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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화

Author: Yoonseul
last update Petsa ng paglalathala: 2026-05-18 01:00:57

“김도진……!”

도현이 짓이기듯 도진의 이름을 불렀지만, 도진은 대답 대신 전화를 일방적으로 끊어버렸다.

뚝-.

냉정한 기계음과 함께 가로등 밑에는 지독한 적막이 찾아왔다. 피가 꺼지는 듯한 고요 속에서, 핏발이 선 채 이성을 잃고 떨고 있던 이도현이 천천히 고개를 돌려 유라를 응시했다.

“이유라.”

늘 부드럽게 감싸주던 ‘유라야’가 아니었다. 낮고 서늘하게 가라앉은 도현의 음성이 유라의 목덜미를 거칠게 긁었다. 그의 시선이 유라의 얇은 브이넥 티셔츠 사이로 잘게 떨리는 하얀 쇄골과, 김도진의 흔적이 남은 듯 붉게 부어오른 입술에 맹렬하게 꽂혔다.

“저 새끼가 너한테 무슨 짓을 했길래 이딴 전화를 받아?

오빠라는 다정한 가면을 완전히 벗어던진 채, 질투로 까맣게 타버린 한 남자의 위험한 눈빛이 유라를 사정없이 옭아매고 있었다.

“정말.. 아무... 일도 없었어요…….”

유라가 도현의 처음 보는 서슬 퍼런 모습에 깊은 두려움을 느끼며 간신히 아랫입술을 뗐다.

하지만 도현의 분노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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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돌이킬수 없는   24화

    유라는 사양하려 했지만, 사실 발목이 끊어질 듯 아파 더는 버티기 힘든 상태였다. 결국 도현의 강압에 못 이겨 그의 차 조수석에 올라탔다. 차 안의 따뜻한 온기가 감돌자, 오늘 하루 동안 몰아쳤던 끔찍한 사건들과 폭발적인 긴장감이 한꺼번에 풀리기 시작했다. 유라는 밀려드는 피로를 이기지 못하고 스르륵 눈을 감았다.얼마나 지났을까. ‘툭-’ 하고 무겁게 차 문이 닫히는 소리에 유라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잠에서 깨어났다.정신을 차리고 창밖을 둘러본 유라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병원이 아니었다. 높게 솟은 담장과 한적한 공기가 감도는 곳이었다.“여긴…….”그때 조수석 문이 활짝 열리며 도현이 내려다보았다. 가로등 불빛을 등진 그의 얼굴에 짙은 음영이 드리워져 있었다.“내려.”“……여긴 오빠 집이잖아요. 병원이 아니고 왜 여기로……?”“집에 웬만한 의료 장비는 다 있어. 내려, 치료해 줄게.”의사인 도현의 집이라는 공간은 유라에게 너무나 큰 부담이었다. 대기실에서 도진에게 당했던 강압적인 기억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또 다른 밀폐된 공간으로 들어가는 것이 본능적으로 두려웠다.“아니에요, 오빠. 저 여기서 택시만 불러주시면…… 저 혼자 병원 갈 수 있어요. 정말이에요.”휴대폰이 없으니 스스로 택시를 부를 수도, 도망칠 수도 없는 처지였다. 그리고 지금의 이도현이 유라의 뜻대로 순순히 택시를 불러줄 리 만무했다. 도현이 차 문을 짚은 채 몸을 숙여 유라의 코앞까지 다가왔다.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귓가를 서늘하게 긁었다.“내가 그렇게 하기 싫다면?”범접할 수 없는 중압감에 유라는 숨을 흡 들이켰다. 한적한 고급 주택가라 인적도 없었고, 휴대폰마저 없으니 도망칠 방법이 아예 없었다. 유라는 결국 어쩔 수 없이 도현이 시키는 대로 조심스럽게 발을 내딛었다.하지만 제대로 딛지도 못하고 휘청이는 유라의 모습이 도현의 눈을 자극했다. 다른 남자의 흔적을 달고 제 앞에서 아파하는 꼴이 보기 싫었던 도현은, 거칠게 유라의 허리를 낚아채 한 손으로 번쩍 들어

  • 돌이킬수 없는   23화

    “김도진……!”도현이 짓이기듯 도진의 이름을 불렀지만, 도진은 대답 대신 전화를 일방적으로 끊어버렸다.뚝-.냉정한 기계음과 함께 가로등 밑에는 지독한 적막이 찾아왔다. 피가 꺼지는 듯한 고요 속에서, 핏발이 선 채 이성을 잃고 떨고 있던 이도현이 천천히 고개를 돌려 유라를 응시했다.“이유라.”늘 부드럽게 감싸주던 ‘유라야’가 아니었다. 낮고 서늘하게 가라앉은 도현의 음성이 유라의 목덜미를 거칠게 긁었다. 그의 시선이 유라의 얇은 브이넥 티셔츠 사이로 잘게 떨리는 하얀 쇄골과, 김도진의 흔적이 남은 듯 붉게 부어오른 입술에 맹렬하게 꽂혔다.“저 새끼가 너한테 무슨 짓을 했길래 이딴 전화를 받아?오빠라는 다정한 가면을 완전히 벗어던진 채, 질투로 까맣게 타버린 한 남자의 위험한 눈빛이 유라를 사정없이 옭아매고 있었다.“정말.. 아무... 일도 없었어요…….”유라가 도현의 처음 보는 서슬 퍼런 모습에 깊은 두려움을 느끼며 간신히 아랫입술을 뗐다.하지만 도현의 분노와는 별개로, 유라는 냉혹한 현실을 마주해야만 했다. 어쨌든 그녀는 고용주인 김도진의 집으로 가야 했다. 계약서 도장을 찍을 때 도진이 은근히 흘렸던 막대한 위약금 이야기도 마음에 걸렸고, 당장의 생계를 유지하려면 이 일을 그만둘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무엇보다 제 모든 일상이 담긴 휴대폰을 그 오만한 남자의 손에 그대로 둘 수는 없었다.유라는 거칠게 몰아쉬는 숨을 고르며, 마음을 진정시키려는 듯 등을 돌린 채 담배를 태우고 있는 도현에게 다가갔다. 어둠 속에서 타들어 가는 담뱃불이 도현의 차갑게 가라앉은 옆얼굴을 위태롭게 비추고 있었다.“오늘 제 걱정 돼서 오신 거…… 정말 감사해요. 일단 들어가세요. 제가 휴대폰 찾고 나서 다시 연락드릴게요.”지독하게 현실적인 유라의 거절이었다. 김도진에게 가겠다는 유라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도현의 표정이 소름 끼치도록 무섭게 변했다.화악-, 도현이 피우고 있던 담배를 바닥에 내던지며 유라를 향해 거칠게 돌아섰다. 억누르려던 이성이 통째로

  • 돌이킬수 없는   22화

    바닥끝까지 내려앉았던 도현의 이성이 유라의 아픈 비명소리에 간신히 돌아왔다.철컥, 힘이 풀리듯 도현이 억세게 쥐고 있던 유라의 손목을 놓았다. 도현의 손길이 떨어지자마자 유라는 균형을 잃고 뒤로 움찔 물러섰고, 그 과정에서 절뚝거리는 유라의 발목을 도현이 매섭게 포착했다.“발목은 또 왜 그래? 어쩌다 다쳤어?”억누르려 해도 튀어나오는 다급함과 분노 섞인 질문에 유라는 고개를 숙였다.“……살짝 넘어졌어요.”도현은 거칠게 머리를 쓸어 올리며 소리쳤다.“연락은 왜 안 되는 거야! 내가 너 때문에…… 하, 됐다!!”차마 입 밖으로 모든 상황을 들었다고 이야기 할수 없어 도현이 마른 세수를 했다.도현의 화가난 말투에 유라는 본능적으로 제 얇은 바지 주머니를 더듬거렸다. 매끄러운 감촉 대신 텅 빈 허전함이 손끝에 닿았다.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대기실에서 도진에게 쫓기듯 뛰쳐나오느라 휴대폰을 그대로 바닥에 두고 온 게 분명했다.“하아…… 휴대폰을 촬영장에 두고 왔나 봐요....전화 좀 쓸 수 있을까요..?”도현이 자신의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유라에게 건넸다.유라는 자신의 번호를 누르고 통화 버튼을 밀어 올렸다.뚜르르르-. 뚜르르르-.적막한 가로등 밑, 몇 번의 신호음이 이어지는 동안 유라는 침을 삼켰다. 이윽고 달깍, 소리와 함께 상대방이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 여보세요?”유라가 다급하게 수화기에 대고 말했지만, 건너편에서는 그 어떤 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오직 서늘한 숨소리만이 파도처럼 낮게 출렁일 뿐이었다. 스태프 중 누군가 주운 것이라 생각한 유라가 서둘러 말을 이어 붙였다.“제가 휴대폰을 촬영장 대기실에 두고 온 것 같은데…… 혹시 가지고 계신 곳 알려주시면 제가 지금 그쪽으로 갈게요.”가겠다는 유라의 말이 끝나자, 수화기 너머로 기괴할 정도의 팽팽한 정적이 흘렀다. 그리고 이내, 낮고 무겁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유라의 귓가를 잔인하게 파고들었다. 소름이 끼치도록 차갑고 매혹적인 음성.“이유라, 아주 바쁘네?”“……

  • 돌이킬수 없는   21화

    도진은 유라의 앞에 성큼 다가가 차갑고 묵직한 목소리로 툭 던졌다.“오늘 촬영 끝났어. 따라와.”유라는 도진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흠칫 놀라며 몸을 떨었다. 방금 전 대기실에서의 기억이 떠올라 본능적으로 도망치고 싶었지만, 고용주인 그의 명령을 거역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유라는 아픈 발목을 억지로 지탱하며 느리게 몸을 일으켰다.촬영장 건물 밖으로 나서자, 도진을 기다리던 수많은 팬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사방에서 터지는 카메라 플래시와 함성 소리로 정신이 아득해질 지경이었다.정문에서 전용 차량이 대기 중인 곳까지 거리는 얼마 되지 않았다. 하지만 도진의 걸음은 자꾸만 느려졌다. 아까 대기실로 올 때처럼, 발목이 삔 유라가 군중들에게 밀려 제 속도를 내지 못하고 뒤처질까 봐 자꾸만 신경이 쓰였다. 자신이 다치게 한 발목이라는 죄책감과 묘한 소유욕이 발을 무겁게 만들었다.결국 도진은 힐끗 뒤를 돌아보더니, 제 뒤를 바짝 따르던 거구의 보디가드 한 명에게 낮게 명령했다.“뒤에 매니저, 잘 챙겨.”짧고 간단한 명령이었지만, 범접할 수 없는 무게감과 위압감이 실려 있었다.수많은 팬과 카메라 플래시를 뚫고 간신히 차에 올라탄 후에도, 김도진과 이유라 사이에는 지독한 침묵만이 감돌았다. 숨 막히는 정적 속에서 차는 도진의 집 앞에 도착했다.차에서 내린 도진은 로드 매니저를 향해 툭 던지듯 말했다.“이번 주는 스케줄 비우고 쉴 거야. 매니저 집 앞에 데려다주고 퇴근해.”“네? 아…… 네, 알겠습니다! 편히 쉬십시오!”갑작스럽게 생긴 일주일간의 황금 휴가에 로드 매니저는 내심 쾌재를 부르며 우렁차게 대답했다. 차가 다시 미끄러지듯 출발하고 도진의 실루엣이 백미러 너머로 사라진 후에야, 유라는 참았던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욱신거리는 발목보다 도진에게 당한 수치심과 비참함에 가슴이 불타버릴 것만 같았다.얼마 후, 유라의 허름한 집 앞에 차가 멈춰 섰다. 유라가 겨우 몸을 추스르며 차에서 내린 순간, 그녀의 서늘한 눈동자가 크게 확장됐다.집 앞

  • 돌이킬수 없는   20화

    비참함이 한계에 다다르자, 억누르던 눈물이 결국 유라의 하얀 뺨을 타고 툭, 툭 흘러내렸다. 얇은 브이넥 티셔츠 너머로 잘게 떨리는 가녀린 어깨가 유라가 느끼는 수치심의 깊이를 대변하고 있었다.도진은 제 손등 위로 떨어지는 유라의 뜨거운 눈물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마치 데인 것처럼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지만, 오히려 유라의 턱을 쥔 손가락에 은근한 힘을 주며 그녀의 아찔한 눈물 자국을 집요하게 응시했다.도진의 잔인한 독설이 끝난 순간, 팽팽하게 당겨져 있던 유라의 인내심이 결국 처참하게 끊어져 버렸다.“흐어어엉……! 흡, 흐윽……!”숨을 죽이고 참아내던 유라가 결국 아이처럼 서럽게 소리를 내며 울음을 터트렸다. 뚝뚝 떨어지는 눈물 수준이 아니었다. 첫키스를 빼앗긴 수치심, 그리고 장난감 취급을 당했다는 비참함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며 유라는 온몸을 들썩이며 울기 시작했다.서럽게 울부짖는 유라의 새하얀 얼굴이 순식간에 붉게 달아올랐다. 눈물로 엉망이 되어 숨을 헐떡이는 그 모습은, 지독하게 안쓰러우면서도 보는 이의 파괴욕을 자극할 만큼 잔인하게 매혹적이었다.“……!”이유라의 울음 소리가 대기실을 가득 채우자, 도진은 순간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듯 굳어버렸다.예상을 완전히 빗나간 반응이었다. 지금까지 도진의 주변에는 어떻게든 그와 얽혀보려 꼬리를 치거나, 그의 거친 행동조차 유혹의 신호로 받아들이는 가식적인 여자들뿐이었다. 울더라도 예쁘게 눈물만 훔치는 여자들과 달리, 눈앞의 유라는 정말 상처받은 아이처럼 소리 내어 울고 있었다.순간적인 당황함이 도진의 전신을 지배했다.‘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가슴 한구석이 서늘하게 내려앉으며 할 말을 잃은 도진은, 유라의 목덜미와 손목을 강압적으로 움켜쥐고 있던 손을 저도 모르게 스르륵 떼어냈다. 손을 떼자마자 유라는 도망치듯 벽 구석으로 몸을 웅크리며 고개를 무릎에 파묻었다.유라를 잡았던 도진의 커다란 손바닥이 허공에서 갈 곳을 잃고 미세하게 떨렸다. 가식 없는 유라의 처절한 거부와 오열 앞에,

  • 돌이킬수 없는   19화

    [유라야? 유라야! 지금 옆에 누구 있어?!]수화기 너머 이도현의 목소리가 급박하게 갈라졌지만, 도진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히려 보란 듯이 유라의 혀를 집요하게 얽어매며 그녀의 숨을 모조리 앗아갔다. 아찔한 쾌감이 뒤섞인 마찰음이 대기실의 정적을 사정없이 헤집었다.한참 뒤, 타들어 갈 것 같은 입술을 거칠게 떼어낸 도진이 붉게 젖은 유라의 입술을 엄지손가락으로 느리게 훔쳐냈다. 숨 가쁘게 들썩이는 유라의 쇄골 위로 도진의 뜨거운 숨결이 쏟아졌다.도진이 수화기를 향해, 그리고 눈물 고인 눈으로 자신을 올려다보는 유라를 향해 낮고 은밀하게 속삭였다.“아무 일도…… 없다고?”유라의 귓가를 간지럽히는 음성은 낮게 가라앉아 소름 끼치도록 섹시했다. 수화기 너머 이도현의 거친 숨소리가 들려왔다.김도진이 유라의 귓가에 닿을 듯 낮게 속삭인 그 한마디는 대기실의 공기를 단숨에 얼려버렸다.“이제 아무 일이 생겼네?”도진의 입술에 차가운 미소가 매끄럽게 걸렸다. 방금 전까지 몰아쳤던 폭압적인 열기와는 대조적인, 소름 끼치도록 오만한 태도였다.그의 품에 갇힌 유라는 터질 것 같은 심장을 진정시키지 못한 채 가쁜 숨만 몰아쉬고 있었다. 밀착된 얇은 브이넥 티셔츠 너머로 유라의 가녀린 몸이 잘게 떨리는 게 도진의 가슴팍으로 고스란히 전해졌다.당황스러움과 수치심, 그리고 이 무자비한 상황에 대한 공포가 한꺼번에 밀려들었다. 무엇보다 제 온기를 처음으로 남에게 빼앗겼다는 충격이 유라의 머릿속을 하얗게 탈색시켰다.이유라의 눈시울이 뜨거워지더니 이내 커다란 눈망울에 투명한 눈물이 가득 차올랐다.사실 유라는 어디를 가나 남자의 시선을 사로잡는 매혹적인 외모를 지니고 있었다. 고백해 오는 남자들은 셀 수도 없이 많았다. 하지만 하루하루 버텨내야 하는 불우한 환경은 그녀에게 연애라는 사치를 허락하지 않았다. 먹고살기 바빠 남자에게 눈길 한 번 줄 여유조차 없었던 유라에게, 오늘 이 순간은 인생의 첫 경험이자 지독한 폭력과도 같았다.하지만 김도진이 이 사실을 알 리가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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