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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مؤلف: 인가연
정다슬은 겉으로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기현주가 방을 나가자마자 그 뒷모습을 향해 입을 삐죽거렸다.

...

한편, 은유라의 손을 잡고 주방으로 향하던 정우진과 서로 밀착해 앉아 있던 두 사람의 잔상이 신시아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차라리 보지나 말걸...’

돌아오는 길에서 신시아는 찬 밤바람을 맞으며 간신히 정신을 차렸다. 허기진 배를 달래려 편의점에서 따뜻한 죽 한 그릇을 먹고 나서야 집으로 돌아왔다.

이어진 며칠 동안 정우진과 은유라의 결혼 임박 뉴스가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

정작 신시아를 초조하게 만든 것은 사직서에 대한 아무런 피드백이 없다는 점이었다.

평소 친분이 있던 인사팀 장유민에게 전화를 걸어 물었지만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장유민은 그녀의 사직 소식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인사팀장 보조인 장유민의 귀에 들어가지 않았다는 건 정우진이 아직 결재하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신시아는 곧장 차를 몰아 백영 그룹 본사로 향했다.

운이 나쁘게도 정우진은 회의 중이었다.

비서실 직원은 회의실에서 기다리라고 안내했지만 30분쯤 지났을 때 나타난 건 정우진이 아닌 은유라였다.

시즌 한정판 명품 백을 걸치고 화사한 미소를 띤 그녀는 이미 ‘안주인’이라도 된 양 비서실 직원들과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대표이사실로 들어가려던 은유라의 시선이 응접실의 신시아에게 꽂혔다.

그녀는 비서 주하영을 불러 낮게 속삭였다.

“저 여자 뭐죠?”

“신 이사님이요? 대표님 뵈러 왔는데 예약 없이 오셔서 일단 기다리시라고 했어요.”

주하영이 아부하듯 입꼬리를 씩 올렸다.

손톱 끝을 매만지던 은유라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 그녀는 주하영에게 조용히 무언가를 속삭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주하영이 응접실로 들어섰다.

“신 이사님, 대표님께서 시간이 안 나신다니 이만 돌아가 보세요.”

신시아가 고개를 들었다.

“대표님 회의는 아직 안 끝난 거로 아는데 그게 정말 대표님 말씀인가요?”

주하영은 당황해 말문이 막혔다.

이 상황이 누구의 장난질인지 단번에 눈치챈 신시아는 계속 말을 이었다.

“회의 끝나면 전해 주세요. 딱 5분이면 된다고요.”

“뭐 때문에 그렇게 직접 보셔야 한다는 거죠? 전화로 하셔도 되잖아요.”

주하영이 떠보듯 물었지만 신시아는 단호했다.

“전화가 안 되니까 온 겁니다.”

통화가 연결됐으면 여기까지 찾아올 리가 있을까?

이 보고를 전해 들은 은유라는 코웃음을 쳤다.

업무상 급한 일이라면 신시아가 저렇게 차분히 기다릴 리가 없었다.

이건 명백히 정우진의 얼굴을 보러 온 수작이었다.

신시아가 지난 반년간 별 탈 없이 조용히 지내는지라 은유라로서는 그녀를 크게 의식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곧 약혼을 앞둔 이 시점에 또다시 등장하다니.

이는 은유라에게 큰 위협일 수밖에 없었다.

두 여자 사이를 맴돌던 주하영이 다시 응접실로 들어왔다.

“이사님, 이 회의실을 곧 써야 해서 저기 구석에 있는 동쪽 회의실로 옮겨서 기다려 주시겠어요?”

동쪽 회의실은 복도 끝자락이라 오가는 길목에서 정우진이 보일 리가 없었다.

신시아는 순순히 짐을 챙겨 옮겨갔다.

그리고 평소 가깝게 지내던 비서 이은수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은수 씨, 정 대표님 사무실 복귀하면 바로 알려줘요.]

이은수와 주하영은 비서실 입사 동기인데 두 사람은 성격부터가 극과 극이었다.

주하영이 소위 ‘처세술’에 밝아 신시아에게 끊임없이 살갑게 굴며 다가갔지만 신시아는 늘 미적지근한 태도로 거리를 두었다.

오히려 그녀가 마음을 준 쪽은 묵묵히 제 할 일만 하는 성실한 이은수였고 자연히 두 사람의 사이가 더 가까웠다.

이은수에게서 곧바로 [OK] 이모티콘이 담긴 답장이 도착했다.

지사 업무를 처리하며 기다리다 보니 어느덧 점심시간이 훌쩍 지났다.

그때 이은수가 다급히 달려 들어왔다.

“언니, 미안해요! 대표님 아까 회의 끝나고 은유라 씨랑 6층 식당으로 가셨대요. 제가 잠깐 자리 비운 사이에 지나가셨나 봐요.”

신시아는 황급히 노트북을 챙겼다.

“괜찮아요. 지금 내려가면 마주칠 수 있을 거예요.”

“정말 죄송해요. 대표님이 언제 돌아오셨는지 전혀 몰랐어요.”

이은수는 연신 죄송하다며 사과를 건넸다.

신시아는 그녀를 탓할 마음이 없었다. 따지고 보면 본인 역시 일에 몰두하느라 물어볼 겨를조차 없었으니 말이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 순간, 맞은편 전용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며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서양식 코너를 새로 확장했어. 외국에서 직접 셰프를 모셔 왔으니 네 입맛에 맞을 거야.”

정우진의 다정한 목소리였다. 검은색 정장은 그의 훤칠한 몸매를 더욱 돋보였다.

한편 은유라는 핑크색 스웨터에 검은색 가죽 미니스커트 차림으로 마치 보호 본능을 자극하는 연약한 아이처럼 그의 곁에 다소곳이 서 있었다.

“이번에도 맛없으면 그 레스토랑 통째로 국내에 옮겨와.”

정우진이 속절없이 웃었다.

“그래, 알았어.”

은유라의 미소는 더욱 화사해졌고 그제야 그녀는 엘리베이터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정우진은 마디가 선명한 손으로 닫히는 엘리베이터 문을 막아 그녀가 먼저 내릴 수 있도록 배려했다.

문밖에 서 있는 신시아를 본 순간, 은유라의 웃음기가 싹 사라졌다.

“대표님, 드릴 말씀 있습니다. 잠시 시간 좀 내주시죠.”

신시아가 앞으로 다가와 고개를 숙였다.

다만 곁눈질로 은유라가 냉큼 정우진의 팔짱을 끼는 걸 보게 됐다.

정우진이 잠시 침묵하더니 은유라를 돌아보았다.

“음식 식으면 맛없으니까 먼저 들어가 있어. 금방 갈게.”

“알았어. 빨리 와.”

은유라가 배시시 웃으며 투정을 부리더니 정우진을 놓아주기가 아쉬운 듯 쭈뼛거리며 손을 뗐다. 그러고는 곧장 식당으로 향했다.

“따라와.”

정우진의 목소리가 차갑게 가라앉았다. 그는 구석진 휴게실로 신시아를 데려가 담배를 물었다.

시계를 확인하는 그의 태도는 오만하기 짝이 없었다.

“5분 줄게.”

“식사 중에 죄송하지만 제 사직서 좀 빨리 결재해 주세요.”

신시아의 단도직입적인 요구에 정우진이 담배를 떼며 미간을 찌푸렸다.

“사직서라니, 그게 무슨 소리지?”

신시아가 고개를 들고 그를 마주 봤다.

“그날 임 비서님 편에 보낸 서류요.”

그제야 정우진은 그 봉투를 떠올렸다.

내용을 확인하기도 전에 전화를 받고 출국했었고 돌아온 뒤엔 서류가 말끔히 사라졌다. 결국 정우진도 이 일을 새까맣게 잊고 있었다.

“못 보신 건가요?”

신시아는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다.

한편 정우진은 대답 대신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몇 초간 침묵했다.

“사직 사유가 뭔데?”

신시아의 두 눈이 반짝거렸다.

“지사 이사직이 저와 안 맞는 것 같습니다. 반년이 지났지만, 적응이 안 되네요.”

“그럼 본사로 복귀해.”

정우진의 얇은 입술 사이로 명령이 떨어졌다. 그는 신시아를 힐긋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앞으론 불만 있으면 바로 얘기해. 빙빙 돌리지 말고.”

“아니요, 그런 뜻이 아니라...”

이 남자가 오해할 줄이야.

직원들이 끊임없이 식당을 드나들고 문이 열리는 순간마다 기름 냄새가 훅 끼쳐왔다.

신시아는 반박도 하기 전에 속이 뒤집혀서 황급히 입을 틀어막고 옆 화장실로 뛰어 들어갔다.

임신 두 달이 채 안 된 터라 한창 입덧이 심할 때였다.

매번 속만 게워낼 뿐 제대로 토해내는 건 없었지만 그 고통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서둘러 몸을 추스르고 화장실을 나섰는데 정우진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신 비서님, 나오셨어요?”

정우진이 서 있던 자리엔 임정현이 떡하니 나타나 휴대폰을 만지작거렸다.

“방금 대표님 지시로 신 비서님 본사 복귀 발령을 내는 중입니다. 점심시간 이용해서 짐 챙겨 오세요. 오후부터 바로 출근하시면 됩니다.”

그녀는 순간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정우진이 명령까지 내릴 줄이야.

“잠시만요, 아직 대표님이랑 얘기 안 끝났어요!”

다시 식당으로 뛰어 들어가려 했지만, 임정현이 앞을 막았다.

“대표님 식당에 안 계십니다. 은유라 씨가 셰프 손맛이 별로라고 해서 외식하러 나가셨어요. 그리고 복귀 처리는 이미 끝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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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표님 아이 아니라고요!   제100화

    엘리베이터 문이 천천히 닫히는 순간, 정우진의 깊이를 알 수 없는 눈동자에 신시아의 모습이 새겨졌다.그녀는 엘리베이터 한가운데 서서 상자를 안고 있었는데, 무표정한 얼굴 깊은 곳에는 미묘한 거리감이 담겨 있었다.“아, 백영의 정상적인 내부 인사이동이었군요. 그럼 저희는 더는 관여하지 않겠습니다.”방태우는 상황을 눈치채고, 신시아가 급하게 발령을 받아 떠나는 것을 보며 의아함을 느꼈다.또 정우진의 얼굴이 순간적으로 굳어지는 것을 보고, 체면이 깎인 탓이라 짐작하며 현성월과 함께 화제를 돌렸다.“여보, 아까 은유라 씨랑 경원 구역 Clvg 가방 전시관 구경 가기로 했다며? 들어가서 얘기하자.”현성월은 신시아가 탄 엘리베이터가 내려가는 걸 보며 마음이 편치 않았다.“그 전시관도 신 비서가 말해줘서 알게 된 건데요.”굳이 다시 신시아 이야기를 꺼냈다.방태우는 난감한 표정으로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고 정우진의 사무실로 이끌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제발 좀, 원하는 건 다 사줄 테니까 이번만큼은 좀 고집부리지 마.”현성월은 몸을 비틀어 그의 손을 떼어냈다.“안 돼요. 대표 비서가 갑자기 총무로 가는 게 얼마나 큰 타격인데, 그것도 저 때문에 엮인 거잖아요...”임정현의 안내를 받아 그들은 먼저 사무실 안으로 들어갔다.문이 닫히며 대화 소리는 가려졌다.은유라는 더는 서러움을 참지 못했다.“오빠, 저 여자 좀 봐...”비서실에서 고개를 내밀고 보던 사람들도 다시 안으로 들어갔다.하지만 현성월의 목소리는 전혀 낮아지지 않았다. 그녀는 많은 사람 앞에서 은유라가 못생겼다고 말해버렸다.은유라는 얼굴이 새빨개진 채 두 눈에 눈물이 맺혀 금방이라도 울 것 같았다.정우진은 닫힌 엘리베이터 문에서 시선을 거두며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일단 들어가자.”“하지만...”서러움이 은유라의 가슴속에서 퍼지며 그녀를 집어삼켰다.하지만 정우진은 이미 사무실로 들어가 버려, 그녀는 이를 악물고 뒤따라갈 수밖에 없었다....3층 총무팀은 백영 빌딩 전체

  • 대표님 아이 아니라고요!   제99화

    대표 비서에서 총무팀 직원으로 가는 게 어느 회사에서 정상적인 인사이동이란 말인가?“안 믿어요.”현성월은 뒤돌아 방태우를 바라봤다.겉으로는 방태우를 보는 것 같았지만 사실은 정우진에게 묻고 있는 것이었다.방태우는 난감한 듯 눈짓을 보내면서 정우진에게 말했다.“정 대표님, 제 아내가 좀 자유분방해요. 신 비서를 꽤 좋아하는데 너그럽게 봐주세요.”정우진은 그 자리에 서서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말했다.“괜찮습니다.”‘신 비서를 좋아한다고?’은유라는 웃음이 더는 유지되지 않았다.그녀는 아침 일찍부터 자신을 여론의 중심으로 몰아넣은 이 여자를 마중 나가느라 준비까지 했는데 막상 만나자마자 신 비서가 왜 안 왔는지부터 물었다.그녀는 속이 뒤집힐 뻔했지만 꾹 참고 오는 내내 억지로 웃으며 맞춰주느라 이미 인내심이 바닥난 상태였다.그런데 여기서 또 신시아를 마주치다니, 신시아가 일부러 현성월의 눈에 띄게 한 게 틀림없다고 생각했다.“사모님, 신 비서는 어디까지나 직원일 뿐이에요. 게다가 우리 관계를 망친 사람인데 신경 쓰지 마시고 들어가시죠.”은유라는 앞으로 나서서 현성월의 팔을 끼고 사무실로 데려가려 했다.하지만 현성월은 멈춰 서서 끝내 움직이지 않았다.“무슨 뜻이에요? 제가 언론 앞에서 말을 잘못해서 은유라 씨랑 사이가 나빠진 건데 그게 어떻게 신 비서님이 관계를 망친 게 되죠?”비서실 직원들이 계속 오가며 이쪽을 힐끔거렸다.방태우는 아내의 옆으로 다가가 조용히 달랬다.“할 말 있으면 안에 들어가서 하자. 정 대표님 기다리게 하지 말고. 우린 손님으로 온 거야. 말 좀 들어.”“제가 언제 말 안 들었어요?”현성월은 그의 손을 밀어냈다.“아니면 제가 경원까지 왜 왔겠어요? 다 잘 풀렸는데 왜 신 비서는 부서 이동한 거예요? 이게 무슨 일이래요?”현성월은 목소리를 전혀 낮추지 않았고, 그 바람에 사람들이 비서실 입구까지 몰려왔다.신시아는 어쩔 수 없이 다가왔다.“사모님, 이 일은 정말 사모님과는 관계없습니다. 회사 내부 인사이동

  • 대표님 아이 아니라고요!   제98화

    신시아는 잠시 망설이다가 회의실을 나왔다.자리로 돌아가 가방을 챙긴 그녀는 곧장 엘리베이터로 향했다.정우진의 옆을 지나가려는 순간, 그가 갑자기 그녀의 손목을 붙잡았다.길고 잘 다듬은 손가락, 손등 위로 드러난 힘줄이 선명했다.손목을 꽉 쥐자, 힘이 들어간 손끝이 하얗게 질렸다.“발령 나면 하선재한테도 너는 쓸모가 없어져. 그 자식이 널 어떻게 대할지 생각해 봤어?”신시아는 하선재가 이 소식을 알면 분명 안절부절못할 거로 생각했다.그녀가 정우진에게서 멀어지면 하선재도 더는 이 상황을 즐기기 어려울 것이다.“대표님께서 신경 쓰실 필요 없어요. 그분이 저를 어떻게 대하든 그건 제 일이에요.”신시아는 그의 손을 떼어냈다. 그녀의 부드러운 손가락이 그의 손등에 닿으며 따뜻한 온기가 피부를 통해 전해졌다.순간, 그 온기가 지나치게 뜨겁게 느껴져 정우진의 가슴 깊숙이 닿았다.정우진의 심장이 이유 없이 흔들렸다.그의 손이 멀어지자 신시아는 살짝 고개를 숙인 뒤 돌아섰다.주말이라 회사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지만 신시아가 곧 총무팀으로 발령 난다는 소식은 이미 퍼져 있었다.신시아가 집에 도착하기도 전에, 그녀는 꼭대기 층 비서 단체 채팅방에서 제외되었다.이어 현재 진행 중인 각 프로젝트 단체 채팅방에서도 차례로 빠졌다.이은수는 소식을 보자마자 곧바로 전화를 걸었다.“사모님이 은유라에 대해 뭐라고 했든 그게 언니랑 무슨 상관이에요! 언니는 그런 험담하는 사람이 아니잖아요. 저랑 비서실장도 다 안 믿어요. 도대체 무슨 일이예요?”그들은 모두 신시아가 그런 일을 했을 리 없다고 믿었지만 그녀는 처벌을 받았다.분명 알려지지 않은 내막이 있었다.“머리 쓰는 일 많이 했으니까 몸 쓰는 일 좀 하는 것도 나쁘지 않죠.”신시아는 가볍게 웃으며 오히려 그녀를 위로했다.“저 때문에 속상해하지 말아요. 처벌 받아들이기로 했어요.”이은수는 그 말을 듣고 울음을 터뜨릴 뻔했다.“사람들이 뒤에서 언니를 어떻게 말하는지 알아요? 그 죽일 주하영, 새 계정으로 회

  • 대표님 아이 아니라고요!   제97화

    게다가 김지원이 이 일을 알게 되면 오히려 신시아보다 더 격하게 반응할 게 뻔했다.가슴이 답답해 숨이 막히는 것 같았지만 이상하게도 신시아는 놀랄 만큼 차분했다.그녀는 그저 ‘판결’을 기다릴 뿐이었다.주말 오전 10시, 신시아는 정확히 시간에 맞춰 회사에 도착했다.이미 이사들은 모두 도착해 있었다.그녀는 곧장 회의실로 들어가 주석 자리 옆에 서서 모두의 이상한 시선을 받았다.정우진은 검은 모직 코트를 입고 자리에 앉아 있었는데, 머리는 기름을 바른 듯 반듯하게 빗어 넘겨져 있었다.다리를 꼬고 앉은 그는 방태우와의 협력 프로젝트 자료를 손에 들고 있었다.회의실은 숨소리조차 들릴 만큼 고요했다.사람들이 모두 모였지만 한동안 정우진은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이사 한 명이 가볍게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다들 모였나요?”누군가 답했다.“네, 다 왔습니다.”정우진은 손을 잠시 멈칫했다가 천천히 고개를 돌려 신시아를 힐끗 내려다봤다.신시아는 단정한 검은 셔츠에 5센티 굽의 하이힐을 신고, 그의 뒤에 조용히 서 있었다.고개를 숙이고 있는 그녀의 정교한 이목구비에는 아무런 표정도 없었다.그리고 어떤 해명도 할 기색이 없어 보였다.“바쁘신 와중에 이사님들께서 또 한 번 와주셨네요.”정우진은 서류를 탁자 위에 내려놓으며 ‘탁’ 하는 소리를 냈다.“시작하시죠.”이 이사가 신시아를 바라보며 말했다.“신 비서, 신 비서는 백영 소속이면서 고객과 함께 은유라 씨를 깎아내리고, 정 대표님의 이미지에 손해를 끼쳤으며, 회사 전체를 여론의 중심에 빠뜨렸어. 언제부터 이렇게 분별없이 행동했던 거야?”“지난번 일도 그렇고, 구창 쪽 사람들과 너무 가깝게 지내더니 이미 마음이 백영에 있지 않은 것 같군!”“이런 사람을 회사에 계속 둘 이유가 있어요? 그것도 대표 비서는 회사 기밀에 자주 접근하는 자리인데!”이사들은 한마디씩 쏟아내며, 신시아에게 해명할 기회조차 주지 않고 곧바로 비난과 판결을 내렸다.이사들이 한자리에 모여 고작 비서 한 명을 비판하

  • 대표님 아이 아니라고요!   제96화

    “없어요.”신시아는 담담하게 대답했다.그녀는 시선을 내리깔고 그의 시선 속 의심을 모르는 척했다.임정현이 들어와 정우진에게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대표님, 방금 이사님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스캔들 문제는 월요일 이사회에서 함께 처리하자고 하셨고, 이번 사건에서 신 비서님의 중대한 업무상 과실을 지적하셨습니다.”정우진의 미간을 찌푸리며 신시아를 바라봤다.신시아는 살짝 미간을 찌푸리고 입술을 깨물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사회를 내일로 앞당겨.”정우진이 낮은 목소리로 지시했다.임정현은 응답하고 나가면서 신시아를 힐끗 바라봤지만 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정우진은 자리에서 일어나 신시아의 앞에 섰다. 그리고 몸을 뒤로 기울여 책상에 기대앉았다.그는 신시아보다 훨씬 더 컸기에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급하게 나오느라 신시아는 분홍색 니트에 검은 와이드 팬츠를 입고 있었다.긴 머리는 대충 묶고 있었는데, 귀 옆으로 잔머리가 흘러내렸다.목에 난 그날의 키스 자국이 점점 옅어지고 있었지만, 여전히 희미한 분홍빛이 남아 있었다.이런 신시아는 일할 때보다 훨씬 편안해 보였고, 조금 더 어려 보였다.하지만 정우진은 알고 있었다. 겉으로는 부드러워 보이는 그녀는 공격성과 주관이 분명한 사람이었다.“하선재의 손이 아무리 길어도 백영 내부까지 미치진 못해. 신시아, 너처럼 똑똑한 사람이 이런 상황이 올 거라고 생각 못 했어?”비서 하나 때문에 이사진까지 움직였다.그녀의 자리는 위태로웠다.비스듬히 들어온 햇빛이 두 사람을 비추고 있었고, 신시아는 바닥에 드리운 그의 그림자를 바라봤다.마른 체형에 반듯한 자세, 겉보기엔 단정하고 훤칠했지만 강압적인 기세를 풍기고 있었다.그는 단순히 신시아가 현성월에게 무언가를 말했다고 믿는 데서 그치지 않았다.심지어 신시아가 하선재의 말을 듣고 일부러 이런 일을 벌였다고까지 생각하고 있었다.신시아는 입술을 살짝 깨물더니 정우진을 바라보는 눈빛이 점점 어두워졌다.마치 무언가가 흘러나가고 있는 것 같았

  • 대표님 아이 아니라고요!   제95화

    “듣자 하니 현성월은 출신도 별로라던데 아마 너를 질투하는 거겠지. 유라야, 넌 내가 정해 놓은 며느리야. 아무것도 걱정할 필요 없어.”딸이 괜히 이런 일을 겪게 되자 은씨 가문 부부는 매우 불쾌한 상태였다.두 사람은 나란히 앉아 얼굴을 굳히고 있었다.기현주의 말을 들은 손연경은 표정이 조금 누그러졌다.“현경 씨, 저도 이런 말은 하고 싶지 않지만, 일이 아무리 중요해도 정우진이 유라의 감정을 이렇게 무시하면 안 되죠. 인터넷에서 사람들이 유라를 어떻게 말하는지 봤어요? 그래요. 우리 은씨 가문이 정씨 가문만큼은 아니지만 유라와 정우진은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란 사이잖아요...”기현주의 옆에 앉아 쿠션을 꼭 끌어안고 있던 은유라는 들을수록 더 서러워져 눈물을 쏟아냈다.“이번 일은 분명 신시아가 꾸민 짓이에요! 어머님, 꼭 저 대신 나서 주세요. 더는 신시아를 보고 싶지 않아요!”“신시아, 신시아...”기현주가 이름을 두 번이나 부르며 참았던 인내심이 무너졌다.“걱정하지 마. 이번엔 신시아가 떠나지 않더라도 절대 다시는 네 눈앞에 나타나지 못하게 할 거야!”은유라는 눈에 눈물이 맺힌 채로 눈빛이 반짝였다. 그녀는 슬쩍 기현주의 표정을 살폈다.기현주가 엄한 얼굴로 단호한 모습을 보이자 은유라의 마음속에는 기쁨이 스며들었다.손연경은 은유라의 다른 쪽에 앉았다.“유라야, 뭐 하고 있어? 빨리 어머님께 감사드려야지.”“감사합니다. 어머님.”은유라는 곧바로 눈물을 닦고 기현주의 팔을 끼었다.“사실 제가 좀 억울한 건 괜찮아요. 그런데 신시아 그 여자는 너무 속셈이 많아요. 오빠가 속을까 봐 걱정돼요.”기현주는 은유라가 더더욱 철이 들었다고 느꼈다.“이건 내 탓도 있어. 애초에 우진이 그년을 집에 들이게 하면 안 됐는데.”“그럴 리가요?”은유라가 오히려 기현주를 달랬다.“분명 신시아가 집요하게 책임을 요구해서 오빠가 어쩔 수 없이 데려온 거겠죠. 어머님이 어떻게 막아요? 방법이 없었잖아요...”그녀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모두 기현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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