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수공방의 여왕님의 모든 챕터: 챕터 1 - 챕터 10

30 챕터

제1화

서재 앞에 선 서다윤은 안에서 들려오는 남편 지승현의 고통스러운 신음을 듣고 있었다.한참 뒤 서재 문이 열렸다.지승현이 붉어진 얼굴로 안에서 걸어 나왔다.서다윤은 손톱이 살갗을 파고들기 직전에야 겨우 손에서 힘을 풀고 평온한 얼굴로 다가가서 태연하게 말을 건넸다.“치료는 다 끝났어?”지승현이 손을 들어 부드럽게 서다윤의 긴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응.”“어때?”“예전이랑 똑같아. 선생님이 내가 겪었던 트라우마를 떠올리게 할 때마다 두려운 마음이 들어. 비록 과정은 고통스럽지만 그래도 다행히 치료가 끝나고 나면 한결 편안해져.”실제로 지승현은 모든 것을 내려놓은 듯 홀가분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다윤 씨가 승현 씨의 신음 소리를 듣고 걱정을 많이 했나 봐요.”안효민이 생글생글 웃으며 따라서 나왔다. 촉촉하게 빛나는 두 눈동자가 사람을 홀릴 듯했다.서다윤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그럴 리가요. 안 선생님은 업계에서 굉장히 유명한 심리상담가잖아요. 선생님께서 제 남편을 열심히 치료해 주고 계셔서 마음이 놓여요.”“승현 씨가 협조를 잘해준 덕분에 치료도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는 거예요.”안효민이 미묘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자 지승현은 켕기는 게 있는 사람처럼 시선을 피했다.“아까 놀라서 식은땀이 났으니 샤워 좀 하고 올게.”“저는 지아를 보러 가볼게요.”나란히 사라지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지켜보던 서다윤은 눈빛 속 서늘함을 거두어들인 뒤 몸을 돌려 서재 안으로 들어갔다.서재 안 휴게실로 곧장 들어간 서다윤은 구석 자리에 놓인 쓰레기통에 시선을 고정했다.손을 뻗어 쓰레기통을 뒤집자 종이 뭉치가 와르르 쏟아졌고, 그 중에 사용된 콘돔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배신의 증거를 뚫어지게 바라보던 서다윤은 자조하듯 웃음을 흘렸다.그러다 어느샌가 눈시울이 붉어졌다.바람을 피웠다는 사실 자체가 우스운 건 아니었다.진짜로 우스운 건 자신의 아내와는 못하는 걸 다른 여자와는 할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3년 전 두 사람은 피지공화국에서 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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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서다윤은 어처구니가 없어 헛웃음이 나왔다.서다윤은 진작부터 안효민의 딸이 또래 아이들처럼 순수하지 않다는 것을 눈치채고 있었다.지승현에게 잘 보이려고 애를 쓰면서 서다윤을 대할 때는 태도가 완전히 달랐기 때문이다.지승현과 안효민의 불륜 사실을 알기 전까지는 서다윤도 그저 그러려니 하고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하지만 지금 와서 되돌이켜 보니 안지아가 했던 모든 행동은 안효민의 사주를 받은 것이 분명했다.고작 다섯 살짜리 아이가 성인용품을 들고 서다윤을 모함하고 있었다. 안효민이 안지아에게 그런 짓을 시킨 걸 보면 분명 뭔가 목적이 있을 것이다.하지만 그 목적이 무엇인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서다윤은 뻔뻔하게 거짓말을 늘어놓는 안지아를 서늘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날카롭게 물었다.“안지아, 내 방에서 가져온 물건이 확실해?”“네. 아줌마 베개 밑에 있던데요.”안지아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거짓말을 했다.“이건 내 물건이 아니야. 어디서 난 물건인지는 안 선생님한테 물어봐야 할 것 같네요.”서다윤이 매서운 눈빛으로 안효민을 바라봤다.안효민은 서둘러 딸을 자신의 뒤에 감추며 말했다.“어린아이가 거짓말을 할 리가 없잖아요. 다윤 씨, 왜 부정하는 거예요? 승현 씨 상황은 우리 모두 알고 있잖아요. 다윤 씨에게 생리적인 욕구가 있는 것도 당연한 일이고요.”“저한테 욕구가 있다면, 안 선생님도 당연히 욕구가 있는 것 아닌가요? 제 남편은 발기부전이고 안 선생님은 남편이랑 이혼했죠. 그런데 왜 제 물건이라고 그렇게 단정 짓는 거죠?”“저는 그런 물건이 필요하지 않아요...”안효민의 속눈썹이 살짝 떨렸다.“안 선생님은 왜 필요하지 않죠? 다른 사람이 만족시켜 주기라도 하나 봐요?”서다윤은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계속해 몰아붙였다.결국 참지 못한 지승현이 켕기는 게 있는 사람처럼 짜증을 내며 말했다.“그만해. 우리는 지금 네 얘기를 하고 있는데 왜 자꾸 안 선생님까지 끌어들이는 거야?”지승현의 까만 눈동자에서 분노의 불길이 일었다.“아무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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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서다윤은 CCTV 화면을 통해 지승현과 안효민이 차례로 서재에 들어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점심에도 한 번 일을 치러 놓고 저녁이 되자 또 참지 못하고 찾아가는 걸 보니 중독된 건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였다.안효민은 트렌치코트를 입고 있어 얼핏 보기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지승현의 앞에 도착해 겉옷을 벗자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맨몸이 나타났다.두 사람은 나란히 서 있었고, 안효민은 기다란 실크 소재의 천을 꺼내 지승현의 눈을 가렸다.그다음 행동을 본 서다윤은 자신의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지승현이 향수 한 병을 집어 들어 안효민의 몸에 뿌렸다.그 향수는 서다윤에게 너무도 익숙한 것이었다. 서다윤이 직접 만든 향수이자 평소에도 자주 사용하던 향수였기 때문이다.서다윤은 같은 향의 향수를 여러 병 만들어 집에 두고 필요할 때마다 꺼내 쓰는 습관이 있었다.그런데 지승현이 그 향수를 챙겨가서 안효민에게 뿌린 것이다. 대체 무슨 짓을 하려는 것일까?두 사람의 이어지는 대화를 통해 서다윤은 금방 그 이유를 깨달았다.안효민이 한 손으로 지승현의 목을 감싸고 다른 손으로 지승현의 가슴을 매만졌다.“우리 계속 이러다가 다윤 씨한테 들키면 어떡해?”지승현은 개의치 않는 표정으로 말했다.“들키면 뭐 어때? 나는 바람을 피운 게 아니라 치료를 받은 것뿐인데.”지승현은 안효민의 턱을 쥐고 말했다.“나는 내 눈을 가리고 다윤이 향수 냄새를 맡으며 너를 다윤이로 상상해. 내가 이런 일들을 하는 건 전부 하루빨리 회복하기 위해서야. 잘못한 건 다윤이지. 다윤이가 나를 기쁘게 해주지 못하니까 내가 어쩔 수 없이 너를 대역으로 삼는 거잖아.”“그건 그렇지만 여자 마음은 그렇지 않은걸. 승현 씨는 나한테 손으로만 하라고 했지만, 다윤 씨가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분명 괴로워할 거야...”“다윤이는 이해할 거야. 이해하지 못한다면 내가 잘 달래주면 되지.”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말하는 지승현의 말투에서 자신감이 느껴졌다.“너는 다윤이가 나를 얼마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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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두 사람은 어제와 똑같이 행동했다.서다윤은 지승현이 안효민에게 향수를 뿌리는 것을 확인한 뒤 곧바로 휴대폰을 껐다.어젯밤 이미 괴로울 정도로 토했기 때문에 그 고통을 또다시 겪고 싶지는 않았다....서재 안.안효민은 지승현을 ‘정성껏’ 치료해 주고 있었다.그런데 갑자기 몸이 가려워지기 시작해 참지 못하고 긁었다.마치 몸 전체에 알 수 없는 벌레가 달라붙은 것처럼 가려움은 점점 심해졌고, 안효민은 결국 온몸을 긁어대기 시작했다.“승현 씨, 나 너무 간지러워...”지승현은 장난스럽게 말했다.“마음이 간질거려서 못 참겠어?”안효민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가슴팍을 벅벅 긁었다.“아니. 그런 게 아니라 몸이 너무 간지러워. 간지러워 죽겠어.”서재 안의 조명은 꺼진 상태였고 오로지 촛불 하나만 켜져 있었다. 은은한 불빛이 더 분위기 있었고 지승현은 그런 분위기를 좋아했다.안효민의 말을 들은 지승현은 눈을 가리고 있던 천을 풀고 조명을 켰다. 그 순간 두 사람은 화들짝 놀랐다.“승현 씨, 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안효민의 눈처럼 하얗고 매끄러운 피부 위로 붉은 두드러기가 빼곡하게 생겼다. 얼핏 보면 수많은 불개미가 안효민의 피부를 물어뜯고 있는 것 같아 보기만 해도 등골이 오싹했다.“혹시 뭐 잘못 먹어서 알레르기가 생긴 거 아니야?”지승현이 충격받은 표정으로 물었다.“아니야. 나 잘못 먹은 거 없어.”안효민은 곰곰이 되짚어 보더니 불현듯 뭔가 떠오른 건지 테이블 위에 놓여 있던 향수를 바라봤다.“혹시 저 새 향수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승현 씨, 다윤 씨가 무슨 좋은 걸 만들 수 있겠어? 분명 다윤 씨가 만든 싸구려 향수 때문에 알레르기가 생긴 걸 거야!”안효민은 미친 듯이 가려워 자기도 모르게 계속 몸을 긁었다.붉은 두드러기는 점점 퍼져 나가 가슴뿐만 아니라 목, 심지어 얼굴에까지 생겼고 그 탓에 아주 끔찍해 보였다.“가자. 내가 병원에 데려다줄게!”지승현은 서다윤이 만든 향수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채 다급히 안효민을 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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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집 뒷마당에는 꽃이 심겨 있었는데, 그중에는 서다윤이 향수를 만들기 위해 키우는 각종 희귀한 꽃들이 있었다.평소 서다윤은 마치 아이를 키우듯 정성을 다해 꽃들을 가꾸었다.서다윤은 아래층으로 달려 내려갈 때 머릿속에 온갖 생각이 스쳤다. 혹시 향수에 손을 쓴 일 때문에 안효민이 앙심을 품고 안지아에게 꽃을 꺾게 한 건 아닐지 의심이 들었다.하지만 현장에 도착해 보니 상황은 서다윤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했다.안지아는 단순히 꽃을 꺾은 정도가 아니라 아예 불을 질러 서다윤의 정원을 완전히 태워버렸다.3년이라는 시간 동안 하나하나 정성껏 키워온 희귀한 꽃들이 거센 불길에 집어삼켜져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다투라, 로즈마리, 흑장미, 카르다몬, 제라늄, 클라리세이지... 이름을 알고 있는 꽃이든 모르는 꽃이든 모조리 시커멓게 타버린 앙상한 가지가 되어 바닥에 어지럽게 나뒹굴고 있었다. 마치 한 차례 조용한 학살이 일어난 듯한 광경이었다.안지아는 옆에 서서 엉엉 울면서 사과를 했다.“죄송해요, 아줌마.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에요. 그냥 여기서 달걀을 한 번 구워 보고 싶었을 뿐이에요. 정말 벌레가 나오는지 보고 싶었을 뿐인데 이렇게 될 줄은 정말 몰랐어요...”옆에 있던 가정부가 서둘러 말했다.“사모님, 지아가 마당에서 놀고 싶다고 했는데 불장난을 할 줄은 저도 몰랐어요. 오늘 남서풍까지 불어서 불길이 갑자기 너무 거세지는 바람에 저희가 손쓸 틈도 없이...”서다윤은 온몸의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았고 귀에서는 윙윙거리는 이명이 울렸다.순간 눈앞에 안효민의 모습이 아른거리면서 당장이라도 안효민을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안지아가 다가와 서다윤의 옷자락을 잡아당겼다.“정말 죄송해요, 아줌마. 저...”“정말 일부러 그런 게 아니야?”안지아가 말을 끝맺기도 전에 서다윤이 갑자기 목이 찢어져라 고함을 질렀다.서다윤은 평소 감정 기복이 심한 사람이 아니었고 좀처럼 화를 내지도 않았다.그랬던 서다윤이 갑자기 어린아이를 향해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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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내가 눈이 멀었던 게 틀림없어.’서다윤은 그 말을 곱씹다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차가운 눈빛을 한 채 지승현의 앞으로 걸어간 서다윤은 자신의 속마음을 대신 말해준 것이나 다름없는 지승현을 질타하는 대신 덤덤히 말했다.“후회돼서 그래? 지금도 늦지 않았어. 이혼할래? 하고 싶으면 얘기해. 언제든 이혼해 줄 테니까.”지승현은 그 자리에 얼어붙은 듯 멍하니 서 있었다.서다윤은 고개를 돌려 옆에 있던 가정부에게 말했다.“내 옷장 안에 있는 웨딩드레스 좀 가져다줘요.”무슨 영문인지 알지 못하는 가정부는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잠시 후, 가정부가 프랑스에서 맞춤 제작했던 값비싼 웨딩드레스를 조심스럽게 품에 안고 거실로 왔다.가정부는 웨딩드레스를 소중히 품에 안고 있었다. 마치 예전에 서다윤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서다윤이 그 웨딩드레스를 얼마나 아끼는지는 지승현을 비롯한 모두가 알고 있었다. 서다윤에게 그 드레스는 두 사람의 오랜 사랑을 증명하는 물건이었기 때문이다.하지만 이제 그 드레스는 두 사람의 과거가 어떻게 잿더미가 되어 사라지는지를 증명하는 물건이 될 것이다.서다윤은 웨딩드레스를 예전처럼 조심스럽게 다루지 않고 마치 헌신짝처럼 바라보며 가정부에게서 그것을 건네받은 뒤 곧장 마당으로 향했다.그리고 팔을 들어 힘껏 집어던졌다. 순백의 웨딩드레스가 잿더미 위로 떨어지는 순간, 아직 완전히 꺼지지 않은 불씨가 순식간에 거센 불길로 타올랐다.그리고 눈 깜짝할 사이에 두 사람의 청춘을 통째로 집어삼켰다.뒤따라 나온 지승현은 그 광경을 본 순간 깜짝 놀라 동공이 심하게 떨렸고 곧이어 큰 목소리로 외쳤다.“서다윤, 미쳤어?”웨딩드레스가 이미 새까만 재로 변하지 않았다면 지승현은 바로 달려 나갔을 것이다.서다윤은 아무렇지 않아 보였고 평온한 눈빛에는 한 점의 미련도 남아 있지 않았다.“아까 네가 그랬잖아. 눈이 멀어서 나를 선택한 거라고. 그런데 내가 왜 이 같잖은 물건을 간직해야 해? 무슨 의미가 있다고.”말을 마친 뒤에는 태연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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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카메라를 손에 쥐자 지승현은 엄청난 불안감을 느꼈다.순간 머릿속이 텅 비었다.‘카메라? 내 서재에 카메라가 있었다고? 그렇다면 나랑 안효민이 서재에서 했던 행위들 모두...’엄청난 두려움이 밀려오자 지승현은 최선을 다해 평정심을 유지하려고 했다.지금 가장 시급한 것은 누가 이 카메라를 설치했는지를 알아보는 것이었다.지승현이 가장 먼저 떠올린 사람은 바로 서다윤이었다.그러나 냉정하게 생각해 보았을 때 서다윤이 카메라를 설치했다는 확실한 증거는 없었기에 섣불리 움직일 수는 없었다. 그리고 만약 서다윤이 그 사실을 알게 됐다면 절대 아무런 반응도 없을 리가 없었다.지승현은 마치 그날처럼 다시 한번 서다윤이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고 스스로를 위로했다.서다윤이 그 사실을 알았더라면 분명 질투심 때문에 가만히 있지 않았을 것이다.혼란스러운 마음을 추스른 후 지승현은 휴대폰을 꺼내 서다윤에게 문자를 하나 보냈다.[서재로 와. 할 얘기가 있어.]서다윤은 공방에 가려고 준비하다가 지승현에게서 온 문자를 보고 곧바로 서재로 향했다.안으로 들어가자 책장 옆에 서 있는 지승현이 보였다.지승현의 손에는 검은색의 동그란 물건이 들려 있었고, 그걸 본 순간 서다윤은 어떻게 된 일인지를 금방 깨달았다.서다윤은 태연자약한 표정으로 지승현에게 걸어갔다.“왜 불렀어?”“이거 네가 설치한 거야?”지승현이 카메라를 들며 물었다.서다윤은 카메라를 설치할 때 언젠가는 지승현이 그것을 발견할 거라는 걸 예상했다.그래서 지승현이 실제로 카메라를 발견했을 때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아니. 그게 뭔데?”“이건 카메라야. 정말 네가 설치한 거 아니야?”“내가 왜 네 서재에 카메라를 설치하겠어? 서재에 뭐 중요한 거라도 숨겨뒀어?”서다윤이 그렇게 되묻자 뜨끔해진 지승현은 눈빛이 흔들렸다.“네가 설치한 게 아니면 누가 설치한 거야?”“네 경쟁자가 설치한 건 아닐까? 회사 기밀을 알아내려고 일부러 설치한 걸지도 모르지. 그렇다면 아마 서재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도 카메라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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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경고하는데 충동적으로 굴지 말아요. 감히 내게 손을 댄다면 절대 좋은 꼴을 보지 못할 거예요!”서다윤이 다시 한번 경고했다.남자는 참지 못하고 옷을 벗으며 입술을 핥았다.“쓸데없는 걱정은 하지 마. 내가 감히 네 몸에 손을 댄다는 건 내 뒤를 봐줄 사람이 있다는 걸 의미하니까.”“그게 누군데요? 누가 이런 짓을 하라고 한 거예요?”서다윤은 분노에 찬 눈으로 남자를 노려봤다.두 눈이 당장이라도 튀어나올 것 같았다.“그건 알 필요 없어. 나는 가서 샤워를 좀 해야겠어. 잠시 뒤에 실컷 놀아줄게.”굳이 강제로 할 필요는 없었다. 이미 약을 썼기 때문에 약효가 돌면 서다윤이 먼저 요구할 것이고, 그렇게 돼야 재미가 있었다.남자는 그저 기다리기만 하면 되었다.남자는 욕실로 들어갔고 곧 안에서 샤워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서다윤은 필사적으로 몸부림을 치면서 강한 정신력으로 서서히 힘을 회복했다.서다윤은 휘청거리며 침대에서 일어나 앉았다. 머릿속에는 절대 남자의 뜻대로 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뿐이었다.서다윤은 온 힘을 다해 문가로 걸어가 문고리를 돌렸다. 하지만 문은 밖에서 잠겨 있었다.힘주어 문고리를 돌려 보았지만 문은 열리지 않았다. 결국 서다윤은 어쩔 수 없이 침대 쪽으로 걸어가 가방 안에서 휴대폰을 찾으려고 했다.그러나 휴대폰은 보이지 않았다.객실 전화기로 걸어가 보니 전화선이 아예 끊겨 있었다.‘짐승 같은 놈, 아주 치밀하게 준비했네.’급박한 순간, 창문이 열려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서다윤은 다시 힘겹게 창가로 걸음을 옮겼다.창문 앞에 도착한 뒤 고개를 숙여 아래를 내려다보니 아래에 에어컨 실외기와 우수관이 보였다.그런데 하필 바로 그때 약효가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했다.서다윤은 온몸이 점점 뜨거워지면서 수많은 바늘이 몸을 찌르는 듯한 감각을 느꼈다.지금 도망치지 않는다면 정말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겪게 될지도 몰랐다.하지만 몇 층인지도 모르니 무턱대고 뛰어내렸다가는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그런 일을 당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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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아래층으로 내려오면서 확인해 보니 모든 창문이 닫혀 있었는데 오직 그 방의 창문만 활짝 열려 있었다.이미 기진맥진한 상태였던 서다윤은 당장이라도 추락할 듯 창가에서 위태롭게 흔들렸다.서다윤이 하마터면 아래로 떨어질 뻔한 순간, 남자가 손을 뻗어 서다윤을 잡아당겼다. 그러자 온몸에 힘이 풀린 서다윤은 그대로 축 늘어졌는데 하필이면 남자의 몸 위로 쓰러졌다.조세혁은 어머니가 틈만 나면 자신의 곁에 여자를 보내는 것에 이미 익숙해져 있었다.하지만 이렇게 독특한 방식으로 등장한 여자는 처음이었다.조세혁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진짜 별의별 수단을 다 쓰네.”서다윤은 마치 아기 고양이처럼 조세혁의 어깨에 엎드려 있었다. 힘이라곤 하나도 없는 듯했고 조세혁의 뜻대로 휘둘릴 것만 같았다.“우리 어머니가 보냈어?”조세혁의 목소리는 낮고 차가웠다. 마치 얼어붙은 강 아래로 흐르는 강물처럼 아무런 온기도 느껴지지 않았다.서다윤은 의식이 천천히 흐려졌다가 또렷해지기를 반복했다.약효가 혈관을 타고 미친 듯이 퍼져 나가면서 눈의 초점이 흐려지기 시작했다. 보이는 것이라고는 자신을 내려다보는 옅은 색의 눈동자뿐이었다.“아, 아니에요...”서다윤이 힘없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자신의 처지를 설명하고 싶었지만 혀가 잘 움직이지 않았고 입에서는 그저 색색거리는 숨소리만 새어 나왔다.조세혁은 서다윤이 입은 섹시한 슬립을 힐끗 바라보더니, 차가운 손끝으로 서다윤의 턱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아니라고? 그런데 왜 이렇게 입고 있어?”어머니의 수법이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었다. 예전에 보낸 여자들은 처음부터 달려들거나 온갖 방법으로 조세혁을 유혹했다.조세혁은 그런 여자들을 매우 혐오했다.그런데 오늘은 평소와 달리 여린 꽃 같은 청순한 스타일의 여자였고, 연약하고 가련해 보여 보호 본능을 자극했다. 게다가 무슨 사정이 있는데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는 듯한 모습이 조세혁의 마음을 은근히 건드렸다.“쓸데없는 수작은 부리지 마. 난 여자한테 관심 없으니까. 이만 돌아가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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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조세혁은 욕실 안으로 뛰어 들어가 샤워기를 잡아당기고 수도꼭지를 틀어서 차가운 물을 얼굴에 끼얹었다.그제야 혼란스럽던 머리가 서서히 식어가면서 정신이 맑아졌다.조세혁은 직접적으로 약을 먹은 것은 아니기에 약효가 지속되는 시간이 길지 않았다.이성이 돌아오자 조금 전 충동적으로 저지른 행동을 떠올린 조세혁은 충격을 받은 듯이 두 눈을 감았다.‘내가 미쳤지. 미친 게 틀림없어...’쾅쾅쾅.문을 두드리는 소리는 계속 들려왔다.복잡한 마음을 추스르고 호흡을 가다듬은 뒤 문 앞으로 걸어가서 문을 열었다.문을 열자 밖에 비서 진현우가 서 있는 게 보였다.진현우의 뒤에는 큰 박스가 놓여 있었다.“뭐야?”조세혁이 어두운 표정으로 물었다.“조 대표님, 사모님께서 보낸 겁니다. 이거... 두고 갈까요? 아니면 밖에 내다 버릴까요?”“뭔데?”조세혁은 아직 상황을 파악하지 못했다.진현우가 난감한 표정으로 말했다.“사모님께서 보내신 거라면 뻔하잖습니까...”조세혁은 순간 불길한 예감이 들어 무심코 상자를 슬쩍 열어보았다. 안에 여자 한 명이 들어 있었다.조세혁은 갑자기 머리가 윙윙 울리면서 몇 초간 굳어 있었다. 그러다가 문득 뭔가를 떠올리고는 몸을 돌려 방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침대 위에 있던 여자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조세혁은 안색이 순식간에 달라지더니 발길을 돌려 창가로 향했다. 조세혁은 2층에서 묵고 있었는데 아래를 내려다보니 푸른 잔디밭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알지 못하는 진현우는 조세혁을 따라가며 물었다.“대표님, 무슨 일이라도 생겼습니까?”조세혁은 어두운 얼굴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곧바로 휴대폰을 꺼내 정문영에게 전화를 걸었다.조세혁은 정문영이 전화를 받자마자 화가 난 목소리로 따져 물었다.“오늘 밤 저한테 여자를 몇 명이나 보낸 거예요?”정문영은 어리둥절한 상태로 대답했다.“한 명만 보냈는데. 왜? 네가 한 명도 내켜 하지 않는 걸 내가 아는데 몇 명이나 더 보내겠어? 나야 더 보내고 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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