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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화

작가: 인가연
다음 날 새벽까지 정우진의 서재에는 불이 켜져 있었다.

서재 문을 두드리자 그가 약간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들어와.”

정다슬이 문을 열고 들어서더니 짙은 담배 연기에 기침을 해댔다.

“아침부터 웬 담배야?”

정우진이 담배를 비벼 끄며 물었다.

“무슨 일이야?”

정다슬은 서재 창문을 열고 연기를 밖으로 내보냈다. 재떨이에 수북이 쌓인 담배꽁초를 보더니 숨을 들이켰다.

“밤새 한숨도 안 잤어?”

“용건만 말해.”

정우진의 미간이 찌푸려졌고 눈가에는 핏발이 서 있었다.

정다슬은 그가 이렇게 초조해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그녀는 혀를 차며 말했다.

“시아 씨 사직 문제로 오빠가 대체 무슨 생각인지 할머니가 대신 물어보래.”

현재 백영 그룹에서 신시아의 직위가 위태롭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사람들은 모두 정우진이 신시아를 해고하고 싶어 하지만 계약 기간이 끝나지 않아 그녀가 버티고 있다고 추측했다.

하지만 정다슬은 엄마 기현주에게 듣기로 사실은 정우진이 놓아주지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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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표님 아이 아니라고요!   제236화

    두 사람은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고 결국 인사 발령은 그대로 보류되었다.신시아는 계속해서 휴직 상태였다. 그녀가 정우진의 사무실을 나오자 마주치는 동료마다 한결같이 물었다.“신 비서님, 혹시 퇴직 절차 밟으러 오신 거예요?”신시아가 아니라고 답하자 동료들의 눈빛에 미묘하고도 짓궂은 의미가 서렸다.한편 오혜린은 딱히 놀랍지도 않다는 듯한 반응이었다. 그녀는 2층으로 서류를 전달하러 가던 길에 신시아와 함께 아래층으로 내려왔다.“그래서 대표님은 시아 씨를 어떻게 ‘처리’한대?”‘처리’라니, 참 적절한 단어 선택이었다.신시아는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건 없어요.”정우진이 전보 조치에 대해서는 한발 물러섰지만, 퇴사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했다. 확실한 건 이제 이곳으로 다시 출근할 일은 없으리라는 점뿐이었다.하지만 모든 게 결정되기 전까진 신시아는 섣불리 입을 열 수 없었다.백영 그룹을 뒤로하고 김지원의 집으로 돌아오니 마침 저녁 식사 시간이었다.유모차에 누운 빈이는 똘망똘망한 눈으로 식탁 위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김지원은 밤샘 라이브 방송을 하느라 밤마다 진한 커피를 마시는 게 습관이었다. 커피를 한 모금 들이켜던 그녀의 미간이 꽉 묶인 매듭보다 더 심하게 일그러졌다.“고진감래라더니 왜 계속 쓰기만 한 거야? 언제쯤 단맛을 볼 수 있을까?”신시아는 손에 쥔 닭 다리를 야무지게 뜯으며 옆에서 군침을 흘리는 빈이를 곁눈질했다.“이제 거의 다 왔어!”확신에 찬 그녀의 목소리에 김지원이 고개를 번쩍 들었다.“무슨 자극이라도 받은 거야? 아니면 정면 돌파를 하겠다고?”상대는 강철처럼 단단한데 신시아는 그저 깨지기 쉬운 도자기 같은 존재였다.배경으로 따져도 은유라를 이길 수 없고 실력으로 맞서자니 정우진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도대체 뭐가 거의 다 왔다는 말인가!신시아의 인생은 지금까지 너무 ‘순탄하기만’ 했다.보육원에서 자라 명문대에 진학하기까지 삶은 고단했을지언정 그 과정만큼은 탄탄대로였다.졸업 후 백영 그룹

  • 대표님 아이 아니라고요!   제235화

    정우진을 회사에 데려다주는 한 시간 동안의 여정은 사직 문제를 정리하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애초에 이혼할 때도 이렇게까지 번거롭지는 않았는데 싶었다.“정말 떠나고 싶은 거야?”정우진의 덤덤한 말투에는 알 수 없는 불쾌감이 묻어 있었다.신시아는 고개를 끄덕였다.교차로에는 오가는 사람들로 북적였고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람들 사이로 차들이 엉켰다.신호가 바뀌고 차들이 질서 정연하게 움직이자 신시아도 액셀을 밟았다.도로가 뚫렸는데도 정우진은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차가 백영 그룹 지하 주차장에 들어와 정우진의 전용 구역에 멈출 때까지 말이다.정우진은 차 문을 열고 내리려 했지만, 손잡이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신시아를 돌아보았다.“대표님, 아직 제 질문에 답을 안 해주셨잖아요.”신시아가 잠금장치를 풀지 않았던 것이다.간이 배 밖으로 나온 건지, 그녀는 지금 정우진을 차 안에 가두고 있었다.정우진의 미간이 더 깊게 패었다.“만약 내가 허락하지 않는다면 어쩔 거지?”“제가 계속 남아 있는 건 정말 맞지 않아요. 대표님도 은유라 씨가 더 상처받고 힘들어하는 건 원치 않으시잖아요.”신시아는 ‘상처와 고통’이라는 단어를 교묘하게 활용해 정우진을 압박했다.자신이 떠나지 않으면 은유라가 계속 소란을 피울 테고, 결과적으로 모두가 곤란해질 것이라는 논리였다.정우진은 다시 좌석에 기대앉았다. 잠금장치를 풀지 않는 그녀의 배짱에 어이가 없어 웃음이 터졌다.“신시아, 내가 허락 안 하면 계속 문 안 열어줄 생각이야?”신시아는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설득해서 대답을 받아낼 겁니다.”설득이 안 되면 계속 말할 작정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정우진은 이 차에서 한 발자국도 나갈 수 없을 테니까.결국 대답을 안 해주면 안 열어주겠다는 고집과 다를 바가 무엇인가.“일단 올라가. 오늘 안으로 네가 만족할 만한 대답을 줄 테니까.”정우진이 차 문을 톡톡 두드리며 신시아에게 문을 열라는 신호를 보냈다.그의 단호한 어조에는 신시아의 사직

  • 대표님 아이 아니라고요!   제9화

    술자리에서 마주칠 때마다 하선재는 어떻게든 정우진에게 시비를 걸려고 들었다.하지만 그의 상대가 될 리 만무하다는 걸 잘 알기에 비겁하게도 정우진의 주변 사람들을 건드리는 차선책을 택했다.예를 들자면 신시아처럼...신시아는 방향을 틀어 후문으로 빠져나가려 했다.이를 눈치챈 하선재가 응대하던 사람들을 밀쳐내고 쏜살같이 그녀를 따라왔다.신시아가 연회장을 막 빠져나왔을 때, 그는 좁은 구석에서 그녀를 가로막았다.“어머 이게 누구야? 신시아 씨? 난 또 잘못 봤나 했네.”정우진은 말수가 적고 냉철한 편이다. 잘생긴 외모에 훤칠한

  • 대표님 아이 아니라고요!   제8화

    연회장.정우진이 발길을 옮기는 곳마다 사람들이 떼를 지어 몰려들었다.그는 몇몇 상계 원로들과 대화를 나누면서도 틈틈이 다가오는 사람들에게 정중히 응대했다.“우진 오빠.”은유라가 그에게 다가와 팔짱을 꼈다.정우진의 팔이 아주 잠깐 뻣뻣하게 굳었다가 이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부드럽게 풀렸다.“마침 잘 왔어. 인사해, 이분은 전 회장님이야.”은유라는 정우진의 팔에 살며시 몸을 기댄 채 그가 소개하는 상대에게 우아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전 회장님, 안녕하세요. 아버님께 익히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오늘 이렇게 뵙게 되어

  • 대표님 아이 아니라고요!   제7화

    신시아가 발걸음을 멈췄다. 숨이 턱 막히는 듯하더니 이내 얼굴이 굳어졌다.“왜 그래요?”이에 임정현이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대표님께 직접 본인 불러 달라고 신청한 거 아니었어요?”신시아는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저 사직서 내러 온 거예요.”임정현이 헉하고 숨을 들이켰다.“네? 갑자기 왜요?”“개인적인 이유예요.”그녀는 딱 잘라 말하고는 덧붙였다.“혹시 인사 발령 취소할 수 있을까요?”“그것 또한 대표님 허락을 받아야죠.”임정현이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신시아는 차오르는 무기력함에 미간을 짚었다.“연말이라

  • 대표님 아이 아니라고요!   제6화

    정다슬은 겉으로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기현주가 방을 나가자마자 그 뒷모습을 향해 입을 삐죽거렸다....한편, 은유라의 손을 잡고 주방으로 향하던 정우진과 서로 밀착해 앉아 있던 두 사람의 잔상이 신시아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차라리 보지나 말걸...’돌아오는 길에서 신시아는 찬 밤바람을 맞으며 간신히 정신을 차렸다. 허기진 배를 달래려 편의점에서 따뜻한 죽 한 그릇을 먹고 나서야 집으로 돌아왔다.이어진 며칠 동안 정우진과 은유라의 결혼 임박 뉴스가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정작 신시아를 초조하게 만든 것은 사직서에 대한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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