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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2 화

부시혁은 그때 당시 의사가 고유나는 깨어나지 못할 거라고 했기 때문에 윤슬의 소원을 들어준 것이다.

하지만 부시혁은 윤슬에게 항상 차갑게 대했다.

윤슬은 고개를 들어 부시혁을 쳐다보고 보며 말했다. “제가 당신 아내에요. 고유나가 온다고 제가 왜 나가야 하죠?”

부시혁이 고개를 돌려 더 어두워진 얼굴과 눈빛으로 말했다. “왜? 네가 6년 전에 차로 고유나를 쳤으니까!”

윤슬은 당황했지만 이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제가 안 그랬다고 하면 믿을 거예요?”

부시혁은 윤슬에게 한걸음 한걸음 다가가 벽에 밀치며 냉랭하게 말했다. “내가 믿을 것 같아?”

부시혁은 계속해서 윤슬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그의 눈빛에는 혐오와 증오로 가득했다!

“이 못된 년, 고유나가 받은 고생의 천 배로 돌려받아!” 부시혁의 얼굴에는 독기로 가득했다.

윤슬은 부시혁의 독기 가득한 눈빛에 깜짝 놀랐다.

6년이면 마음이 생길 만도 했지만 부시혁의 마음은 여전히 차가웠다.

“제가 안 그랬다니까요!” 윤슬은 입술을 꽉 깨물며 말했다.

부시혁은 차가운 눈빛으로 윤슬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당신은 똑똑하니까 어떻게 해야 할지 알 거야.”

부시혁이 떠나고 방안에는 차가운 공기만 맴돌았다.

윤슬은 거울에 비친 자신의 창백하고 피곤한 모습을 보았다.

이게 윤슬의 모습인가?

당당했던 사람이 이렇게 비천하게 변하다...

정말 웃기다.

한참 후, 윤슬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나 자신을 놓아줄 때도 됐는데...”

......

다음날 아침, 부시혁은 고유나를 데리고 재검사를 받으러 병원으로 향했다.

윤슬은 거울 앞에 서서 6년 동안 입었던 앞치마를 벗고 흰색 원피스로 갈아입은 후 캐리어를 들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다리를 꼬고 TV를 보던 부민혁이 윤슬을 보았다. “너 어디 가?”

윤슬은 부민혁을 힐끗 쳐다보고 무시한 채 현관문을 향해 걸어갔다.

부민혁은 상황 파악을 하고 황급히 윤슬의 캐리어를 뺏으며 화를 냈다. “귀먹었어? 내 말 못 들었어? 방 청소했어? 밥은? 아침부터 어딜 가는 거야!”

열여섯 살의 부민혁은 위아래도 없이 형수님을 존경하기는커녕 이래라저래라 시켰다.

윤슬은 부민혁의 손을 치우며 싸늘한 표정으로 말했다. “내 말 잘 들어 이 자식아. 앞으로 너희 시중 안 들어”

윤슬은 분명 힘을 쓰지 않았지만 부민혁은 일부러 큰소리로 왕수란을 불렀다. “엄마! 엄마 빨리 와 봐! 이 죽일 계집애가 나 협박해!”

“민혁아 무슨 일이니?”

왕수란은 두 사람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 노발대발하며 윤슬에게 먼지떨이를 들이댔다. “어머나! 이 계집애가 감히 내 아들을 협박하다니! 내가 너 가만 안둬!”

왕수란이 윤슬을 때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윤슬은 지금까지 부시혁을 위해서 참았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윤슬은 잽싸게 먼지털이를 있는 힘껏 잡아 바닥에 내던지며 냉랭하게 말했다. “또 때려 보세요.”

윤슬의 행동에 왕수란은 갑자기 넋이 나갔다.

잠시 후 정신을 차리고 소리를 치며 말했다. “네가 정말 미쳤구나! 시혁이한테 당장 이혼하라고 할 거야!”

지금까지 할머니 체면을 봐서 왕수란과 부딪히지 않았고, 부시혁에게도 미움을 받고 싶지 않았다.

윤슬은 예전에는 왕수란이 무서웠지만 지금은 하나도 무섭지 않다.

윤슬이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마음대로 하세요.”

왕수란과 부민혁이 뒤에서 소리를 질렸지만 윤슬은 캐리어를 챙겨 집에서 나왔다.

집 밖에서 빨간색 페라리가 기다리고 있었다. 차 안에 타고 있던 잘생긴 남자가 윤슬을 향해 손을 흔들며 말했다. “자기야~ 빨리 타.”

윤슬은 남자의 차를 타고 어디론가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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