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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화. 제발 아니라고 해줘

작가: 이구름
last update 게시일: 2026-07-19 06:39:21
잠시 후, 황급히 자리를 피했던 이수가 스태프 룸에서 나왔다. 손에는 이수의 셔츠가 들려있었다.

"어... 어디 가게...?"

준호의 얼굴에 어둠이 내리고 이수를 향한 눈빛엔 절망이 가득했다.

"구준호, 나 대신 홀 좀 잠깐 맡아줘!"

아... 역시 봤구나...

준호는 자리에서 일어나 다급하게 이수의 손목을 잡았다.

"가지 마!"

당황한 이수는 준호의 떨리는 눈동자를 번갈아 쳐다봤다. 이내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이며 눈썹을 들어 올렸다.

"......?"

"따라가려는 거 아냐?"

"따라가다니? 아, 아니, 일단 나중에 얘기해. 나 나연이랑 어디 좀 다녀올게."

"아, 어. 어. 다녀와."

남현준을 본 건 아닌 거 같았다. 마음이 놓였다. 왜 이렇게 찌질하냐, 정말 없어 보인다. 한순간에 이수가 남현준을 따라나설까 봐 쫄아서는... 하, 씨.

"나연아, 언니랑 어디 좀 가자."

나연을 보며 싱긋 웃은 이수는 손목을 잡고 끌었다. 카페 뒷문으로 나가 화장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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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맨스를 새로고침.   124화. 실망이야, 남현준

    직원 숙소의 규칙은 이랬다. 자신 이외의 손님을 방에 들일 수 없으며 큰 소리를 내거나 소란을 피워선 안 됐다. 출퇴근 시에는 해변까지 운행하는 셔틀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고 그 이외의 수단이나 방법을 원할 땐 스스로 해결해야 했다. 외박은 자유로웠으나 신변 안전 관리 차 관리실에 꼭 통보를 해야 했다.이수와 사라의 퇴근 시간이 일치한 오늘, 두 사람은 각자의 리조트 중간 지점에 위치한 비치 펍에서 보기로 했다. 주량도 늘었겠다, 오늘은 렌에게 에스코트를 부탁할 생각이다. 친구 남자친구 부려먹기."이수!!"역시 사라다. 특유의 밝고 활기찬 기운은 주변 사람의 기분까지 돋운다. 먼저 비치 펍에 앉아있던 이수를 향해 손을 크게 휘두르고는 급히 뛰었다. 사라는 이수를 옆에서 와락 끌어안은 채 서로의 볼을 비비적거렸다."사라, 어서 와!"눈썹달처럼 눈매를 휘던 사라는 맞은편에 앉았다. 이수가 미리 주문해 둔 칵테일이 때마침 나와 가볍게 잔을 부딪히고 시원하게 들이켰다.*(일) "벌써 한 달째야. 우왕~ 멋지다, 이수! 한 달 일해보니 어때?"시간이 어찌나 빠르게 지나가는지 눈을 한 번 감았다 뜨면 일주일씩 훅 지나가 버렸다.*(일) "이제 일이 손에 좀 잡히는 것 같아."*(일) "이수가 잘 적응해서 다행이야."사라가 싱긋 웃으며 이수의 손등을 다정하게 토닥여줬다. 쉬는 날이 같을 때, 사라는 렌과 함께 이수와 이곳저곳을 놀러 다녔다. 카페도 가고, 바닷가에서 패들 보딩도 하고, 맛있는 것도 먹고 다녔다. 하루도 일을 마치고 함께 즐기며 이들은 점점 발랄한 4인조를 완성해 갔다. 이수가 여기서 계속 살았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텐데.*(일) "아, 현준상은 언제 군대 제대해?"*(일) "10월 중순. 하지만 휴식기 좀 갖고 난 뒤에 오면, 10월 말이나 될 거야. 아직도… 거의 두 달이나 남았어. 흑…"*(일) "걱정 마, 시간 금방 지나갈 거야. 그동안 우리랑 재밌게 지내면 되지.""응."***한여름의 지독한 더위와

  • 로맨스를 새로고침.   123화. 선 앤 솔트

    현준과 통화 후 잠이 든 줄도 모르고 있던 이수의 눈이 스르르 떠졌다. 눈앞에 자신을 바라보고 잠든 하루가 보였다. 그리고 제 몸을 에워싸는 쌉싸름한 모기향이 은은하게 느껴졌다. 순간 이수의 눈이 미세하게 커졌다. 방이 세 개나 달린 호화 빌라에서 방이 없는 사람처럼 테라스, 그것도 굳이 자신의 선배드 옆에 잠들어 있는 이유가 뭘까. 본인은 아무래도 괜찮다는 듯 이수 아래에만 피워진 모기향은 다 뭐고. 남자친구 있는 것도 아는 사람이 대체 왜! 차갑게 표정이 식은 이수는 자리에서 일어나 제 방으로 뚜벅뚜벅 걸어갔다. *** 해변가에 위치한 칵테일 바, 선 앤 솔트. 선 앤 솔트는 늦은 오후에 시작하는 여느 칵테일 바와는 달랐다. 오전엔 가벼운 식사 거리와 스낵, 음료를 제공하고 오후부터 본격적으로 칵테일 등 알코올 위주로 영업하는 곳이었다. 직원들은 오프닝과 클로징 시프트로 나뉘고 그 스케줄은 매니저가 조정했다. [ 사라짱 / *(일) 이수, 오늘 첫 시프트 파이팅! 쉬는 시간 맞으면 얼굴 보러 갈게! ] [ *(일) 응! 떨리지만, 잘 해 볼게! 고마워, 사라! ] 드디어 선 앤 솔트에서의 첫날이다. 바로 어제, 이수는 오리엔테이션을 받았고 바에서 입을 카리유시 셔츠를 수령했다. 설레는 마음으로 바에서 셔츠로 갈아입고 간단한 트레이닝 후 바로 투입되었다. *(일) "이수 상은 음료 제조 교육도 받을 거예요." 모스 문에서 준 바리스타로 일했던 경력을 인정받아 음료 제조 업무도 담당하게 되었다. 매니저는 이수에게 칵테일 제조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고 덧붙였다. 그 말을 듣자 이수는 뜨거운 욕심이 생겼다. 칵테일 제조, 그 기회를 쟁취하고 싶었다. 이수는 '하이, 아리가토 고자이마스!'를 외치며 들끓는 의지를 내비쳤다. 심한 낯가림은 사회생활로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다더라, 란 카더라를 믿어보기로 했다. 적어도 이곳에서만큼은 다른 사람으로 살아보기로 마음먹었다. 적극적으로 자신의 역할에 임했고 손님을 맞아주었다. 그래도 본성은 변

  • 로맨스를 새로고침.   122화. 코우리 섬 (3)

    숙소로 돌아와 쉬고 있던 이수의 휴대폰이 울렸다.앗, 현준이다!"여,"'보세요'는 입 밖으로 꺼내지도 못했다. 이수가 전화를 받자마자 현준이 쏘아붙이듯 말을 시작했다.{ 홍이수… 당장 돌아와라. }술 마신... 목소리인데?"오구구, 왜 구랭? 술 마셨어?"{ 웅... 좀 마셨어. 이수야, }"왜~애?"이수도 모르게 그녀의 말끝이 길어지고 비음이 섞인다.{ 그냥 여행만 하고 돌아오면 안 돼? }"전역하면 바로 온다구, 괜찮다면서요~"가끔씩 풀어지는 그의 투정이 사랑스럽다. 이수의 입가가 스륵 올라갔다.{ 그럼 전역 후에 같이 일본 여행 한 달 정도 하고 나랑 그냥 귀국하자. 응? }"어...?"무슨 일 있나...? 지나가는 투정이라기엔 너무 진심이 묻어났다."현준아... 무슨 일 있어…?"슬슬 걱정이 됐다. 수화기 너머로 현준의 깊은 한숨이 쏟아져 나왔다.{ 어. 있어, 큰일. }"무슨 일?! 괜찮은 거 맞아?"{ 하아... 네가 옆에 없다는 게 큰일이야. 이수야, 나 자신이 없어. 너 보낼 때는 멋있게 보이고 싶어서 센 척했는데... }"응..."이수의 마음이 무거워졌다. 눈동자가 촉촉하게 젖어들었다.{ 막상 너 없이 하루 이틀 보내보니 전역하고 나서 너 올 때까지… 너무 외로울 것 같아. 물론 버티겠지, 버틸 텐데... }말끝을 흐리더니 현준은 다시 한번 힘없이 숨을 뱉어냈다."나도 사실 뭐 할 때마다 온통 네 생각뿐이야. 널 보고 싶어 하는 마음을 잘 이겨낼 수 있을까... 걱정도 했어."{ 그랬어...? }소파에 깊이 기대어 고개를 젖히고 앉은 현준이 천장을 향해 끔벅거렸다. 너무나 애틋한 이수도 자신을 그리워한다는 생각에 코끝이 찡했다. 왠지 혼자 날뛰는 감정이 아닌 것 같은 생각에 마음이 벅차올랐다."그래도… 해내고 싶어. 뭔가를 처음으로 도전해 보는 거야. 항상 믿어주는 부모님에게도 잘 해내는 모습 보여주고 싶어. 그래야, 내 결정에 부모님도 걱정을 덜하지 않을까?"{ ……… }맞는 말이다. 이

  • 로맨스를 새로고침.   121화. 질투나

    남자의 얼굴을 확대해 보니, 요즘 인기 많은 에겐남 풍이었다. 살짝 쳐진 무쌍 눈매, 부드러운 얼굴선, 웃을 때 보이는 보조개... 빌어먹을 보조개, 보조개는 구준호때문에 아주 진절머리가 난다. 사진 속 남자는 다정해 보이는 남성상의 표본처럼 생겼다. 이 사람은 여기 왜 껴들어간 거야? 안 되겠네. 별거 아니라고 하기엔 남녀가 쌍으로 여행 다니다 보면 예기치 못한 변수가 생길 수 있는 법. 현준은 확실한 단속을 위해 곧장 영상 통화 버튼을 눌렀다. { 현준아! } "홍이수… 여행 네 명이서 갔더라." 알아, 두 사람 아무 사이 아니라는 거. 그냥 질투나. 난 여기 한국에 묶여있는데 나 없는 곳에서 다른 남자랑 놀고 있는 거... 짜증 나. 솔직히 그건 좀 아니지 않아? 그 멤버로 가는 건 줄 알고서도 여행 간 거야? 도대체 왜? 삐친 속마음을 숨김없이 모두 꺼내어 따지듯 물어보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친구들 앞에서 이수를 곤란하게 만들기는 싫었다. 특히 그 에겐남 앞에서 속 좁은 남자친구로 비치는 건 더 싫었다. 이수의 화면 속 현준은 뽀로퉁한 표정으로 얼굴도 제대로 비추지 않은 채 삐딱하게 서 있었다. 현준이 표정... 혹시 하루 상을 의식하는 건가. "응… 그렇게 됐어. 하지만, 전혀 걱정 안 해도 돼. 아주아주 멋진 코리안 가이가 남자친구라 말해 뒀거든. 히, 잘했지?" 하... 그래, 잘했다. { 알았어. 너 믿어. 잠깐 사라 바꿔 줘. } 조금은 냉랭한 어투에 이수는 불안한 눈빛으로 사라에게 휴대폰을 넘겨주었다. { 사라, 이수 잘 지켜줘. 부탁할게. } "응. 하루랑 같이 온 거는 내가 미안해. 그땐 이수에게 남자친구가 있는 줄 몰랐거든. 하지만 정말 걱정 안 해도 돼. 하루는 관계에선 아주 깔끔해. 남친 있는 사람은 절대 절대 넘보지 않아." { 응, 고마워. 여행 마지막까지 잘 즐기도록 해. } "그런데, 현준 상... 아주 화끈하던데? 이수, 오늘 수영복 못 입을 뻔했어." "사라!!" 당황한 이수가 사라에게서

  • 로맨스를 새로고침.   120화. 코우리 섬 (2)

    프라이빗 빌라에 도착한 이수와 친구들은 트렁크에서 짐을 내려 안으로 들어섰다. 코우리 섬 북부, 한적한 곳에 자리 잡은 이곳은 통창 섀시를 활짝 열어젖히자 광활한 바다가 그림처럼 펼쳐졌다. 널찍한 테라스 구석에는 아담한 자쿠지가 운치를 더했다. 침실만 세 개에 달하는 이곳은 독채로 운영되고 있었으며, 퓨전 전통 양식의 인테리어로 럭셔리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곳곳에는 지역색이 짙은 조각상들이 놓여 있었고 천장에는 커다란 나무 팬이 돌아가고 있었다. 밤이면 하늘을 빼곡히 채울 별들을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이 이곳의 가장 큰 매력 포인트였다.기대를 압도한 규모에 이수의 눈은 휘둥그레졌다. 손으로 벌어진 입을 가리고 연신 감탄사를 뱉어냈다."사라, 여기 미쳤어!! 너무 멋져! 여길 정말 반값에 구한 게 사실이야?"*(일) "응! 나 일하는 리조트의 스페셜 라인이라 사실, 반 보다 더 저렴하게 렌트했지!"호텔 전문학교를 졸업한 사라는 올해 오키나와의 대형 리조트에 취업했다. 반년을 쉼 없이 달려온 끝에 성실도와 업무 평가 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고, 그 대가로 당당히 여름휴가를 상으로 얻어낸 것이었다.*(일) "이수 상, 내 여자친구 어때? 정말 엄청난 여성이지? 크큭."*(일) "응, 정말 최고야!"테라스에 나가 유리구슬처럼 투명한 바다를 바라봤다. 이수는 코로 들어오는 바다 짠내를 가슴이 터질 듯 깊이 들이마셨다. 현준이 여기 있었다면 무척 좋아했을 텐데, 아쉽다. 입술을 굳게 다물고 아쉬운 대로 휴대폰을 들었다. 바다라도 보여줘야지, 영상통화를 시도했지만 이어지는 신호음 끝에 결국 연결이 되지 않아, 결국 이수는 영상에 바다를 담아 메시지로 보냈다.[ 영상 ][ 너 여기 오면 꼭 같이 오자. 네가 좋아하는 바다, 다 가보자! ]바다에서 스노클링을 즐기기로 한 친구들은 서둘러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그 위에 가벼운 겉옷을 걸쳤다. 시간이 꽤 지나도록 이수가 나오지 않자 사라가 이수 방으로 찾아왔다."이수, 괜찮아? 무슨 일 있어?"딸깍, 방문이

  • 로맨스를 새로고침.   119화. 코우리 섬 (1)

    • 따옴표 앞에 *(일)이 붙은 대화문은 일본어를 뜻합니다.*(일) "그런데, 어쩌냐. 이수 상에겐 엄청 멋있는 코리안 가이가 있대. 무려 첫사랑이래. 아주 강력하지."이수에게 사실상 간접적인 고백을 한 셈이 돼버린 하루는 인사도 건너뛴 채 이수에게 허리 숙여 사과했다.*(일) "이수 상, 미안합니다. 친구들 말 신경 쓰지 마세요. 저는 아무렇지 않습니다. 부디 여행하는데 저 때문에 불편해하지 마시길 바랍니다."*(일) "아, 괜찮아요. 우리 서로 불편해하지 말기로 해요. 좋은 친구 사이가 된다면 기쁠 것 같아요."*(일) "아, 네. 잘 부탁드립니다."얼굴에 홍조가 아직 가시지 않은 하루는 이수를 향해 옅은 미소를 띠었다. 그 순간, 이수의 휴대폰 벨 소리가 울렸다. 액정에는 현준의 웃는 사진이 화면을 가득 차지했다.*(일) "야바이! 타이밍 정확하네, 역시 남자친구의 본능은 대단하군!"렌이 킥킥대며 어깨로 사라를 가볍게 툭 치고는 입매를 휘어 보였다.{ 이수~~, 너무 보고 싶어. 오키나와에서의 첫 아침은 어때, 나 없이 말야… }사라와 렌은 현준의 수려한 얼굴을 보고자 이수 뒤로 서성거렸다. "나 방금까지도 네가 너무너무 보고 싶었어. 당장 짐 싸서 돌아갈까 고민했잖아."이수의 얼굴에 생기가 돈다. 두 뺨이 발그레해지고 앞에 있지도 않은데 입가는 하늘을 향해 있다. 까만 눈동자는 검정 크리스털을 박아 놓은 듯 빛난다. 막 사랑을 시작한 여자의 얼굴이었다. 하루는 이수의 얼굴에서 시선을 뗄 수 없었다.{ 당장 서방 품에 돌아와. 일본에 있는 척하고 우리 집에서 같이 살자. 나 복귀도 안 하고 너랑 같이 있을래. 영창 가지, 뭐. }"엥?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크크큭, 너 영창 가면 난 어떡하라구!"서로의 얼굴을 보며 키득대는 두 사람을 보고 사라와 렌은 눈을 맞추고 소리 죽여 함께 웃음을 터뜨렸다. "아, 현준아. 인사해, 내가 전에 말한 사라. 카네시로 사라. 나보다 한국말을 더 잘 하는 것 같아.

  • 로맨스를 새로고침.   2화. 로맨스를 새로고침

    “홍이수! 진짜 혼자 가도 돼? 일본에서 필요한 거 제대로 사 올 수 있는 거지?”엄마, 재희는 앞으로 혼자 지낼 이수의 일본 생활이 조금 걱정되었다. 이수 역시 작은 걱정 하나 없었던 건 아니었다. 다만, 이왕 결정한 거 이것저것 생각하지 않고 앞만 보기로 했다.이수는 일주일 뒤 대한민국 서울이 아닌, 일본 오키나와에서 살아갈 예정이다.일 년짜리 워킹 홀리데이.국내 여행도 혼자 해본 적 없던 이수지만, 용기를 내어 1년 살기를 시도해 본다.충동적으로 시작된 계획이었다. 이수는 익숙한 울타리를 한 번도 벗어난 적이 었었다

  • 로맨스를 새로고침.   1화. 다시, 난 너에게 (1)

    초인종을 앞에 두고 이수의 검지는 사시나무 떨 듯이 떨리고 있었다. 분명 주변은 한여름의 습도 가득한 진득한 날씨인데도 말이다.이수는 다른 손을 가슴 위에 올려 힘을 주었다. 손가락만큼이나 떨리는 심장을 부여잡으려 애 쓰는 중이었다.후….우…….내뱉는 긴 숨의 끝은 입술을 파르르 떨게 만들었다.정확히 일 년하고도 반 년 전, 바로 이 곳에서 상상도 못할 일이 이수에게 일어났다. 그것은 묵직한 트라우마가 되어 그녀의 발목을 늘어지게 잡아 끌었다.시야를 가린 눈꺼풀 뒤로 그 날의 일이 선명하게 피어올랐다. 희뿌연 안개 속에서

  • 로맨스를 새로고침.   17화. 나 제대로 너에게 빠진 것 같다

    "안녕… 모스 문에서 기다리는 줄 알았는데."순간 멈칫한 이수의 얼굴은 은은하게 달아오른 분홍빛이었다. 현준은 그 얼굴이 마음에 들었다."시간이 남아서 걸어왔어. 가자.""근데 우리 어디 가?""중앙 공원 갈 거야. 5시에 야외 공연장에서 영화 상영하거든."현준은 손에 들고 있던 따뜻한 커피를 이수에게 건넸다."그리고 이건 어제 말한 커피. 내가 좋아하는 향의 커피야. 좀 덥겠지만, 마셔 봐.""고마워."이수가 마실 때까지 현준은 그녀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긴장된 표정으로 얼굴을 살폈다. 몸을 아예 이수 쪽으로 돌

  • 로맨스를 새로고침.   15화. 잘자

    이수는 집에 돌아와 씻은 뒤, 침대에 누웠다. 머릿속에서 현준이 떠나가질 않았다. 돌아오는 길에 현준과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크크큭, 홍이수, 너 진짜… 하하하!'적막한 밤공기를 가르던 그의 웃음소리가 계속 귓가에 맴돌았다.아오!! 홍이수! 제대로 미친 거냐고?!이수는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썼다 걷어차기를 수십 번 반복하고서야 겨우 진정됐다.누가 따라오는 줄 상상이나 했겠냐고…너무 창피해...그래도... 아까 평상에 함께 누워있었던 건… 너무 설렌다.***"괜찮아? 계단 오를 수 있겠어?"절뚝이던 이수는 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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