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 잘 도착했어?]그는 그녀가 세경대로 돌아갔는지 물었다.오늘 밤 주예찬이 그녀를 데려다주었기 때문이다. 그녀가 다른 남자의 차에 탔다는 생각에 그는 얇은 입술을 깨물었다.그러나 다음 순간 그는 몸이 굳었다. 문자가 전송되지 않고 빨간색 느낌표가 뜬 것이다.[상대방이 친구로 등록되어 있지 않습니다. 먼저 친구로 추가하세요.]하승민은 할 말을 잃었다.그의 잘생긴 얼굴이 어두워졌다. 지서현은 그를 차단했다.사실 이혼한 날, 지서현은 그를 차단했었다.하승민은 그제야 자신과 지서현이 이혼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들은
지해준은 손을 뻗어 TV를 껐다. 그때 이윤희가 다가왔다. 그는 이윤희를 보며 물었다.“유나 잠들었어?”이윤희는 안쓰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방금 울다가 잠들었어요. 여보, 유나는 하 대표와 결혼하고 싶어 하는데, 그냥 허락해 주면 안 돼요?”지해준은 싸늘한 눈빛으로 물었다.“무슨 말이야?”“당신, 내가 모를 줄 알아요? 유나는 당신 친딸이 아니잖아요!”지해준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유나는 사실 엄청난 집안의 딸이잖아요. 당신이 유나의 출생의 비밀을 밝히기만 하면 모든 장애물이 사라지고 유나는 하 대표와 결혼할 수 있
엄수아가 돌아왔다.하지만 그녀는 혼자였다. 지서현은 오지 않았다.임성민은 이상하다는 듯 물었다.“지온아, 너 혼자 왔니? 서현이는 어디 있고?”엄수아는 설명했다.“아빠, 서현이는 일이 있어서 오늘 못 와요.”하승민은 엄수아를 바라보며 얇은 입술을 깨물었다.“무슨 일인데?”엄수아는 입꼬리를 올렸다.“오빠, 궁금하면 알려줄게. 서현이는 놀러 갔어.”‘지서현이 놀러 갔다고?’“어디로?”“강해도로 갔어. 강해도에 곧 눈이 온다잖아. 그래서 서현이가 친구들이랑 첫눈 보러 갔어. 아, 주예찬도 같이 갔어.”하승민은 어제
각자 방으로 돌아간 후, 지서현은 짐을 풀고 휴대폰을 꺼냈다. 카톡을 켜자 하승민의 친구 추가 요청이 와 있었다.그가 친구 추가를 요청했다.이미 이혼한 사이에 그의 곁에는 지유나가 있는데 지서현은 그와 얽히고 싶지 않았다.그래서 친구 추가 요청을 수락하지 않았다.지서현은 방문을 열고 나왔다. 마침 맞은편 방에서 주예찬이 나오고 있었다. 주예찬은 웃으며 말했다.“지서현, 내 방이 바로 맞은편이야. 무슨 일 있으면 불러.”지서현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네.”지서현과 주예찬은 선배들과 함께 호텔을 나섰다. 눈앞에는 드넓
지서현은 눈을 만지던 작은 손을 재빨리 소매 속에 감췄다.“지서현, 나...”그때 주예찬이 돌아왔다. 그의 손에는 털장갑이 들려 있었다.지서현의 손이 시릴까 봐 호텔로 돌아가 장갑을 사 왔는데 돌아와 보니 하승민이 와 있었던 것이다.하승민은 이미 지서현 곁에 서 있었고 두 사람은 검은 우산 아래 함께 있었다.주예찬의 눈에 아쉬움이 스쳤다. 장갑을 사 온 것이 한발 늦은 모양이었다.주예찬은 다가가 물었다.“선배님, 여긴 어떻게 왔어요?”주예찬도 카이스트 출신이었지만 진정한 천재인 하승민 앞에서는 한 수 접어야 했다.그
지서현은 젓가락을 든 작은 손을 멈칫하더니 사실대로 말했다.“결혼했어요.”뭐?모두가 놀랐다.주예찬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지서현을 바라보았다.“지서현, 결혼했다고?”지서현은 하승민이 자신을 보고 있다는 것을 이미 눈치채고 있었다. 그의 시선은 언제나 부담스러웠다. 지서현은 애써 그를 무시하며 미소를 지었다.“네. 그래서 졸업 후 딱히 한 건 없어요. 그냥... 남편 챙겨 주고 주부로 살았죠.”지서현의 말은 사실이었다. 그녀는 3년 넘게 은둔 생활을 하며 하승민에게만 매달려 살았다.선배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지서
지서현은 너무 난감했다.‘하승민은 도대체 왜 저러는 거야? 나한테서 선배 소리를 듣고 싶은 건가?’그는 틀림없이 또 자신을 놀리고 있는 거였다.지서현은 그를 쏘아보았다.노려보는 지서현을 보며 하승민은 얇은 입술을 끌어올리며 기분 좋아 보였다.그때 유려한 휴대폰 벨 소리가 울렸다. 지서현의 전화였다.이 전화는 마치 구세주처럼 느껴졌다. 지서현은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천천히 드세요. 전화 좀 받고 올게요.”...지서현은 복도로 나와 전화를 받았다. 전화는 소문익에게서 온 것이었다.“서현아, 나 해성에 도착
그때 작고 갸름한 턱에 찌릿한 통증이 왔다. 하승민이 손가락에 힘을 주어 그녀의 턱을 세게 쥐었던 것이다.지서현은 눈썹을 찡그렸다.“아파요.”하승민은 그녀를 바라보며 입가에 비웃음을 띠었다.“매력이 대단하네.”그는 이미 많은 남자들이 그녀에게 호감을 보이는 것을 봐 왔다. 주예찬은 이번 기수 학생들 중 가장 뛰어난 학생인데도 그녀에게 푹 빠져 결혼 경력조차 신경 쓰지 않았다.지서현은 그 틈에 휴대폰을 빼앗았다.“제 매력이 아무리 대단해도 하 대표님은 안 넘어왔잖아요. 안 그래요?”그녀는 돌아서서 가려고 했다.하지만
다른 여학생이 말했다.“진세윤 아빠가 마약상이라던데?”양지혜가 고개를 끄덕였다.“어. 진세윤은 마약상 아들이야. 게다가 엄마는 눈이 안 보이고 중학생 여동생도 하나 있는데 집안 형편이 말도 아니래. 그런데 마약상 아버지, 눈먼 어머니, 공부하는 여동생, 망가진 진세윤. 이런 상황이 오히려 내 도전 의식을 자극하더라. 하하.”양지혜와 주변 여학생들은 배꼽을 잡고 웃었다. 진세윤의 가정을 비웃고 있었다.엄수아는 기분이 상했다. 그녀는 수도꼭지를 잠그고 예쁜 눈으로 양지혜 일행을 쏘아보았다.“그만 좀 웃으시죠?”엄수아의 갑작스
하승민은 답장하라고 명령했다.지서현은 기가 막혀 웃음이 나왔다. ‘자기가 누군데 명령하는 거지? 회사 사장인가? 왜 그의 말을 들어야 하는데?’지서현은 다시 한번 무시했다.운전석에 앉은 소문익이 웃으며 말했다.“서현아, 하 대표랑 이혼은 했지만 뭔가 깔끔하게 정리된 것 같지는 않네. 하 대표 그 녀석이 아직 너한테 미련이 남은 것 아니야?”지서현이 대답했다.“글쎄요.”소문익이 말을 이었다.“매장에서 내가 네 허리를 감싸 안았을 때 하 대표 눈빛이 내 손을 잘라버릴 듯하던데. 서현아, 네 가짜 남자친구 노릇하는 것도 쉬
지동욱과 강미화는 예비 사위 C 신에게 매우 만족하고 있었다.하지만 지예슬의 얼굴은 어두웠다. 그녀는 휴대폰을 꺼내 C 신의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전화가 연결되자 지예슬은 기쁜 목소리로 말했다.“여보세요, C 신?”하지만 차갑고 기계적인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죄송합니다. 고객님이 거신 번호는 없는 번호입니다.”‘없는 번호라고?’지예슬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다시 전화를 걸어 보았다. 하지만 여전히 기계적인 여자 목소리만 들려왔다.“죄송합니다. 고객님이 거신 번호는 없는 번호입니다.”지예슬은 곧바로 카톡을 열어
C 신이 여자라고?박경애와 지예슬은 얼어붙었다. 두 사람의 얼굴은 새파랗게 질려서 물었다.“소문익 씨, 무슨 말씀이세요? C 신이 어떻게 여자예요? 저랑 사귀는 사람인데, 남자라고요!”소문익은 눈썹을 치켜올렸다.“저는 C 신과 아는 사이일 뿐만 아니라 친분도 두텁습니다. 제가 여자라고 하면 여자인 겁니다.”지예슬은 충격적인 소식에 그 자리에 굳어버린 채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말도 안 돼요, 소문익 씨. 분명 거짓말이죠!”박경애 또한 믿고 싶지 않았다.“소문익 씨, 지금은 서현이 남자친구라고 해서 그런 말도
지유나도 자신감을 되찾았다. 그녀는 지서현에게 도발적인 눈빛을 던진 후 탈의실로 들어가 치마를 입어보았다.곧 지유나는 옷을 갈아입고 나왔다. 이윤희와 지예슬은 감탄했다.“유나야, 정말 아름답구나!”지유나는 레이스 치마를 입으니 아름다웠지만 표정이 조금 이상했다. 허리가 너무 조였던 것이다.방금 탈의실에서도 숨을 꾹 참고 겨우 지퍼를 올렸다.지유나는 치맛자락을 살짝 들어 올리며 하승민 앞에서 한 바퀴 돌았다.“승민 오빠, 나 예뻐?”하승민은 지유나를 보고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윤희가 칭찬을 쏟아냈다.“우리 유나가
지유나는 하승민에게 지서현이 입고 있는 치마를 사달라고 졸랐다.지서현에게 지기 싫은 승부욕은 그녀를 끊임없이 자극했다. 지서현에게 주목이 쏠리는 게 싫었던 지유나는 그 치마를 반드시 손에 넣어야만 했다.사실 이런 일은 처음이 아니었다. 온천에 갔을 때도 지유나는 지서현의 옷을 빼앗으려 했었다.하승민은 지서현을 바라보았다.그때 소문익이 지서현의 허리를 감싸 안으며 입을 열었다.“하 대표님, 세상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는 법입니다. 규칙이죠. 안 그렇습니까?”하승민의 시선은 소문익의 손에 꽂혔다. 아까 소문익이 지서현의 어깨에
지유나, 지예슬, 그리고 이윤희도 마치 따귀를 맞은 것처럼 얼굴이 화끈거렸다.지서현은 하승민을 바라보았다.“하 대표님, 이제 제 말 믿으시겠죠?”그녀의 맑은 두 눈은 영롱하게 빛났고 소문익의 품에 안겨 있는 모습에 하승민의 잘생긴 얼굴은 먹구름이 낀 것처럼 어두워졌다.‘이 요망한 여자가! 소문익까지 자기 치마폭에 둘러싸다니, 정말 대단한 여자야!’“서현아, 너 쇼핑하러 온 거잖아. 어때? 마음에 드는 원피스 있어?”점원은 곧바로 레이스 원피스를 가져왔다. “이 원피스가 손님께 아주 잘 어울리실 것 같습니다.”지서현은 고
소문익이 왔다.지유나 일행은 어제 동연당에서 소문익을 만났었기에 오늘 다시 만나자 얼굴이 흙빛이 되었다.소문익은 지서현 옆으로 다가왔다.“서현아, 잠깐 전화 받느라 밖에 나갔었는데 무슨 일 있었어? 뭔가 재밌는 걸 놓친 것 같은데.”지서현은 붉은 입술을 끌어올렸다.“아니. 타이밍 딱 맞춰서 잘 왔어. 다들 내 남자친구인 당신을 보고 싶어 했거든..”지서현은 소문익에게 눈짓했다.소문익은 바로 눈치채고 지서현의 가녀린 어깨에 팔을 둘렀다.“이분들은?”지서현은 한 명씩 소개했다.“이분은 지씨 가문 어르신, 이윤희 씨, 지
지예슬은 곧바로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붉은 입술을 말아 올렸다.“서현아, 부러워할 것 없어. C신은 내 남자친구야. 우리 곧 결혼할 거라고.”지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재산이 열 배로 늘었다며? 그럼 그 돈은 어디 있어? 그 C신이라는 사람이 언제 준다고 했어?”박경애는 잠시 말문이 막혔다.“그게...”“말 안 했나 보네요. 돈이 들어온 것도 아닌데 C신이 열 배든 백 배든 마음대로 말할 수 있겠죠. 아까도 말했지만 그 C신이라는 사람은 사기꾼이에요. 알아서들 하세요.”지예슬은 곧바로 화를 냈다. 남자친구가 C신이라는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