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쪽에서 소희는 성연희가 그 사람들을 따라가는것을 보고 다시 그녀를 지키고 있는 두 남자를 돌아보았다. 그녀는 차분한 표정으로 계속 술을 마셨다.그녀를 지키던 두 남자가 눈을 마주치며 속으로 대화했다, 이 계집애는 담이 큰가 아니면 뭘 모르는가?곧 저쪽에서 싸움이 일어났다. 성연희는 손에 맥주병 하나를 쥐고 있었는데 먼저 문신한 남자의 머리에 꽃이 피었고 즉시 그녀를 잡으려고 달려드는 장씨 가문 도련님을 발로 걷어 찼다.소희를 지키던 두 남자는 깜짝 놀라 즉시 달려갔다“도련님을 지켜야 해!”소희가 힐끗 쳐다보니 성연희는 비록 하이힐을 신고 있지만 실력발휘에 영향을 주지 않았고 연달아 세 사람을 걷어차고 뒤집는것이 보였는데 동작은 매우 멋지고 름름했다.주위의 손님들이 잇달아 뒤로 물러나 날카로운 비명소리를 냈다.격렬한 싸움과 어울리는 중음악이 사람의 가슴을 끓어 번지게 하였다.소희는 당황한 얼굴의 바텐더를 보고 옅은 목소리로 물었다.“방금 그 하선생이 주문한 술의 이름은 무엇인가요? 아주 맛있던데 한잔 더 주세요!”바텐더는 소희를 보라보고는 이내 술을 조리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는 나중에 줄곧 저쪽에서 싸우는 상황을 보며 그 빨간 치마를 입은 아가씨를 대신해서 손에 땀을 쥐었고 참지 못하고 소희에게 일깨워 주었다.“아가씨, 당신의 친구가 싸우고 있습니다!”“그래요, 혼자 좀 놀게 해요!”소희는 조용한 목소리로 바텐더에게 일깨워 주는 것을 잊지 않았다.“방금 술을 조리할 때 오렌지칩을 넣었는데, 이번에는 왜 안 넣어요?”바텐더는 놀라서 잊어버렸었다.소희가 잔에 있는 술을 반쯤 마셨는데 성연희가 소리치는 것을 들었다.“소희야, 좀 힘들어. 빨리 와!”그리고는 큰 소리로 욕설을 퍼부었다.“이X발, 네주제에 감히 내 치마를 찢어?”소희는 술을 한 모금에 다 마신 다음 술잔을 내려놓고 높은 의자에서 내려와 싸우는 쪽으로 갔다.이때 술집 전체는 싸움소리와 중음악을 제외하고는 모두 쥐 죽은 듯이 조용했다. 방금전까지 성연희를 주시하던 눈빛
조백림은 장시원과 람에서 같이 술을 마시는데 어떤 사람이 그에게 보낸 동영상을 보고 열어본 후 연속 두번이나 보고 나서야 장시원에게 경악하여 물었다.“이게 소희인가?”술집의 불빛은 원래 어두컴컴한데다가 소희의 그 화끈하고 시원한 옷차림까지 더해졌는데 만약 그 매우 비슷한 옆모습이 아니었다면 그는 정말 감히 이 여인이 소희라고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장시원은 눈살을 찌푸리고 생각하다가 동영상을 그들 공동의 그 단톡방에 보내 소리쳤다.“소희씨, 이게 당신이 맞는가요? 멋진데요. 지원이 필요한가요?”그는 소희가 이때 틀림없이 이 소식을 볼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당연히 소희에게 보여준 것이 아니다. 임구택에게 준것이였다.그는 누군가가 정말 단념했는지 보려고 하였다.임구택은 이때 집에서 저녁을 먹고 있었고 구은서도 있었다.구은서는 요 며칠 매우 부지런히 왔는데 오후에 또 다른 사람에게 일본에서 공수해 온 와우를 가지고 왔다. 노부인은 그녀더러 함께 저녁을 먹게 했다.그녀는 임구택의 맞은편에 앉아 단정하고 우아하게 노부인과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눈빛은 때때로 남자를 향해 쓸렸다.임구택은 조용히 아주 빨리 먹고 있었다.다 먹고 막 일어나서 떠나려고 하는데 핸드폰에서 갑자기 독방소식이 왔다.그가 열어 보는데 동영상에는 불빛이 어두컴컴한 술집에서 한 소녀가 바앞에 앉아 있고 옆에는 키가 큰 남자 두명이 서있는다.소녀는 검은색 폴로 셔츠에 미니스커트를 입고 시크하면서도 섹시했다. 검은색 캡으로 눈살을 가렸지만 한번 본 임구택은 소희임을 알아챘다.두 번째 동영상에서 성연희는 이미 남자들과 싸우기 시작했다. 그녀는 소희를 불렀다. 소희는 컵에 있는 술을 한 모금 마시고 일어나 성연희를 향해 걸어갔다.화면이 짧아서 여기까지 끝이였다.능구택은 이미 진정하지 못하고 벌떡 일어섰다.“난 다 먹었어요. 일이 있으면 좀 나가봐야 할것 같애요!”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성큼성큼 밖으로 나간 그는 검은색 셔츠만 입고 심지어 외투도 입지 않았다.구은서는 의
두 사람이 술집에 도착했을 때 문 밖에 경찰차가 서 있었다. 임구택은 차에서 내려 성큼성큼 안으로 들어갔다.술집 안은 아수라장이였다. 소희와 성연희는 소파에 앉아 있었고 맞은편에는 심문하는 경찰 몇 명이 앉아 있었다. 그리고 옆에는 10여 명이 이리저리 누워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보아하니 심하게 다친 것 같았다.임구택은 그쪽으로 가지 않고 멀리서 바라보기만 했다. 소녀는 캡모자를 쓰고 세련된 하얀 얼굴을 드러낸 채 바닥을 보며 조용히 앉아 있었다. 그저 성연희만 경찰과 이야기하고 있었다.그녀는 온몸이 검은색이였다. 허리까지 오는 옷과 미니스커트를 입어 가늘고 부드러운 허리와 길고 하얀 허벅지를 드러냈다. 그것을 본 임구택의 안색은 다시 어두워졌다.이건 무슨 옷차림이야?무엇을 하려고 이런 옷을 입고 클럽에 오는 거야?예전부터 이렇게 개방적이였나, 아니면 그를 떠난 후에야 제 멋대로 하는건가?임구택은 소녀를 쳐다보았다. 그러고는 차가운 눈빛으로 주위의 떠들썩한 사람들을 훑어보았다. 남자들이 소희를 노려보는 것을 본 그는 마음이 더욱 언짢았다.그는 웨이터 한 명을 불러 화내면서 말했다.“사람들을 모두 쫓아내세요, 오늘은 가게를 닫고 영업하지 마세요!”웨이터는 놀라서 임구택을 바라보았다.“누구세요?”뭘 믿고 그를 명령을 하는거야!임구택은 차가운 눈빛으로 힐끗 쳐다보더니 말을 하기도 전에 사장인 것 같은 사람이 달려와 경악스럽게 임구택을 바라보았다.“임 대표님? 여긴 무슨 일로……?”그는 술집 위의 룸에서 임구택을 본 적이 있었다. 이런 인물은 한 번만 봐도 기억할 수 있었다.임구택은 다시 입을 열었다.“손님들을 보내고 가게를 닫으세요!”“네!”사장은 마늘을 으깨듯 고개를 끄덕이자 웨이터는 즉시 손님을 보내기 시작했다.술집은 곧바로 조용해졌다.알록달록한 불빛마저 따스한 노란색으로 변했다.장시원과 조백림 등도 곧장 달려와 옆에 앉아 있는 임구택에게 물었다.“무슨 일이야?”임구택이 말을 하지 않자 구은서는 그를 힐끗 보더니 장시
“아!”정진은 머리를 감싸쥐고 몸을 웅크리며 비명을 질렀다.경찰은 잇달아 고개를 돌렸다. 아직 성연희의 신분을 알지 못해 장시원의 앞에서 그를 꾸짖지 못했다.“아가씨, 그만 해요.”성연희는 손에 남은 술병 반 개를 집어던지고 경찰을 차갑게 바라보며 말했다.“그가 얼마나 많은 여자들에게 피해를 줬는지 알아요? 이 쓰레기의 편을 들어줘요?”경찰은 얼굴이 하얗게 질려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빨리 가!”정진 등을 압송하는 경찰이 외쳤다.정진은 머리의 피를 가리고 성연희와 소희를 싸늘하게 훑어보더니 어두운 얼굴로 나갔다.팀장도 다가와서 소희와 성연희에게 말했다.“미안하지만 두분도 저희와 함께 가시죠.”성연희는 웃으며 말했다.“그래요. 하지만 빨리 해주세요. 우리 소희가 잠 자는걸 방해하지 말고!”“…….”임구택은 소파에 기대어 소희가 걸어오는 것을 주시하고 있었다. 보일락말락하는 허리는 유독 그를 화나게 하였다.그녀가 다가왔을 때, 결국 못참고 비웃으며 말했다.“보아하니 나랑 있을 때 내가 널 방해했나봐.”소희의 뒤에 있던 성연희는 임구택을 차갑게 흘겨보았다.“당연한거 아니에요? 임 대표님을 떠난 우리 소희는 보는 사람마다 좋아했어요. 어디를 가도 꼬시는 사람이 있어 원하든 말든 다 우리 소희에게 달렸어요!”임구택의 안색은 순간 새파랗게 질렸다.소희는 임구택을 쳐다보지도 않고 캡모자의 챙만 다시 아래로 당겨 천천히 밖으로 나갔다.장시원은 동정심이 담긴 눈빛으로 임구택을 보고 웃으면서 말했다.“내가 따라가 볼게, 걱정 하지마!”조백림이 말했다. “나도 같이 가!”안색이 어두운 임구택은 사람들이 다 나간 후에야 일어서서 따라갔다. 그의 눈에는 분노가 가득 담겨있었다.구은서는 즉시 앞으로 나가 그를 말렸다.“어디 가? 장시원도 있으니 소희는 괜찮을 거야. 너 까지 갈 필요는 없어.”“신경 꺼, 명원이보고 집에 데려다 달라고 해!”임구택은 싸늘하게 대답해주고는 계속 나갔다.구은서는 갑자기 눈물이 솟구쳐 임구택의 팔을 잡
장명원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이따 전화 할게요.”“응.”구은서는 울먹이며 고개를 끄덕였다.사람들이 잇달아 떠났다. 단지 사진을 찍어 증거를 수집하는 몇몇 경찰만이 가게의 사장과 이야기하고 있었다.한 경찰이 다른 경찰에게 말했다.“이건 방금 그 두 아가씨의 핸드폰이에요. 여기에 두고 갔네요. 제가 지금 경찰서로 가겠습니다.”경찰이 오자마자 소희 등의 핸드폰을 압수했다. 정진 그 사람들의 핸드폰은 가져갔지만 소희와 성연희의 폰은 두고 갔다.경찰이 핸드폰을 들고 밖으로 나가자 구은서는 마스크를 쓰고 따라왔다.“안녕하세요. 소희 친구입니다. 저도 경찰서로 같이 갈 수 있을까요?”그녀는 올때 임구택의 차로 왔고 다른 사람은 이미 가버렸다.경찰이 웃으며 말했다.“그럼요. 같이 가요.”두 사람은 경찰차를 타고 경찰서로 갔다. 경찰은 차를 몰면서 고개를 돌려 구은서에게 말했다.“친구분이 참 대단한 거 같아요. 예전에 배운 적이 있죠?”구은서는 웃는 듯 마는 듯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갑자기 조수석에 놓여 있던 핸드폰 켜졌고 독수리의 머리가 반짝였다.경찰은 차를 모느라 앞을 주시하고 있었고 구은서는 독수리의 머리를 한눈에 보고 자신도 모르게 몸을 기울였다.소희의 핸드폰이네!그녀는 이 독수리 머리가 어딘가에서 본 것처럼 익숙하다고 느껴졌다.스크린의 독수리 머리가 서서히 투명해지기 시작하자 구은서는 자신의 핸드폰을 꺼내 조수석의 핸드폰에 대고 사진 한 장을 찍었다.경찰서에 도착하자 장명원은 나와서 구은서를 맞이 했다.“누나는 들어가지 마세요. 제가 집까지 바래다 드릴게요.”구은서는 장명원을 보고 문득 생각났다. 그녀는 장명원의 핸드폰에서도 똑같은 독수리 머리를 본 적이 있다!게임인가?그녀는 눈빛이 반짝이고 마음이 급해졌다.장명원은 그녀가 말을 하지 않자 아직도 임구택 때문에 슬퍼하는 줄 알고 낮은 소리로 말해줬다.“누나, 구택형이 홧김에 한 말이니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마세요!”구은서는 정신을 차리고 물었다.“지금 안에 상
곧 장씨 집안의 사람도 왔다.정진의 아버지 정임은 신구 구청장의 비서이다. 권력이 좀 있어 먼저 취조실에 가서 아들을 만났는데 상처투성이가 된 아들을 보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이정도로 때려놓고 정당방위라고? 때린 사람은 얼마나 다쳤는지 한번 봅시다.”국장은 담담하게 말했다.“정 선생, 잠시만요. 지금 피해자 측의 일은 모두 장 선생께서 전적으로 책임지고 있으니 그와 이야기 해보세요.”“장 선생?”정임은 성이 장씨라는 말을 듣고 가슴이 덜컥 내려 앉았다. 장시원을 보자마자 마음속의 분노가 갑자기 사라졌다.30분 후, 장시원은 소희, 성연희와 함께 나왔다.조백림은 일어나서 말했다.“끝났어?”장시원은 일부러 임구택을 한번 보고 웃으며 말했다.“끝났어, 이젠 가도 되.”여러사람이 함께 밖으로 나왔다. 구은서는 임구택이 가만히 앉아 있는 것을 보고 돌아서 말했다.“구택아, 안가?”임구택은 냉담하고 분별할 수 없는 태도로 담담하게 말했다.“먼저 가, 난 아직 할 일이 있어.”구은서는 어리둥절해졌다.“무슨 일이야?”경찰서에서 무슨 일이 있겠어?“그럼 우리 먼저 가자!” 장시원은 소희에게 웃으며 말했다.“두 분은 술을 드셨으니 제가 집까지 데려다 줄게요.”“괜찮아요!”성연희는 웃으며 말했다.“약혼자가 왔어요!”그녀는 소희를 끌고 밖으로 나갔다.“모두 안녕, 안녕!”두 사람은 먼저 떠났고 장시원과 조백림 등도 잇달아 떠났다.임구택은 일어나서 취조실로 들어갔다.이미 깊은 밤이라 경찰서마저도 쓸쓸하였다.국장은 임구택를 데리고 안으로 들어가서 속삭였다.“정진 그 사람들은 모두 취조실에 갇혀 있어요. CCTV도 꺼놨아요.”“네!”임구택은 문을 열고 들어가 차갑게 말했다.“제가 말 하기 전에는 아무도 들어오지 마세요.”“알겠습니다!”국장은 즉시 고개를 끄덕였다.문이 닫히자 국장은 감히 떠나지 못하고 직접 밖에서 지키고 있었다.임구택이 취조실에 들어서자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있었던 정진 등 사람들은 곧바로 일어섰다.
그녀는 앞으로 다가가 피투성인 남자를 보고 자신의 생각이 맞았다는 것을 알았다. 이 모습을 본 그는 순간 슬퍼져 냉정하게 말했다.“임구택, 너 정말 나쁘구나!”임구택의 차가운 얼굴은 흔들림이 없었다. 그는 자신의 차를 향해 걸어갔다.마지막이야!오늘 이후, 그는 그이고, 소희는 소희이고, 두 사람은 더 이상 아무런 관계도 없다!......노명성은 먼저 소희를 풍림로의 저택에 데려다 준 후 성연희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갔다.성연희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노명성을 보고 웃으면서 말했다.“화 났어?”“아니!”노명성은 담담하게 말했다.성연희는 부러진 네일아트를 만지작거리며 중얼거렸다.“우리 소희가 임구택이랑 헤어졌어.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아 보이지만 속으로 힘들어 한다는 것을 알아, 원래 모든 감정을 숨기기 좋아해! 그녀를 데리고 화풀이 하고 싶어 술만 마시고 놀려고 했는데 이상한 사람들이 시비를 걸었어. 마침 우리 소희가 화풀이를 할수 있게 했지!”그녀는 끊어진 네일아트를 노명성에게 보여주며 입을 삐죽 내밀고 애교를 부렸다.“여보 호- 해줘, 아파!”육명성은 힐끗 보더니 그의 손을 잡고 정색했다.“화풀이를 해도 되지만 다른 사람들과 같이 가, 너희 둘 다 호신술을 배웠다해도 걱정 되잖아!”“응, 알겠어!”성연희는 순종하는 표정을 지었다.육명성은 그의 손을 잡고 말했다.“걱정마, 장씨 집안에게 말을 해놨으니 더 이상 소희를 괴롭히지 않을거야.”성연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임구택이 있으니 그 누구도 소희를 건드리지 못할 것이다!”장시원이 오늘 이리저리 바쁘게 뛰어다닌 것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다 잘 알고 있었다.육명성이 물었다.“서로 좋아하면서 왜 헤어졌어?”성연희는 오늘 임구택 곁에서 한 발자국도 떨어지지 않는 구은서를 떠올리며 말했다.“아마도 얍삽한 사람이 방해를 하고 있는 거같아. 가만히 두지 않겠어!”“누구?”육명성이 물었다.“구은서!”성연희가 말을 마치자 생각에 잠겼다.“사실 나에게 구은서를 상대할 좋은
시후는 매의 머리를 한참 쳐다보더니 얼굴이 굳어진 채 뒤돌아봤다. “어디서 나온 거예요?”은서가 물었다.“이게 뭔지 알아요?”시후는 냉담한 표정이었다.“잘은 모르지만, 강호에 ‘매골’이라는 사조직이 있어요. 우두머리는 매부리라고 하는데, 혹시 이것과 관계가 있는지도 몰라요.”“매골?” 은서는 눈썹을 찌푸렸다.“뭐하는 조직이에요?”시후는 설명을 이어갔다.“용병처럼 돈을 받고 일하는 조직이에요. 하지만, 그들은 합법적인 일 외에는 하지 않아요. 보통 국경 끝자락에서 거래를 하죠. 그 조직에 있는 사람들은 다들 대단한 사람들이에요. 맡은 일은 거의 실패한 적이 없어요. 물론 커미션도 꽤 높고요.”은서는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그런 신비한 조직과 소희가 어떤 관계지?’‘혹시 내 생각이 지난친걸까?’그러다 그녀는 갑자기 한 가지 사실이 떠올랐다. 장명원이 강성으로 돌아가기 전에 한 일 역시 매우 신비로웠다. 그는 임구택의 질문에도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그녀는 주시후에게 자신이 갖고 있는 의혹을 털어놓았다. 그는 생각에 잠겼다.“혹시 소희와 장명원 두 사람 모두 ‘매골’의 멤버가 아닐까요?”하지만, 은서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만약 그들 두 사람이 모두 ‘매골’의 멤버라면 왜 서로를 알아보지 못했을까요?”장명원은 처음에 소희를 만났을 때 낯선 사람을 본 것 같은 태도였다. 후에 그는 임구택의 일로 소희를 상대하긴 했지만, 소희는 그를 매우 싫어했다.이 같은 상황을 종합하면, 두 사람은 친분이 없는 것이 분명했다.시후는 은서에게 그들 조직에 대해 설명했다.“‘매골’이라는 조직은 신비로운 조직이라고 들었어요. 그들 조직은 외적으로도 내적으로도 신비로워요. 그들은 정해진 방법만을 통해 연락하고, 멤버들끼리 서로 만나지 않아요.”은서는 다시 사진 속 매의 머리를 쳐다보며 냉소했다.“정해진 방법? 아마도 이 소프트웨어일 거예요!”‘소희가 ‘매골’ 사람이라니!’은서는 이 같은 사실이 의외였다. 시후 역시 마찬가지였다.하지만, 소
“역시 이런 식으로 문제가 될 줄 알았어요.”은서는 싸늘한 눈빛으로 말하자, 손기수가 물었다.[이제 어떻게 하죠?]구은서는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장말숙한테 손자가 있잖아요. 그 애를 데려가요. 안전한 곳에 숨겨두고 지켜여.”이에 손기수는 비죽 웃으며 말했다.[그건 납치 아닌가요?]“이건 우리 엄마 뜻이에요.”은서는 그 말을 강조하듯 단호하게 말했다.“일만 제대로 끝내면, 보수는 두 배로 줄 거예요.”그제야 손기수는 만족스레 웃으며 대답했다.[좋아요. 저한테 맡기세요.]은서는 다시 신신당부했다. “숨겨두기만 해야 해요. 절대 다치게 하면 안 돼요.”이에 손기수는 급히 말했다.[우리가 어떻게 감히 그런 짓을 하겠어요!]은서는 차가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우리 엄마 말씀만 잘 따르면, 손해 보는 일은 없을 거예요.”모든 게 은정을 내쫓는 날까지만 버티면 그만이었다. 장말숙의 아들이 위협되지 않게 만들어야 했고, 지금 중요한 건 은정을 최대한 빨리 강제로 떠나게 만드는 일이었다.두 시간 후.오현빈이 급히 은정에게 전화를 걸었다.[형님, 큰일이에요. 장말숙 아주머니 손자가 납치당했어요!”은정의 눈빛이 차갑게 되었다. 그와 유진의 계획은 장말숙의 아들이 철없는 무뢰한이라는 걸 이용해, 서선영 쪽 사람들과 충돌이 일어나게 만들고 그 사이에서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었다.그런데 서선영은 한 수 더 앞질렀다. 직접 손자를 납치해 버린 것이다. 은정은 느긋한 듯 말했지만, 말투엔 서늘한 살기가 묻어났다.“왜 못 막았어?”현빈이 대답했다.[도착했을 땐 이미 데려가고 난 뒤였어요. 아이는 집에 혼자 있었고요.]장말숙은 요즘 일을 그만두고 손자를 돌보고 있었다. 자기 아들은 놀기 좋아하고 도박을 일삼으며 최근 큰 빚까지 졌고, 며느리는 친정으로 들어가 버렸다.장말숙이 서선영의 돈을 받은 것도 빚을 갚고 며느리를 다시 불러들이기 위한 것이었다.그날 점심을 먹고 잠시 슈퍼에 다녀온 사이, 손자가 납치된 것이다.은정은 알고 있
“아주머니는 분명 그날 일에 대해 알고 있어요. 그 사람한테 직접 확인하러 갈 거예요!”임유진은 말을 끝내자마자 그대로 뛰쳐나갔다.“유진아!”구은서는 몇 걸음 뒤쫓았지만, 유진은 이미 계단 아래로 사라지고 있었다. 은서는 굳게 이를 악물며 눈살을 찌푸렸다.서선영이 집에 없다는 걸 알자, 그녀는 바로 전화를 걸었다.“장말숙 아주머니 잘 지켜봐요. 유진이 그날 일 알아보려고, 지금 그 사람 찾으러 갔으니까.”그러나 서선영은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걔가 뭘 안다고 찾아?]은서는 차분히 말했다.“유진은 임씨 집안 사람이야. 찾으려면 못 찾을 사람이 없죠.”이에 서선영의 말투도 조금 무거워졌다.[알았어. 내가 금방 사람 붙여서 장말숙 감시하라고 할게.]은서는 이어서 냉랭하게 따져 물었다.“절대 밖으로 새어 나가지 않는다면서요? 근데 걔는 어떻게 안 거예요?”유진이 알았다는 건, 임씨 가족들까지도 이미 감지했다는 뜻이었다. 이에 은서는 불안감에 입술을 꾹 눌렀다.서선영은 얼버무리며 말했다.[아마 도우미 중 누가 말실수했을 거야. 다시 철저히 단속해 둘게. 걱정하지 마. 소문 좀 난다 해도 너한테까지 영향은 안 가. 넌 그냥 조용히 대본 연습이나 해.][이번 영화, 내가 네 외삼촌 꼬드겨서 겨우 투자받은 거 알지? 이번 기회 잘 잡아야 해. 딴 건 신경 쓰지 마. 연기만 잘하면 돼.]은서는 그 말에 더욱 날카로워졌다. 이번 영화는 유명 감독의 대작이었고, 은서에게는 이미지 회복의 유일한 기회였다. 그렇기에 서선영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나 곧 촬영 들어가요. 그러니까 이번 일 절대 망치지 마요.”[알았어!]서선영은 급하게 전화를 끊었다.유진은 급히 차로 돌아와 깊게 숨을 들이쉰 후, 곧장 은정에게 전화를 걸었다.“서선영 쪽에서 곧 움직일 거예요.”[알고 있어. 이미 준비해 뒀어.]은정의 목소리는 침착했고, 유진은 안심하며 숨을 내쉬었다.이윽고, 은정이 조용히 말했다.[고생 많았어.]이에 유진은 입꼬리를 살짝 올
“아파요!”유진은 짧은 비명을 내뱉으며 순식간에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그녀는 팔을 뻗어 구은정의 목에 매달리듯 안으며, 자기 얼굴을 숨기려 했다.이에 은정은 그녀의 어깨를 쓸어내리며 허스키한 목소리로 낮게 웃었다.“왜 예전 같지 않아? 예전엔 몰래라도 키스하려고 했으면서, 이젠 실컷 하라고 해도 도망치기 바쁘네.”유진은 은정을 꼭 안으며 눈가가 붉게 물들었지만 속은 터질 듯 행복했다. 이제는 몰래 키스할 필요가 없다. 하고 싶을 때 언제든지 할 수 있었다.은정은 유진의 발그레한 귀에 입을 맞추며 낮게 속삭였다.“전에 난 늘 걱정했어. 네가 그냥 어린 마음에 나한테 끌리는 거라고. 그저 신기하고 새로워서, 가질 수 없으니까 더 마음이 가는 거라고.”“우리가 진짜로 사귀게 되면 금세 질릴 거라고. 나는 사실 정말 재미없는 사람이야. 총 쏘고 싸우는 것 빼곤 할 줄 아는 게 없어.”“요즘 애들이 좋아하는 것도 몰라. 마음도 더 이상 젊지 않아.”“그래서 넌 언젠가 내가 생각보다 별거 아니라는 걸 깨닫고, 그 마음이 식을까 봐 두려웠어.”유진은 목이 메어, 콧소리가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그럼 내가 기억 잃었을 때, 왜 다시 나한테 다가왔어요?”은정은 예전엔 그렇게 차갑게 거절했던 사람인데, 교통사고 한 번 났다고 갑자기 사랑하게 된 걸까? 혹시 죄책감 때문은 아니었을까?그런 생각이 유진을 계속 불안하게 했다. 잠시 침묵하던 은정이 조용히 말했다.“아마 너 없는 세상이, 정말로 견딜 수 없을 만큼 어둡고 차가웠기 때문일 거야.”그 말에 유진의 가슴은 요동쳤다. 그녀는 조용히 몸을 일으켜 은정의 얼굴을 감싸 안았다. 마음 깊은 곳까지 꿰뚫어 보려는 듯, 어둠을 걷어내고 자신의 빛으로 은정의 세상을 덮어주려는 듯한 눈빛이었다.유진은 다시 한번, 은정에게 입을 맞췄는데, 이번엔 더욱 깊고 부드러운 입맞춤이었다.은정은 곧 유진을 세게 안았고, 불같이 뜨거운 열기가 유진을 감쌌다. 죽음 같은 어둠 속에서 되살아난 사람처럼, 은정의 키스는
“그 사람들이 설마...”유진은 커다란 눈을 뜨고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이에 구은정은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네가 생각한 그대로야.”유진은 믿기지 않는 듯 놀람과 동시에 깊은 자책의 기색을 띄웠다.“결국 내가 이렇게 만든 거잖아요.”“자꾸 그런 식으로 네 탓 하지 마.”은정은 그녀의 뺨을 다정하게 쓸어내리며 말했다.“너는 둘 사이의 더러운 사정도 몰랐잖아.”유진은 여전히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 말했다.“서선영은 그래도 이해가 가. 근데 구은서는 왜 그렇게까지 자기 엄마한테 협조한 거예요?”“자기 명예가 달린 문제인데, 게다가 지금은 연예인이잖아요. 설령 피해자라 해도, 그런 얘기 퍼지는 게 좋을 리 없잖아요.”은정은 깊은 생각에 잠긴 표정으로 대답했다.“십몇 년 전 그 일 땐, 은서는 진짜로 몰랐던 것 같아. 내가 샤워 끝내고 나왔을 땐 자고 있었고, 서선영이 소리 지르고 난리 쳐도 안 일어났거든.”“그땐 그냥 서선영한테 이용당한 거지. 근데 이번엔 서선영이 어떻게 설득했는지는 나도 몰라.”유진은 등줄기에 소름이 돋는 기분이었다. 서선영은 정말 너무 악랄했다. 자기 딸까지도 그런 식으로 이용한다면, 못 할 짓이 뭐가 있을까?더구나 서선영은 알고 있었다. 이런 식의 루머가 은정에게 가장 치명적이라는 것을. 그리고 이게 바로 구은태에게도 가장 아픈 약점이라는 것을. 그래서 서선영은 또다시 그 수를 썼다.유진은 곰곰이 생각하다가 중얼거렸다.“그때 전화받은 아주머니, 그 사람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요?”“찾을 수는 있어. 하지만 서선영한테서 돈을 받았고, 아마 협박도 받았을 거야.솔직히 말해줄 가능성은 작아.”은정은 냉정하게 말하자, 유진은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그래도 찾아봐야죠. 당장 데리고 가서 집에 가서 진실을 말하게 해야 해요!”은정은 유진의 손목을 붙잡았는데, 목소리는 단호하면서도 부드러웠다.“서두르지 마.”“어떻게 안 서둘러요! 지금 이미 밖에선 온갖 소문이 돌고 있다고요!”유진이 답답해하며 소리치자,
“그날 밤 전화했을 때 말이야.”유진은 깜짝 놀라며 말했다.“그게 바로 그날이었어요?”“그래.”은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 그는 서선영이 무슨 짓을 꾸미는지 몰랐다. 혹시 다시는 유진을 볼 수 없게 될까 두려워, 마지막으로 목소리라도 듣고 싶어서 전화를 걸었다.사실은 유진에게 자기 집으로 와달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끝내 그 말이 목구멍에서 나오지 않았다.유진은 자책하듯 말했다.“나도 그때 뭔가 이상하단 걸 느꼈어. 근데 안 찾아갔어요.”은정은 유진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으며 말했다.“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그때는 이미 깊은 밤이었고, 유진은 단지 모호한 한 통의 전화로 구씨 저택까지 달려갈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래도 유진의 마음속은 여전히 무겁고 미안했다.“내가 갔더라면, 그 여자의 계략이 통하지 않았을 수도 있었는데요.”“유진아, 우리 이제 과거에 대해 그만 후회하자. 응?”은정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유진을 바라보며 말하자, 유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중요한 건, 서선영 모녀의 거짓말을 어떻게 밝혀낼지였다.“그 여자가 떠나라고 하니까, 진짜 떠나려던 거예요? 도대체 언제부터 그렇게 만만한 사람이 됐어?”유진이 화가 난 듯 말하자, 은정은 그녀를 바라보며, 차가운 듯 부드러운 눈빛으로 대답했다.“내 명예 같은 건 중요하지 않았어. 네가 그 일 알고 나서 날 더 미워할까 봐, 그게 무서웠지.”호텔에서 유진이 여씨 집안 가족 모임에 참석한 걸 봤을 때, 그는 마음이 무너졌다.자신은 온몸이 상처투성이고, 앞으로도 더러운 과거 때문에 손가락질받을 인생인데, 그런 자신의 곁에 유진을 두는 게 너무 가혹하다고 생각했다.유진은 따뜻하면서도 가슴 아픈 눈빛으로 은정을 바라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유진은 두 손으로 은정의 얼굴을 감싸 안았다. 안개 낀 듯한 눈동자가 그를 뚫어지게 바라봤다. 은정의 어두운 그림자를 밀어내고 그 마음속까지 빛으로 채우려는 듯한 눈빛이었다.이번에는 유진이 먼저 입을 맞췄는데, 그 키스는 애틋하고 따스했
“정말 못됐어요. 그런데도 난, 이렇게 좋아하니까.”유진은 코끝을 훌쩍이며 속삭이듯 말하자, 은정의 눈빛이 짙게 가라앉았고, 유진을 더욱 세게 끌어안았다.유진은 흐느낌 속에 물었다.“그래도 또 떠날 거예요?”“안 떠나.”은정은 마치 유진의 몸이 자기의 일부라도 된 것처럼 꼭 끌어안았다.유진은 입술을 꾹 다물었지만,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그런데도 입가엔 참을 수 없이 번지는 미소가 피어올랐다.멀찍이서 둘을 바라보던 소희는 마침내 안도한 듯 미소를 지었고, 잠시 바라보다 조용히 돌아섰다.은정은 티켓 환불을 마치고, 유진의 손을 꼭 잡고 공항 로비를 빠져나왔다.그때 소희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유진이는 맡길게. 잘 달래줘. 난 먼저 갈게.]은정은 묵직한 음성으로 대답했다.“소희, 정말 고마워.”[혹시 집안 문제, 도와줄 일 있으면 말해.]은정은 원래의 냉정한 눈빛을 되찾으며, 대답했다.“아니, 내 일은 내가 해결할게.”[그래. 필요하면 언제든 연락해. 임씨 집안 쪽 설득도 내가 도와줄 수 있어.]은정은 낮게 웃었다.“혼자 힘으로 안 되면 그때 부탁할게.”전화를 끊은 뒤, 유진이 옆에서 물었다.“소희, 갔어요?”“응. 우리 집에 가자.”은정은 다시 유진의 손을 꼭 잡았다.유진은 그날 회사에 가지 않고, 전화를 걸어 휴가를 냈다. 이경 아파트로 돌아오자마자, 문을 열고 들어선 은정은 유진을 번쩍 안아 들고 그대로 입을 맞췄다.유진은 반사적으로 눈을 감았고, 두 다리로 그의 허리를 감싸 안으며, 세게 은정을 끌어안고 입맞춤에 응했다.유진의 반응은 은정을 더욱 자극했고, 입술은 불꽃처럼 뜨거웠다. 은정은 강렬함과 부드러움을 오가며 끊임없이 유진의 반응을 확인했고, 만족할 만한 대답을 얻었을 때에야 숨을 고르며 입술을 떼었다.유진은 숨을 헐떡이며 눈을 반쯤 감고 있었다.“언제 기억난 거야?”은정은 유진의 입술 위에서 낮게 물었다.유진의 커다란 눈동자엔 얇은 안개 같은 물기가 맺혀 있었고, 눈가엔 눈물 자국이 남아 붉
“나쁜 놈!”유진은 이를 악물고 욕설을 내뱉으며, 손등으로 눈물을 거칠게 닦고는 그대로 뛰쳐나갔다.허둥지둥 엘리베이터를 내려가던 중, 예상치 못하게 1층 현관 앞에서 막 차에서 내리는 소희와 마주쳤다.유진은 달려가 소희를 끌어안으며, 눈물로 목소리가 떨렸다.“소희야. 그 사람, 갔어.”소희는 차가운 눈빛으로 유진을 바라보다가, 조용히 손을 들어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며 침착하게 말했다.“지금쯤 공항 도착했을 거야. 얼른 차 타. 우리가 가서 막자.”유진은 울먹이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응.”차에 올라탄 후, 소희는 아침 출근길 교통체증을 피해 가능한 한 빠른 길로 달렸다. 조수석에 앉은 유진은 여전히 망연자실한 얼굴이었다.소희는 유진을 스치듯 바라보며 단호하게 말했다.“두려워하지 마. 이번엔, 걔가 지구 반대편까지 도망친다 해도 내가 꼭 데려올게.”유진은 이를 악물며 눈물 맺힌 눈으로 고개를 끄덕였다.“응.”공항에 도착하자, 소희는 시계를 확인했다.“지금쯤이면 막 보안 검색대 들어갔을 거야. 넌 안으로 들어가. 난 밖에서 기다릴게.”유진은 급히 고개를 끄덕이며, 사람들이 북적이는 공항 안을 정신없이 뛰어다녔다.탑승 게이트 앞, 마침내 수많은 인파 속에서 그토록 익숙하고, 아프도록 그리운 구은정의 뒷모습을 발견했다.너무 긴장한 탓일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은정이 거의 들어가려던 순간, 유진은 겨우 목을 눌러 뜨거운 한마디를 토해냈다.“서인!”이에 은정의 발걸음이 멈췄고, 순간 고개를 홱 돌렸다. 사람들 사이 너머로, 유진이 서 있었다.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친 그 순간, 시간이 멈춘 듯했다. 지나가는 사람들, 소음, 움직임. 모든 게 멀어지고, 과거와 현재가 한꺼번에 겹쳤다.처음 만났던 순간. 잃어버린 가방을 찾아 건네주던 은정의 등.“정말 대단해.”감탄하던 유진의 눈빛. 차가웠던 은정의 반응. 하지만 그녀는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은정이 궁금했고, 따랐고, 그렇게 샤브샤브집에서 새로운 인생이 시작되었다.유진은
방연하는 어이없다는 듯 여진구를 바라보며 말했다.“선배, 지금 진심이에요? 머리 괜찮아?”여진구는 연하를 째려보았다. 연하는 주변의 예쁘게 꾸며진 꽃길과 풍선을 둘러보며 부러움 섞인 말투로 말했다.“이거 진짜 예쁘네요. 나도 나중에 이런 대접 한번 받아볼 수 있을까요?”“너한테 고백할 남자가 이런 것도 못 하면, 내가 대신 해줄게.”진구는 시원하게 말하자, 연하는 헛웃음을 지으며 받아쳤다.“미리 감사 인사드릴게요, 여진구 사장님.”그 시각, 유진은 집에 돌아왔지만 마음은 여전히 뒤숭숭했고, 계속 뭔가 불안한 기분이 들었다.그날 밤은 뒤척이기만 하다가, 새벽이 되자 일찍 자리에서 일어나,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아침 7시가 되자, 임유민이 방문을 두드리고 들어왔다. 문에 기대선 그는 느슨하게 말했다.“누나, 이번 주 금요일 우리 학교 축구 경기 있어. 내가 수비수로 나가는데, 학교에서 가족 참관 받는대. 올래?”유진은 고개를 들어 한 박자 늦게 대답했다.“좋지. 꼭 응원하러 갈게.”유민은 그녀가 짐을 싸는 걸 보고 눈썹을 찌푸렸다.“근데 누나, 짐은 왜 싸?”유진은 노트북을 가방에 넣으며 말했다.“이젠 다시 이경 아파트로 돌아가려고.”유민은 조금 놀랐다.“안 돌아가겠다고 하지 않았어?”유진은 눈을 내리깔며 담담하게 대답했다.“가고 싶어졌어.”유민은 문에 기댄 채 웃으며 중얼거렸다.“역시 내 예상이 맞았네. 근데 이번에는 그렇게 바보처럼 굴지 마.”유진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뭐라고?”이에 유민은 씩 웃었다.“엄마는 아침 일찍 나갔고, 할머니한테는 꼭 인사하고 가. 안 그러면 또 가출했다고 난리 나실걸.”유진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내가 집에 없을 땐, 네가 좀 더 착하게 굴어. 할머니 기분 잘 맞춰 드리고.”유민은 양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말했다.“그건 숙모한테나 하라고.”유진은 참지 못하고 푸흐 웃음을 터뜨렸다. 짐을 정리한 후, 운전기사에게 짐을 차에 실어달라 부탁하고 자신은 할머니에게 인사드리
유진은 은정이 차를 타고 떠나는 모습을 직접 보고 나서야 다시 호텔 위층으로 돌아갔다. 혹시나 여씨 집안 사람들이 경찰에 신고할까 봐 대비해야 했다.라운지에 있던 사람들은 이미 흩어졌고, 유진이 그 안으로 들어섰을 때, 여씨 집안의 두 명의 며느리가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셋째네는 평소에 그렇게 거칠게 굴더니, 오늘 자기 아들이 그렇게 당했는데도 조용하네?”다른 여성이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들었는데 인후가 아가씨를 모욕해서 그렇게 된 거라더라고요. 이 일, 임씨 쪽이 알게 되면 여인후 가만두지 않을걸요?”“그래서였구나! 근데 때린 사람이 누군데?”“그건 잘 모르겠어요.”유진은 고개를 돌려 벽에 기대었다. 그 순간, 조금 전 은정의 어두운 눈빛과 먹먹한 표정이 머릿속을 스쳤고, 가슴이 다시 시리게 아파왔다.그때 여진구가 메시지를 보내오자, 유진은 핸드백을 챙겨 다시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유진아!”호텔 정원에서 진구가 유진을 발견하고는 반갑게 다가왔다. 그는 손에 들고 있던 꽃다발을 꺼내려 했지만 유진이 먼저 입을 열었다.“선배!”이에 진구는 웃으며 말했다.“먼저 말해봐.”유진은 진지한 표정으로 진구를 바라보며 말했다.“선배, 전 늘 당신을 선배로, 좋은 친구로 생각했어요. 그 이상은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어요.”“오늘 가족 모임에 참석하면서 다들 뭔가 오해한 것 같은데, 부디 오해가 더 커지지 않도록, 할아버지랑 어른들께는 확실히 말씀드려 주세요.”진구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아직 아무 말도 꺼내지도 않았는데, 유진은 이미 자신의 마음을 간파하고, 정중하지만 단호하게 선을 그어버린 것이다.유진은 미소를 지었지만 그 표정엔 피곤함이 묻어났다.“조금 피곤해서 먼저 갈게요. 할아버지께는 대신 인사 부탁드려요.”유진은 말을 마치고 돌아섰다.몇 걸음만 걸었을까? 그 순간, 뒤쪽 정원에 불이 환하게 밝혀졌다. 형형색색의 하트 모양 꽃장식이 환하게 빛났고, 수많은 풍선과 조명이 하늘로 떠올랐다. 몽환적이고 낭만적인 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