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ZER LOGIN그 순간, 약기운에 온기를 찾던 유라가 몸을 뒤척이며 도진의 품 안으로 깊숙이 파고들었다. 차가운 도진의 가슴팍에 그녀의 뜨겁고 가녀린 숨결이 닿았다. 도진은 밀어내는 대신, 가만히 눈을 감으며 자신의 심장 소리가 평소보다 조금 빠르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폭풍이 쓸고 간 방 안에는 무거운 정적이 내려앉았다. 도진은 침대 위에 무력하게 쓰러져 있는 유라를 한참 동안이나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붉게 달아오른 채 거친 숨을 몰아쉬는 그녀가 못내 신경 쓰여, 옷가지를 정리해 주려 침대 머리맡에 묵직하게 얹어 앉았다.
그 작은 기척에도 유라는 본능적으로 몸을 밀어내며 웅크렸다. 필사적으로 자신을 보호하려는 방어 기제였다. 하지만 그녀가 몸을 비틀수록, 김건의 거친 악력에 짓눌려 가느다란 손목에 새겨진 피멍은 어둠 속에서 더욱 선명하게 도진의 시야를 찔러왔다.
자신의 영역 안에서 다른 흔적을 남기고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이 못마땅하면서도, 이상하게 가슴 한구석이 찌릿하게 저려왔다. 뜨거운 입김을 뱉어내며 신음하는 유라를 보던 도진이, 이윽고 홀린 듯 조심스럽게 그녀의 멍든 손목을 커다란 손으로 감싸 쥐었다.
얼음장 같던 도진의 손에서 전해지는 서늘한 온기에 유라가 힘겹게 눈꺼풀을 파르르 떨었다. 그리고는 이성을 잃은 몽롱한 의식 속에서 신음하듯 가녀린 음성을 내뱉었다.
“도와…… 주세요…….”
지금 제 곁에서 손목을 쥐고 있는 사람이 자신을 계약서로 옭아맨 잔인한 포식자 김도진인 줄도 모른 채, 유라는 그저 당장 눈앞에 닥친 어둠에서 자신을 건져줄 유일한 구원자라 믿는 듯했다.
유라는 떨리는 손가락을 움직여 도진의 커다란 손을 꽉 맞잡았다. 눈도 채 뜨지 못한 채, 마치 생명줄이라도 잡은 것처럼 애원하듯 매달리는 손귀에 간절함이 가득했다. 제 손을 다 덮고도 남는 도진의 단단하고 넓은 손가락을 쥐자마자 거짓말처럼 안도감이 찾아왔는지, 유라는 이내 긴장을 풀고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도진은 제 손을 악착같이 놓지 않는 그 작은 손을 멍하니 내려다보았다.
“뭐야, 도대체 너…….”
낮게 읊조리는 도진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렸다. 가슴 안쪽에서부터 정체 모를 감정의 거대한 파동이 일렁였다. 지금까지 여자들을 보며 느꼈던 단순한 흥미나 짜증, 혹은 이도현을 향한 승부욕 따위가 아니었다. 태어나서 단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기묘하고 위험한 동요였다.
제 손을 쥔 채 놔주지 않는 그녀 때문에, 도진은 무언가에 홀린 사람처럼 천천히 침대 위 그녀의 옆자리에 몸을 눕혔다.
그 순간, 잠결에 본능적으로 따뜻한 온기를 찾던 유라가 몸을 뒤척이더니 도진의 품 안으로 파고들어 왔다. 작은 몸이 그의 단단한 가슴팍에 깊숙이 안겼고, 이내 그녀의 뜨겁고 가녀린 숨결이 도진의 살결에 고스란히 닿았다.
평소 같았으면 결벽증처럼 밀어내고도 남았을 터였다. 하지만 도진은 밀어내는 대신, 가만히 눈을 감으며 유라를 제 팔 안으로 받아들였다.
암흑이 내려앉은 침실, 정적을 깨고 규칙적으로 들려오는 유라의 숨소리 사이로 또 다른 소리가 겹쳐 들렸다. 도진은 자신의 왼쪽 가슴팍에서 울리는 심장 소리가 평소보다 훨씬 빠르고 거칠게 뛰고 있다는 사실을, 끝내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대로 유라를 안고 있던 김도진은 순간 뺨에 닿는 그녀의 뜨거운 체온에 깜짝 놀라 미간을 찌푸렸다.그녀의 작은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온기가 예사롭지 않았다. 손등에 스치는 살결이 마치 불덩이 같았다.
“왜 이렇게 뜨거워…….”
낮게 읊조리는 도진의 목소리에 당혹감이 섞여들었다. 혹독한 감기 기운에 김건이 먹인 기묘한 약기운까지 겹쳐 올라온 모양이었다. 도진은 서둘러 두꺼운 이불을 가져와 덮어주려 했으나, 이내 침대 위에 무방비하게 누워있는 유라의 모습을 보고 잠시 짓눌린 듯 멈칫했다.
어둠 속에서도 유라의 새하얀 피부는 붉은 열꽃이 피어올라 터질 듯이 달아올라 있었다. 늘어진 도진의 검은 셔츠 사이로 위태롭게 드러난 가냘픈 어깨선과 가슴팍의 굴곡은, 처연하면서도 가학적인 본능을 자극하는 묘하게 매혹적인 아우라를 풍겼다.
김도진의 주위에는 언제나 화려하고 내로라하는 여자들이 차고 넘쳤지만, 이토록 심장을 거칠게 쥐고 흔들며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처연한 자극은 처음이었다.
넋을 잃고 유라의 입술을 바라보던 도진은 이내 머리를 털며 정신을 차렸다. 거칠게 숨을 내쉬며 거실 비상약 상자에서 해열제를 찾아 침대로 돌아왔다.
“이유라, 정신 좀 차려봐. 이거 먹어야 해.”
그가 조심스럽게 유라의 가느다란 목덜미를 받쳐 들고 고개를 들어 올린 뒤, 알약을 입안에 밀어 넣어주었다. 하지만 이미 의식이 몽롱해진 유라는 혀끝에 닿는 쓴맛에 본능적으로 미간을 찌푸리며 약을 삼키지 못하고 뱉어버렸다. 몇 번을 달래고 밀어 넣어봐도 막무가내였다. 인사불성이 된 여자의 입을 억지로 벌려 삼키게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유라의 거친 숨소리가 방 안의 정적을 채울수록, 그녀를 내려다보는 도진의 눈빛이 무겁고 깊게 가라앉았다. 질척한 소유욕이 이성을 마비시키기 시작했다.
결국 도진은 망설임 없이 알약을 자신의 입안에 집어넣고는, 테이블 위의 물을 한 모금 묵직하게 머금었다. 그러고는 한 손으로 유라의 자그만 턱을 단단히 쥐어 고정하고, 그대로 그녀의 붉은 입술 위로 자신의 입술을 거칠게 겹쳐 내렸다.
“웁……! 읍……!”
순간적으로 입안을 꽉 막아선 낯선 남자의 감촉과 육중한 무게감에, 유라가 본능적으로 공포를 느끼며 두 손을 뻗어 그의 단단한 가슴팍을 밀어냈다. 하지만 도진의 몸은 거대한 바위처럼 꿈쩍도 하지 않았다.
정신이 혼미한 유라는 제 입술을 가르고 들어오는 쓴 액체가 김건이 먹인 독한 술이라도 되는 양 필사적으로 고개를 저으며 저항했다. 유라가 바르작거릴수록 도진은 그녀의 가느다란 손목을 침대 시트에 찍어 누르며, 설면을 얽어매듯 깊숙이 파고들어 끝내 약을 삼키게 만들었다.
꿀꺽-.
뜨거운 약물이 유라의 여린 목구멍을 타고 넘어가는 소리가 선명하게 들리고 나서야, 도진은 끈적하게 얽혔던 입술을 천천히 떼어냈다. 타액으로 번들거리는 유라의 입술이 가련하게 떨렸다.
“하아, 하…… 윽…….”
유라는 갑작스럽게 밀려든 공기에 가슴을 들먹이며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뜨거운 열기로 붉어진 얼굴에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도진은 붉게 달아오른 유라의 얼굴을 내려다보며, 자신의 입술 끝에 묻어난 유라의 타액과 약 기운을 엄지손가락으로 느릿하게 문질러 닦아냈다. 그리고는 터질 것 같은 심장 소리를 숨긴 채, 그녀의 귓가에 잔인할 정도로 낮고 자극적인 음성을 흘려보냈다.
“그러게, 좋게 받아먹었으면 좋았잖아.”
그의 목소리는 밤안개처럼 낮았고, 잠든 유라의 온몸을 구속할 만큼 위험하게 일렁였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유라는 마치 깊은 수렁에서 겨우 빠져나오듯 무거운 눈꺼풀을 힘겹게 들어 올렸다.
짙은 어둠이 무겁게 깔린 방 안, 코끝을 은밀하게 스치는 낯선 향기와 살결에 닿는 서늘한 시트의 감촉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식은땀으로 흠뻑 젖은 몸을 일으키자 머리가 깨질 듯이 울려왔다. 하지만 이곳이 다름 아닌 김도진의 침실이라는 사실을 자각한 순간, 거대한 당혹감이 전신을 지배했다.
‘어떻게 된 거지?…… 음료를 마신 것까지는 기억이 나는데…….’
부서진 기억의 실타래를 붙잡고 있을 겨를이 없었다. 이 위험한 공간에서, 특히 그의 침대 위에서 당장 벗어나야 한다는 본능적인 공포가 척추를 타고 흘렀다. 유라는 허벅지를 아슬아슬하게 가리는 헐렁한 티셔츠 자락을 다급하게 움켜쥔 채, 도망치듯 방을 뛰쳐나왔다.
전면 유리창 너머로 야경이 내려다보이는 텅 빈 거실은 기괴할 정도로 고요했다. 유라는 거친 숨을 죽인 채, 발걸음 소리를 지워가며 현관을 향해 직진했다. 다급하게 구두에 발을 밀어 넣으며 도어록으로 손을 뻗던 바로 그때, 등 뒤의 짙은 어둠 속에서 얼음장처럼 차갑고 낮은 목소리가 날아와 박혔다.
“어딜 가게.”
“앗……!”
심장이 바닥으로 덜컥 내려앉았다. 유라가 제어되지 않는 몸을 뻣뻣하게 돌리자, 거실 소파 깊숙이 몸을 기댄 채 와인 잔을 느릿하게 돌리고 있는 도진이 보였다. 어둠 속에서도 형형하게 번뜩이는 그의 매서운 눈빛이 유라의 무방비한 전신을 노골적으로 훑어 내렸다.
“아, 안녕하세요…… 그게, 제가 지금 정신이 좀 없어서요. 정말 죄송합니다. …….”
수치심에 횡설수설하며 고개를 숙이는 유라를 보며, 도진이 어이없다는 듯 픽, 메마른 실소를 터뜨렸다. 그는 와인 잔을 테이블 위에 탁, 소리가 나게 내려놓고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유라를 향해 걸어왔다. 거리가 한 걸음씩 좁혀질수록 그가 뿜어내는 압도적인 위압감에 유라는 본능적으로 뒷걸음질을 쳤다.
“내 집에 들어와서 청소하라고 했지, 내 침대에서 소란 피우라고 한 적은 없는데.”
“죄송합니다…… 정말 드릴 말씀이 없어요.”
“그리고, 그 꼴을 하고 지금 집에 가겠다는 거야?”
도진의 시선이 차갑게 멈춘 곳을 따라 유라 역시 제 몸을 내려다보았다. 순간, 유라의 얼굴이 다시 한번 홍당무처럼 붉게 달아올랐다. 허벅지 중간까지 헐렁하게 내려오는 그의 검은 셔츠 아래로, 아무것도 입지 않은 매끄러운 맨다리가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아, 옷은…… 제가 화장실 청소를 하다가 물이 사방으로 튀어서 젖었는데…… 도대체 이 상황이 어떻게 된 건지 저도 잘…….”
수치심에 말끝을 흐리며 차가운 대리석 바닥만 뚫어져라 쳐다보는 유라를 보며, 도진의 입가에 비스듬한 미소가 띠어졌다. 약을 먹이기 위해 그녀의 입술을 거칠게 탐했던 직전의 뜨겁고 자극적이었던 순간을 유라가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는 사실에, 그는 내심 안도하면서도 묘하게 뒤틀린 독점욕을 느끼고 있었다.
“됐어. 구구절절 변명 따위 듣고 싶지 않으니까.”
도진이 어느새 유라의 코앞까지 다가와 우뚝 멈춰 섰다. 그가 가진 서늘하고 지독한 체향이 유라의 호흡을 마비시킬 듯 파고들었다.
“난 누군가 허락 없이 내 구역에 들어오는 거 질색이야. 특히 내 물건 건드리는 건 더 싫어하고.”
도진이 유라의 어깨 위로 흘러내린 어설프게 젖은 머리카락 한 가닥을 손가락 끝으로 가볍게 튕겨내며, 잔인할 정도로 차갑게 덧붙였다.
“가기 전에 네가 어지럽힌 내 침대 시트 싹 갈아치워. 그리고 내가 시킨 청소, 하나도 빠짐없이 다 끝내고 가. 내 인내심 시험하지 말고.”
심장을 얼려버릴 듯한 냉혹한 명령이었다. 조금 전까지 약 기운에 취한 그녀를 품에 안고 입술을 맞대며 해열제를 먹이던 남자의 온기는 온데간데없었다.
유라는 치밀어 오르는 수치심과 당혹감에 아랫입술을 짓깨물었지만, 그의 서슬 퍼런 기세에 눌려 그저 고개를 깊숙이 숙인 채 다시 어두운 안쪽으로 발걸음을 옮길 수밖에 없었다.
다시 늪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유라의 가냘픈 뒷모습을 바라보며, 도진은 굵은 손가락으로 자신의 아랫입술을 가만히 매만졌다. 아직도 그곳에는 그녀의 입술을 가르고 들어갔을 때 묻어난 달큰한 숨결과, 쓴 약의 잔향이 지워지지 않는 낙인처럼 남아 있었다.
살결이 닿을 때마다 전해지는 온기는 소름 끼치도록 다정했다. 유라 역시 밀려드는 애틋한 열기에 취한 듯 도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그의 단단한 목덜미를 두 팔로 꼭 껴안았다.금방이라도 깨질 듯한 약하고 소중한 유리잔을 대하듯 조심스럽고도 밀도 높은 움직임이었다. 도진은 유라의 몸속 깊은 곳을 부드럽게 채우며 그녀를 만족시켰고, 유라는 그의 어깨에 뺨을 묻은 채 아찔한 감각 속에서 달콤한 신음을 흘렸다다음 날 새벽녘, 어스름한 푸른빛이 방 안으로 밀려들 때쯤 도진은 먼저 눈을 떴다. 제 넓은 가슴팍에 얼굴을 묻고 곤히 잠들어 있는 유라를 내려다보는 그의 눈빛엔 깊은 아쉬움이 교차했다.샤워를 마치고 축축한 물기를 머금은 채 욕실을 나온 도진의 시선이 자연스레 침대로 향했다. 그사이 잠에서 깬 유라가 이불을 몸에 감은 채 부스스 눈을 깜박이고 있었다. 밤새 치러진 격렬하고도 다정한 정사의 흔적 탓에 유라의 하얀 어깨에는 붉은 자국들이 선명했다.도진은 침대맡으로 다가가 유라의 헝클어진 머리칼을 다정하게 쓸어 넘겨주며, 아쉬움이 뚝뚝 묻어나는 목소리로 속삭였다.“잘잤어?.”유라는 어젯밤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듯, 붉어진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이불을 꼭 쥐었다.가방을 챙겨 거실로 나오자, 완벽한 정장 차림의 경호실장이 묵직한 가방과 대형 캐리어를 양손에 든 채 도진을 기다리고 있었다. 도진이 현관문으로 향하자, 유라가 그의 뒤를 따랐다.도진은 문을 나서다 말고 돌아서서 유라를 제 품에 꽉 안았다.“딴생각하지 말고, 딱 기다려. 내일모레 공항에서 보자.”“네”유라의 배웅을 받으며 마침내 도진과 경호실장이 문을 나섰고, 현관문이 철컥─ 소리를 내며 굳건하게 닫혔다.고요해진 펜트하우스에 홀로 남은 유라는 내일 있을 생애 첫 해외여행을 준비하며 캐리어에 짐을 싸기 시작했다. 옷가지를 접어 넣을 때마다 조금 전까지 자신을 뜨겁게 안아주던 도진의 은은한 체취가 몸에 배어 유라의 입가에 기분 좋은 미소가 입가에 번졌다.다음날 늦은 새벽 도진에게서 파리에
어둠의 세계에서 잔뼈가 굵은 도현의 고교 동창에게 유라의 행방과 일정을 알아내는 것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 일이었다.독이 바짝 오른 도현의 휴대폰에 띠링─ 하고 날카로운 문자음이 울렸다. 도현은 낚아채듯 휴대폰을 확인했다. 동창이 보낸 문자는 생각보다 훨씬 더 구체적이고 정보들을 담고 있었다.[이유라 현재 김도진 펜트하우스 상주 중. 정문 상시 경호 인력 배치로 내부 접근 불가.2주 뒤 프랑스 항공편 예약 내역 확인 완료.]프랑스? 도현이 내용을 곱씹으며 이를 악물던 찰나, 타이밍 좋게 휴대폰 화면이 전환되며 동창의 이름이 떴다. 도현은 지체 없이 전화를 받아 귀에 가져다 댔다.“어, 말해.”[문자 봤냐? 뒷조사 좀 더 해보니까 아주 재미있는 틈이 있더라고.]수화기 너머 동창의 목소리에 삐딱한 흥분조가 섞여 있었다.[김도진이 2주 뒤에 프랑스 촬영 스케줄이 잡혔거든? 근데 왜 인지는 모르겠지만 같이 못 가고, 그전날 김도진이 먼저 프랑스로 출발해. 그리고 다음 날에 이유라가 혼자 공항으로 출발하는 일정이야.]도현의 눈동자가 순식간에 크게 확장되었다. 심장이 요동치기 시작했다.][지금은 경찰 조사 때문에 최대한 몸 좀 사려야 하니까, 2주 뒤에 이유라가 혼자 공항으로 이동할 때 길목에서 바로 작업 칠 거야. 그때 낚아채는 게 가장 깔끔해.]“……공항으로 갈 때.”도현이 나직하게 동창의 말을 읊조렸다. 목소리가 잔인할 정도로 가라앉아 있었다.도현은 터져 나오는 광기 어린 웃음을 짓씹으며 동창에게 명령했다.“좋아. 네 말대로 해. 대신 실수 없이 진행해 .”[돈만 제대로 입금해 주면, 공항 땅 밟기도 전에 네 방 침대에 눕혀줄 테니까 걱정 마라.]도현은 가차 없이 전화를 끊어버렸다. 툭 끊긴 휴대폰 액정 위로 비친 제 얼굴이 지독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허공을 노려보던 도현이 잔인하게 읊조렸다.‘이유라 다신 널 놓치는 일 없어..‘그렇게 시간이 쏜살같이 흘러, 도진이 프랑스로 출국하는 날이 바로 내일로 다가왔다
[아…… 네, 우선 좌석 상황이랑 예약 내역 확인해 보고 바로 연락드릴게요.]도진의 난데없는 명령에 실장은 얼떨떨한 목소리로 대답한 뒤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도진의 휴대폰이 다시 요란하게 울렸다. 화면에 뜬 총괄실장의 이름을 확인한 도진이 바로 전화를 낚아챘다.“어떻게 됐어.”[도진 씨, 방금 확인해 봤는데요. 상황이 좀 난감하게 됐어요. 우선 이유라씨 현재 여권 자체가 없어서 신규 발급부터 해야 하는 상황이고요. 가장 큰 문제는 그날 도진 씨가 타시는 비행기 좌석이 퍼스트부터 이코노미까지 전석 매진이에요. 정 같이 가시려면 유라 씨는 다음 날 비행기로 따로 보내야 할 것 같아요.]“다음 날 비행기라고……?”도진의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에 수화기 너머 총괄실장이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말을 붙였다.[네, 도진 씨. 일정이 워낙 촉박해서 이것도 정말 겨우 구한 거예요. 우선 다음 날 비행기표라도 예약을 걸어둘까요?]“하아…….”도진의 붉은 입술 사이로 깊고 무거운 한숨이 거칠게 새어 나왔다.“……우선 알겠어. 그렇게라도 예약 걸고 빨리 진행해.”[네, 알겠어요! 바로 진행하고 다시 보고드릴게요.]전화가 끊기고 도진은 폰을 소파 위로 툭 던져버린 뒤, 깊은 한숨을 몰아쉬며 소파 헤드 위로 고개를 툭 젖혀 기댔다.한참을 눈을 감고 깊은 생각에 잠겨 있던 도진은 마침내 무거운 몸을 일으켰다. 오늘 예정된 스케줄을 소화하기 위해 완벽하게 핏이 떨어지는 수트를 챙겨입은 도진은 집을 나서기 전, 유라의 침실 문을 조심스럽게 열었다.방 안에는 여전히 은은한 향기와 함께 유라가 침대 묻혀 부드러운 숨을 내쉬고 있었다. 도진은 침대 머리맡으로 다가가 상체를 숙이고는, 유라의 이마 위에 자신의 입술을 지긋이 꾹 눌러 맞췄다. 샤워 후의 시원한 스킨 향과 낮선 감촉에 유라가 속눈썹을 가늘게 떨며 서서히 눈을 떴다.“스케줄 있어서 난 지금 나가봐야 하니까, 집에서 쉬고 있어. 연락할게.”“……네, 다녀오세요.”유라가 고개를 끄
“아……! 하아, 하 아……!”자신의 안쪽을 잔인하게 파고드는 강렬한 팽창감에 유라는 숨을 들이켜며 고개를 뒤로 젖혔다. 미처 받아들이기도 전에 깊숙이 박혀드는 자극은 숨이 턱 막힐 정도로 아찔했다.터질 듯이 감싸오는 유라의 뜨겁고 좁은 통로에, 도진 역시 척추를 타고 올라오는 강한 자극을 참지 못하고 가죽 같은 거친 숨을 내뱉었다.“하…… 젠장, 이유라…….”방 안은 숨 막힐 듯한 밀어와 두 사람의 날것 그대로의 신음, 그리고 살과 살이 거칠게 부딪히는 은밀한 마찰음으로 가득 찼다.“하…… 힘 빼, 이유라.”“흐윽, 앗…… 하아……”도진은 유라가 적응할 틈도 주지 않고 골반을 단단히 붙잡은 채 아래를 거칠게 쳐올리기 시작했다. 허리를 움직이는 도진의 움직임이 점차 빨라질수록, 유라의 몸 안쪽 가장 민감한 곳을 집요하게 짓밟고 파고드는 자극에 찌릿한 전류가 온몸을 강타했다.유라는 밀려드는 극상의 쾌감을 감당하지 못하겠다는 듯 입술을 질끈 깨물며 신음을 삼켰다.“하........하아....못.. 견디겠어요....”“조금만 참아”마침내 거칠었던 도진의 움직임이 멎고, 그가 유라의 몸 안에서 천천히 빠져나와 침대 옆자리에 묵직하게 누웠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발갛게 달아오른 유라는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도 없는지, 가쁜 숨을 들이쉬고 내쉬며 기진맥진해 있었다. 새하얀 이불 위로 드러난 어깨와 목덜미에는 도진이 새겨놓은 선명한 보랏빛 낙인들이 붉은 꽃처럼 피어 있었다.도진은 땀방울이 맺힌 제 이마를 쓸어 넘기며, 곁에서 조용히 숨을 고르는 유라를 가만히 내려다보았다.도진은 바닥에 흩어져 있던 이불을 끌어당겨 유라의 가녀린 몸을 목 끝까지 덮고는 커다란 팔을 뻗어 유라의 허리를 감싸 안고 자신의 단단한 품 안쪽으로 훅 끌어당겼다.스스륵─.작은 몸집의 유라가 도진의 넓은 가슴팍 안으로 쏙 들어가 안겼다. 도진의 가슴에 뺨을 기댄 유라의 코끝으로 그의 진한 체취와 시원한 스킨 향이 밀려들었다.도진의 탄탄한 가슴팍에 뺨을 묻은 유라의 규칙적이고
도진과의 거리가 가까워 지자 유라의 심장이 미친 듯이 날뛰기 시작했다.도진의 시선과 마주하는 순간, 숨이 멎을 것 같은 압도감에 유라는 황급히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그게…… 읏,”유라가 고개를 돌린 찰나, 조명을 받아 눈이 부시도록 하얗고 매끄러운 목선이 도진의 시야에 적나라하게 드리워졌다. 그리고 그 순백 위에 여전히 지워지지 않고 남아 있는 이도현의 거슬리는 자국들.다시 한번 그 흔적을 마주한 도진의 이성이 완전히 끊겨 나갔다.도진은 유라의 목덜미로 거침없이 고개를 묻었다. 사정없이 맞닿은 도진의 입술은 타버릴 듯 뜨거웠고, 살결을 집어삼키는 숨결은 잔인할 정도로 거칠었다.“하아……! 앗,”예상치 못한 곳에 닿아오는 강렬한 자극에 유라의 입술 사이로 신음이 여과 없이 터져 나왔다. 도진은 유라의 양 손목을 한 손으로 꽉 움켜쥐어 머리 위로 완벽하게 결박한 채, 다른 한 손으로는 유라의 가녀린 허리를 바싹 끌어당겨 제 단단한 하체에 밀착시켰다.“연락하지 말란 내 말이…… 장난 같았나 보지, 이유라?”“그런게.....아니....읏....”유라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도진은 이도현이 남긴 붉은 흔적 위를 거칠게 빨아올렸다.목덜미를 파고드는 짜릿하고도 아찔한 통증에 유라의 하얀 발가락 끝이 꼿꼿하게 굳어졌다.가운 사이로 느껴지는 도진의 거칠고 탄탄한 가슴 근육이 유라의 부드러운 가슴을 사정없이 짓눌렀다.도진의 커다란 손이 유라의 얇은 티셔츠 밑단 속으로 거침없이 파고들었다. 잘게 떨리는 허리춤을 지나 그대로 위를 향해 미끄러진 손길이, 유라의 부드러운 가슴을 단숨에 움켜쥐고 제멋대로 헤집었다. 뜨겁고 커다란 도진의 손바닥이 살결을 마찰할 때마다 찌릿한 전류가 온몸으로 퍼져나갔다. 도진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다른 한 손을 유라의 은밀한 곳으로 깊숙이 밀어 넣었다.노골적인 자극에 유라의 심장이 미친 듯이 요동쳤다.“하아…… 하…… 읏,”터져 나오는 숨을 집어삼키며 유라가 몸을 뒤틀자, 도진이 유라의 위에서 상체를 느릿하게 일으켰다. 거
바깥에서 나는 미세한 소음에 잠이 깬 것인지 유라가 잠에서 덜 깬 모습으로 걸어 나왔다. 하지만 이내 어두운 조명 아래 드러난 도진의 모습의 날 것 그대로의 위험한 아우라를 마주하자마자, 유라는 숨을 들이켜며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쳤다. 젖은 머리칼을 거칠게 쓸어 넘긴 모습과 가운 자락이 반쯤 흐트러져 드러난 도진의 단단한 가슴팍은 숨이 막힐 정도로 치명적이었고, 동시에 본능적인 경계심이 들 만큼 위험해 보였다.당황한 유라가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어…… 깨우려던 건 아니었어요. 죄송해요, 쉬세요”도진은 도망치듯 방으로 숨으려는 유라의 얄팍한 움직임을 놓치지 않았다. 길게 뻗은 손가락으로 캔을 내려놓은 도진이 시선은 고정한 채 나직하게 유라를 불러 세웠다.“이유라.”도진이 까딱 손짓을 하며 그녀를 제 곁으로 불렀다. 매혹적이면서도 거역할 수 없는 서늘한 지배욕을 풍기는 도진에게, 유라는 마치 무언가에 홀린 듯 자석처럼 이끌려 다가갔다.제 앞에 멈춰 선 유라를 올려다보던 도진이 붉게 달아오른 목덜미의 상처를 한번 훑고는, 이내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휴대폰은 왜 꺼놨어?”“아, 그게…… 배터리가 없어서 저절로 꺼졌나 봐요.”유라가 급하게 말을 지어내는 그 찰나의 순간, 미세하게 흔들리는 눈빛을 도진은 단 한 치의 오차도 없이 포착해 냈다. 도진의 입꼬리가 비틀리듯 기묘한 호선을 그렸다.“그래? 가져와봐.”도진의 툭 던진 한마디에 유라의 가슴이 쿵 하고 바닥으로 내려앉았다.“아니요, 제가…… 제가 충전하면 돼요.”필사적으로 숨기려는 유라의 태도에 도진의 눈동자가 순식간에 늑대처럼 돌변했다. 도진이 거칠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운 자락을 펄럭이며 유라의 방으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가는 그의 등 뒤로 거대한 그림자가 드리워졌다.오늘 스케줄을 나가기 전, 분명히 이도현과 연락은커녕 만나지도 말라고 잔인하게 경고했던 도진이었다. 전화를 급하게 끄는 바람에 미처 통화 내역을 지우지 못했던 유라는 정작 잘못한 것도 없으면서 거대한 죄를 지
단 두 마디였지만, 주차장의 서늘한 공기를 가르는 목소리에는 거역할 수 없는 위압감이 서려 있었다. 유라는 핑 도는 현기증에 가냘픈 손으로 차 문을 붙잡으며, 간신히 정신줄을 부여잡고 내렸다. 다리가 후들거렸지만 도진의 서슬 퍼런 눈빛에 밀려 그의 뒤를 악착같이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다시는 발을 들이지 못할 줄 알았던 도진의 펜트하우스 현관문이 열렸다.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김도진은 거칠게 모자와 마스크를 소파 위로 신경질적으로 날려버렸다. 그러고는 곧장 주방으로 걸어가 냉장고에서 꺼낸 생수를 벌컥벌컥 마시기 시작했다.거칠게 흐
택시를 부르기 위해 숨을 죽이며 휴대폰 전원을 켠 유라는 화면이 켜지자마자 쉴 새 없이 울려대는 진동에 소스라치게 놀랐다.액정 위에는 김도진과 이도현, 두 사람에게서 온 부재중 전화가 수십 통이 빽빽하게 찍혀 있었다. 그 지독한 집착에 소름이 돋았지만, 유라는 떨리는 손으로 서둘러 택시 앱을 켜서 차를 호출했다.화면에 택시 도착 예정 시간이 뜨자, 유라는 가냘픈 팔로 무거운 캐리어를 끌고 서둘러 집을 나섰다. 막상 문밖으로 나왔지만 갈 곳 같은 건 없었다. 친척도, 마음 편히 기댈 친구도 떠오르지 않는 처량한 신세였다. 하지만
실시간 인기 검색어 순위 1위는 온통 두 사람의 이름으로 도배되어 있었다.기사 속 사진들은 잔인할 정도로 선명했다. 촬영장에서 다정하게 팔짱을 끼고 있는 모습부터, 어스름한 새벽녘 고급 밴 차량 안에서 두 사람이 입술을 겹치고 있는 결정적인 키스 사진까지. 유태희의 목을 감싼 채 입을 맞추고 있는 듯한 도진의 실루엣은 비현실적일 정도로 아름답고 섹시했다.그 사진을 보는 순간, 유라는 심장이 바닥으로 뚝 떨어지는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 제 모습이 한없이 비참해졌다.‘그래, 이유라…내 주제에… 대체 뭘 바란 거야....’차가
김 매니저는 이제야 이 지긋지긋한 병원 간첩 생활이 끝났다는 생각에 유라를 다급하게 재촉했다."유라 씨, 일단 집으로 갈 거지? 나랑 우선 같이 가자. 도진 씨가 지금 유라 씨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을 거야. 아휴, 나도 이제 병원 생활 끝이네!"매니저가 개운하다는 듯 활짝 웃어 보였다. 도현이 곧 옷을 갈아입고 내려올 시간이었지만, 김 매니저의 집요한 재촉과 '김도진'이라는 이름이 주는 거대한 중압감을 이겨낼 재간이 유라에게는 없었다. 도현과 매니저가 병원 로비에서 마주치기라도 한다면 더 큰 사달이 날 것이 분명했다.결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