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서현이 고개를 들자 고우섭이 보였다.쭉 혼수상태였던 고우섭이 인기척에 깨어나 곧바로 침대에서 내려와 유세용을 지서현에게서 떼어냈던 것이다.욕정에 눈이 먼 유세용은 뒤에서 누가 공격해올 줄은 몰랐기에 중심을 잃고 벽에 부딪혔다.고우섭의 얼굴은 백지장처럼 창백했지만 눈빛은 매섭기 그지없었다. 그는 지서현을 보며 물었다.“괜찮아?”지서현은 고개를 저었다.“괜찮아.”그제야 고우섭은 유세용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짐승 같은 놈!”즐거운 시간을 방해받은 유세용의 얼굴 또한 보기 흉하게 일그러졌다.“너희 둘 여기 떠내려왔을
“밖에 약초가 좀 있는 것 같아. 잠시 후에 내가 나가서 약초를 좀 캐올 테니 넌 쉬고 있어.”지서현은 구급상자를 정리하고 밖으로 나갔다.그녀는 올 때 지형을 살펴봤었는데 약초가 있었다. 유세용의 기억을 잃게 할 약초를 좀 뜯을 수 있었다.지서현이 몸을 웅크리고 약초를 캐고 있는데 뒤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려보니 고우섭이었다.고우섭이 따라온 것이다.지서현은 의아하게 물었다.“왜 따라왔어? 피 많이 흘렸으니 어서 쉬어.”고우섭은 서서 지서현의 작은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시골 아줌마 옷을 입었어도 숨길 수 없는 미
고우섭은 여자 친구도 많이 사귀어 봤고 허리를 감싸 안는 것보다 더한 스킨십도 해봤다.그러나 갑자기 지서현을 안자 그의 심장은 부자연스럽게 빨리 뛰기 시작했다.하지만 지금은 그런 걸 생각할 때가 아니었다. 그는 허둥지둥 지서현을 흔들었다.“지서현, 왜 그래?”그때 그는 지서현의 이마가 뜨겁고 몸 온도도 비정상적으로 높다는 것을 알아챘다.그녀는 고열에 시달리고 있었다. 정말 설상가상이었다.지서현은 천천히 눈을 뜨고 일어서며 말했다.“난 괜찮아.”“괜찮긴 뭐가 괜찮아. 열이 이렇게 나는데. 걸을 수 있겠어? 내가 안아서 데
지서현은 그의 품에서 떨고 있었다.고우섭은 팔에 힘을 주어 그녀를 꽉 안았다.“지서현, 조금만 참아. 꼭 버텨야 해.”...지서현이 사라지자 하승민은 인력을 더 투입해 그녀를 찾았다.곧 조 비서는 CCTV 영상을 가져왔다.“대표님, 찾았습니다. 지서현 씨와 고우섭 씨가 차례로 요트에 탑승했습니다.”하승민은 영상을 확인했다. 고우섭이 요트에 오르는 모습이 보였다. 그때 지서현은 이미 요트 안에 있었다.하승민의 잘생긴 얼굴은 물이 뚝뚝 떨어질 정도로 어둡게 흐려졌다.“우섭은 왜 갑자기 강해도에 온 거지?”고우섭이 갑자기
하승민은 조비서와 사람들을 데리고 평서촌으로 들어갔다. 몇몇 마을 주민들이 보이자 그는 바로 다가가 물었다.“안녕하세요, 혹시 오늘 두 사람이 이 마을에 들어오는 걸 보신 적 없으세요?”주민들은 경계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당신들 누구죠? 여긴 왜 온 건데요?”하승민은 솔직하게 대답했다.“사람을 찾고 있어요.”그러자 주민들은 곧바로 손사래를 쳤다.“우리 마을에는 들어온 사람 없어요. 외지 사람은 사절이니까 빨리 나가요.”말을 마치자 몇몇 주민들이 하승민 일행을 몰아내려 했다.“저기...”조 비서가 뭔가 말하려
유춘화는 조비서와 그의 부하들을 훑어보며 말했다.“우리 마을은 외부인 출입이 금지되어 있어서 이 사람들은 들어올 수 없어요. 내가 당신만 몰래 안내해 드릴게요.”그러자 조비서는 즉시 말했다.“대표님, 혼자 들어가시면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하승민이 물었다“무슨 위험?”조 비서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이 춘화라는 여자가 대표님께 호감이 있는 것 같습니다. 납치해서 산적 마누라로 삼을지도 모르니 조심하세요.”하승민은 조 비서에게 차가운 눈빛을 보냈다. 조비서는 재빨리 입을 다물었다.하승민은 지시했다.“여기서 쉬고 있
하승민은 고우섭을 흘끗 보며 말했다.“일단 푹 쉬어. 무슨 일이든 내일 이야기하자.”오늘 밤 지서현과 고우섭은 모두 휴식이 필요했고 떠나는 것은 내일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하승민이 오자 고우섭은 마음의 안정을 찾았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알았어.”하승민은 지서현을 안고 나갔다.계속 밖에 서 있던 유춘화는 앞으로 다가와 물었다.“승민 오빠, 동생분 괜찮으세요?”“여동생이 고열에 시달리고 있어요. 춘화 씨, 저희가 묵을 방을 마련해 주시겠어요?”하승민의 귀티 나고 잘생긴 얼굴을 보자 외모지상주의자인 유춘화는
하승민은 그녀의 작은 손이 자신의 몸을 더듬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너무 급한 나머지 그의 셔츠 단추 하나를 뜯어버렸다.남자의 솟아오른 목울대가 꿀꺽 움직였다. 그는 그녀의 작은 손을 붙잡았다.“지서현, 천천히. 여긴 여벌 옷이 없어.”그의 옷이 망가지면 입을 옷이 없었다.하지만 지서현은 그의 말을 따르지 않았다. 그녀는 그저 조금 더, 조금 더 따뜻해지고 싶을 뿐이었다. 붙잡힌 손을 빼내고 그의 목에 얼굴을 묻었다.“싫어... 추워...”아픈 그녀의 목소리는 교태스러우면서도 애교 있는 소리로 들렸다.물론 하승민은 그녀가
지유나, 지예슬, 그리고 이윤희도 마치 따귀를 맞은 것처럼 얼굴이 화끈거렸다.지서현은 하승민을 바라보았다.“하 대표님, 이제 제 말 믿으시겠죠?”그녀의 맑은 두 눈은 영롱하게 빛났고 소문익의 품에 안겨 있는 모습에 하승민의 잘생긴 얼굴은 먹구름이 낀 것처럼 어두워졌다.‘이 요망한 여자가! 소문익까지 자기 치마폭에 둘러싸다니, 정말 대단한 여자야!’“서현아, 너 쇼핑하러 온 거잖아. 어때? 마음에 드는 원피스 있어?”점원은 곧바로 레이스 원피스를 가져왔다. “이 원피스가 손님께 아주 잘 어울리실 것 같습니다.”지서현은 고
소문익이 왔다.지유나 일행은 어제 동연당에서 소문익을 만났었기에 오늘 다시 만나자 얼굴이 흙빛이 되었다.소문익은 지서현 옆으로 다가왔다.“서현아, 잠깐 전화 받느라 밖에 나갔었는데 무슨 일 있었어? 뭔가 재밌는 걸 놓친 것 같은데.”지서현은 붉은 입술을 끌어올렸다.“아니. 타이밍 딱 맞춰서 잘 왔어. 다들 내 남자친구인 당신을 보고 싶어 했거든..”지서현은 소문익에게 눈짓했다.소문익은 바로 눈치채고 지서현의 가녀린 어깨에 팔을 둘렀다.“이분들은?”지서현은 한 명씩 소개했다.“이분은 지씨 가문 어르신, 이윤희 씨, 지
지예슬은 곧바로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붉은 입술을 말아 올렸다.“서현아, 부러워할 것 없어. C신은 내 남자친구야. 우리 곧 결혼할 거라고.”지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재산이 열 배로 늘었다며? 그럼 그 돈은 어디 있어? 그 C신이라는 사람이 언제 준다고 했어?”박경애는 잠시 말문이 막혔다.“그게...”“말 안 했나 보네요. 돈이 들어온 것도 아닌데 C신이 열 배든 백 배든 마음대로 말할 수 있겠죠. 아까도 말했지만 그 C신이라는 사람은 사기꾼이에요. 알아서들 하세요.”지예슬은 곧바로 화를 냈다. 남자친구가 C신이라는 사
하승민의 잘생긴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누가 준 거야?”지서현은 눈썹을 치켜뜨며 말했다.“남자친구요!”남자친구?하승민의 잘생긴 얼굴이 순식간에 차가워졌다. 지서현이 전에도 남자친구가 있다고 했던 게 기억났다. 이제 그 남자친구가 다시 나타난 것이다.“네 그 돈 많은 남자친구 말이야?”“네. 맞아요.”하승민은 냉소했다.“비싼 차를 몰고 좋은 집에 살게 해주다니 돈 좀 쓰는 모양인데. 해성이 좁은 동네인데, 도대체 네 남자친구가 누군지 감도 안 잡히네.”지서현은 입꼬리를 올렸다.“하 대표님, 내 남자친구가 누군지 모
지서현은 황급히 걸음을 옮겼다.그러나 하승민이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다.“지서현, 나한테 할 말 없어?”지서현은 맑은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무슨 할 말?”하승민은 입술을 깨물었다.“네가 몰고 다니는 고급 차, 살고 있는 고급 아파트, 다 어디서 난 거야? 누구 돈 쓴 거냐고.”지서현은 가녀린 등을 꼿꼿이 펴고 말했다.“하 대표님, 어쨌든 당신 돈은 안 썼으니까 상관없잖아요. 더는 말씀드릴 게 없네요.”지서현은 가려고 했다. 그러나 하승민의 큰 키는 마치 벽처럼 그녀의 앞을 막아섰다.지서현은 붉은 입술을 살짝
이윤희와 지예슬은 지유나가 바닥에 엎어져 있는 것을 보고 놀라 급히 달려가 그녀를 구하려 했다.“당장 유나를 놔줘!”“세 번째 경고입니다. 이제 내보내겠습니다!”결국 지유나, 지예슬, 이윤희는 모두 제성아파트에서 쫓겨났다. 쾅 소리와 함께 제성아파트의 대문이 그들 앞에서 닫혔다.세 사람은 모두 할 말을 잃었다.그들은 이런 수모를 당해 본 적이 없었다. 특히 지유나는 하승민과 함께 다니면서 항상 환대받았는데 이렇게 푸대접을 받고 쫓겨나다니, 생전 처음이었다.지예슬도 화가 났다.“다 서현이 때문이야! 유나야, 도대체 어떻게
이윤희가 말했다.“서현아, 하 대표님 미행 안 했다고 하더니, 결국 여기까지 따라왔잖아!”“너 진짜 무섭다. 승민 오빠가 9층에 사는 것까지 알고 있었어? 너 완전 스토커잖아. 정신병원 가 봐야 하는 거 아니야?”지서현은 하승민을 쳐다보며 물었다.“하승민, 9층에 살아요?”하승민은 901호 문패를 가리켰다.“나 여기 살아.”“아.”지서현은 902호 문 앞으로 가서 비밀번호를 눌렀다. 드르륵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지유나, 지예슬, 그리고 이윤희는 너무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지서현이 902호에 산다고?정말 제성
‘아니, 그럴 리가?’하승민은 스스로가 우스웠다. 어떻게 지서현을 그 눈부시게 아름다운 동연당 설립자와 같은 사람으로 생각했을까?‘하 대표님, 저 좀 태워다 주시겠어요?'방금 지서현이 차 밖에서 자신을 태워달라고 했었다. 하승민은 웃음이 나왔다. 자기 차가 있으면서 일부러 저런 말을 하다니, 분명 지유나를 약 올리려는 것이었다.자신을 놀리려는 의도도 있었다.지서현은 점점 더 대담해지고 있었다.그때 지유나, 지예슬, 이윤희가 차에 올라탔다. 지유나는 조수석에, 지예슬과 이윤희는 뒷좌석에 앉았다. 하승민은 액셀을 밟았고 롤스로
지서현은 어이가 없었다. 그때 마침 새로 산 차가 도착했다.“난 여기서 차 기다리고 있었어. 이만 가볼게.”“차를 기다려? 택시?”지유나가 웃었다.“서현아, 병원 앞에서 택시 잡기 힘들 텐데?”지서현은 평소에 택시를 타고 다녔기에 지유나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지예슬은 지서현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말했다. “서현아, 넌 정말 한심해. 다른 선배들은 다들 집도 있고 차도 있는데, 넌 아직도 택시 타고 다니잖아. 천재 소녀라는 말이 아깝다.”이윤희는 지예슬의 팔을 잡아당겼다.“예슬아, 그만해. 서현이도 불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