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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돈 많고, 아프고, 미친놈

Author: 실현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8-01 14:13:18

2화. 돈 많고, 아프고, 미친놈

'미친놈인 게 분명하다. 완벽한 아름다움에 미친놈이라고 했는데... 내가 그 정도인가?'

"제가 예쁘기는 하지만 완벽하게 아름답지는 않은데요?"

연의 물음에 단과 김 실장이 동시에 진심이 느껴지도록 간단히 답했다.

"큽!", "하!"

김 실장이 목을 가다듬고 말을 이었다.

"크큼.큼, 주인님께서 잠을 못 주무셔서, 심신미약 상태입니다. 이해를 부탁드립니다."

"김 실장, 아니다. 저 여인이 필요해 나의 고통을 잠재웠다."

단의 말에 김 실장이 눈을 빛내며 단과 연을 바라보았다.

"그게 정말입니까. 주인님?"

"그래, 잠깐의 접촉으로 진정이 되었어. 저 여인이 필요해. 지금 당장!"

단이 다시 고통에 숨을 몰아쉬며 연을 간절하게 바라보았다.

"으으윽... 얼마면 되지?"

같은 질문이었다. 연은 무슨 영문인지 모르겠으나, 저 남자의 고통을 그녀가 잊게 해준다는 것 같았다.

'치료사? 뭐 그런 게 필요한 건가? 한번 질러봐?'

"저 엄청 비싼데요?"

“상관없어. 내 전 재산을 다 주더라도 널 가져야겠으니까.”

​남자는 진심이었다. 천 년을 살아내면서 그가 견뎌낸 붕괴기에서 이런 안식은 단 한번도 없었다.

이번 붕괴기에 저 여인이 없으면 그는 버티지 못하고 미쳐서 세상의 재앙이 될지도 모른다.

빚 35억. 그 무게가 연의 이성을 마비 시켰다.

생각이 다 정리되기도 전에 말이 먼저 나갔다.

​“50억. 일시불로. 입금 확인되면, 오늘부터 내 영혼까지 당신 거예요.”

​남자가 망설임 없이 그녀의 손을 맞잡았다. 

​“하아... 그래... 거래 성립. 뭐든 주지.”

​그가 신음을 뱉으며 안심한 듯 웃었다. 그 미소는 지나치게 관능적이었고, 등골이 서늘할 만큼 위험해 보였다.

​“도망칠 생각은 마라, 서연. 계약 파기는 없다.”

계약서에 잉크도 마르지 않은 시점.

거실의 공기는 묘하게 달라져 있었다.

"저기요... 주인님?"

서연은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생전 처음 보는 남자와 연인이라도 된 듯 소파에 나란히 앉아 깍지를 끼고 있었다.

"불편해."

"네?"

"호칭 말이야. 주인님이라니. 네가 내 노예라도 되나?"

단이 미간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말을 뱉는 와중에도 그의 엄지손가락은 연의 매끄러운 손등을 가만히 문지르고 있었다.

그 은밀하고도 열기 어린 손길이 너무나 자극적이어서, 연은 새어나오려는 신음을 참으려 입술을 꼭 깨물어야 했다.

"아니, 돈 주셨으니까 주인님이죠. 그럼, 뭐라고 불러요? 회장님? 사장님?"

"단."

"네?"

"그냥 이름 불러. 단이라고. 님 자도 붙이지 마. 늙어 보이니까."

연은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을 지었다. 50억 고용계약을 마친 남자가 고작 호칭 따위에 예민하게 굴다니.

하지만, 을은 갑의 비위를 맞춰야 하는 법.

"넵! 단 씨. 됐죠? 근데 우리 이 손 좀 풀고 얘기하면 안 될까요?"

"안 돼."

단이 단호하게 잘라 말했다.

"계약내용을 벌써 잊었나? 반경 1m 유지. 손을 놓으면 내 머리가 다시 깨질 듯 아파오니까."

연이 얼굴을 붉히며 조심히 물었다.

"저... 실은 화장실을 좀 가야겠는데요..."

"아... 다녀와 빨리 아니면, 문 열어 놓든가."

"이 미친...!"

연이 욕을 입밖으로 하려다가 50억을 생각하며 꿀꺽 삼켰다.

'참자. 서연. 넌 자본주의의 괴물이다. 50억이면 화장실 문짝 정도는 뜯어버릴 수 있잖아?'

"농담이다."

연의 발그레해진 뺨을 가만히 내려다보던 단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문 앞에서 기다리지. 하지만 짐 챙기러 가는 건 같이 가야 해."

"네? 제 자취방에요?"

"그래. 24시간 밀착 치료라고 하지 않았나."

단이 깍지 낀 손을 슬쩍 당겼다. 여자의 달큰한 체향이 그의 코를 간지럽혔다.

"네가 가는 곳이 지옥이라도, 난 따라가야겠어."

'돈 많고, 아프고, 미친놈이 확실하다... 나 잘한 거겠지?'

연은 기겁했다. 그녀의 자취방은 서울의 달동네, 차도 들어가지 못하는 꼭대기 옥탑방이었다.

이 명품 인간이 그 누추한 곳에 발을 들이는 상상만 해도 현기증이 났다.

'청소는 언제 했었지?'

"안 돼요! 거기 차도 못 들어가요! 여자 혼자 사는 집이라 남자 금지입니다!"

"나도 안돼! 절대 못 떨어지니까 무조건 같이 간다."

거부권은 없었다. 50억짜리 계약은 이미 발효되었으니...

서연의 집으로 향하는 차 안은 고요했다.  그와는 반대로 연의 속은 시끄러웠다.

'망했다. 진짜 망했어. 피곤해서 청소도 안 했는데... 아! 속옷 빨래 건조대에 그대로 걸려 있는데!'

연은 창밖을 보며 한 손으로 마른 세수를 했다.

반면, 단은 평온해 보였다. 아니, 평온한 정도가 아니라 나른하게 풀려 있었다.

그를 괴롭히던 세상의 소음과 날카로운 감각이 차단되었기 때문이다.

차의 진동, 아스팔트의 마찰음, 멀리서 들리는 경적 소리가 지금은 그저 부드러운 자장가처럼 들렸다.

"졸려...."

단이 연의 어깨에 머리를 툭 기댔다. 연의 몸이 뻣뻣하게 굳었다.

묵직한 머리의 무게감과 함께, 샴푸 향인지 향수 향인지 모를 서늘하고 고급스러운 향기가 훅 끼쳐왔다.

"저기요, 단 씨? 무거운데요."

"가만히 있어. 머리 받침대라고 생각해."

"50억에 머리 받침대 옵션은 포함 안 됐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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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i Beum Lee
오호라 드디어 시작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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