의 맑은 두 눈은 영롱하게 빛났고 소문익의 품에 안겨 있는 모습에 하승민의 잘생긴 얼굴은 먹구름이 낀 것처럼 어두워졌다.‘이 요망한 여자가! 소문익까지 자기 치마폭에 둘러싸다니, 정말 대단한 여자야!’“서현아, 너 쇼핑하러 온 거잖아. 어때? 마음에 드는 원피스 있어?”점원은 곧바로 레이스 원피스를 가져왔다. “이 원피스가 손님께 아주 잘 어울리실 것 같습니다.”지서현은 고
소문익이 왔다.지유나 일행은 어제 동연당에서 소문익을 만났었기에 오늘 다시 만나자 얼굴이 흙빛이 되었다.소문익은 지서현 옆으로 다가왔다.“서현아, 잠깐 전화 받느라 밖에 나갔었는데 무슨 일 있었어? 뭔가 재밌는 걸 놓친 것 같은데.”지서현은 붉은 입술을 끌어올렸다.“아니. 타이밍 딱 맞춰서 잘 왔어. 다들 내 남자친구인 당신을 보고 싶어 했거든..”지서현은 소문익에게 눈짓했다.소문익은 바로 눈치채고 지서현의 가녀린 어깨에 팔을 둘렀다.“이분들은?”지서현은 한 명씩 소개했다.“이분은 지씨 가문 어르신, 이윤희 씨, 지
지예슬은 곧바로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붉은 입술을 말아 올렸다.“서현아, 부러워할 것 없어. C신은 내 남자친구야. 우리 곧 결혼할 거라고.”지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재산이 열 배로 늘었다며? 그럼 그 돈은 어디 있어? 그 C신이라는 사람이 언제 준다고 했어?”박경애는 잠시 말문이 막혔다.“그게...”“말 안 했나 보네요. 돈이 들어온 것도 아닌데 C신이 열 배든 백 배든 마음대로 말할 수 있겠죠. 아까도 말했지만 그 C신이라는 사람은 사기꾼이에요. 알아서들 하세요.”지예슬은 곧바로 화를 냈다. 남자친구가 C신이라는 사
하승민의 잘생긴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누가 준 거야?”지서현은 눈썹을 치켜뜨며 말했다.“남자친구요!”남자친구?하승민의 잘생긴 얼굴이 순식간에 차가워졌다. 지서현이 전에도 남자친구가 있다고 했던 게 기억났다. 이제 그 남자친구가 다시 나타난 것이다.“네 그 돈 많은 남자친구 말이야?”“네. 맞아요.”하승민은 냉소했다.“비싼 차를 몰고 좋은 집에 살게 해주다니 돈 좀 쓰는 모양인데. 해성이 좁은 동네인데, 도대체 네 남자친구가 누군지 감도 안 잡히네.”지서현은 입꼬리를 올렸다.“하 대표님, 내 남자친구가 누군지 모
지서현은 황급히 걸음을 옮겼다.그러나 하승민이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다.“지서현, 나한테 할 말 없어?”지서현은 맑은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무슨 할 말?”하승민은 입술을 깨물었다.“네가 몰고 다니는 고급 차, 살고 있는 고급 아파트, 다 어디서 난 거야? 누구 돈 쓴 거냐고.”지서현은 가녀린 등을 꼿꼿이 펴고 말했다.“하 대표님, 어쨌든 당신 돈은 안 썼으니까 상관없잖아요. 더는 말씀드릴 게 없네요.”지서현은 가려고 했다. 그러나 하승민의 큰 키는 마치 벽처럼 그녀의 앞을 막아섰다.지서현은 붉은 입술을 살짝
이윤희와 지예슬은 지유나가 바닥에 엎어져 있는 것을 보고 놀라 급히 달려가 그녀를 구하려 했다.“당장 유나를 놔줘!”“세 번째 경고입니다. 이제 내보내겠습니다!”결국 지유나, 지예슬, 이윤희는 모두 제성아파트에서 쫓겨났다. 쾅 소리와 함께 제성아파트의 대문이 그들 앞에서 닫혔다.세 사람은 모두 할 말을 잃었다.그들은 이런 수모를 당해 본 적이 없었다. 특히 지유나는 하승민과 함께 다니면서 항상 환대받았는데 이렇게 푸대접을 받고 쫓겨나다니, 생전 처음이었다.지예슬도 화가 났다.“다 서현이 때문이야! 유나야, 도대체 어떻게
이윤희가 말했다.“서현아, 하 대표님 미행 안 했다고 하더니, 결국 여기까지 따라왔잖아!”“너 진짜 무섭다. 승민 오빠가 9층에 사는 것까지 알고 있었어? 너 완전 스토커잖아. 정신병원 가 봐야 하는 거 아니야?”지서현은 하승민을 쳐다보며 물었다.“하승민, 9층에 살아요?”하승민은 901호 문패를 가리켰다.“나 여기 살아.”“아.”지서현은 902호 문 앞으로 가서 비밀번호를 눌렀다. 드르륵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지유나, 지예슬, 그리고 이윤희는 너무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지서현이 902호에 산다고?정말 제성
‘아니, 그럴 리가?’하승민은 스스로가 우스웠다. 어떻게 지서현을 그 눈부시게 아름다운 동연당 설립자와 같은 사람으로 생각했을까?‘하 대표님, 저 좀 태워다 주시겠어요?'방금 지서현이 차 밖에서 자신을 태워달라고 했었다. 하승민은 웃음이 나왔다. 자기 차가 있으면서 일부러 저런 말을 하다니, 분명 지유나를 약 올리려는 것이었다.자신을 놀리려는 의도도 있었다.지서현은 점점 더 대담해지고 있었다.그때 지유나, 지예슬, 이윤희가 차에 올라탔다. 지유나는 조수석에, 지예슬과 이윤희는 뒷좌석에 앉았다. 하승민은 액셀을 밟았고 롤스로
지서현은 어이가 없었다. 그때 마침 새로 산 차가 도착했다.“난 여기서 차 기다리고 있었어. 이만 가볼게.”“차를 기다려? 택시?”지유나가 웃었다.“서현아, 병원 앞에서 택시 잡기 힘들 텐데?”지서현은 평소에 택시를 타고 다녔기에 지유나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지예슬은 지서현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말했다. “서현아, 넌 정말 한심해. 다른 선배들은 다들 집도 있고 차도 있는데, 넌 아직도 택시 타고 다니잖아. 천재 소녀라는 말이 아깝다.”이윤희는 지예슬의 팔을 잡아당겼다.“예슬아, 그만해. 서현이도 불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