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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8-10 13:47:25

눈물이 찔끔 났지만 아직 달력에는 6일이라는 시간이 남아 있었다.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었다. 민우는 차가운 주먹을 불끈 쥐며 다음번에는 진짜 제대로 된 작전을 짜야겠다고 다짐했다.

* 고백 D-6, 하늘에서 초콜릿이 내려온다면

어제의 대실패로 인해 강민우의 멘탈은 완전히 가루가 되어 있었다. 담임 선생님에게 흡연 단속반으로 오해받은 사건은 다행히 조용히 넘어갔지만, 소희의 손에 닿지도 못한 채 끝나버린 초코 소라빵의 비극은 밤새도록 민우의 머릿속을 괴롭혔다.

그러나 포기할 시간은 없었다. 달력의 숫자는 무정하게도 D-6을 가리키고 있었다.

점심시간, 매점 뒤편 벤치에 앉아 민우는 다시 한번 머리를 맞대고 정구와 작전 회의를 시작했다.

"야, 박정구. 아날로그 방식은 안 되겠다. 소희한테 가기도 전에 중간에 가로채기 당할 확률이 너무 높아."

정구는 매점 소시지를 한 입 베어 물며 한심하다는 듯 민우를 보았다.

"그러니까 왜 그런 고전적인 방법을 쓰냐? 요즘이 어떤 시대인데? 디지털로 가야지, 디지털로."

"디지털? 캐톡으로 고백하라고? 그건 너무 성의 없어 보이잖아."

"누가 캐톡 하래? 마침 오늘 5교시가 전교생 체육대회 연습이잖아? 운동장에 전교생 다 모인다고."

민우는 침을 꿀꺽 삼켰다.

"그래서?"

"내가 어제 방송부 애들이 드론 띄워서 촬영 연습하는 거 봤거든? 거기에 선물을 매달아서 소희 머리 위로 정확하게 배달하는 거야. 어때, 지리지?"

정구의 제안은 확실히 파격적이었다. 드론을 이용한 고백이라니? 마치 유행하는 웹드라마의 남주인공이 될 것만 같은 착각이 들었다. 전교생이 보는 앞에서 드론이 소희에게 다가가 달콤한 사탕 상자를 전달하는 상상을 하니 벌써부터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그거 괜찮은데? 근데 방송부 드론을 우리가 어떻게 빌려?"

"걱정 마라. 방송부 기재부장이 내 사촌 형이다. 점심시간에 잠깐 빌려오기로 합의 봤어."

정구가 엄지를 척 들어 올렸다. 민우는 이 녀석이 오늘따라 왜 이렇게 든든해 보이는지 모를 일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작전명 “하늘에서 초콜릿이 내려온다면”

민우는 급하게 매점에서 고급 초콜릿 세트를 구입했다. 그리고 리본 끈으로 드론 하단에 단단히 고정했다. 정구는 리모컨을 조종하며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었다.

"형이 초등학교 때부터 알씨카로 다져진 손기술이다. 정밀 타격 보여줄 테니까 너는 소희 옆에서 타이밍만 잡아."

"오케이, 믿는다."

5교시 체육 시간이 시작되었다. 운동장에는 3학년 전체 반이 모여 졸업 전 마지막 피구 대회를 준비하느라 북적였다. 소희는 반 친구들과 함께 운동장 스탠드 근처에 앉아 있었다.

민우는 심호흡을 하며 정구에게 수신호를 보냈다. 웅장한 기계음과 함께 교사 뒤편에서 작은 드론 한 대가 윙 소리를 내며 날아올랐다. 드론 아래에는 앙증맞은 초콜릿 상자가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운동장에 있던 몇몇 아이들이 하늘을 올려다보며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어? 저거 뭐야? 드론이네?"

"와, 방송부에서 졸업 영상 찍나 봐!"

아이들의 시선이 집중되는 순간, 민우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계획대로였다. 이제 드론이 소희의 머리 위로 부드럽게 하강하여 초콜릿을 떨어뜨리기만 하면 끝이었다.

정구의 현란한 손가락 움직임에 따라 드론은 완벽한 궤도를 그리며 소희가 있는 스탠드로 향했다. 이제 거리는 단 5미터였다.

'좋아, 지금이야! 정구야, 내려!'

민우는 속으로 외쳤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갑자기 불어닥친 겨울철 강력한 칼바람이 운동장을 휩쓸었다. 돌풍이었다. 예상치 못한 강풍에 드론이 중심을 잃고 격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어? 어어? 이거 왜 이래?"

멀리서 리모컨을 붙잡고 있는 정구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가는 것이 보였다. 드론은 정구의 제어 범위를 벗어나 마치 술에 취한 것처럼 갈지자로 허공을 휘젓기 시작했다.

"야! 박정구! 조종 똑바로 안 해?"

민우가 다급하게 소리쳤지만 이미 늦은 상태였다. 미쳐버린 드론은 소희가 아니라, 마침 운동장 조회를 위해 단상으로 걸어 나오던 교장 선생님을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다.

웅 하는 모터 소리가 광포하게 울렸다. 교장 선생님은 하늘에서 다가오는 괴물체를 발견하고 눈을 크게 떴다.

"어어? 저게 무엇이냐?"

교장 선생님이 피할 겨를도 없이, 드론에 매달려 있던 초콜릿 상자가 교장 선생님의 반짝이는 대머리를 정확하게 강타했다. 깡 하는 맑은 소리와 함께 초콜릿 상자가 터지며 알알이 박힌 초콜릿들이 단상 위로 우수수 쏟아졌다.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중심을 잃은 드론은 교장 선생님의 상징과도 같은 가발을 프로펠러에 감아쥔 채 그대로 하늘 높이 수직 상승해 버렸다.

순식간에 운동장은 정적에 휩싸였다. 교장 선생님의 완벽하게 매끈한 두상이 백일하에 드러난 순간이었다. 바람을 가르며 하늘 높이 날아가는 드론에는 교장 선생님의 가발이 깃발처럼 펄럭이고 있었다.

"내 머리! 내 머리 잡아라!"

교장 선생님은 양손으로 대머리를 감싸 쥐며 단상 아래로 주저앉았다. 체육 선생님들이 일제히 소리를 지르며 드론을 쫓아 달리기 시작했지만, 인간의 달리기 속도가 하늘을 나는 드론을 따라잡을 수는 없었다. 운동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정구는 이미 리모컨을 내팽개치고 교문 밖으로 도망치고 있었고, 전교생은 충격과 공포, 그리고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해 온몸을 부르르 떨고 있었다.

민우는 저 멀리 스탠드에 앉아 있는 소희를 살짝 훔쳐보았다. 소희 역시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입을 벌린 채 하늘을 날아가는 가발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눈동자에는 드론에 매달린 가발이 선명하게 비쳤다.

'망했다. 고백은커녕 퇴학당하는 거 아닐까?'

민우의 뇌리에 불길한 예감이 스쳤다. 멀리서 학년 부장 선생님이 드론의 출처를 찾기 위해 방송부 쪽으로 단거리 육상 선수처럼 뛰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민우는 슬금슬금 뒷걸음질을 치며 군중 속으로 완전히 숨어들었다.

고백까지 남은 시간 6일. 민우의 고등학교 생활 최대의 위기가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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