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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작가: 천이설
박도윤과 강지유의 사랑의 증표이기도 한 크리스탈 구두가 사라졌으니 큰 문제임은 틀림없었다.

하지만 문채아는 그 일에 자신이 엮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통증을 참고 문영란과 함께 아래로 내려와 보니 강지유가 눈물을 훔치며 속상해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박도윤은 그런 그녀를 품에 끌어안은 채 위로의 말을 건네주고 있다가 문채아를 발견하고는 급속도로 눈빛이 싸늘해져서는 물었다.

“지유 구두 어디 있어?”

그는 네가 훔쳤냐는 질문도 없이 바로 추궁부터 했다.

문채아는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박도윤의 품에 안겨 있는 여자를 보며 물었다.

“지금 강지유 씨 구두가 사라진 게 나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그럼 아니에요?”

강지유가 되물었다.

“나를 데리고 정원 구경시켜 줄 때부터 내가 무슨 말만 하면 시큰둥했잖아요. 이럴 거면 혼자 둘러보는 게 나을 것 같아 연못으로 잠깐 들어갔는데 나와보니 채아 씨도 없고 구두도 없어졌어요. 그 상황에서 내가 떠올릴 수 있는 상황은 하나밖에 없지 않나요? 채아 씨, 아무리 남의 것이 탐이 나도 그렇지 도둑질을 하면 어떻게 해요? 오빠 보기 창피하지도 않아요?”

강지유는 완전히 도둑을 보는 듯한 눈빛으로 문채아를 바라보고 있었다. 박도윤의 눈빛도 여전히 싸늘하기 그지없었다.

문채아는 비열하기 짝이 없는 강지유의 행동에 기가 막혀 바로 정원 쪽을 가리켰다.

“정원에 CCTV 있으니까 한번 돌려봐요. 정말 내가 훔친 건지 아닌지.”

“오늘 정기 점검 때문에 종일 꺼져있는 상태라 녹화된 게 없어.”

문영란이 말했다.

오늘은 1년에 한 번 있는 CCTV 정기 점검 날이라 집안 내부 CCTV도 정원 CCTV도 전부 꺼져있는 상태였다.

즉, 문채아는 결백을 증명할 방법이 없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이 모든 게 정말 우연일까?

문채아의 시선이 강지유 쪽으로 향했다. 그러고 보니 처음 이곳으로 온 것치곤 꽤 익숙하게 정원을 거닐었다. 꼭 이 집 정원을 잘 알고 있는 사람처럼 말이다.

“이제야 알겠네. 오늘이 정기 점검하는 날인 걸 다 알고 훔친 거죠? 그래서 당당하게 CCTV 돌려보라는 말을 할 수 있었던 거죠? 채아 씨 정말 무서운 사람이네요. 하지만 이걸 어쩌죠? 이 집에서 채아 씨 거짓말에 속아 넘어갈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강지유는 마치 정의를 구현하듯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

“채아 씨가 왜 내 구두를 훔쳐 갔는지 대충 짐작이 가요. 내가 이 집에 있는 게 싫은 거죠? 차라리 그냥 솔직하게 말해주지 그랬어요? 그럼 알아서 갈 텐데.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까 이만 가볼게요.”

말을 마친 후 그녀는 정말 가려가는 듯 가방을 챙겨 들었다.

그 모습을 본 박도윤은 강지유의 손을 힘껏 잡으며 다시 품에 끌어안아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그러고는 완전히 가라앉는 눈빛으로 문채아를 바라보았다.

“문채아, 좋은 말로 할 때 지유한테 구두 돌려줘. 만약 계속 고집을 부리면 그때는 나도 아버지한테 얘기할 수밖에 없어. 너도 아버지가 직접 나서서 이 일을 해결하는 건 싫을 거 아니야.”

박도윤의 아버지인 박진성은 해정 그룹의 회장이자 가문의 제일 큰 어른이다. 워낙 엄격하고 무서운 사람이라 만약 오늘 일이 그의 귀에 흘러 들어가면 문채아는 어마어마한 벌을 받게 될 것이 분명했다.

한편 문영란은 문채아의 억울한 얼굴에 딸의 편을 들어줄까 하는 생각을 잠깐 했다가 박도윤의 입에서 남편 얘기가 나온 순간 생각을 바꾸며 똑같이 질책 어린 눈빛으로 딸을 바라보았다.

문채아는 입을 꾹 닫은 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의 말을 믿어줄 생각이 조금도 없는 듯한 사람들에게 더 해명한다고 한들 달라지는 건 없을 테니까.

그래서 그녀는 악다구니를 쓰며 억울하다고 소리치는 대신 휴대폰을 꺼냈다. 그러고는 그 휴대폰을 강지유 쪽으로 던졌다.

“신고해요.”

기왕 이렇게 된 거 그녀도 이판사판이었다.

부엌 쪽에서 몰래 상황을 엿보고 있던 도우미들은 문채아의 행동에 입을 떡하고 벌렸다. 경찰까지 불러 자수하겠다고 들 줄 몰랐으니까.

강지유는 조금 전까지만 해도 이겼다는 얼굴이었다가 문채아의 말에 갑자기 표정이 살짝 굳어서는 옆으로 몸을 휘청였다.

박도윤은 문채아가 던진 휴대폰 때문에 강지유의 발이 다쳤다고 생각했는지 바로 미간을 찌푸리며 문채아에게 소리를 질렀다.

“이게 지금 무슨 짓이야!”

“무슨 짓이냐니. 해결 방법을 던져준 거잖아.”

문채아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강지유 씨가 구두를 훔친 사람이 나라고 확신하는 것 같아서 직접 경찰에 신고하라고 휴대폰을 던져준 건데 뭐가 문제야? 답이 없는 문제는 경찰들에게 맡기는 게 좋지 않겠어?”

“경찰을 부르고 난 뒤의 상황은 생각 안 해?”

박도윤이 왜 이렇게 철이 없냐는 눈빛으로 문채아를 바라보았다.

“경찰이 집에 도착하는 즉시 기자들이 몰려와 이상한 기사를 써낼 거야. 그러면 회사 이미지에도 타격이 가게 되고 나아가 여론 자체도 안 좋아져. 이걸 네가 다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아?”

“감당이 안 되겠지. 그런데 그걸 내가 왜 감당해야 하는 건데?”

문채아가 차갑게 웃으며 강지유를 가리켰다.

“강지유 씨가 시작한 일이니 당연히 강지유 씨가 책임지고 감당해야지. 그래서 휴대폰도 준 거잖아. 강씨 가문 사람이면 이 정도는 감당하고도 남지 않겠어?”

“강지유 씨, 멀뚱히 서 있지만 말고 신고해요.”

만약 강지유가 정말 구두를 잃어버린 피해자라면 지금쯤 신고하고도 남았을 것이다. 하지만 강지유는 아무런 움직임도 없었다.

당당한 문채아의 태도와 아무것도 안 하는 강지유의 행동에 사람들도 슬슬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신고하라니까요?”

문채아가 몰아붙였다.

그러자 보다 못한 박도윤이 한 발 앞으로 나서며 경고하듯 말했다.

“문채아, 그만해.”

“뭘 그만해? 난 그만 못 해.”

문채아는 마치 겁을 상실한 사람처럼 박도윤의 두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나는 강지유 씨가 나를 음해하려고 일부러 구두를 숨겼다고 생각해. 오빠는? 오빠는 어떻게 생각해?”

그녀는 마지막으로 딱 한 번만 더 박도윤을 믿어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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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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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경
뭘 자꾸 한번만한번만 믿어본데 찌질한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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