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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생긴 똥

Penulis: 이구름
last update Tanggal publikasi: 2026-05-22 14:57:28

이수의 첫 로맨스가 시작된 건 지금으로부터 2년 전인, 대학 신입 때였다.

대부분 중고등학교 때 첫사랑을 만나지만, 이수의 고등학교 시절은 비참했다. 친구였던 모두가 손바닥 뒤집듯이 적이 되었고, 유일하게 남은 한 명마저 이수에게 등을 돌려버렸다. 첫사랑은 뒤로하고 친구조차 남질 않았다.

이수는 완벽한 외톨이였다.

남들은 대학교만 들어가면 해봐야 하는 버킷리스트들이 가득했지만, 이수는 아무런 기대가 없었다. 오히려 암담했던 시절이 이어진 것 같아 정을 붙이기 싫었다.

참 지루하고 따분한 대학 생활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일순간에 180도 뒤바뀔 줄 누가 알았을까.

최대한 외부인을 차단하고 지켜낸 자신만의 세계였다. 소박하지만 평화로운 공간에 어느 순간, 눈부신 불청객이 등장했다. 

남현준. 이수의 첫사랑이다. 그 불청객은 그녀의 머리 한구석에 틀어박혀 나올 생각이 전혀 없었다.

현준을 처음 봤던 순간이 이수에게 아직도 선명했다.

 봄이 막 끝나갈 무렵, 한창이었던 벚꽃잎이 다 떨어진 직후였다.

긴 세월 고요하고 잔잔했던 호수 위로 마치 작은 돌멩이 하나 ‘툭’ 떨어지는 것 같았다. 모든 정적을 깼던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 당시 이수는 사람 없는 한적한 길만 골라 다녔다. 학창 시절 친구들에게 버림받았던 기억이 머리에 각인되어 있었다. 그로인해 사람들과 불필요하게 엮이는 게 싫어졌다. 쓸데없이 에너지와 감정을 소비하게 될 테니까.

그날도 평소처럼 시선을 바닥에 떨구고 걷고 있었다. 그런데 그 순간 작은 벌레 하나가 이수의 눈에 들어갔다. 안경을 머리에 살짝 얹은 채로 눈을 비비며 걸어갔다.

쿵—!

“아야…”

단단한 무언가와 꽤 세게 부딪혔다. 키가 커다란 남자의 등이 이수의 시선을 가렸다.

남자는 천천히 뒤를 돌아봤다. 그 순간 누군가 시간의 마법을 부린 듯 모든 것이 천천히 흘러갔다. 영화 속 미장센처럼 배경들이 흐릿해지고 오직 이수의 눈에 남자만 화사하게 빛났다. 살면서 이렇게 빛이 나는 사람을 성별 통틀어 처음 봤다.

윤기가 흐르는 그의 갈색 머리카락이 바람을 타고 하늘하늘 흩날렸다. 산뜻한 시트러스 향이 이수의 숨을 타고 들어와 후각을 자극했다. 초콜릿색 눈동자는 햇살을 가득 담아 반짝였고, 오뚝한 콧날은 시원하게 뻗어있었다. 그 아래에는 방금 깨문 것처럼 선홍빛의 입술이 촉촉하게 수분을 머금고 있었다. 그뿐 아니라, 한 아름은 족히 되어 보이는 넓은 어깨와 셔츠 너머로 보이는 실루엣. 걷어 올린 소매깃 아래 보이는 건강한 팔선.

이수의 시선을 모조리 강탈당했다. 섹시했다. 부끄럽지만, 이수는 처음 남자에게서 설렘을 느꼈다.

 “어… 홍이수?”

이수는 그의 알은 체에 놀랐다. 그녀의 교우 관계는 매우 좁았기 때문이었다.

 “네? 절 아세요?”

 “맞구나!”

“이름은 '홍이수'가 맞지만… 고쪽이 아는 분이 저는 아닌 것 같은데요.”

 그 순간, 머릿속에 경종이 울렸다. 이수는 본능적으로 이 자리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느꼈다.

“죄송합니다. 강의에 늦으면 안 돼서.”

당황한 이수는 서둘러 강의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홍이수, 잠깐만!! 이거…”

뒤에서 외치는 그를 외면한 채 앞만 보고 걸었다. 기억력이 좋은 편이라 저런 수려한 외모와 목소리였으면 자신이 모를 리 없었다. 일단, 지금으로썬 자리를 피하는 게 옳은 선택이었다.

강의실 가는 내내 이수의 머릿속은 온통 그 남자에 대한 생각으로 시끄러웠다. 

누구지?

분명 처음 보는 사람인데?

저런 얼굴을 내가 기억 못 할 리가 없는데.

이수는 남자의 착각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미남이 자신을 알 리 만무했다.

그런데... 젠장, 안경…

안경을 그곳에 떨어뜨렸다. 처음 보는 남자에 온 신경을 빼앗겨 바보같이 인지조차 하지 못했다. 다시 돌아간다면  그 미스터리한 남자와 다시 만날 것이 뻔했다. 이수는 일단 곧 시작될 강의를 위해 강의실로 향했다.

내내 무슨 정신으로 앉아 있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았다. 강의가 끝나자마자, 이수는 서둘러 안경을 찾으러 길을 나섰다. 그때 중저음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이수를 멈춰 세웠다.

“이수야, 이거 찾으러 온 거지?”

그의 손등 위로 햇살이 쏟아졌다. 그의 손가락은 길고 곧았지만 남자다웠다. 과연 그 미모에 걸맞은 손이었다. 그의 손이 이수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갑자기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기 시작했다. 닿을 듯 말 듯 한 거리에서 이수는 안경을 건네받았다.

너무 잘생겼다. 위험하다, 이 남자.

“…그쪽이 아는 ‘홍이수’가, 정말 제가 맞나요?”

 “XXX 고등학교. 너잖아, 홍이수.”

 고등학교는 이수의 아킬레스건이었다. 

학교명을 듣는 순간 심장이 서늘하게 가라앉았다. 일 년 만 다니고 도망치듯 전학을 갔던 학교였다. 어째서 그는 가장 잊고 싶은 순간의 모습을 알고 있는 걸까.

평생 이같은 미남을 지인으로 두는 기회가 두번 다시 없다 해도, 피하는 게 맞다.

나는 그 시절을 다시 꺼낼 생각이 추호도 없으니까.

아무리 잘생겨도 똥이라고 치자. 똥! 피해 가면 아무 문제 없지만 밟으면 악취가 따라다니는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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