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7화

Penulis: 인가연
신시아가 발걸음을 멈췄다. 숨이 턱 막히는 듯하더니 이내 얼굴이 굳어졌다.

“왜 그래요?”

이에 임정현이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대표님께 직접 본인 불러 달라고 신청한 거 아니었어요?”

신시아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저 사직서 내러 온 거예요.”

임정현이 헉하고 숨을 들이켰다.

“네? 갑자기 왜요?”

“개인적인 이유예요.”

그녀는 딱 잘라 말하고는 덧붙였다.

“혹시 인사 발령 취소할 수 있을까요?”

“그것 또한 대표님 허락을 받아야죠.”

임정현이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신시아는 차오르는 무기력함에 미간을 짚었다.

“연말이라 한창 바쁠 때잖아요. 사표 얘기는 연휴 지나고 다시 하고 일단 가서 짐 정리부터 해요. 오자마자 바로 할 일이 생겼네요. 은유라 씨가 오후에 들어올 때 밀크티 한 잔 사다 달래요.”

“알겠어요.”

임정현의 권유에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고 짐 챙기러 지사로 향했다.

오후 한 시, 신시아는 정확히 비서실 자리에 앉았다.

짐을 다 정리하고 밀크티 한 잔을 들고서 대표이사실로 향했다.

오후의 햇살이 짙게 내리쬐는 사무실 안, 흰 셔츠 차림의 정우진이 앉아 있었다.

잘생긴 얼굴에 날렵한 턱선까지, 남자는 차가운 위엄과 귀족적인 기운을 내뿜었다.

한편 은유라는 휴게실 소파에 앉아 있었고 탁자 위에는 온갖 주전부리가 널브러졌다.

신시아가 들어서자 정우진은 힐끗 쳐다볼 뿐 다시 일에 몰두했다.

그녀는 은유라에게 다가갔다.

“은유라 씨, 주문하신 음료입니다.”

“놔두세요.”

은유라가 손톱을 만지작거리며 오만한 표정을 지었다.

밀크티를 내려놓고 신시아는 곧장 사무실을 나섰다.

자리로 돌아가 물건들을 정리하기도 전에 내선 전화가 울렸다.

받아보니 정우진의 낮게 깔린 목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와.”

그녀는 수중의 물건을 내려놓고 다시 사무실로 들어갔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여전히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정우진이었다.

그는 눈꺼풀을 살짝 들어 올려 은유라 쪽을 보라는 듯 턱짓했다.

신시아는 그 시선을 따라가다가 은유라의 불만 어린 눈동자와 마주쳤다.

“밀크티 왜 따뜻한 거로 사 왔어요?”

“지금 겨울인데 아이스로 원하세요?”

신시아가 조용히 되묻자 은유라는 콧방귀를 뀌었다.

“당연하죠.”

무심코 정우진을 바라봤지만 남자는 미동도 없이 일에만 전념했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지금 바로 아이스로 다시 사 오겠습니다.”

잠시 후, 그녀가 얼음을 가득 넣은 밀크티를 다시 가져왔지만, 은유라는 좀처럼 건네받지 않고 비아냥거렸다.

“얼음은 적게 넣으랬어요, 많이 넣으랬어요?”

“은유라 씨가 원하시는 대로 해드린 겁니다. 여기요, 드세요.”

신시아가 음료를 내려놓았다.

“이봐!”

말꼬리를 잡힌 은유라가 분한 듯 소리쳤다.

“그럼 가서 감자 칩도 사 와요!”

“감자 칩 말고 더 필요한 건 없으신가요? 한꺼번에 사 오는 게 시간도 절약하고 좋으니까요.”

신시아가 메모지를 꺼내며 담담하게 물었다.

“우진 오빠!”

은유라는 그런 그녀를 힐끗 째려보더니 정우진에게 달려갔다.

“오빠, 쟤 좀 봐.”

그제야 남자가 서류에서 눈을 뗐다. 시계를 확인한 그는 곤란한 기색으로 한숨을 쉬었다.

“오늘 저녁에 연회도 있고 나 지금 처리할 일이 많아. 그만해, 유라야.”

은유라가 눈을 굴리더니 신시아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럼 나 쟤랑 드레스 고르러 갈래.”

정우진은 잠시 고민하다가 블랙 카드를 꺼내 신시아에게 건넸다.

“유라 드레스 좀 골라주고 네 것도 한 벌 골라.”

신시아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지만 끝내 카드를 받아 들었다.

“알겠습니다.”

평소 정우진과 함께 연회에 참석할 때는 회사 비용으로 의상을 해결했다.

가장 싼 옷이라 해도 몇백만 원은 훌쩍 넘었으니까.

하지만 은유라는 달랐다. 그녀는 경원에서도 가장 비싼 드레스샵을 고집했다.

30분 후, 목적지에 도착해 차를 세웠다.

신시아가 먼저 내려와 뒷좌석 문을 열어주었다.

“이거 들어요.”

파란색과 분홍색이 섞인 가방이 눈앞에 던져졌다. 바로 최신 유행하는 국제 브랜드의 신상품이었다.

신시아는 가방을 받아 들고 은유라의 뒤를 따랐다.

예약해둔 스타일리스트가 입구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은유라 씨!”

은유라가 스타일리스트와 눈을 맞추며 은밀하게 눈짓했다.

이에 스타일리스트는 신시아를 훑어보더니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서 제일 신상으로 가져와 봐요.”

은유라는 허리를 살짝 꼬며 안으로 들어가 소파에 앉았다.

가게 안에는 여러 사람이 그녀를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드레스를 가져다주는 사람, 메이크업 효과 이미지를 보여주는 사람, 차를 따라주고 과일을 가져다주는 사람, 거기에 주전부리까지 있었다.

신시아는 가게 안에 걸려있는 화려한 드레스들을 둘러보았다. 이곳에서 가장 저렴한 드레스도 수천만 원 대를 호가했다.

그녀가 가격표를 보면서 너무 비싸지 않은 거로 고르려고 하는데 은유라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렸다.

“신 비서, 이리 와요.”

신시아는 살짝 방향을 틀어 은유라에게 다가가서 가방을 전해줬다.

“어딜 그렇게 돌아다녀요? 여기 꼼짝 말고 서 있어요.”

은유라는 메이크업 효과 이미지를 훑어보며 고개도 안 든 채 명령을 내렸다.

잠시 침묵이 흐른 후, 신시아는 가방을 건네주려던 손을 거두고 묵묵히 그녀 뒤에 서 있었다.

그로부터 두 시간 동안 은유라는 드레스를 고르고 메이크업을 받는 내내 신시아를 세워두었다.

뭘 할 때마다 ‘거기 서 있어’, ‘움직이지 마’ 등등의 명령을 내던졌다.

다만 신시아는 개의치 않았다. 어차피 해야 할 일이었고 근무 시간에 단지 서 있는 거라면 사무실에서 스트레스받는 것보다 나으니까.

한참 후, 은유라가 마침내 모든 걸 마치고 그녀에게 다가왔다.

“여기서 제일 싼 드레스로 가져와 봐요.”

스타일리스트가 피식 웃더니 직원에게 눈짓했다.

잠시 뒤 가져온 드레스는 참담함 그 자체였다. 검은색 바탕에 촌스러운 회색과 주황색 리본이 덕지덕지 달려서 보기 흉하단 말로는 표현조차 안 됐다.

특히 가까이서 보니 알록달록한 리본과 조잡한 박음질이 정말이지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

신시아는 저도 모르게 미간이 좁혀졌다.

“은유라 씨가 얼마나 배려해 주는 줄 아세요? 이 옷 무려 8천4백만 원이에요.”

스타일리스트가 은유라의 드레스를 정리하면서 빈정거렸다.

8천4백만 원이라, 확실히 저렴한 건 아니었다.

신시아는 평생 이렇게 비싼 드레스를 사 본 적이 없었다. 회사에서 전액 부담한다고 해도...

“우진 오빠 돈 쓰는 거니까 내 말 들어야죠. 불만 있으면 직접 사시든가요!”

은유라는 거울에 비친 그녀를 힐긋 쳐다봤다.

본인은 연보라색 드레스에 풀 메이크업까지 받아서 우아하고 아름다울 따름인데 만약 신시아가 저 옷을 입고 옆에 선다면 광대 꼴이 날 게 뻔했다.

“그럼 이걸로 해요!”

은유라는 흡족한 얼굴로 거울 속 제 모습을 쳐다봤다.

“결제해요, 가서.”

카운터에서 드레스 두 벌의 계산서를 가져와 신시아에게 건넸다.

그녀는 숨을 깊게 들이쉬고 카드를 꺼내 두 벌의 값을 모두 치렀다.

“혹시 메이크업도 받으시겠어요?”

스타일리스트가 형식적으로 물었다.

“아니요.”

신시아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대답했다.

계산을 마친 그녀는 드레스에 은유라의 가방까지 들고 먼저 샵을 나섰다.

등 뒤에서 은유라와 스타일리스트가 주고받는 비웃음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돌아가는 길, 정우진에게 전화가 왔다.

“시간 없으니 바로 호텔로 와.”

“알겠습니다.”

신시아는 차를 돌려 호텔로 향했다.

연회 시작 5분 전, 그녀는 마침내 호텔 앞에 도착했다.

임정현이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선뜻 뒷좌석 문을 열어주었다.

“우진 씨는요?”

은유라가 차에서 내리며 물었다.

“거래처 손님이 계셔서 대표님은 먼저 들어가셨어요.”

그는 대답하면서 아직 옷을 갈아입지 않은 신시아를 보고 당황했다.

“신 비서님, 아직 환복 안 했어요?”

신시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유라 씨 모시고 먼저 들어가세요. 금방 따라갈게요.”

신시아는 드레스를 들고 차에서 내렸다.

호텔 안으로 향하는 은유라는 득의양양하게 그녀를 째려보곤 하이힐 소리를 내며 걸어갔다.

“어떻게 된 거죠?”

임정현은 두 여자 사이에 감도는 심상치 않은 기운에 어리둥절해졌다.

한편 신시아가 고개를 내젓고 나직이 대답했다.

“요즘 감기 기운이 있어서 약을 먹는 중이라 술은 못 마실 것 같아요. 안에서 대표님 의전 부탁드려요.”

그녀와 임정현은 늘 업무 분담이 철저했다. 한쪽은 외부 만남을, 다른 한쪽은 운전을 맡았다.

“알았어요.”

대답을 마친 임정현이 먼저 연회장으로 들어갔다.

신시아는 드레스를 흘끗 내려다보고 몇 초간 침묵한 뒤 호텔 안으로 들어갔다.

Lanjutkan membaca buku ini secara gratis
Pindai kode untuk mengunduh Aplikasi

Bab terbaru

  • 대표님 아이 아니라고요!   제232화

    손연경이 테라스 문을 열었다.“유라야...”그녀의 부름이 끝나기도 전에 은유라가 휙 돌아서 밖으로 내달렸고 문 앞에 서 있던 손연경을 거칠게 밀치며 지나쳐 갔다.손연경은 벽에 부딪히며 휘청거렸고 홧김에 다급하게 소리쳤다.“우진아, 빨리 쫓아가 봐!”은유라가 울며 사라진 속도가 너무나 빨랐던 터라, 거실에 있던 사람들은 미처 반응조차 하지 못했다.정우진은 미간을 찌푸린 채 은유라의 뒷모습을 좇았지만, 그 자리에 못 박힌 듯 움직이지 않았다.“멍하니 뭐 하고 있어? 여자애가 자존심까지 버려가며 사과하러 온 건데, 이 일 때문에 며칠이나 자책하며 잠도 못 잤어...”손연경이 다급히 정우진을 재촉했다.“그만해!”은성빈이 참지 못하고 나섰다.거실에 있던 정씨 가문 사람들의 얼굴에 저마다 다른 표정이 스쳐 지나갔다.은유라가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 해도, 결국 이 일을 저지른 건 그녀였다.그런데 울며 도망치는 꼴이라니, 마치 정씨 가문 사람들이 은유라를 괴롭히기라도 한 것 같지 않은가.설마 정우진더러 쫓아가서 달래주기라도 하라는 건가?은성빈은 자리에서 일어나 정씨 가문 어르신들에게 고개를 숙였다.“어르신들, 돌아가면 저희가 유라를 확실히 교육하겠습니다. 이번 일은 저희 은씨 가문의 잘못이니, 부모인 저희가 대신 사과드리겠습니다.”테라스에서 돌아온 손연경은 입을 열려 했으나 은성빈이 눈짓으로 제지했다. 딸을 위해 변명해주려던 말은 결국 입 밖으로 나오자마자 은성빈과 같은 사과의 말로 바뀌어 버렸다.“정말 죄송합니다.”결국 은씨 부부는 서둘러 인사를 건네고 가정부의 배웅하에 자리를 떴다.그들이 떠난 후, 기현주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분위기를 수습하려 했다.“유라 그 아이가 원래 좀 천진난만해서 그래요. 속이 뻔히 보이는 스타일이라 신시아처럼 살갑지는 못하죠.” 문이 열린 테라스에서 정우진은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길고 깨끗한 손가락에 들린 담배 끝에서 연기가 느릿하게 피어올랐다.자욱한 연기 사이로 비치는 그의 모습은 더욱 차갑고 신비로

  • 대표님 아이 아니라고요!   제231화

    뼛속에서 배어 나오는 엄숙한 기운이 이 순간 한층 더 뚜렷해졌다.손연경은 은유라를 일으켜 세우며 말했다.“너희 젊은이들 일은 너희끼리 알아서 얘기해.”그녀는 은유라에게 정우진에게 좋은 말이라도 두 마디 건네라고 눈짓했다.은유라는 떠밀리다시피 정우진의 곁으로 갔지만 정우진은 그 자리에 앉아 정면만 응시할 뿐, 눈길조차 그녀에게 주지 않았다.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남자의 뼛속까지 꼿꼿한 짧은 머리카락을 바라보며 한참 동안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망설였다.“현주 씨, 유라는 어릴 때 정씨 가문에서 살다시피 했고 현주 씨가 보면서 키웠잖아. 보다시피 애가 워낙 순진해서 꿍쳐둔 속셈 같은 건 아예 없어요.”손연경은 기현주 곁으로 다가가 그녀의 팔짱을 꼈다.“내 말은 이 일이, 그 신시아랑...”“시아랑 무슨 상관이라는 거냐?”권미희는 손연경의 입에서 신시아라는 이름이 나오자마자 불같이 화를 냈다.“남이 누구와 연애를 하든, 애를 낳고 결혼을 하든 그게 너희랑 무슨 상관이야? 자기들이 쩨쩨해서 꼬투리나 잡아놓고 누구를 탓해.”손연경은 그 순간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그러나 그녀가 던진 몇 마디 말에 기현주는 또다시 마음이 약해지고 말았다.자신이 보고 키우기도 했거니와, 은유라가 정말이지 너무 고지식했기 때문이다.그녀는 정우진의 앞에 서 있는 은유라를 바라보았다.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을 것 같은 그 애처로운 모습에 가슴이 아파 왔다.“우진아, 아무리 그래도 네가 은유라한테 미안한 짓을 한 건 사실이잖아.”그녀의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권미희는 눈을 까뒤집고는 고개를 홱 돌려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행여나 눈알이라도 빠질까 봐 겁이 난 건지, 아예 실눈조차 뜨지 않았다.그때 정우진이 일어나 옷매무새를 가다듬으며 말했다.“따라와.”은유라에게 짧게 내뱉은 그는 몸을 돌려 테라스로 성큼성큼 걸어갔다.은유라는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물고는 그의 뒤를 쫓았다.“우진이랑 얘기 잘해봐.”손연경이 나지막이 당부했다. 테라스에는 햇살이 가득했다.정

  • 대표님 아이 아니라고요!   제230화

    “그럴 리 없어.”신시아가 무의식중에 대꾸했다.그러고는 자신이 너무 단정적으로 말했음을 깨닫고 멈칫했다.“하긴, 전 시어머니가 은유라를 워낙 예뻐하니, 은유라가 아무리 머리가 나빠도 그 자리는 탄탄하겠지.”김지원은 밥을 한술 뜨며 우물거렸다.“정우진이랑 소꿉친구이기도 하니까 은유라가 그 집 며느리 자리에 앉는 건 떼놓은 당상 같은데.”신시아는 입가로 가져가던 젓가락을 멈추고 김지원을 빤히 쳐다보았다.“밥 먹어. 분위기 깨지는 이야기는 그만 좀 하고.”김지원은 목이 멘 채 속으로 투덜거렸다. ‘분위기를 깬다며 예민하게 구는 건 아직 정우진에게 마음이 남아 있다는 증거 아니겠어? 언제쯤 마음이 텅 빈 호수처럼 고요해질지, 그래야 비로소 끝이 날 텐데.’“알았어. 밥 먹자. 다 먹고 나면 빈이 데리고 공원이나 산책하러 가자.”신시아는 김지원의 밥그릇에 고기 한 점을 얹어주었다.“많이 먹고 기운 차려.”김지원이 한숨을 내쉬었다.“말도 마. 방송 복귀한 지 얼마 안 돼서 그런지 적응이 안 돼. 체력이 예전 같지 않아.”“이 바닥이 원래 힘들잖아. 나중에 돈 좀 모으면 작은 가게나 차려서 다 때려치워.”신시아와 김지원은 예전부터 가게를 차릴 계획을 세워두었다.조그만 슈퍼 하나 차려놓고, 매일 앉아서 주전부리나 먹으며 물건을 팔고 돈을 세는 소소한 일상 말이다.한채은은 두 사람을 두고 야망 한번 참 소소하다고 했다.분명 큰돈을 벌 능력이 있으면서도 당최 야망이 없다며 말이다.하지만 두 사람이 바란 것은 그저 가장 평온하고 여유로운 일상뿐이었다....은씨 가문 부부는 은유라를 데리고 정씨 가문으로 사죄하러 갔다.정우진은 이 일 때문에 일까지 제쳐두고 정씨 본가로 향했다.정태석과 권미희가 소파의 상석에 앉았고, 그 양옆으로 기현주와 정재형이 자리했다.“이 일은 분명 유라가 잘못했습니다. 유라가 우진을 너무 아끼다 보니, 신시아가 우진에게 계속 얽히는 게 걱정돼서 그랬던 모양입니다. 아무래도 신시아는 정우진의 전처니까요.”손연경이

  • 대표님 아이 아니라고요!   제229화

    발밑에 수두룩하게 쌓인 담배꽁초를 보니 꽤 오랫동안 기다린 모양이었다.“정우진이 이제야 신 비서의 정직 처분을 내린 걸 보면, 이사회 앞에서도 끝까지 신 비서를 감싸고 돌았던 모양이야.”당일 정우진을 보좌해 이사회에 참석했던 인물은 임정현이었기에 신시아는 정우진이 자신을 위해 얼마나 큰 부담을 짊어졌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그래서 그녀는 그저 담담히 읊조렸다.“그분이 절 감싸줄 필요도, 이유도 없어요.”“이유가 왜 없어?”하선재는 담배를 비벼 끄더니, 무슨 생각이 스쳤는지 헛웃음을 터뜨렸다.“우리 두 사람을 뒤에서 엿 먹인 놈이 누군지 알아?”우리 둘이라고?신시아가 의아해하며 물었다.“백영과 구창의 파트너십을 와해하려는 기획 스캔들이 아니었단 말인가요?”하선재가 거친 욕설을 내뱉었다.“업계 바닥을 샅샅이 뒤져봐라, 미치지 않고서야 대기업 두 곳을 상대로 이런 겁 없는 짓을 벌일 미친놈이 어디 있겠어!”정우진의 밑에서 수년 동안 일해오며 신시아 역시 거친 비즈니스 생태계를 누구보다 잘 체감해 온 터였다.이성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처사라 해도 상대가 앞뒤 가리지 않고 덤벼드는 무모한 부류라면 이해 못 할 일도 아니었다.그렇기에 신시아는 이번 일이 오직 자신과 하선재의 목을 죄기 위한 덫일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그녀를 겨냥했다면...“은유라 짓인가요?”하선재의 눈매에 기묘한 희열이 서렸다.“신 비서, 머리 회전 하나는 끝내주게 빠르네.”너무 똑똑해서 신시아가 아이를 품은 채 정우진 모르게 홀연히 도망쳐 버릴까 봐 내심 덜컥 겁이 나기도 했다.신시아는 잠시 굳어 있다가, 이내 헛웃음을 터뜨렸다.‘은유라가 배 속의 아이가 하선재의 핏줄인지 확인해 보려고 이런 무리수를 둔 걸까?’결국 그 무모한 불장난에 정우진만 큰 손해를 입은 셈이었다.“이번에 난 신 비서 때문에 억울하게 불똥을 맞은 셈이야.”하선재가 은근슬쩍 생색을 내며 보상을 바라는 투로 말했다.신시아는 웃음기를 거두며 차갑게 대꾸했다.“그럼 이걸로 서로 퉁친 셈

  • 대표님 아이 아니라고요!   제228화

    “책임을 지고 사직하겠다는 건, 스캔들이 사실이라 하선재와 정말 부적절한 사이라는 거야?”정우진의 손가락이 규칙적이고 묵직하게 책상을 두드렸다.신시아를 향한 그의 시선은 깊이를 가늠할 수 없을 만큼 날카롭고 서늘했다.그녀가 침묵하자 그가 다시 경고했다.“백영 그룹을 떠나면 하씨 가문에서 널 가만히 두지 않을 텐데.”지난번 나정희가 수표를 내밀며 돈으로 사건을 덮으려 했던 의도는 명백했다.하지만 또 다른 이유도 있었다. 그녀의 뒤에 백영 그룹이라는 든든한 방패가 버티고 있었기에, 정우진의 정확한 속내를 알 수 없는 나정희로서는 감히 함부로 움직이지 못했던 것이다.백영 그룹을 떠나는 순간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온갖 골칫거리를 신시아 역시 충분히 예상하고 있었다.하지만 그녀가 경원을 떠나면 그 모든 문제는 사라질 일이었다.깊은 원한을 산 것도 아닌데, 이들의 시야에서 벗어나면 누가 자신을 찾아와 해코지하겠는가.“대표님, 전 이미 결정했습니다.”정우진의 눈 깊은 곳에서 울분이 차올랐고 고고한 그의 얼굴에는 먹구름이 가득했다.그는 혀로 뺨을 밀어내며 긴장된 턱선을 드러냈다.“정직 처분 후 조사를 진행하게 될 거야. 짧으면 일주일, 길면 한 달. 결과가 엄중하다면 회사 차원에서 해고 처리될 수 있어.”신시아는 잠시 침묵하다가 순순히 받아들였다.정직 처분까지 내려졌다는 건 더 이상 돌아올 자리가 없다는 뜻이었다.이건 그저 회사가 체면치레를 위해 만든 절차일 뿐이었다.사무실에서 나온 그녀는 미련 없이 짐을 정리해 회사를 나섰다.오혜린이 문 앞까지 배웅하며 말했다. “일이 이렇게 번질 줄은 생각도 못 했어. 건우도 많이 자책하고 있어. 자신이 아니었다면 시아 씨도 양다리라는 억울한 루머에 휩싸이지도 않았을 거라고 말이야.”신시아와 하선재의 관계가 진짜인지 가짜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중요한 건 그녀가 장건우와 ‘교제’ 중이라는 사실이었다.뒤에서 수군대는 사람들의 비난과 조롱은 신시아를 금방이라도 집어삼킬 듯했다.“남의 말을 좋아하는 사람

  • 대표님 아이 아니라고요!   제227화

    그래서 손연경은 우회적으로 힌트를 주며 은유라를 일깨우려 애썼다.은유라는 그제야 어정쩡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아, 네. 봤어요.”“그 뉴스, 너랑 무슨 연관이라도 있는 거야?”손연경이 다시 한번 다그치듯 묻자 은유라의 머리가 빠르게 굴러가기 시작했다.‘기현주의 이 살벌한 기색을 보니, 혹시 스캔들의 불똥이 정씨 가문으로 튀기라도 한 걸까?’하지만 그럴 이유가 없었다. 그 기사는 오직 신시아를 파멸로 몰고 가기 위한 것이었고, 하선재 역시 큰 타격을 입을 일이었다.“현주 씨, 얘 반응 좀 봐요.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표정이잖아요. 절대로 유라가 벌인 짓이 아닐 거예요.”손연경은 억지웃음을 지으며 상황을 무마하려 애썼다.“유라가 어떻게 정씨 가문을 해치고 우진에게 해를 끼치겠어요?”‘해를 끼친다’라는 말이 떨어지자 은유라는 더 이상 입을 열지 못했고 얼굴에 죄책감이 번지기 시작했다.‘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두 분은 일단 내리세요. 나는 회사에 가봐야겠어요.”기현주는 정우진을 찾아가 이번 사건이 정말로 은씨 가문과 관련이 있는지 직접 확인해 볼 생각이었다.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운전기사가 내려 차 문을 열었다.“사모님, 은유라 씨, 내리시지요.”기사는 은유라의 짐까지 차에서 내려놓았다.손연경은 은유라를 데리고 차에서 내리면서 차 문이 닫히기 직전, 웃음을 지어 보이며 기현주에게 말했다.“들어가세요. 너무 마음 쓰지 마시고요, 분명 오해일 거예요...”차 문이 천천히 닫혔지만, 기현주는 대꾸조차 하지 않았다.화살처럼 튕겨 나간 차가 멀어지자 주차장에는 은씨 가문의 모녀만이 덩그러니 남았다.차가 시야에서 사라지자 은유라가 손연경을 붙잡고 물었다.“엄마, 도대체 무슨 일이에요?”“무슨 일은 무슨 일! 네가 무슨 짓을 했는지 알기나 해!”손연경도 화가 치밀어 올랐다.“너는 왜 하선재랑 신시아에 관한 헛소문을 퍼뜨린 거야? 그 일 때문에 정부 프로젝트가 엎어지고 백영 그룹이 엄청난 손해를 봤다는 거 알아? 이사들이 정우진한

  • 대표님 아이 아니라고요!   제68화

    신시아는 호흡이 흐트러졌다. 손이 떨려 면봉이 하선재의 입안을 찌르고 말았다.“읍, 퉤퉤!”하선재는 약상자를 바닥에 던져버리고 그대로 몸을 숙여 쓰레기통에 몇 번이고 뱉어냈다.신시아는 재빨리 감기약을 주워 주머니에 넣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녀는 따뜻한 물을 한 잔 떠왔다.“죄송해요.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었어요. 입 좀 헹구세요.”하선재는 미지근한 물을 받아 입을 헹궜다. 다시 감기약을 찾으려 했지만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친구가 며칠 전에 두고 간 거예요.”신시아는 아무렇지 않은 척 다시 자리에 앉았다. 행여나 그가

  • 대표님 아이 아니라고요!   제64화

    하지만 신시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그것은 곧 묵인이니까.그녀는 정우진의 옆모습을 바라보며 마음속 깊은 씁쓸함 때문에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려왔다.“저는 백영 그룹을, 그리고 대표님을 배신할 이유가 없습니다.”은유라가 비웃음을 날리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설명할 기회를 주는 거지 억지 부리라는 게 아니잖아요!:다만 신시아는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시선은 오직 정우진에게만 머물러 있었다.마음은 이미 절망으로 가득했지만 정작, 이 순간이 닥치자 그녀도 모르게 작은 희망이 피어올랐다. 어쩌면 정우진이 자

  • 대표님 아이 아니라고요!   제62화

    “제가 왜 유라를 방관하겠어요? 절대 유라 홀로 남겨지는 일은 없습니다.”정우진은 기현주의 말에 넘어가지 않았다.“엄마는 일단 이사회에 어떻게 설명하실지 고민해보시는 게 좋을 겁니다. 제가 진상을 밝히면 그때 가서 어떻게 대처하실지 말이에요.”“뭐?”기현주는 숨을 깊게 들이켰다....집으로 돌아온 신시아는 우선 마음을 가라앉히고 휴대폰을 꺼내 어젯밤 하선재의 친구 요청을 수락했다.하선재는 곧바로 이모티콘 하나를 보내왔다.이에 신시아가 음성 통화를 걸었다.“대표님, 기사 보셨죠? 지금 백영 그룹에서 제가 대표님께 데이

  • 대표님 아이 아니라고요!   제49화

    11시에 맞춰 신시아가 회사로 돌아왔다. 책상 위에 쌓인 서류들을 미처 정리하기도 전에 정우진은 신시아를 데리고 은호 그룹과의 협력 관련 인터뷰에 임했다.백영 그룹과 은호 그룹의 협력 건은 신시아가 처음부터 끝까지 꼼꼼하게 챙겨왔던 일이었다.그녀는 인터뷰에 필요한 서류들을 빠짐없이 챙겨 정우진이 필요로 할 때마다 정확하게 자료를 건넸다.혹여 빠뜨리는 내용이 있을 때면 즉시 낮은 목소리로 정우진에게 알려주었다.“정 대표님, 은씨 가문에 대한 관심이 남다르신 걸 보니 은유라 씨와의 관계가 아주 안정적이신가 봅니다. 얼마 전 두

Bab Lainnya
Jelajahi dan baca novel bagus secara gratis
Akses gratis ke berbagai novel bagus di aplikasi GoodNovel. Unduh buku yang kamu suka dan baca di mana saja & kapan saja.
Baca buku gratis di Aplikasi
Pindai kode untuk membaca di Aplikasi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