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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작가: 별빛찬란
카메라를 손에 쥐자 지승현은 엄청난 불안감을 느꼈다.

순간 머릿속이 텅 비었다.

‘카메라? 내 서재에 카메라가 있었다고? 그렇다면 나랑 안효민이 서재에서 했던 행위들 모두...’

엄청난 두려움이 밀려오자 지승현은 최선을 다해 평정심을 유지하려고 했다.

지금 가장 시급한 것은 누가 이 카메라를 설치했는지를 알아보는 것이었다.

지승현이 가장 먼저 떠올린 사람은 바로 서다윤이었다.

그러나 냉정하게 생각해 보았을 때 서다윤이 카메라를 설치했다는 확실한 증거는 없었기에 섣불리 움직일 수는 없었다. 그리고 만약 서다윤이 그 사실을 알게 됐다면 절대 아무런 반응도 없을 리가 없었다.

지승현은 마치 그날처럼 다시 한번 서다윤이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서다윤이 그 사실을 알았더라면 분명 질투심 때문에 가만히 있지 않았을 것이다.

혼란스러운 마음을 추스른 후 지승현은 휴대폰을 꺼내 서다윤에게 문자를 하나 보냈다.

[서재로 와. 할 얘기가 있어.]

서다윤은 공방에 가려고 준비하다가 지승현에게서 온 문자를 보고 곧바로 서재로 향했다.

안으로 들어가자 책장 옆에 서 있는 지승현이 보였다.

지승현의 손에는 검은색의 동그란 물건이 들려 있었고, 그걸 본 순간 서다윤은 어떻게 된 일인지를 금방 깨달았다.

서다윤은 태연자약한 표정으로 지승현에게 걸어갔다.

“왜 불렀어?”

“이거 네가 설치한 거야?”

지승현이 카메라를 들며 물었다.

서다윤은 카메라를 설치할 때 언젠가는 지승현이 그것을 발견할 거라는 걸 예상했다.

그래서 지승현이 실제로 카메라를 발견했을 때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아니. 그게 뭔데?”

“이건 카메라야. 정말 네가 설치한 거 아니야?”

“내가 왜 네 서재에 카메라를 설치하겠어? 서재에 뭐 중요한 거라도 숨겨뒀어?”

서다윤이 그렇게 되묻자 뜨끔해진 지승현은 눈빛이 흔들렸다.

“네가 설치한 게 아니면 누가 설치한 거야?”

“네 경쟁자가 설치한 건 아닐까? 회사 기밀을 알아내려고 일부러 설치한 걸지도 모르지. 그렇다면 아마 서재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도 카메라를 설치했을 거야.”

서다윤은 다른 곳으로 주의를 돌리려고 했다.

아니나 다를까, 지승현은 곧바로 비서에게 전화를 걸었고 굳은 표정으로 지시를 내렸다.

“내 사무실에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는지 확인해 봐.”

서다윤은 태연했다. 애초에 만반의 준비를 해두었기 때문에 지승현의 의심을 다른 곳으로 돌린 것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비서가 보고했다.

“대표님, 사무실에서 초소형 카메라 두 대가 발견됐습니다.”

지승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도 동시에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안도한 이유는 서다윤이 카메라와 아무런 상관도 없었기 때문이고, 분노한 이유는 빌어먹을 경쟁자가 자신의 사적인 공간까지 침범했기 때문이다.

지승현은 최근 주가가 갑자기 폭락한 것도 자신이 사무실이나 서재에서 통화하며 자기도 모르게 회사 기밀을 누설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며칠 동안 지승현을 골치 아프게 했던 의문이 드디어 풀렸다.

그리고 서다윤은 성공적으로 의심을 피해 갔다.

의문이 풀렸음에도 지승현은 하루 종일 불안함을 느꼈다.

그 카메라가 경종을 울린 셈이었다.

머릿속에서 서다윤의 사랑을 과대평가하지 말라던 안효민의 경고가 계속 떠올랐다.

지승현의 넘치던 자신감도 서서히 마모되기 시작하며 언젠가 서다윤이 진실을 알게 되고 그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면 어떡해야 할지 걱정되었다.

...

불안해하는 지승현과 달리 서다윤은 조향 대회를 준비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원래 출품하려던 ‘무간’에 중요한 재료인 흑장미 성분이 빠지게 되면서 서다윤은 여러 가지 원료를 대체재로 사용해 보았다. 하지만 아무리 해도 자신이 원하는 향을 만들어 낼 수는 없었다.

답답하고 심란하던 때 갑자기 영상 통화가 걸려 왔다.

임가온의 이름을 확인한 서다윤은 이내 통화 버튼을 눌렀다.

긴 웨이브 머리에 고양이처럼 올라간 눈매, 웃을 때면 조금 짓궂어 보이는 여자가 화면에 나타났다.

“안녕, 다윤아. 뭐 하고 있었어?”

서다윤은 임가온의 뒤로 보이는 배경이 어딘가 익숙해 보이자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너 귀국했어?”

임가온은 서다윤의 절친이자 잡지사의 베테랑 에디터였다. 최근에는 업무 때문에 잠시 해외 지사로 파견되어 반년 정도 머물 예정이었다.

“회의 때문에 잠깐 돌아왔어. 내일 아침이면 다시 가야 해. 오늘 저녁 시간 돼? 우리 만나자.”

임가온은 서다윤이 남편에게 배신당한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

비록 일 때문에 바쁘긴 하지만 그래도 시간을 내서 친구를 달래주고 싶었다.

“좋아. 그럼 늘 만나던 곳에서 보자.”

서다윤 역시 임가온을 두 달 동안이나 만나지 못했기에 꽤 보고 싶었다.

저녁 일곱 시, 서다윤은 약속 시간에 맞춰 푸름 바에 도착했다.

그곳은 서다윤과 임가온이 예전부터 자주 가던 바였다.

두 사람 모두 그곳의 모히토를 좋아했다.

부드럽고 달콤하면서도 입안에 은은하고 깊은 풍미가 퍼져, 마실수록 여운이 길게 남았기 때문이다.

서다윤은 룸 안으로 들어가 모히토 두 잔을 주문했다.

그리고 휴대폰을 꺼내 임가온에게 문자를 보냈다.

[나 도착했어. 너는 언제쯤 도착해?]

그 뒤로 서다윤은 술을 홀짝이며 임가온의 답장을 기다렸다.

그러나 모히토 한 잔을 다 마실 때까지도 답장이 오지 않았다. 서다윤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 곧장 임가온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한참 동안 울린 뒤에야 임가온이 전화를 받았다. 임가온은 휴대폰 너머에서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다윤아, 나 지금 회의 중이야. 정말 미안해. 우리 편집장이 미쳤나 봐. 갑자기 늦은 시간에 당장 해외 지사로 돌아오래. 무슨 문제가 생겼는지 모르겠어. 나 오늘 약속 못 지킬 것 같아. 우리 다음에 만나자.”

서다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괜찮아. 그럼 다음에 만나. 계속 답장이 없길래 무슨 일이라도 생긴 줄 알고 걱정했잖아.”

임가온은 서다윤이 가장 힘든 시기에 곁에 있어 주지 못한다는 사실에 미안한 마음이 컸다.

임가온이 잠시 말이 없자 서다윤은 친구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곧바로 알아차렸다.

“걱정하지 마. 나 괜찮아. 일단 일부터 봐. 그러다 편집장님한테 또 혼나지 말고.”

서다윤은 전화를 끊은 뒤 임가온을 위해 주문한 모히토까지 전부 마셨다.

칵테일이라 별로 독한 술은 아니지만 두 잔이나 마시니 살짝 취기가 올랐다.

임가온이 오지 못하니 서다윤도 더는 그곳에 있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소파 위에 놓여 있던 가방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데 로비에 도착했을 때 갑자기 다리에 힘이 풀려 휘청거렸고 눈앞은 흐릿해졌다.

서다윤은 한 손으로 테이블을 짚고서 고개를 저었다. 뭔가 이상했다. 예전에도 모히토를 두 잔 마신 적이 있는데 오늘처럼 머리가 어지러운 적은 없었다.

옆에 의자가 보이자 서다윤은 잠시 쉬다 갈 생각으로 의자에 앉았다.

팔 위에 이마를 얹어 놓고 잠시 쉬면 괜찮아질 것 같았다. 그런데 엎드린 순간 바로 의식을 잃고 말았다.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 서다윤은 호텔 스위트룸에 누워 있었고, 마치 마법에 걸린 것처럼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가 없었다.

서다윤이 불안에 떨고 있을 때, 갑자기 작동 중인 성인용품을 손에 든 건장한 남자가 천천히 다가왔다.

남자가 가까워지고 나서야 서다윤은 남자의 음흉한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있었다.

“당신은 누구죠? 무슨 짓을 하려는 거예요? 여긴 어디예요?”

서다윤이 날카롭게 질문을 던졌다.

건장한 남자는 역겨운 눈빛으로 서다윤의 몸을 쭉 훑어보더니 음험하게 웃으며 말했다.

“나는 너를 즐겁게 해 주려고 온 거야. 나랑 하는 게 이걸 쓰는 것보다 훨씬 더 즐거울 텐데 한 번 체험해 볼래?”

“허튼짓하지 말아요. 감히 내게 손을 댄다면 죽여버릴 거예요!”

서다윤이 창백한 얼굴로 경고를 날렸다.

남자는 거친 손가락으로 매끈한 서다윤의 뺨을 매만졌다.

“너 같은 요물이랑 같이 놀 수 있다면 죽어도 좋아...”

“건드리지 말라고요! 저리 꺼져요!”

남자의 손이 이번에는 턱을 따라 아래로 내려갔다.

“지금은 싫다고 하지만 잠시 뒤에는 좋다고 난리일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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