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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Penulis: 임청연
“부 대표님이시죠? 하 대표님께서 모시라고 하셨습니다.”

말끔한 유니폼을 입은 웨이터가 다가와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입가에는 과하지 않은 미소가 걸려 있었고, 곧 손을 들어 발코니 쪽 어둑한 방향을 가리켰다.

그쪽에는 하씨 집안의 남자 몇 명이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자세는 전혀 흐트러짐이 없었고, 말없이 앉아 있음에도 묵직한 압박감이 느껴졌다.

시은은 무심코 고개를 들었다가 그 남자들의 시선과 마주쳤다.

매서운 눈빛이 한순간에 짓누르면서, 시은의 몸은 반사적으로 움츠러들었다.

놀란 아이처럼 태빈의 뒤로 급히 몸을 숨기며 옷자락을 꼭 움켜쥐었다.

“오빠... 무서워요.”

울먹이는 목소리가 작게 떨렸다.

미간을 찌푸린 태빈의 표정이 굳어졌다.

눈빛에는 불편한 기색이 스쳤지만, 태빈은 말없이 손을 뻗었다.

채이의 손목을 움켜쥐는 순간, 힘이 과하게 들어갔다.

마치 놓치지 않겠다는 듯한 힘이었다.

태빈은 아무 설명도 없이 채이를 끌고 발코니 쪽으로 향했다.

“부태빈, 뭐 하는 거야. 놔!”

채이는 갑작스러운 힘에 중심을 잃고 비틀거렸다.

태빈의 손을 떼어내려고 애쓰면서 이를 악물었다.

하지만 태빈은 채이의 말을 듣지 않고, 오히려 낮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오늘 여기서 하씨 집안의 사람들한테 사과만 하면, 바로 혼인신고 하러 갈게.”

그 말투에는 확신이 담겨 있었다.

마치 이미 결정된 일처럼.

이 상황에서도 태빈은 여전히 채이에게 허황된 약속을 내밀고 있었다.

강시은을 대신해 모든 책임을 떠안게 만들기 위해서.

“부태빈, 너 제정신이야?”

채이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분노가 가슴 깊숙이 차올랐다.

‘참 우습다.’

‘한때는 나를 평생 지켜주겠다고 말하던 사람이었는데.’

‘지금은 다른 여자를 위해, 나를 가장 위험한 자리로 밀어 넣고 있어.’

태빈의 눈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채이를 붙잡은 손에는 연민도 없었다.

태빈은 채이의 팔을 거칠게 잡아당기더니 그대로 앞으로 밀쳤다.

중심을 잃고 하씨 집안 사람들 앞에 넘어지면서, 채이의 팔꿈치가 바닥에 부딪치며 둔탁한 통증이 올라왔다.

숨을 삼킨 채이가 고개를 숙여 보니 피부 위로 상처가 번져 있었다.

“하 대표님.”

태빈은 고개를 들고 말했다. 나지막한 목소리는 차가웠다.

“하다윤 씨를 물에 빠뜨린 사람입니다. 이 여자가 전부 꾸민 일입니다.”

말을 마치자마자, 태빈은 채이의 머리카락을 움켜쥐었다.

당기는 힘에 채이의 눈가가 저절로 젖었지만, 끝내 눈물은 흘리지 않았다.

태빈은 채이를 테이블 쪽으로 눌렀다.

단단한 모서리가 몸에 닿았다.

“지금 당장 하다윤 씨한테 사과해.”

태빈은 내려다보며 말했다. 명령처럼 떨어진 말이었다.

그때 채이의 눈을 마주친 태빈은 그 안에 담긴 감정을 보고 가슴이 섬뜩해졌다.

증오와 단절.

돌이킬 수 없다는 확신.

‘채이야... 미안해.’

‘이 일만 끝나면, 뭐든 다 해줄게.’

태빈은 그렇게 속으로 되뇌었다.

하지만 그 말은 끝내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부태빈, 너 정말 눈도 마음도 다 멀었구나. 내가 하지도 않은 걸 막무가내로 우기다니.”

채이는 이를 악문 채 말했다.

한 글자, 한 글자마다 눌러 담은 분노와 경멸이 또렷했다.

태빈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그리고 몸을 기울여 채이의 귓가에 대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말투에는 거절을 허락하지 않는 기색이 실려 있었다.

“이건 내가 시은한테 진 빚이야. 네가 나를 사랑한다면, 이번만은 나 좀 도와줘.”

“난 이제 너 안 사랑해.”

채이는 망설임 없이 답했다.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흔들림은 없었다.

마치 마지막 남은 힘까지 전부 쥐어짠 것처럼 단호했다.

그때, 하정후의 입꼬리가 서서히 올라갔다. 손뼉을 가볍게 두어 번 치더니 비아냥을 섞어 말했다.

“이야, 부 대표님 대단하십니다. 자기 여자친구까지 내놓다니. 이 정도면 ‘대의’라는 말이 딱 어울리겠네요.”

정후의 옆에서 하진후가 한 발 앞으로 나섰다. 표정에는 거친 기색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형, 사람도 찾았으니까 이제 끝내자. 이 여자도 물에 빠져보면 알겠지.”

진후는 손을 들어 경호원들을 불렀다.

경호원들은 곧바로 채이에게 다가와 팔을 붙잡았다.

힘이 과하게 들어가 살이 으스러질 듯 조여 왔다.

채이는 흐트러진 머리카락이 얼굴에 들러붙은 채 서 있었다.

옷은 구겨져 있었고, 조금 전 넘어지며 생긴 상처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채이는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이어서 고개를 들어 정후를 똑바로 바라보며 또렷하게 말했다.

“하 대표님, 하다윤 씨를 물에 빠뜨린 사람이 제가 아니라는 걸 증명할 수 있습니다.”

채이의 눈빛은 전혀 물러섬이 없었다.

하지 않은 일에 고개를 숙일 생각도 없다는 확신이 담겨 있었다.

“증명?”

정후가 천천히 되물었다.

“어떻게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시은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태빈의 팔을 붙잡은 손가락이 하얗게 질렸다.

시은은 다급한 얼굴로 태빈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채이 언니... 언니가 지금 화가 나 있어서 그러는 거예요. 잘못한 건 인정하는 게 맞잖아요. 이렇게 계속 부인하면, 태빈 오빠도 많이 상처받을 거예요.”

말을 마친 시은은 조심스럽게 시선을 돌려 정후와 진후를 바라봤다.

눈에는 연약함을 앞세운 호소가 담겨 있었다.

“제가 봤어요.”

시은은 낮은 목소리로 이어갔다.

“하다윤 씨를 일부러 밀어 떨어뜨린 게 채이 언니예요. 그리고 나중에는 그 책임을 저한테 씌우려고 했어요.”

“다행히 태빈 오빠가 제대로 봐주셔서, 더 큰 일은 막을 수 있었지만요.”

시은은 잠시 말을 멈추고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빛 깊숙히 계산된 기색이 스쳤다.

“그런데 이렇게까지 됐는데도 채이 언니는 아직도 사실을 말하지 않으려고 하네요.”

시은은 한숨 섞인 말투로 덧붙였다.

“이 정도면... 정말 답답해요.”

겉으로는 연약해 보였지만, 시은의 속은 달랐다.

‘빨리 진채이를 떨어뜨려 버려.’

‘진채이만 사라지면, 이제 아무도 나를 위협하지 못해.’

시은은 그런 마음을 숨긴 채, 태빈의 팔을 더욱 꼭 붙잡았다.

마치 그것이 자신을 지켜줄 마지막 줄인 것처럼.

하씨 집안의 두 형제는 말없이 채이를 바라봤다가 다시 시은을 살폈다.

시선은 칼날처럼 오가며 두 사람 사이를 재고 있었다.

잠시 동안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다.

그 짧은 침묵 속에서 선택의 무게가 천천히 내려앉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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