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크림 쟁반은 마침 소희 앞에 놓여 있었고 그녀는 바로 손을 뻗었지만 구택이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치워요!”하인은 구택의 안색을 살피며 얼른 아이스크림을 치웠다.은서는 구택을 한 번 쳐다보더니 작은 소리로 말했다."왜 그래, 소희 선생님 놀라겠다.”그녀는 웃으며 소희를 바라보았다."정말 미안해요. 구택은 원래 좀 까칠어서 소희 씨도 절대로 마음에 두지 마요. 우리 주스 마셔요. 주방 아주머니가 만든 디저트도 아주 맛있고요. 많이 먹어요!”소희는 입가에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은서에게 고맙다고 말해야 할지 망설였다.이때 은서의 전화가 울렸고, 그녀는 확인하고는 구택에게 말했다."매니저 언니야. 잠깐 전화받으러 갈게.”그녀는 말하면서 유리 문을 밀고 정원으로 걸어갔다.거실에는 구택과 소희 두 사람만 남았고 분위기는 다소 어색해졌다.구택은 접시에 있는 초콜릿 케이크를 들고 은 숟가락으로 크게 떠서 입에 넣으며 자기도 모르게 이마를 찡그렸다. 그녀는 어떻게 이렇게 단것을 그렇게 즐겁게 먹을 수 있는 것일까?그러나 그는 내려놓지 않고 한 입 한 입 먹으며 어느새 절반을 먹었다.소희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나 어정의 집에서 나가야 하나요?”구택은 멈칫하더니 눈빛은 살짝 어두워졌고 고개를 들어 그녀를 쳐다보았다."어디로 이사 가려고요?”소희는 고개를 숙인 채 담담하게 말했다."그건 임구택 씨가 알 바 아니고요!”구택은 케이크가 목구멍에 메어 삼킬 수 없었다. 그는 케이크를 탁자 위에 놓으며 싸늘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나한테 다른 집이 있으니까 먼저 거기서 지내요.”소희는 눈을 드리우며 말했다."그럼 이번 달 집세 입금해 줄게요.”구택은 입에 있는 초콜릿을 살짝 음미하며 입을 열려고 했지만 정숙이 위층에서 내려왔다."소희 씨!”소희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모님!”구택은 케이크를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나며 정숙에게 말했다."형수님과 소희 씨는 여기서 얘기해요. 난 먼저 위층으로 올라갈게요.”정숙은 웃으며 말했
소희는 고개를 끄덕였다."중일 씨는 엄청 좋은 사람이라서 맞는 사람을 찾을 거예요.”정숙은 부드럽고 단아하게 웃었다."오늘은 주로 소희 씨한테 사과하고 싶었어요. 일을 다 털어놓고 말했으니까 소희 씨가 불편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소희가 대답했다."아니에요, 그럴 리가요.”“그럼 다행이네요!"정숙은 말투가 더욱 부드러워졌다."점심에 남아서 같이 식사해요. 유민이는 오랫동안 소희 씨 보지 못했으니까 두 사람도 얘기 좀 나누고요. 유림이는 발레 공연 보러 가서 점심에 돌아올 거예요.”“아니에요, 집에 손님이 계시니 나도 방해하지 않을게요." 소희는 일어섰다. "할머님께 인사 좀 전해주시고요. 그럼 먼저 갈게요.”“그래요, 조심히 가요!" 정숙은 일어나서 그녀를 배웅했다.구택은 3층의 창문 앞에 서서 소희가 차에 올라타는 것을 바라보았고 차가 별장을 떠나서야 시선을 거두며 고운 눈을 반쯤 드리우고 눈빛은 어두웠다.잠시 후, 은서가 그를 찾아왔다."왜 올라왔어? 내가 한참 찾았잖아. 점심 다 됐어. 어머님과 형님 모두 아래층에서 우리 기다리고 계셔. 내려가자.”“음!" 구택은 손에 든 담배를 껐다.은서는 창문을 모두 열고 눈살을 찌푸리며 웃었다."너 지금 담배를 아주 자주 피우는 거 같은데? 예전에 이 정도는 아니었잖아.”구택은 깊은 눈빛으로 담담하게 말했다."시간이 길면 갈수록 중독되는 법이지.”은서는 웃었다."좀 적게 펴. 건강에 좋지 않아."구택은 그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가자, 내려가서 밥 먹어야지.".두 사람이 나란히 아래층으로 내려가자 은서가 물었다."나 위층으로 올라갈 때 소희 씨가 떠나는 거 봤는데, 유민이의 과외 선생님이 이렇게 예쁘게 생길 줄이야!”구택은 담담하게 대답했다."괜찮은 편이지!”“이게 괜찮은 편이라고?" 은서는 고개를 돌려 눈웃음을 지었다."그럼 도대체 얼마나 예뻐야 네 마음에 들겠니?”구택은 마음이 답답해서 말을 하지 않았다.소희는 강성대 문 앞에서 내리며 집에 돌아가도
소희는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연희를 바라보았다. 노명성과 헤어진 이후 연희는 줄곧 화를 꾹 참고 있었고 소희는 오늘 마침내 그녀가 자신한테 화풀이하고 있다고 느꼈다.에이미는 소희를 알고 있었고 자신 있게 말했다."다른 사람은 몰라도 소희 씨는 30분이면 충분해요.”연희는 고개를 끄덕였다."남들이 첫눈에 반할 정도로 만들어줘!”에이미는 오케이 손짓을 하며 말했다."알겠어요!”소희, "......”30분 후, 소희는 화장대 앞에 앉아 에이미가 다이아몬드 목걸이 몇 개 들고 자신의 목에 대고 비교하는 것을 보았다. 아마 에이미는 모두 다 예쁘다고 생각했지만 또 어느 게 가장 예쁜지 분간할 수 없었던 모양이었다.소희는 거절했다."안 껴도 돼요, 난 원래 목걸이를 자주 끼지 않거든요.”연희는 탁자에 기대어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녀를 보고 사색에 잠겼다."우리 소희는 쇄골이 예뻐서 목걸이를 하면 오히려 안 예뻐.”에이미는 그제야 깨달았다."어쩐지 자꾸 완벽하지 않은 거 같더라니!”연희는 주얼리 상자에서 작고 귀여운 핑크빛 다이아몬드 귀걸이 한 쌍을 골라 소희에게 끼워 주었다."이럼 됐어!”에이미는 눈빛을 반짝거리며 감탄했다."완벽해요!”연희는 소희를 끌고 일어나서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그녀를 훑어보았다.소희는 헤어스타일이 아주 괜찮아서 에이미는 별로 다듬어주지 않았고 그녀의 귓가에 테슬 머리핀 하나 꽂아 주었다. 머리핀은 귓가에 숨어 보일 듯 말 듯 했고 부드러움 속에 약간의 영롱함을 띠고 있었고 오픈숄더 원피스는 정교한 쇄골을 드러내며 그녀의 가녀린 목덜미를 더욱 갸름하게 만들었다.그리고 에이미는 그녀에게 심플한 스타일의 플랫슈즈를 신겨주었고 전체적인 룩은 일상적이었지만 또 소희의 장점을 모두 돋보이게 했다.연희는 매우 만족했고 에이미와 포옹을 하고는 소희를 끌고 문을 나섰다.날은 이미 어두워졌고 소희는 다시 조수석에 앉아 연희에게 물었다."이렇게 차려입고 대체 어디로 데리고 가는 거야?”“소개팅하러 가자!"연희는 차에 시동을
소희는 오늘 임가네에 있을 때 은서가 시원한테 전화해서 저녁에 모임을 갖겠다고 한 일을 떠올렸지만 이렇게 블루드에서 부딪칠 줄은 몰랐다.그녀는 어쩔 수 없이 멈추며 담담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시원 오빠!”구택은 몇 걸음 밖의 소녀를 보며 문득 가슴이 두근거렸고 눈빛도 더욱 그윽해졌다. 하지만 곧 그는 티 내지 않게 눈썹을 찡그렸다. 그는 그녀가 치마를 입은 모습을 거의 본 적이 없었지만 그녀는 아주 예뻤다. ‘어깨를 너무 많이 노출하고 있는 거 아니야?’특히 이런 곳에서 지나가는 남자마다 그녀를 훔쳐봤으니 그는 순간 불쾌해졌다!은서는 모자와 마스크를 쓰며 온아하게 웃었다."소희 선생님도 친구와 놀러 왔어요? 정말 공교롭네요!”소희는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명원은 소희를 훑어보더니 또 구택을 힐끗 쳐다보았다. 지금 은서가 돌아왔으니 이 두 사람도 이제 헤어졌겠지?연희는 은서와 구택을 한 번 보더니 웃으며 입을 열었다."임 대표님과 장시원 도련님이군요. 오랜만이에요!”구택은 담담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오랜만이네요!”연희는 웃으며 말했다."우리 모두 아는 사이 같으니 같이 노는 건 어때요?”소희는 눈썹을 찡그리며 연희를 바라보았고 소리 없이 그녀에게 물었다. ‘뭐 하자는 거야?’저쪽의 시원은 구택을 보더니 방긋 웃으며 말했다."당연히 좋죠, 사람이 많아야 재밌잖아요!”“그럼 같이 가요!"연희는 웃으며 소희의 팔을 안았다.시원 그들의 룸은 복도 끝에 있었고, 연희는 소희와 그들의 뒤에서 걷고 있었다. 소희는 연희를 흘겨보았다."너 소란 피우지 마!”“누가 소란을 피웠다고?" 연희는 억울하게 눈썹을 치켜세웠다."임구택 곁에 있는 그 여자는 누구야? 왜 그렇게 꽁꽁 싸매는 거지, 무슨 죄라도 졌어?”소희는 담담하게 말했다."구은서야.”연희는 눈알을 굴렸다."구 씨네 가문 스타가 된 그 큰 아가씨.”“응!" 소희는 구택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여자를 바라보았다.연희는 흥얼거렸다."임구택 지금
구은서, "…...”연희의 호기심 어린 모습은 조롱인지 야유인지 전혀 알 수 없었다. 게다가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은서도 당연히 화를 낼 수 없었지만 여자는 나이에 정말 민감했기에 그녀도 그저 억지로 웃을 수밖에 없었다.“맞는 사람이 있다면 당연히 결혼을 고려해야죠.”“이미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는 거예요?" 연희는 계속 캐물었다.은서는 자신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그녀는 곁눈으로 구택의 안색을 살피며 가볍게 웃었다."미안해요, 프라이버시라서 말하기가 좀 곤란하네요.”연희는 웃으며 말했다."알죠, 알죠!”구택은 담배를 가지러 갈 때 무심코 소희를 한 번 보았는데, 그녀는 눈을 반쯤 드리우며 긴 속눈썹은 까만 눈을 가린 채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몰랐다.사람들은 흩어졌고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은 이야기를 나누고, 카드놀이를 하는 사람은 카드놀이를 했다.시원은 구택의 곁에 앉아 노래를 하려는 은서를 보고 또 소파에 앉아 있는 소희를 보며 그에게 물었다."잘 생각해봤어? 누구 선택할래?”구택은 내색하지 않고 담배를 피우며 그를 아랑곳하지 않았다.시원은 눈썹을 찌푸리며 웃었다."나 같아도 힘들 거야. 제각기 다른 스타일의 미인이니 어느 것을 포기해도 아깝지. 차라리 다 가지지 않을래?”구택은 안색이 어두워졌다."화투라도 치게?”시원은 히죽거리며 말했다."너도 소희 씨랑 헤어졌고 마침 이때 은서가 돌아왔으니 이게 바로 인연 아니겠어? 은서도 이번에 돌아오며 일에 그렇게 집착하지 않은 것 같던데. 아마 방금 그 말도 너한테 하는 말일 걸. 네가 은서와 결혼한다면 너희 집안도 반대하지 않을 거고.”구택은 아무런 표정 변화가 없었고 마치 시원의 말을 듣지 못한 듯 담배를 끄고 자리에서 일어났다.연희는 소희를 불러서 같이 카드놀이하자고 했다. 명원은 방금 연희가 은서에게 꼬치꼬치 캐묻는 일에 무척 불쾌했고 바로 연희 맞은편에 앉아 사악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성연희 씨라고 했죠? 나랑 같이 놀아요.”연희는 그가 불만
은서가 응답하려고 할 때, 구택이 문득 입을 열었다."너희들처럼 이렇게 팀을 나누는 게 어딨어? 아마추어도 아니고.”말하면서 그는 트럼프에서 하트 두 장과 스페이드 두 장을 찾아 탁자 위에 덮었다."한 명씩 골라서 같은 색을 뽑은 사람이 한 팀으로 하는 걸로 하죠."연희는 의미심장하게 웃었다."그럼 내가 먼저 뽑을 게요!”그녀는 네 장의 카드 중 한 장을 뽑았고 한 번 보고는 공개하지 않았다“소희 선생님도 골라봐요!" 은서는 소희를 쳐다보았다.소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남은 세 장 중 한 장을 골랐다.마지막으로 두 장이 남았는데 구택은 카드를 들고 은서에게 말했다."우리도 이제 뽑을 필요 없으니까 한 사람씩 가져.”그는 말하면서 자신에게 한 장을 남겼고 은서에게 다른 한 장을 건네주었다.네 사람은 동시에 카드를 펼쳤고 연희는 스페이드 5, 은서는 스페이드 J, 그리고 소희와 구택은 모두 두 장의 하트를 손에 쥐었다.소희가 고개를 들었을 때 마침 구택과 눈이 마주쳤고, 시선이 마주치자 소희는 재빨리 눈을 떼고 손에 든 하트 9를 내려놓았다.명원은 다소 의외였다. 그는 원래 구택과 은서를 한 팀으로 만들려고 했는데 뜻밖에도 소희라니.은서는 억지로 실망을 참으며 여전히 웃는 얼굴로 말했다."연희 씨, 우리 파이팅 해요!”연희는 해맑게 웃었다."가장 좋아하는 배우님과 한 팀이 될 수 있어서 정말 영광이군요!”네 사람은 자리를 다시 배치했고 구택과 소희는 한 팀이었기에 서로의 맞은편에 앉아야 했고 연희는 은서와 마주하고 앉았다.명원은 룰을 말했다.업그레이드는 더블 매치라고도 하는데, 두 사람이 한 팀으로 나뉘어 각기 선과 도전자로 나뉘었다. 게임은 같은 색깔의 카드를 내고, 큰 것은 작은 것을 잡고 메인 카드는 다른 카드를 잡을 수 있었다.예를 들어 3부터 위로 치면 모든 3이 메인 카드이고 하트 3으로 모든 하트를 메인 카드로 지정할 수 있었다.도전자는 점수를 따야 했고 5는 5점, 10은 10점, K는 15점이었다. 도전자가
은서는 웃으며 말했다."구택은 엄청 대단하거든요. 우리는 그와 카드를 놀면 질 몫밖에 없어요!”명원은 내키지 않았다."한 번 이겼다고 바로 승패를 정할 순 없죠. 이번에 난 당신들이 택이 형 팀을 선의 자리에서 끌어내게 만들 거예요!”연희는 그의 말을 의심했고 그를 비웃었다."임 대표님과 우리 소희의 호흡이 너무 잘 맞는 거 같은데요? 매번 두 사람이 짜고 치는 것처럼 항상 점수를 다 따갔잖아요.”소희는 얼굴이 뜨거워지더니 손을 뻗어 탁자 위의 카드를 잡았다."내가 카드 섞을게요!”“내가 할게요!" 구택은 몸을 기울여 카드를 가지러 갈 때 손가락은 소희의 손과 부딪쳤고 그녀의 손이 차가운 것을 느끼며 자기도 모르게 눈썹을 찌푸렸다.카드를 섞은 뒤 그들은 계속 카드를 잡았고 구택은 손에 든 카드를 보며 무심코 말했다."왜 이렇게 춥지? 명원아, 가서 에어컨 온도 좀 높여.”명원은 경악했다."추워요? 난 더운데.”구택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우리가 카드 게임하는데, 왜 네가 흥분하는 거야?”명원은 헤헤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에어컨 틀러 갈게요.”소희는 눈을 드리우며 카드를 보았고 새까만 눈동자는 살짝 흔들리더니 가슴은 찌릿했고 간지러웠다.2라운드는 여전히 구택과 소희가 이겼다. 두 사람은 종래로 상대방과 말을 하지 않았지만 호흡 잘 맞아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매번 소희가 점수를 낼 때마다 구택은 바로 알맞은 카드를 내며 완벽하게 점수를 따냈다.구택도 소희의 카드를 볼 수 있는 듯, 그녀가 어느 무늬의 카드가 많고, 어느 무늬의 카드가 적은 지 잘 알고 있었고 그녀를 도와 카드를 내며 결국 두 사람 함께 이겼다.두 사람은 패가 좋을 때 두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었고, 패가 안 좋으면 한 단계 업그레이드했으며 그야말로 파죽지세로 줄곧 일등을 차지했다.몇 라운드를 거쳐 두 사람은 3에서 J로 업그레이드했고, 연희와 은서는 첫판 이후 한 번도 선으로 된 적이 없어서 풀이 죽은 채로 게임을 했다.명원도 안색이 변했
구택은 카드를 섞은 뒤 한쪽에 놓고는 손을 뻗어 담배를 가지러 갔고 이때 소희가 문득 손을 뻗어 담뱃갑을 잡으며 맑은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전에 누가 담배 끊겠다고 했죠?”구택은 그윽하게 그녀를 바라보며 또박또박하게 말했다."당신과 관계가 있나요?”소희는 눈빛이 반짝이더니 핑크색 입술을 오므리고 고집을 참고 있었다.구택은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녀가 만약 자신을 걱정하고 자신을 마음에 두고 있다고 말하면, 그녀가 입을 열기만 하면 그는 즉시 전의 일을 따지지 않을 것이고 설령 그녀가 다른 남자를 위해 자신을 속였다 하더라도 그는 더 이상 따지지 않을 것이다.그는 예전처럼 그녀를 사랑할 것이다. 아니, 그는 그녀를 더욱 사랑할 것이다!그러나 소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천천히 손을 거두더니 눈을 드리우며 떠났다.그는 눈빛이 조금씩 어두워졌고 안색은 완전히 가라앉으며 담배를 든 손에 천천히 힘을 주더니 담배를 완전히 으스러뜨렸다.빠르게 뛰던 심장은 서서히 평온해지며 점차 마비되었다. ......명원은 시원한테 자신 때문에 은서가 카드 게임에서 졌다는 일을 토로했다.시원은 웃음을 참지 못하고 손을 들어 명원의 어깨를 두드렸다."구택하고 카드 게임한다고? 너 구택이 모든 카드를 기억할 수 있다는 거 몰랐어?”명원은 놀라서 눈이 휘둥그레졌다!은서가 노래를 부르자 많은 사람들은 옆에서 환호했고 명원은 힘껏 형광봉을 흔들었다!은서는 옛날 노래를 불렀고 그녀의 목소리는 낮고 우아했으며, 그녀의 부드럽고 감성적인 기질까지 더해져 원곡자보다 조금도 뒤떨어지지 않았다.많은 사람들은 점점 그녀를 에워싸며 박수를 쳤다.연희는 케빈과 오토바이 게임을 하고 있었고, 소희는 농구게임기 앞으로 가서 혼자 놀았다.영철은 옆에서 잠시 지켜보다가 그녀가 클린 슛을 넣는 것을 보고 놀라움을 참지 못했다."소희 씨, 전에 농구팀이었어요?”“네?" 소희는 한눈팔다 말소리를 듣고 뒤돌아보며 영문을 몰랐다."왜요?”영철은 깜짝 놀랐다."내가 아까 지켜봤는
구은정이 임유진을 데리고 올 거라는 말을 미리 들은 오현빈은, 가게 문 앞에 오늘 휴업이라는 팻말을 걸고 두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지난번처럼, 두 사람이 도착하자마자 현빈은 직원들을 이끌고 줄지어 나와 마치 상사를 맞이하듯 깍듯하게 인사를 했다.유진은 일부러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가게에 손님이 없네요? 장사가 이렇게 안 돼요? 음식이 맛이 없는 거 아닌가요?”이에 현빈은 허둥지둥 손사래를 치며 설명했다.“아니에요, 절대 아니에요! 오늘은 영업 안 하고, 사장님하고 아, 아가씨를 모시려고 일부러 준비하고 있었어요!”그 말에 은정은 이마를 짚으며 속으로 웃음을 삼켰다. 유진은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주변을 둘러보더니, 손가락으로 테이블 위를 쓱 문질러보고는 먼지가 없는 걸 확인하고서야 고개를 끄덕였다.“저는 이런 조그마한 가게에서 잘 안 먹어요. 지난번도 성연희 씨 체면 봐서 온 거였지. 근데 오늘 음식 맛없으면, 사장님한테 말해서 다 자르라고 할 거예요!”현빈은 비위를 맞추며 활짝 웃었다.“걱정하지 마세요. 저희가 만든 음식은 분명히 만족하실 거예요!”“흠.”이에 유진은 못 이기는 척 고개를 끄덕였다.“그러면 사장님 체면 한 번 더 봐줄게요! 근데 저 위가 좀 예민하니까, 음식은 깨끗하게 만들어요. 더러운 건 못 먹으니까.”“특별히 신경 썼어요. 고기도 오늘 막 들여온 거고, 채소도 세 번 씻었어요!”현빈이 서둘러 설명하자, 유진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얼른 가서 준비해요. 난 배고파서 먹을 것만 기다리니까!”현빈은 은정을 힐끔 바라보고, 바로 이문을 비롯한 직원들에게 준비를 지시했다. 유진과 은정이 앉은 자리에만 한 명의 직원이 남아 차와 물을 챙겼다.“당신도 가서 도와요. 여긴 신경 안 써도 되니까!”유진이 말을 하자, 젊은 직원은 바로 물러났다.“네!”사람들이 다 빠져나가자, 유진은 눈웃음을 지으며 장난스럽게 웃어 보였다.“나 좀 잘했죠?”은정은 오래 참았던 웃음을 드디어 터뜨리며 말했다.“오스카 여우주연상감
오직 은정만이 회의실 주석 자리에 앉아 조금도 얼굴빛이 변하지 않았다. 전화를 받고 업무를 처리하면서도 모든 것이 질서 정연했다. 회의실 안의 다른 사람들 역시 서성의 사건이 구씨그룹에 영향을 미칠까 걱정하던 마음이 점차 가라앉기 시작했고, 각자 해야 할 일을 하며 침착을 되찾았다.한 시간이 지나, 몇 개 부서가 함께 조사를 마치고 구은정의 허락을 받은 후, 확인된 정보를 주주들과 회사 고위층이 지켜보는 가운데 회의실에서 공식적으로 발표했다.서성은 직무상의 편의를 이용해 타인의 재물을 갈취하고, 타인에게 이익을 몰아준 일이 셀 수 없을 만큼 많았으며, 회사의 핵심 기밀과 기술을 팔아 이익을 챙긴 일이 네다섯 번에 달했다. 그로 인해 발생한 금액은 회의실에 있는 모든 이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그마저도 확실한 증거가 있는 내용에 한한 것이고, 아직 명백한 증거가 부족한 것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그 금액은 상상 이상이었다.서성은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질 정도로 얼어붙었지만, 여전히 발버둥 치듯 억지 변명을 이어갔다.“난 안 했어. 누군가가 가짜 증거로 나를 모함한 거야. 오늘 이 사건, 너무 우연하지 않아?”“김서나가 도대체 어떻게 입사했는지, 어떻게 사장실까지 들어온 건지, 그리고 내 아내도 누가 전화를 해서 부른 거야. 누가 의도적으로 함정을 판 거라고!”“억울한 일인지 아닌지는, 누군가 다시 밝혀줄 거예요.”은정은 그렇게 말한 뒤, 의미심장한 시선으로 다른 이들을 바라보며 덧붙였다.“여기에 연루된 사람이 또 있겠지만, 당장은 책임을 묻지 않을 거예요. 각자 어떻게 행동하는지 볼 거예요.”회의 테이블 옆에 앉아 있던 몇몇 사람들은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하고, 식은땀을 흘리며, 속으로 서성이 자신에게 시킨 일들을 조용히 되짚어보기 시작했다.서성은 점점 더 초조해져 소리쳤다.“은정아, 지금 너 이거, 협박하는 거야!”하지만 은정은 그에게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은 채 고개를 돌려 법무팀을 향해 말했다.“고소하세요.”“네.”법무팀은 은정의
은정은 넓은 회의실 테이블 앞에 서서 조용히 비서를 향해 말했다.“한경아 씨, 김서나 씨 손에 있는 USB 받아오세요.”“네!”경아는 곧장 서나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에 서성은 얼굴빛이 확 변하더니, 그 역시 재빨리 서나를 향해 달려들어 USB를 빼앗으려 했다.그러나 은정은 차가운 눈빛으로 서성을 바라보다가, 손에 들고 있던 물병을 집어 들어 서성을 향해 내던졌다.회의실 테이블 끝에서 문 쪽까지 약 7,8미터 거리였다. 그런데도 그 물병은 정확히 서성의 머리에 날아가 박혔고, 그는 휘청이며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사람들이 일제히 놀라 외마디 비명을 내질렀지만, 누구 하나 나서서 서성을 부축하려 들지 않았다.결국 도민숙이 달려가 그를 부축했고, 이마가 부어오른 서성의 얼굴을 본 그녀는 놀람과 분노가 교차하며 표정을 몇 번이고 바꿨다.하지만 더는 서성을 향해 욕을 하지 않았다. 이제야 모든 상황이 명확해졌기 때문이었다.아침 일찍 누군가 도민숙에게 전화를 걸어, 서성과 얽힌 여자가 회사에 찾아와 난리를 치고 있다고 알려왔다.원래 구씨그룹 본사에 들어가려면 사전 예약이 필수이고, 특히 사장실 쪽은 출입 통제가 매우 철저한 편이다. 그런데 오늘따라 아무 제지도 없이 회의실 문 앞까지 쉽게 들어올 수 있었다.도민숙은 지금에야 깨달았다. 이 모든 게 자신을 끌어들이기 위한 계략이었다는 걸.경아는 이미 서나에게서 USB를 받아 은정에게 전달했고, 은정은 무심하게 스캔하듯 USB를 쳐다본 뒤 차분하게 말했다.“법무팀이랑 총무팀 사람들 전부 회의실로 부르세요.”“네!”경아는 곧장 나가 전화를 걸었고, 서성도 그제야 상황을 파악했다.오늘따라 유독 강성 지사에 있는 주주들이 모두 본사에 모여 있는 걸 이상하게 여겼는데, 이 모든 게 은정의 사임이 아니라 자신을 함정에 빠뜨리기 위한 철저한 판이었던 것이다.서성은 눈빛을 서늘하게 바꾸며 은정을 노려보았다.“은정아, 김서나는 회사에서 해고된 뒤 앙심을 품고 날 모함하는 거야. 너 설마 그 말을 곧이곧
“김서나가 서성 아이를 가졌다고? 원래 김서나가 서성 사람이었어?”“이런 일이 회사까지 와서 난리 칠 일인가?”...서나는 그 틈을 타 서성이 붙잡은 팔을 뿌리치고 경계하며 한발 물러섰다. 이에 서성은 얼굴이 굳어진 채 일부러 목소리를 높였다.“김서나, 네가 잘못해 놓고 해고당한 걸 가지고 날 모함하겠다고? 명심해, 이건 불법이야.”그렇게 말하고는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김서나, 진정해. 우리 나가서 얘기하자. 오늘 바로 명의 이전 처리해 줄게.”“당신이 여기서 전화하는 걸 봐야 안심이 되죠.”서나는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담담하게 말하자, 서성은 눈을 가늘게 뜨며 음험하게 물었다.“김서나, 지금 나 일부러 엿먹이러 온 거야? 어떻게 회사에 들어온 거지? 누가 널 들여보낸 거야?”서나는 코웃음 치며 말했다.“내가 몰래 들어왔죠. 당신은 나를 보지도 않고 전화도 안 받고, 심지어 사람까지 붙여 감시하게 했잖아요. 내가 나를 위해서라도 설명을 들어야 하잖아요.”서성은 냉랭한 목소리로 위협했다.“지금 당장 나가. 안 그러면 가만 안 둬.”서성은 말하면서 서나의 팔을 거칠게 붙잡고 회의실 문을 열어 억지로 끌고 나가려 했다. 하지만 문턱을 넘기도 전에, 문 앞에 서 있는 사람을 보고 서성은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서성의 아내 도민숙이 문 앞에서 싸늘한 눈빛으로 둘을 노려보고 있자, 서성은 당황해하며 물었다.“당신, 여기 웬일이야?”서나는 미소를 띠며 말했다.“사모님, 아주 잘 오셨어요. 우리 셋이 같이 얘기 좀 해요.”도민숙은 얼굴이 확 굳더니, 서나의 웃는 얼굴을 보자마자 분노로 눈빛이 번뜩였다. 그러고는 그대로 서나에게 달려들어 손을 휘둘렀다.“이 뻔뻔한 계집애!”서나는 서성 뒤로 재빨리 피하며 말했다.“당신 부인 좀 잘 붙잡아요. 저 맞는 건 괜찮은데, 혹시라도 뱃속 아이까지 잘못되면 그땐 당신이 제일 속상할걸요?”도민숙의 표정이 그 말에 확 바뀌었다.“아이?”서나는 가방에서 진단서를 꺼내 두 사람 앞에 내밀었다.“이
하늘은 훤히 밝아졌고, 출근할 시간이었기에, 서성은 어쩔 수 없이 포기했다. 그런데 회사에 도착하자 비서가 다급하게 말했다.“사장님이 방금 회의 소집 공지를 내리셨어요. 일찍 오시라고 하셨어요!”그 말에 서성은 미간을 찌푸렸다. 구은정이 무슨 속셈인지 알 수 없었다. 어젯밤에 발표하지 않은 걸 보니, 오늘 아침 회의에서 사직을 발표하려는 건가?서성운 차 한 잔을 마시고, 숙취로 인한 불쾌감이 조금 가신 뒤에야 정장을 정리하고 총재실 회의실로 향했다.회의실에 들어서자, 오늘은 회사 고위 임원뿐 아니라 몇몇 주주들도 와 있는 걸 보고 마음이 놓였다. 확실히 사장의 사임 발표가 있어야 가능한 규모였다.서성은 회사에서의 지위가 높았고, 주주들조차도 그가 들어오자 모두 일어나 인사했다. 서성은 온화하고 겸손한 표정을 지으며 미소 지었고, 안경 뒤의 눈빛은 온통 자신감으로 차 있었다.오늘 이후 은정이 회사에서 쫓겨나면, 구씨 그룹은 철저히 서씨 집안의 차지가 될 터였다.서성은 자리에 안정감 있게 앉았다가 휴대폰을 들여다보며 문득 어제 서선영이 자신에게 열 통이 넘는 전화를 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이에 은근한 불안이 기분이 서성을 휩싸였다.곁에 앉은 한 주주가 몸을 기울이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오늘 갑자기 회의를 소집한 건 무슨 중대한 일 때문이죠?”서성은 아무렇지 않은 척 답했다.“저도 오늘 아침에야 급히 회의 공지를 받았어요.”주주는 놀란 듯 말했다.“아니, 이제야 아셨다니!”서성은 웃으며 말했다.“아마 사장님께서 중요하게 발표하실 내용이 있으신가 보죠. 조금 기다려 봅시다.”주주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그렇죠!”약 십여 분이 지나자, 회의실에는 참석자들이 전원 도착했지만 은정은 여전히 나타나지 않았다.사람들이 의아해하고 있을 즈음, 회의실 문이 갑자기 열리며 긴 원피스를 입은 여자가 들어왔다.사람들의 시선이 쏠리며 군데군데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다.“김서나 비서, 이미 사직한 거 아니었나? 어떻게 다시 온 거지?”“그러게
“미안.”은정의 낮고 허스키한 목소리가 어둠 속에서 울렸다. 유진이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고 생각했기에, 그리고 그 역시 지금은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기를 바랐던 터였다. 하지만 결국 자신이 감정을 제어하지 못했다. 그리고 이런 순간에 평정심을 유지하는 남자는 아마 없을 것이다.유진은 조용히 그를 끌어안았고,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그저 조금 당황하고 어쩔 줄 몰랐을 뿐인데, 은정이 단 한 마디만 더 다정하게 말해줬다면, 어쩌면...유진은 눈을 감았다. 조심스러움과 후회의 감정 사이에서 흔들리고 있었다.“오늘 출근해?”은정의 물음에 유진은 여전히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 채 그의 품에 기대어 낮게 대답했다.“네.”“그럼 조금만 더 자. 시간 되면 깨울게.”은정은 유진의 몸을 조심스레 놓고 일어섰다.“어디 가?”유진이 얼른 고개를 들어 묻자, 은정은 바닥에 떨어진 잠옷을 주우며 말했다.“아무 데도 안 가. 계속 네 옆에 있을 거야.”유진은 부끄러움에 얼굴이 더 붉어졌다. 눈을 내리깔고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근데 정말 급해요?”이내 은정의 목젖이 움직였다. 그의 목소리는 더욱 낮고 거칠어졌다.“안 급하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아직 때가 아니야. 난 기다릴 수 있어.”사실, 두 사람은 이제 막 연인이 된 사이였다. 유진의 부모님이나 집안 어른들 모두 이 사실을 알지 못했다.유진은 은정의 어깨를 바라보다 입술을 깨물었다.“급하다면 나도 생각해 볼게요.”은정은 놀라 유진을 바라보았다. 시선은 점점 깊어지고, 은정의 손이 유진의 턱을 살며시 감쌌다.“유진아, 이런 말은 아무 남자한테나 하면 안 돼. 그 말이 어떤 결과를 부르는지 알아야지.”유진은 그를 올려다보았는데, 눈가가 조금 붉어졌다. 그러나 그 안에는 단단한 의지가 담겨 있었다.“우린 결혼할 수 있을까요?”“할 거야.”단호한 은정의 대답에, 유진은 웃으며 입술을 살짝 벌렸다.“결혼 안 한다고 했으면, 계속 쫓아다녔을 거예요. 소희가 도망가 봐야 소용없다고 말했거든
은정이 방으로 들어왔을 때, 유진은 보이지 않았다. 욕실을 들여다봐도 텅 비어 있었다.심장이 순간 쿵 내려앉는 듯했다. 유진이 어디로 간 걸까 싶어 급히 문을 열려던 찰나, 침대 위 이불이 조용히 부풀어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은정은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겨 침대 곁에 앉았다. 천천히 이불을 들추자, 이불 속에 파묻혀 고요히 잠든 임유진이 모습을 드러냈다.그 순간, 은정의 마음이 말할 수 없이 부드럽게 무너져 내렸고, 한동안 유진을 바라보았다. 손가락으로 유진의 부스스한 머리카락을 정리해 귀 뒤로 넘기자, 복숭아처럼 말간 유진의 얼굴이 드러났다.은정의 손끝은 어느새 유진의 반쯤 열린 입술에 닿았다.‘내가 외롭고 힘들까 봐 곁에 있어 주겠다고 하지 않았나?’본인이 그런 말을 해놓고선, 혼자 먼저 잠들어 있었다. 은정은 오늘 유진이 서선영을 향해 울분에 차 분노하던 모습을 떠올렸다.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고, 품에서 붙잡고 있어도 다시 뛰쳐나가려 했다. 그렇게까지 분노한 건, 은정을 위했던 마음 때문이었다. 유진의 울음과 격분은 모두, 은정을 향한 애정에서 비롯된 것이었다.그 따뜻함에 은정은 처음으로, 마음속 깊이 응어리졌던 미움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유진은 서인이었든 은정이든, 언제나 그 어두운 마음속 깊숙한 곳까지 비춰주는 빛이었다.은정의 손끝이 유진의 입술에 닿자, 잠든 유진이 무의식중에 혀끝으로 그의 손가락을 살짝 물었다. 순간적인 전류처럼 온몸을 휘감는 감각에 은정은 숨이 거칠게 터져 나왔다.유진은 계속해서 그 손을 입술로 애무했고, 그는 이내 손가락을 빼고는 자기 입술을 갖다 댔다. 그렇게 두 사람은 오래도록 그렇게 입을 맞췄다.결국 유진은 그 입맞춤 속에서 다시 깊은 잠에 들었고, 은정은 그 자리에서 조용히 숨을 고른 뒤, 다시 욕실로 들어갔다.돌아와 유진의 곁에 누운 은정은, 유진이 이불 속에서 몸을 돌려 자신에게 안겨드는 것을 느꼈다. 그제야 알았다. 유진이 입은 잠옷 안엔 속옷이 없다는걸.숨을 길게 들이마시며 이성을 붙잡
갑자기 몸이 공중에 들리자, 임유진은 반사적으로 그를 꼭 껴안았다. 구은정은 그녀를 안고 침실로 향했다. 불은 켜지지 않았고, 방 안엔 희미한 달빛만이 조용히 스며들고 있었다.은정은 유진의 뺨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말했다.“샤워하고 와. 내가 우유 데워줄게. 마시고 자자.”이에 유진은 조심스레 고개를 들었다.“그럼, 당신은 어디서 자요?”이에 은정은 잠시 멈칫하더니 대답했다.“나도 여기서 잘 거야.”유진은 작게 말했다.“저, 그냥 집에 가는 게 좋을 것 같아요.”조금 전의 분위기가 떠오르자, 유진은 왠지 모르게 마음이 불편해졌다. 그런 일이 또 반복되면 둘 다 감정에 휩쓸릴까 봐 걱정스러웠다. 어둠 속에서 은정은 유진을 바라보다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가지 마. 우리 아무것도 안 할게. 그냥, 너 좀만 안고 있자.”유진은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아주 살짝 끄덕였다. 은정이 방을 나가자, 그녀는 몰래 숨을 내쉬고 욕실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샤워기에서 떨어지는 물소리 속에서도, 은정의 온기와 체취가 마음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온몸에 얽히는 듯한 그 감정들은 마치 장미 덩굴처럼 온몸을 감싸고 있었다.욕실 안엔 수건이 하나뿐이었는데, 은정이 평소 쓰던 것이다. 유진은 그 수건을 몸에 둘러보며 얼굴을 붉혔다.은은하게 배어 있는 박하 향이 이상하게도 마음을 간지럽혔다. 유진의 새하얀 피부는 수증기 속에서 연분홍빛으로 물들어 갔다. 그러다 문득 현실로 돌아왔다.‘아, 속옷이랑 잠옷 안 챙겨왔네. 이대로 나가야 하나?’‘아까까지만 해도 되게 뻔뻔했는데, 이제 와서 이러는 건 체면이 상하잖아.’‘나 오늘 왜 이러지? 계속 실수하잖아. 정신 좀 차리자, 유진아!’유진은 두 뺨을 살짝 쳐내며 마음을 다잡았다.그때, 문밖에서 조심스러운 노크 소리가 들렸다.“유진아?”익숙한 은정의 목소리가 들렸다.“잠옷 침대에 뒀어. 나 나갈게. 다 씻고 입어.”“아 네!”유진은 놀란 듯 대답했고, 너무 당황한 나머지 혀를 깨물 뻔했다. 은정이 나간 걸 확
베란다에 누워 자고 있던 애옹이는 인기척에 눈을 떴다. 거실에 나와 두 사람이 키스하는 모습을 흥미롭게 바라보다가, 다시 몸을 말고 잠들었다.하루 종일 요동치던 일들이 지나간 이 고요한 밤, 이 키스는 수많은 감정을 품고 있었다. 유진을 향한 갈망, 어린 시절에 겪었던 상처, 은정의 가슴속 깊은 곳에 자리했던 분노와 억울함은 결국 이곳에서, 유진에게서 위로받고 구원받았다.유진은 은정에게 모든 것을 걸고 자신을 내어주었다. 은정이 가졌던 상처를 달래주고, 세상의 모든 부드럽고 따뜻한 것을 그에게 쏟아주며 약속했다. 앞으로는 항상 함께할 거라고, 언제나 그의 곁에 서 있겠다고.수많은 굴곡과 고난을 지나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멈춰 선 은정은, 이마를 유진의 이마에 맞댄 채 낮고 거친 숨결로 속삭였다.“우리, 연애하자.”유진은 촉촉한 눈동자에 수줍은 미소를 머금고, 조금 물기 어린 입술을 살짝 깨물었지만 대답하지 않았다.“응?”은정이 긴장과 초조가 섞인 음색으로 다시 물었다. 유진은 살짝 발을 들어 그의 입술을 살짝 깨물며 부드럽게 말했다.“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게 연애 아니에요?” 친구끼리 서로 이렇게 위로하던가? 은정은 깊게 웃으며, 유진을 품에 안고 거실 안쪽으로 걸어 들어갔다.유진은 은정의 어깨에 살포시 엎드려, 귀에 바람을 불듯 속삭였다.“지금 시간 늦었어요.”“응.”은정은 낮고 묵직한 목소리로 응답했다.“이젠 가야 하지 않을까요?”유진은 한 손으로 은정의 어깨를 토닥이며 조심스레 말했다.“혼자 있고 싶다면 그냥 말해요. 전 억지로 안 남아요. 그냥, 그냥 이야기 나누고 싶을 때면, 그땐 제가 옆에 있어 줄게요.”은정은 잠시 숨을 참았다. 유진을 소파에 내려놓고, 한 손으로 소파 등받이를 짚으며 내려다봤다.둘의 눈빛이 마주쳤고, 유진은 갑자기 숨을 참았다. ‘말릴까? 아니면 붙잡을까? 그것도 아니면 그냥 보내줄까?’은정의 그림자는 본래 어두운 거실의 조도보다도 더 짙었다. 유진의 눈에는 오직 그 사람, 그 눈동자만이 또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