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승민의 잘생긴 얼굴이 지서현의 시야에서 끝없이 확대되었다. 그는 그녀의 잘록한 허리를 끌어안은 채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괜찮아?”꼬박 3년, 지서현과 하승민은 떨어져 지낸 지 3년이 흘렀다. 그의 깨끗하고 서늘한 우드 향이 코끝을 스치고, 다시 따스한 품에 안기자 지서현의 정신이 잠시 아득해졌다.얼른 정신을 추스른 지서현은 곧바로 손을 들어 그의 단단한 가슴팍을 밀어내려 했다.“저는 괜찮아요. 고마워요.”그러나 하승민은 손을 놓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의 허리를 더 세게 끌어안으며 물었다.“아까 무슨 생각 했어?”“아
하승민이 손을 뻗어 지서현의 고운 어깨를 살짝 눌렀다.“나도 알아...”“하승민 씨는 몰라요. 저는 하승민 씨가 진심으로 도와주고 있다고 느껴지지 않아요!”하승민은 눈살을 찌푸렸다.“지서현, 왜 나를 이렇게 의심해? 설마 로하가 내 딸이 아니라는 이유 때문이야? 그건 나를 너무 얕잡아 보는 거야. 로하가 내 딸이 아니더라도 나는 외면하지 않아. 나 역시 로하를 아주 아껴.”지서현은 마음이 조급해졌다. 로하가 납치됐고, 엄마인 그녀는 허둥대기만 했다.그녀가 어떻게 하승민을 의심할 수 있겠는가. 어차피 임희진도 함께 납치된
하승민은 휴대폰 화면을 흘끗 바라봤다. 등록되지 않은 번호였다.조현우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대표님, 처음 보는 번호인데요. 누가 전화를 건 걸까요?”하승민은 미간을 좁히며 알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이어 전화를 받아 귀에 댔다. 곧 맑고도 익숙한 음색이 흘러나왔다.“여보세요, 하승민 씨. 저예요, 지서현.”‘지서현?’하승민은 순간 굳어 버렸다. 지서현이 먼저 전화를 걸어 올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게다가 그녀는 이미 새 번호를 쓰고 있었고, 지금쯤 비행기에 올라 제경을 떠났을 거라고 믿고 있었으니까.
로하는 두 남자에게 강제로 끌려갔다. 검은 옷 남자 둘은 로하를 품에 안고 검은 밴으로 향했다.로하는 목청껏 외쳤다.“할머니, 살려 주세요!”임희진은 두 손으로 휠체어를 짚었다.“로하를 놓아라!”순간 임희진이 휠체어에서 벌떡 일어나 달려가 로하를 빼앗으려 했다.로하는 커다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놀라 외쳤다.“할머니, 걸으실 수 있어요! 정말 걷고 있어요!”임희진도 잠시 멍했다. 다리가 저절로 움직인 것이다. 이제 그녀는 더 이상 장애인이 아니었다.남자 한 명이 이를 갈았다.“죽고 싶어서 환장했네. 둘 다 데려가!”
로하는 의자에 얌전히 앉아 엄마를 기다리고 있었다. 작은 손에는 막대사탕이 하나 들려 있었다.바로 그때 검은 옷을 입은 남자 두 명이 다가오더니, 순식간에 로하의 입을 틀어막고 그대로 번쩍 안아 들었다.눈이 휘둥그레진 로하는 크게 외쳐 엄마를 부르고 싶었지만, 입이 가려져 아무런 소리도 낼 수 없었다.탁.로하가 쥐고 있던 막대사탕이 바닥에 떨어져 굴렀다.검은 옷 남자들은 로하를 품에 든 채 빠르게 현장을 벗어났다.지서현은 통화에 집중하고 있었다.“도대체 무슨 일이야?”“서현아, 방금 공항 가는 길에 접촉 사고가 있었어
“사모님, 걱정하지 마세요. 이마 상처는 이미 치료했습니다.”“그래요, 다행이네요.”전화를 끊은 뒤 임희진은 잠시 쉬었다. 다음 날, 도우미가 작은 병을 열어 알약을 건넸고 임희진은 그대로 삼켰다.“사모님, 오늘은 어떠세요?”두 다리에 뜨거운 기운이 퍼지며 감각이 또렷해졌다. 임희진이 살짝 움직이자 다리가 정말 반응했다.“사모님, 다리가 움직여요?”도우미가 놀라 소리쳤다.다리에 감각이 있다는 사실에 흥분한 임희진은 조금 더 움직여 보려고 했다. 이번에 두 발은 바닥에 내려졌다.“세상에! 정말 움직이시네요. 제가 부축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