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고백 D-5, 도서관의 도미노 여신
어제의 가발 비행 사건은 단숨에 학교의 전설이 되었다.
다행히 정구의 사촌 형이 방송부 드론의 비행 기록을 빛의 속도로 삭제한 덕분에 민우와 정구는 주동자로 색출되는 최악의 사태는 면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학교 분위기는 그야말로 계엄령 수준이었다. 교장 선생님은 가발 대신 번쩍이는 대머리를 당당하게 드러낸 채, 매서운 눈빛으로 교내를 순찰하며 범인의 흔적을 찾고 있었다. 복도에서 교장 선생님과 마주칠 때마다 민우의 심장은 쫄깃해지다 못해 타들어 가는 것 같았다.
"야, 박정구. 너 왜 안경을 두 개나 쓰고 있냐?"
민우가 등교하자마자 정구의 몰골을 보고 물었다. 정구는 시력 교정용 안경 위에 커다란 선글라스까지 겹쳐 쓰고 있었다. 변장이라는 명목이었지만 누가 봐도 수상한 인물 그 자체였다.
"교장샘 눈빛 못 봤냐? 눈만 마주쳐도 자백하게 만드는 눈빛이다? 난 당분간 이렇게 살 거다."
정구가 이빨을 덜덜 떨며 대답했다. 조력자마저 공황 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민우는 홀로 결단을 내려야 했다.
달력을 보니 남은 시간은 이제 겨우 5일이었다. 시간이 없었다. 대담하고 화려한 작전은 교장 선생님의 수사망에 걸릴 위험이 너무 컸다. 그렇다면 정답은 하나였다. 가장 조용하고, 가장 은밀하며, 가장 안전한 장소를 공략하는 것뿐이었다.
'도서관이다.'
소희는 매일 점심시간마다 도서관 창가 자리에서 수능 특강 문제집을 풀곤 했다. 시끄러운 운동장이나 교실과 달리 도서관은 사서 선생님의 엄격한 통제 아래 조용함이 유지되는 성역이었다. 이곳이라면 돌풍이 불 일도 없고, 교장 선생님의 가발이 날아갈 일도 없었다.
점심을 대충 입으로 쑤셔 넣은 민우는 곧장 본관 4층에 있는 도서관으로 향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특유의 오래된 종이 냄새와 정적만이 민우를 반겼다. 고개를 돌려 창가 쪽을 바라보니 역시나 소희가 앉아 있었다. 햇살을 받으며 독서에 집중하고 있는 소희의 모습은 어제 드론 소동 속에서도 홀로 빛나던 그 모습 그대로였다.
민우는 주머니 속에 넣어둔 편지를 만지작거렸다. 이번엔 쪽지가 아니라 밤새 고민하며 꾹꾹 눌러쓴 정식 편지였다. 오글거리는 수식어는 전부 빼고, 3년 동안 좋아했다는 진심만을 담았다.
'이번엔 직접 준다. 소희가 자리를 잠시 비우거나, 책을 빌리러 갈 때 슬며시 다가가서 책상 위에 두고 오는 거야.'
작전은 심플했다. 민우는 자연스럽게 행동하기 위해 소희의 대각선 뒤쪽 책장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책을 읽는 척하기 위해 눈앞에 보이는 두꺼운 책 한 권을 아무거나 집어 들었다. 대형 백과사전 제7권이었다. 무게가 상당했지만 들고 있기에는 나쁘지 않았다.
민우는 백과사전으로 얼굴을 반쯤 가린 채, 책장 틈새로 소희의 움직임을 예리하게 관찰했다. 소희는 집중하면 아랫입술을 살짝 깨무는 버릇이 있었는데, 그 모습마저 귀여워서 심장이 사정없이 쿵쾅거렸다.
한 10분쯤 지났을까? 소희가 기지개를 켜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참고 서적을 찾으려는 듯 민우가 있는 서가 쪽으로 걸어오기 시작했다.
'헉, 이쪽으로 온다?'
민우는 당황해서 고개를 푹 숙이고 백과사전에 시선을 고정했다. 소희의 발자국 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민우는 긴장한 나머지 들고 있던 백과사전을 너무 세게 쥐었다. 손에 땀이 차서 책이 미끄러질 것 같았다.
소희는 민우가 서 있는 책장의 바로 뒷줄로 들어갔다. 책장 하나를 사이에 두고 소희와 단둘이 있는 상황이었다. 나무 책장의 틈새로 소희의 교복 자락이 살짝 보였다. 지금이 기회였다. 책장 너머로 자연스럽게 말을 걸며 편지를 건네면 어떨까?
"저기, 소희야?"
민우는 용기를 내어 아주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하지만 책장 건너편에서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소희는 이어폰을 끼고 있어서 민우의 목소리를 듣지 못한 모양이었다.
'조금 더 크게 말해야 하나?'
민우는 소희에게 더 다가가기 위해 책장에 몸을 바짝 밀착했다. 그리고 소희가 책을 뽑으려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맞은편에서 소희의 시선에 띄고자 책 한 권을 밀어내려고 손을 뻗었다.
그런데 여기서 치명적인 문제가 발생했다. 민우가 짚은 책은 단순한 책이 아니라, 오랫동안 빽빽하게 박혀 있던 거대한 법학 대사전이었다. 민우가 힘을 주어 그 책을 미는 순간, 낡은 나무 책장이 앞뒤로 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삐걱거리는 기괴한 소리가 도서관의 정적을 깨뜨렸다.
민우는 직감적으로 불길함을 느꼈다. 책장이 소희가 있는 뒤쪽이 아니라, 민우가 있는 앞쪽으로 서서히 기울고 있었다.
'어? 이게 왜 나한테 쓰러지지?'
민우는 당황해서 양손으로 책장을 받쳐 들었다. 하지만 수백 권의 책이 꽂힌 책장의 무게는 고등학생 한 명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민우의 다리가 부르르 떨렸다. 여기서 손을 놓으면 자신이 책더미에 깔리는 것은 물론이고, 엄청난 소동이 일어날 게 뻔했다.
"으으으차!"
민우는 신음 소리를 내며 온 힘을 다해 책장을 다시 뒤로 밀었다. 반동이 너무 강했던 탓일까? 이번에는 책장이 뒤쪽으로 콰당 소리를 내며 넘어가 버렸다.
그리고 그 뒤에는 바로 다음 책장이 있었다.
쿠쿠쿠쿵.
그것은 거대한 재앙의 시작이었다. 도서관에 일렬로 늘어서 있던 다섯 개의 대형 책장들이 마치 도미노처럼 차례대로 쓰러지기 시작한 것이다. 도서관 전체를 흔드는 거대한 진동과 함께 수천 권의 책들이 폭포수처럼 사방으로 쏟아져 내렸다.
"엄마야!"
"악! 이게 무슨 일이야?"
도서관에서 공부하던 아이들이 비명을 지르며 대피했다. 다행히 소희는 책장이 넘어지기 직전, 다른 칸으로 이동해 화를 면한 상태였다. 하지만 민우는 도미노의 시발점이 된 첫 번째 책장과 함께 바닥으로 완전히 고꾸라지고 말았다.
먼지가 자욱하게 피어오르는 도서관은 그야말로 폭격을 맞은 듯한 폐허로 변해 있었다.
"어떤 놈이야? 도서관에서 무슨 짓을 한 거야?"
저 멀리서 서든어택의 돌격대장처럼 사서 선생님이 빗자루를 들고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민우는 쏟아진 세계문학전집과 위인전 전집 아래에 깔린 채 간신히 고개만 내밀었다. 온몸이 쑤시고 아팠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었다. 민우의 손에 쥐어져 있던 고백 편지가 책더미 사이로 날아가 하필이면 사서 선생님의 발바닥 바로 앞에 안착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 시각, 머나먼 서울의 한 지하철 안. 야근에 찌들어 사표를 품에 안고 한강을 바라보며 눈물짓던 대기업 김 대리가 무심코 스타그램을 넘기다 이 그림을 발견하게 될 줄은, 순자네 가족 그 누구도 알지 못했다. 동구의 엉뚱한 크레파스 낙서가 세상을 향해 첫 발을 내딛는 순간이었다.* 방구석 피카소의 탄생인간은 하루에도 수십 번씩 절망을 마주한다. 마흔두 살의 대기업 대리 김광식에게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이었다. 부장의 지독한 가스라이팅과 동기들의 초고속 승진 사이에서 그는 완전히 고립되어 있었다. 사표를 가슴에 품고 퇴근하는 지하철 안, 그의 눈동자는 초점을 잃은 채 스마트폰 화면을 의미 없이 넘기고 있었다.그때 그의 손가락이 멈추었다. 화면에 나타난 것은 파란색 크레파스로 마구 칠해진, 날개 달린 괴상한 돼지 그림이었다.초등학생 낙서보다도 조잡한 그림이었다. 하지만 김광식은 그 그림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돼지의 눈은 억울함으로 가득 차 있었지만, 주둥이는 기묘하게 위를 향해 비틀려 있었다. 마치 세상이 아무리 자신을 짓밟아도 기어코 웃어 보이겠다는 오기처럼 보였다.그림 밑에 달린 짧은 글이 그의 가슴을 툭 쳤다. 전 재산이 마이너스인 집구석에서 혼자 세상 편하게 날아다닌다는 말.'이 돼지, 꼭 나 같네.'김광식의 입 꼬리가 허탈하게 올라갔다. 치열하게 버텨왔지만 결국 마이너스 인생이 되어버린 자신과, 몸에 맞지도 않는 파리 날개를 달고 뚱뚱한 몸을 허공에 띄운 돼지가 너무나도 닮아 있었다.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그는 자신도 모르게 그 게시글을 자신의 개인 계정으로 공유했다.
* 마이너스 통장과 날아라 돼지철수 아니, 김동구는 올해 열다섯 살이었다. 몸집은 황소만 한 중학생이었지만, 정신 연령은 여전히 뽀로로에 열광하는 대여섯 살에 멈춰 있었다. 동구의 하루 일과는 단순했다.밥 먹고, 웃고, 크레파스로 온 집안 벽을 도배하는 것. 그것이 동구가 세상과 소통하는 유일한 방식이었다.하지만 그 소통의 대가는 가혹했다. 어머니 순자는 오늘도 시뻘건 압류 딱지가 붙은 똥색 냉장고 앞에서 영수증 더미를 쥐고 머리를 쥐어뜯었다."이번 달 가스비에 전기세에, 월세는 세 달째 밀렸는데 사채 이자는 또 어떻게 내야 하나?"순자의 입에서 걸쭉한 한숨이 터져 나왔다. 남편이 주식 대박을 꿈꾸다 남기고 간 것은 산더미 같은 빚과 듬직하게 아픈 아들 동구뿐이었다.식당 불판 닦기, 빌딩 새벽 청소, 야간 편의점 아르바이트까지 쓰리잡을 뛰어가며 버텼지만, 인생이라는 이름의 밑 빠진 독은 메워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그때 거실 구석에서 맹렬하게 벽을 긁어대던 동구가 침을 흘리며 해맑게 웃었다. 동구의 이빨은 온통 파란색 크레파스 가루로 물들어 있었다."엄마! 맛있다! 블루베리 맛!"순자는 가슴이 무너져 내렸다."동구야! 너 또 크레파스 씹어 먹었냐? 내가 그걸 먹지 말라고 몇 번을 말해!"순자가 소리를 지르며 동구의 입을 벌려 크레파스 조각을 빼냈다. 동구는 그저 엄마가 자신과 놀아주는 줄 알고 덩실덩실 춤을 추었다. 순자는 벽에 그려진 정체불명의 낙서를 보
계절이 두 번 바뀌어 푸르른 녹음이 짙어지는 이듬해 초여름.햇살이 따스하게 내리쬐는 거실 탁자 위에는 여전히 하얀 서류 봉투 하나가 놓여 있었다. 하지만 6개월 전의 그 삭막했던 이혼 서류가 아니었다. 봉투 겉면에는 은채의 흘림체 글씨로 '가족 통장 및 서준·서아 성장 앨범'이라고 예쁘게 적혀 있었다.부엌에서는 싱그러운 도마 소리와 함께 구수한 된장찌개 냄새가 피어올랐다. 앞치마를 두른 진우가 서툰 솜씨로 애호박을 썰며 땀을 훔쳤고, 그 옆에서 은채가 웃으며 양념을 맞추고 있었다."진우 씨, 호박을 그렇게 크게 썰면 애들이 안 먹지. 서준이가 편식 대장인 거 몰라?""아, 맞다. 다시 잘게 썰게. 아직 요리는 초보라 서투네."진우가 머리를 긁적이며 멋쩍게 웃었다. 사건 이후 진우는 회사에 강력하게 요구해 야근과 주말 출장이 없는 부서로 자원 이동했다.진급은 조금 늦어질지 몰라도, 퇴근 후 아이들과 함께 목욕을 하고 아내와 오늘 하루 있었던 일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지금의 삶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값지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엄마! 아빠! 이것 봐!"거실에서 장난감을 가지고 놀던 서준이와 서아가 두 사람에게 달려왔다. 서준이의 손에는 어린이집에서 직접 그린 가족 그림이 들려 있었다. 커다란 도화지 한가운데, 엄마와 아빠가 쌍둥이의 손을 아주 커다랗고 단단하게 맞잡고 있는 그림이었다.진우는 도마질을 멈추고 바닥에 한쪽 무릎을 꿇어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췄다. 그리고 아이들의 통통한 볼에 번갈아 입을 맞추었다.
"지하 3층에 유독가스랑 폭발 위험이 있어요! 당장 대피 방송 하시고 119에 신고해 주세요! 제발요!"경비원의 얼굴이 하얗게 질리며 단지 내에 요란한 사이렌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안내방송이 주민들을 깨우는 사이, 은채는 아이들을 경비실 안전한 곳에 앉혀두고 다시 지하 주차장 출입구를 바라보았다.어두컴컴한 지하 주차장 입구에서 연기가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었다. 진우는 아직 나오지 못했다."진우 씨…… 제발……."은채는 가슴을 쥐어짜며 기도했다. 과거에 그토록 미워하고 원망했던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쳤지만, 이제 머릿속에 남은 것은 오직 하나뿐이었다. 그가 없는 삶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는 것. 이 지옥 같은 밤을 버텨내고 마주할 아침에는 반드시 네 가족이 함께여야 했다.타이머의 숫자가 가리키던 그 순간."쿨럭! 쿨럭!"지하 주차장 차량 출입구의 가파른 경사로 위로, 한 남자가 다른 남자를 처절하게 들쳐맨 채 기어 나오다시피 모습을 드러냈다. 진우였다.그가 지상 인도 위로 발을 디디며 배민우와 함께 바닥에 쓰러지는 순간, 지하 3층에서 콰아아앙- 하는 거대한 굉음과 함께 둔탁한 진동이 대지를 울렸다.탑차가 폭발한 것이다. 주차장 입구로 검은 연기가 폭풍처럼 뿜어져 나왔지만, 진우는 간발의 차로 지옥의 아가리에서 탈출하는 데 성공했다."진우 씨!"은채가
지옥의 가장 깊은 바닥에서, 두 사람은 서로의 손을 세상에서 가장 단단하게 맞잡았다. 서로를 향해 겨누었던 날카로운 비수는 부서지고, 그 자리에는 진심 어린 용서와 더 깊어진 사랑이 피어났다. 부부의 해묵은 갈등이 종지부를 찍는 순간이었다."엄마…… 아빠……."서준이와 서아가 아장아장 걸어와 두 사람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네 가족은 주차장 차가운 바닥에서 서로를 웅크려 감싸 안으며 하나의 덩어리가 되었다.그러나 안도감도 잠시, 탑차 내부에서 웅성거리는 기괴한 기계음이 다시 한번 울렸다. 배민우가 쓰러지기 직전, 벽면에 설치된 또 다른 자동 타이머 장치를 가동한 것이었다. 주차장 벽면에 부착된 소형 경보기가 요란하게 울리기 시작했다.* 마지막 골든타임, 아이들을 향한 질주지하 주차장의 콘크리트 벽면을 타고 번지는 붉은 경고등과 요란한 기계음은 네 가족의 심장을 다시 한번 얼어붙게 만들었다. 탑차 대시보드 부근에서 깜빡이는 디지털 숫자가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3분. 배민우가 의식을 잃어가면서도 끝내 작동시킨 마지막 폭주 장치였다. 탑차 내부에 설치된 가스 밸브가 완전히 개방되는 시간이자, 차량 자체의 연료탱크를 과열시켜 폭발을 유도하는 최악의 타이머였다. 이미 탑차 문틈으로는 서서히 하얀 연기와 함께 유독가스가 안개처럼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진우 씨, 저거……!"은채가 쌍둥이를 품에 안으며 다급하게 외쳤다. 진우는 타들어 가는 목을 억지로 가다듬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지가 찢어질 것처럼 아팠지만
은채는 주먹을 꽉 쥐었다. 이대로 남편을 죽게 내버려 둘 순 없었다. 진우가 탑차 내부로 완전히 걸어 들어가는 순간, 은채는 바닥에 떨어져 있던 두꺼운 차량용 소화기를 발견했다.'우리가 살 수 있는 기회는 지금뿐이야.'은채는 온 힘을 쥐어짜 소화기를 들어 올렸다. 배민우가 진우를 밀어 넣고 탑차 문을 닫으려던 바로 그 찰나의 순간이었다.* 사투 속에서 피어난 진심 어린 용서"이 미친 괴물 새끼야!"은채의 비명과 함께 묵직한 소화기가 허공을 가르고 배민우의 머리를 강타했다. 퍽 하는 둔탁한 파열음이 주차장의 정적을 깨뜨렸다. 불시에 뒤통수를 정통으로 맞은 배민우가 비틀거리며 리모컨을 놓쳤고, 바닥에 쓰러졌다."은채야!"탑차 안으로 막 발을 디디려던 진우가 번개처럼 몸을 돌렸다. 배민우가 바닥을 기며 다시 리모컨을 잡으려 하자, 진우는 주저 없이 온몸을 던져 그의 전신을 누르고 압박했다."빨리 애들 빼내! 은채야, 지금이야!"진우의 외침에 정신을 차린 은채가 탑차 안으로 상체를 밀어 넣었다. 어둠 속에서 서로의 몸을 웅크린 채 부들부들 떨고 있던 쌍둥이가 보였다."엄마! 엄마아!""서준아, 서아야! 괜찮아, 엄마 여기 있어. 빨리 나와, 어서!"은채가 서아를 먼저 품에 안아 바닥으로 내렸고, 뒤이어 서준이의 손을 잡아채 밖으로 끌어당겼다. 아이들을 탑차 밖으로 완전히 빼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