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뒷마당에는 꽃이 심겨 있었는데, 그중에는 서다윤이 향수를 만들기 위해 키우는 각종 희귀한 꽃들이 있었다.평소 서다윤은 마치 아이를 키우듯 정성을 다해 꽃들을 가꾸었다.서다윤은 아래층으로 달려 내려갈 때 머릿속에 온갖 생각이 스쳤다. 혹시 향수에 손을 쓴 일 때문에 안효민이 앙심을 품고 안지아에게 꽃을 꺾게 한 건 아닐지 의심이 들었다.하지만 현장에 도착해 보니 상황은 서다윤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했다.안지아는 단순히 꽃을 꺾은 정도가 아니라 아예 불을 질러 서다윤의 정원을 완전히 태워버렸다.3년이라는 시간 동안 하나하나 정성껏 키워온 희귀한 꽃들이 거센 불길에 집어삼켜져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다투라, 로즈마리, 흑장미, 카르다몬, 제라늄, 클라리세이지... 이름을 알고 있는 꽃이든 모르는 꽃이든 모조리 시커멓게 타버린 앙상한 가지가 되어 바닥에 어지럽게 나뒹굴고 있었다. 마치 한 차례 조용한 학살이 일어난 듯한 광경이었다.안지아는 옆에 서서 엉엉 울면서 사과를 했다.“죄송해요, 아줌마.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에요. 그냥 여기서 달걀을 한 번 구워 보고 싶었을 뿐이에요. 정말 벌레가 나오는지 보고 싶었을 뿐인데 이렇게 될 줄은 정말 몰랐어요...”옆에 있던 가정부가 서둘러 말했다.“사모님, 지아가 마당에서 놀고 싶다고 했는데 불장난을 할 줄은 저도 몰랐어요. 오늘 남서풍까지 불어서 불길이 갑자기 너무 거세지는 바람에 저희가 손쓸 틈도 없이...”서다윤은 온몸의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았고 귀에서는 윙윙거리는 이명이 울렸다.순간 눈앞에 안효민의 모습이 아른거리면서 당장이라도 안효민을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안지아가 다가와 서다윤의 옷자락을 잡아당겼다.“정말 죄송해요, 아줌마. 저...”“정말 일부러 그런 게 아니야?”안지아가 말을 끝맺기도 전에 서다윤이 갑자기 목이 찢어져라 고함을 질렀다.서다윤은 평소 감정 기복이 심한 사람이 아니었고 좀처럼 화를 내지도 않았다.그랬던 서다윤이 갑자기 어린아이를 향해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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