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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 [마지막처럼 파고드는 밤]

Autor: silver구슬
last update Fecha de publicación: 2026-06-11 00:05:59

유환의 집에 도착하자마자 장하늘은 그를 따라 욕실로 향했다. 

욕조의 투명한 물결을 따라 비누 거품이 흩어졌다. 유환의 뜨거운 손길이 닿을 때마다 전신을 관통하는 전율이 일었지만, 장하늘은 밀려오는 열기를 거부하지 않았다.

“뜨거운 물에 몸 좀 풀고 나면 개운해질 거야.”

낮은 목소리가 습기 가득한 욕실 벽면에 부딪혀 농밀하게 울렸다. 장하늘은 그 달콤한 명령에 온몸의 긴장을 풀고 눈을 감았다. 뜨거운 열기가 굳어 있던 근육 깊숙이 침투했다.

“그나저나······ 서진원은 의외네. 조기범 선배님 병실에서 안 보이던데.”

아까 겪은 발작의 여파로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넌지시 물었다.

“멀쩡한 거 확인하자마자 바로 내려갔어. 쿨한 건지, 뜬금 없는 건지.&rd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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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SS'의 퍼펙트 배터리(The SS-Class Perfect Battery)   #104. [거물이 등판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유도완은 장하늘 자신이 유환의 곁에 있다는 것을 탐탁지 않게 여길 터.장하늘은 다음 날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일단 급한 일이 생겼다는 핑계를 대고 자신의 오피스텔을 거쳐 학교로 향했다.캠퍼스는 평화로웠다. 텅 빈 그라운드 위는 시합이 마무리될 때까지 훈련 일정조차 잡혀 있지 않아 차라리 다행이라 여겨졌다.라커룸에서 유니폼으로 갈아입던 장하늘은 도저히 이 불안을 견딜 수 없어 다시 휴대전화를 움켜쥐었다.심란한 마음 탓에 그 무엇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결국 장하늘은 가방 속에 휴대전화를 던져두고 무작정 그라운드로 나섰다. 이럴 때는 몸을 혹사하며 달리는 것만이 유일한 구원이었다.거칠게 지면을 박차고 개인 훈련을 하는 와중에도 머릿속은 엉망으로 뒤엉킨 실타래 같았다.몸이 그토록 극심한 고통을 호소했던 건, 아마도 자신의 영혼이 이 처참하고도 어두운 진실을 본능적으로 감지했기 때문이었으리라.‘유환의 아버지가 나를 죽이고 싶을 만큼 증오해서, 전생에 그 MT 장소까지 직접 설계했던 걸까?’추측이 확신으로 변하는 순간, 장하늘의 팔등 위로 소름이 돋아났다. 때로는 정제된 언어나 꾸며진 행동보다, 날 선 육감이 진실의 본질을 더 정확히 꿰뚫는 법이었다.처음 마주했을 때부터 느껴졌던 그 노골적인 혐오와 경멸.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자식의 소중한 친구를 살해하려 들다니. 인간이 품을 수 있는 악의의 심연은 대체 얼마나 깊단 말인가.장하늘은 끔찍한 진실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한 채, 오로지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를 때까지 달리고 또 달렸다. 그러나 정신은 이미 현실의 궤도를 이탈해 있었다.바로 그때였다.그라운드 건너편, 정적을 깨고 육중한 검은색 세단 세 대가 연달아 멈춰 섰다. 이 시간에 학교 야구장에 고급 승용차 행렬이라니, 도무

  • '도SS'의 퍼펙트 배터리(The SS-Class Perfect Battery)   #103. [악연의 수레바퀴]

    깊은 어둠이 창밖에 자욱하게 내려앉았다.별빛조차 삼켜버린 도시의 밤은 차가운 유리창에 푸르스름한 막을 드리우고 있었다.유환은 이미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욕실에서부터 이어진 격정적인 행위 끝에 찾아온 만족감이 그를 깊은 수면 속으로 몰아넣었으리라.장하늘은 그의 일정한 숨소리를 자장가 삼아, 조심스럽게 침대를 빠져나와 휴대전화를 챙겼다.테라스로 나선 장하늘은 서울의 불빛이 강물처럼 흐르는 야경을 응시하며 차가운 생수를 들이켰다. 액정에 비친 얼굴은 잠들지 못한 자 특유의 안색으로 파리하게 가라앉아 있었다.‘조기범 선배님은 아직 깨어 계시겠지······.’어떻게든 그와 대화를 나누고 싶었다. 자신과 동일한 기현상을 겪고 있는 조기범은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실마리였다. 오늘 병실에서 그가 보여준 간절한 눈빛을 떠올리니, 도저히 이대로 잠을 청할 수 없었다. 장하늘은 용기를 내어 메시지를 보냈다.[조기범 선배님, 이제 몸은 좀 어떠신가요? 늦은 시각이라 주무실까 걱정되지만, 안부가 궁금해 연락드립니다.]메시지를 전송하자마자 거짓말처럼 ‘읽음’ 표시가 떴다. 곧바로 답신이 도착했다.[오늘 하루가 워낙 소란스러워서 그런지, 도무지 잠이 오질 않네.][저 역시 선배님께서 제게 못다 하신 말씀이 있는 것 같아 마음이 쓰여 잠들지 못했습니다.]그 순간, 징―― 하고 휴대전화가 진동하며 정적을 깼다. 발신자는 조기범이었다.장하늘은 마른침을 삼키며 통화 버튼을 내려다보았다. 오늘 밤, 자신의 인생에서 또 다른 판도라의 상자가 열릴 것만 같은 강렬한 예감이 들었다. 장하늘은 떨리는 손으로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

  • '도SS'의 퍼펙트 배터리(The SS-Class Perfect Battery)   #102. [마지막처럼 파고드는 밤]

    유환의 집에 도착하자마자 장하늘은 그를 따라 욕실로 향했다.욕조의 투명한 물결을 따라 비누 거품이 흩어졌다. 유환의 뜨거운 손길이 닿을 때마다 전신을 관통하는 전율이 일었지만, 장하늘은 밀려오는 열기를 거부하지 않았다.“뜨거운 물에 몸 좀 풀고 나면 개운해질 거야.”낮은 목소리가 습기 가득한 욕실 벽면에 부딪혀 농밀하게 울렸다. 장하늘은 그 달콤한 명령에 온몸의 긴장을 풀고 눈을 감았다. 뜨거운 열기가 굳어 있던 근육 깊숙이 침투했다.“그나저나······ 서진원은 의외네. 조기범 선배님 병실에서 안 보이던데.”아까 겪은 발작의 여파로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넌지시 물었다.“멀쩡한 거 확인하자마자 바로 내려갔어. 쿨한 건지, 뜬금 없는 건지.”유환은 무심하게 대답하며 어깨를 으쓱였다. 낮에 보여준 서슬 퍼런 반응과는 사뭇 대조적이었다.분명 두 사람 사이에도 말로 다 할 수 없는 기류가 흐르고 있었지만, 장하늘은 감히 그 심연까지 파고들 용기가 나지 않았다.“조기범 선배님이 무사히 퇴원하셔서 정말 다행이야.”“그러게. 이제 남 걱정은 그만하고, 오로지 우리 둘만 즐길 시간이야.”거울 속에 비친 실루엣은 현실을 초월한 세계의 연인처럼 위태로워 보였다. 유환의 커다란 손이 장하늘의 젖은 등을 감싸 안자, 단단한 허벅지가 매끄러운 허리에 노골적으로 밀착되었다.물속에서 은밀하게 팽창한 유환의 욕망이 등에 닿는 순간, 장하늘은 홧홧하게 달아오르는 숨을 삼켰다.“윽······ 누가 지켜

  • '도SS'의 퍼펙트 배터리(The SS-Class Perfect Battery)   #101. [큰 그림을 향해 맞춰지는 조각들]

    황망하기 짝이 없는 결말이었다.죽음의 원인도, 전생의 악연도 모두 맞았다. 직접 손을 대어 목숨을 빼앗은 것은 아니었으나, 조기범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원인을 제공했다는 사실만큼은 변함이 없었다.조기범의 시선이 위태롭게 흔들리는 것을 본 장하늘은 더 이상 묻는 것이 실례라 판단해 몸을 돌렸다. 그때 마침 유환이 다가오고 있었다.“많이 피곤해?”유환이 장하늘의 안색을 살피며 어깨를 부드럽게 감싸 쥐었다.“아니, 유환아. 괜찮아.”“네가 쓰러지면 내가 제일 곤란해지는 거 알잖아.”유환의 손길이 닿은 자리마다 진득한 열기가 피어올랐다. 장하늘은 유도완과 얽힌 전생의 악연을 떠올리며, 유환에게만은 이 참혹한 의구심을 들키지 않으려 필사적으로 감정을 갈무리했다.‘현생에서도 그렇게 야구하는 것을 싫어하는 유환의 아버지였는데.’심장이 하나의 답을 가리키듯 사정없이 요동치고 있었다.***한바탕 소동이 잦아들고, 조기범의 병실을 채웠던 학생들도 하나둘 자리를 떴다. 조기범은 병실을 수소문해 준 유환에게 고마움을 느끼는 한편, 자신이 너무 어두운 이야기를 꺼내 안색이 파리해진 장하늘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실상 조기범은 이제 몸 상태가 너무도 멀쩡해, 병문안을 온 이들에게 도리어 민망할 지경이었다.“기범아, 짐은 다 챙긴 거지?”“응, 어머니 오시면 바로 퇴원할 수 있어.”조기범의 어머니가 퇴원 수속을 위해 원무과로 향하자, 병실에 마지막까지 남은 이는 최우현뿐이었다. 두 사람은 익숙하게 침대 모서리에 걸터앉았고, 최우현은 가방에서 캔맥주 두 개를 능청스럽게 꺼내 들었다.“자, 멀쩡하게 살아 돌아

  • '도SS'의 퍼펙트 배터리(The SS-Class Perfect Battery)   #100. [전생의 피안: 숨은 적]

    조기범의 그림자가 창백한 형광등 불빛을 받아 천장까지 길게 뻗어 나갔지만, 정작 그의 고개는 폭풍을 만난 초목처럼 한껏 움츠러들어 있었다.거구의 어깨가 경련하듯 미세하게 떨렸고, 테이블 밑으로 숨긴 손끝은 축축한 식은땀을 쥐어짜며 시트만 구겨댔다.장하늘은 본능적으로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 조기범의 눈동자에 고인 짙은 불안이 날카로운 유리 파편이 되어 튀어 오르더니, 장하늘의 심장 가장 깊숙한 곳에 꽂히는 기분이었다.유환은 어느새 몰려든 Y대 학생들에게 둘러싸여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타인의 관심이 그쪽으로 쏠린 것을 천만다행이라 여기며 조기범을 응시하자, 그가 치킨을 먹으며 웃고 떠드는 무리를 멍하게 바라보다 경직된 음성을 뱉어냈다.“있잖아, 장하늘. 난 그 스토커가 근처에만 있어도 가슴이 찢길 듯 갑갑해져. 머릿속이 시커먼 공포로 가득 차서, 도저히 제정신으로 버틸 수가 없어.”190cm가 넘는 신장에 100kg은 족히 넘을 법한 당당한 체구의 조기범이, 아이처럼 유약한 목소리로 무섭다 고백했다. 장하늘은 그가 자신이나 서정우와 같은 궤의 고통을 공유하는 회귀자임을 확신하며 무거운 고개를 끄덕였다.“심장이 터질 것처럼 조여 오고, 누군가 목을 조르는 듯한 숨 막히는 괴로움인가요?”“맞아! 정확해. 딱 그런 기분이야.”장하늘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예상대로 조기범 역시 같은 형벌을 받고 있었다.“실은······ 전생에서도 끈질기게 나를 쫓아다녔던 아이였어.”역시, 짐작이 맞았다.“혹시 전생의 악연이었나요?”장하늘의 물음에 조기범은 미간을 좁히며 폐부 깊숙한 곳에서부터 묵직한 한숨을 끌

  • '도SS'의 퍼펙트 배터리(The SS-Class Perfect Battery)   #99. [악연을 넘어서는 방법]

    상황은 좋지 않았다.오해하기 딱 좋고, 사실 이건 오해도 아니었다. 장하늘은 유환과 사귀고 있으니까 말이다.“아버지, 애 놀라잖아요! 제발 나가세요! 몸이 안 좋아서 부축하는 것뿐이라고요!”“이놈이 아비한테 어디서 소리를 질러!”유도완의 눈썹이 험악하게 치켜 올라가자, 장하늘의 가느다란 손가락이 유환의 옷자락을 파르르 떨며 움켜쥐었다.“저희 지금 나갈게요!”“가긴 어딜 가? 장하늘이라고 했나? 너 몸 관리 똑바로 해! 우리 환이가 너 때문에 너무 진을 빼는 것 같으니까!”병실 안엔 날카로운 고성이 오갔고, 열린 문틈 사이로 지나가던 간호사들이 깜짝 놀라 힐끔거렸다. 배가 뒤틀리고 식은땀이 비 오듯 흐르며 정신이 가물거리는 와중에 장하늘은 미칠 것만 같았다.그런데 그 절체절명의 순간, 기묘한 감각이 장하늘을 스쳤다.이 고통을 여러 번 겪다 보니, 어떻게 해야 조금이라도 견뎌낼 수 있는지 본능적인 요령이 생긴 것이다. 장하늘은 숨을 멈추고 유도완의 그림자에서 시선을 완전히 거두었다.마음의 창문을 단단히 걸어 잠그듯 생각을 멈추자, 거짓말처럼 저주의 무게가 조금씩 흩어지는 기분이 들었다.‘저분은 나를 탐탁지 않게 여기는 게 확실해. 전생에서도 내가 유환이랑 가까이 지내는 걸 시기해서 압박했던 거야!’고통과 공포가 해일처럼 밀려왔지만, 장하늘은 유환의 옷깃을 생명줄처럼 잡고 흩어지는 정신줄을 다잡았다.살다 보면 본능적으로 사실 싫은 사람, 근처만 와도 불길한 예감이 드는 경우도 있지 않은가.지금 생각해 보면 그런 건 다 전생에 악연이 있어서가 아닐까 묘한 의심이 들었다.유환과 유도완이 실랑이를 벌이는 그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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