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 조상은 이를 갈며 말했다.“네, 조상님. 우리 몇 명이 바로 가겠습니다.”아무도 지옥 조상의 말을 거역하지 못했다. 몇몇 장로는 급히 일어나서 빠르게 움직였다.그리고 같은 시각 이도현은 손가람의 안내에 따라 천사국으로 가는 전송진을 향해갔다.두 사람이 앞으로 계속 나아가고 있을 때 갑자기 대여섯 명의 사람이 그들의 앞길을 가로막았다. 손가람과 이도현이 눈여겨보니, 다름 아닌 사탄 지옥의 사람들이었다.“죽으려고 다시 찾아온 거야?”이도현이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흥. 이도현, 너무 건방지게 굴지 마. 우리 조상님이 너를 만나고 싶어 하니까 지금 당장 우리와 함께 가줘야겠어.”검은 옷을 입은 한 노자가 말했다.“너희들의 조상이 뭔데 날 오라 가라야?”이도현이 귀찮다는 듯이 말했다.“어디 감히. 이도현, 함부로 날뛰지 마. 네가 감히 우리 사탄 지옥의 조상님을 무시해? 배짱도 커. 너... 너 죽었어.”몇몇 사람들은 크게 분노했다. 그들은 이도현이 여전히 건방지게 나올 줄 몰랐다.‘감히 우리의 조상님을 함부로 들먹여?’“감히? 허허허. 내가 무슨 배짱인지는 너희들도 두 눈으로 봐서 알잖아. 내가 선심을 써서 너희들을 한번 살려줬건만 주제도 모르고 다시 찾아오다니.”“지금 당장 꺼져. 그렇지 않으면 당신들도 모두 죽일 거야.”이도현이 냉랭하게 말했다.“흥. 이도현, 잘 들어. 오늘 네가 우리와 함께 가지 않으면 너도 이 성지를 떠날 생각하지 마. 우리 조상님은 너를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 믿지 못하겠으면 어디 한 번 해봐.”다른 노자가 화를 내며 말했다.“당신들 지금 나를 협박하는 거야?”이도현은 눈빛이 차가워졌고 몸에서 순간 살기가 폭발했다.지옥 조직의 대여섯 명의 장로는 이도현의 강렬한 살기에 몸을 떨었고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치며 이도현의 시선을 피했다.“이... 이건 협박이 아니라... 사실을 전하는 거야.”“우리 조상님께서 그러셨어. 네가 가지 않으면 조상... 조상님이 널 찾으러 오겠다고...”한 장로는
사실 이도현은 다른 곳에서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지만 지금 보아하니 사탄 지옥을 가지 않으면 안 되었다.사탄 지옥 사람들이 이도현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은 걸 보아서 경고 삼아 그들의 문주만 폐인으로 만들고 나머지 사람들을 살려둘 생각이었다.그러나 이 사람들은 팔자에 명이 없는 건지 기어코 죽으려고 제 발로 찾아왔다.‘어쩌겠어. 그냥 죽이자.’“앞에서 안내해라.”기왕 가야 하는 거면 시간을 지체할 이유가 없었다.지옥 사람들은 이도현의 명령 어린 말투가 마음에 내키지 않았지만, 이도현이 순순히 따라가 주면 그들도 순조롭게 조상이 내린 임무를 완수할 수 있으니 입을 꾹 다물고 참았다.‘태도가 안 좋아도 뭐 어쩌겠어. 임무를 완수하지 못해서 죽는 것보다는 낫지.’사람들은 말없이 몸을 돌려 사탄 지옥 조직의 본거지로 향했다.지옥 조직의 본거지는 음침하고 스산한 산속에 세워져 있었는데 그 산은 마치 저주받은 산맥처럼 잔혹한 살기와 사악한 기운이 득실거렸다.이 산은 지옥이라는 단어와 딱 맞아떨어졌다.산 앞에 도착하자마자 이도현은 속이 울렁거릴 정도로 그곳이 기운이 싫었다. 마치 그때 귀령문에서 느꼈던 기운과 비슷했다.‘정말 귀신이 머무는 곳 아니야? 사람이 어떻게 이런 곳에 살아? 아무리 소신 있는 사람이라도 이곳에 며칠 머무르면 악인이 되거나 죽은 사람이 되겠어.’“갑시다. 무서운 게 아니면.”이도현이 발길을 멈춘 것을 보고 지옥 사람은 그가 겁먹은 줄 알고 시큰둥하게 물었다.“무서워해? 호호호... 이제 곧 알게 될 거야. 내가 무서워하는지 안 하는지.”이도현이 냉소했다. 그는 선배들을 제외하고 누구를 두려워한 적이 없다.“정말 토 나올 것 같아. 여기 정말 사람 사는 곳이 맞아? 귀신도 이런 곳에 안 살 것 같은데.”이도현은 잊지 않고 조롱했다.“두려운 게 아니면 잔말 말고 따라와요.”“이도현 씨, 지금의 그 건방진 태도를 이따가 우리 지옥 조상을 만나도 유지할 수 있기를 바래요. 가요...”이도현은 대꾸하지 않고 산속으로 따
안으로 더 들어가서 백골로 만들어진 정자를 지나자, 이도현은 빛의 광장처럼 넓은 곳에 들어섰다.사실 광장이라고 하기보다 수라지에 더 가까웠다. 왜냐하면, 이곳도 전부 백골로 만들어진 섬뜩한 곳이었다.각종 백골에 동물의 백골도 있지만, 대다수가 사람의 백골이었다. 그리고 광장의 주위에 해골이 장식처럼 한 바퀴 둘러있었다.‘어이가 없어서... 사람의 두개골을 장식용으로 쓰다니...’광장의 뒤쪽에 똑같이 백골로 만든 높은 단지 하나가 있었고 그 위에 사람의 골격으로 만든 의자가 놓여 있었다. 의자의 맨 중앙에 흰 수염이 성성한 노자 한 명이 앉아 있었고 그의 뒤에 한 무리의 사람이 서 있었다.딱 봐도 이 노자가 바로 그들이 말하던 지옥 조상이었다.“이도현, 어디 감히 지옥 조상 앞에서 꼿꼿이 서 있어. 당장 무릎을 꿇지 못해?”지옥 조상 곁의 한 노자가 큰소리로 호통쳤다.“무릎 꿇어...”뒤이어 사람들이 떼를 지어 소리쳤다.소리는 천지가 뒤흔들리고 광장의 백골이 윙윙 진동할 정도로 컸다.이도현 뒤에 서 있던 손가람은 이 기세에 눌려 저도 모르게 쿵 하고 무릎을 꿇었다. 그는 무엇에 홀린 것처럼 온몸을 부르르 떨었고 머리를 땅에 박은 채 고개를 쳐들지 못했다.그러나 그의 앞에 있는 이도현은 아무렇지 않은 듯 그 자리에 서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지옥 조상에게 제대로 된 눈길조차 한번 주지 않았다.이도현의 건방진 태도에 지옥 조상은 안색이 싸늘해지더니 입을 열고 냉랭하게 물었다.“네가 바로 이도현이야?”이도현은 지옥 조상의 질문을 무시하고 그를 쳐다보지도 않고 계속 주위를 살폈다.“거만한 놈. 죽으려고 환장했어?”지옥 조상이 화를 버럭 냈다. 그는 이렇게 건방진 사람을 본 적이 없다.그러자 이도현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그는 고개를 돌려 경멸에 찬 눈빛으로 지옥 조상을 바라보며 말했다.“죽으려는 사람은 당신들이야. 난 원래 당신 같은 쓰레기를 상대할 생각이 없었어. 그런데 당신들이 하도 찾아서 어쩔 수 없이 온 거
거대한 해골은 점점 더 커지면서 세상 만물을 집어삼킬 것 같이 입을 쩍 벌렸다.해골의 커다란 두 눈에서 무서운 핏빛이 반짝이었다. 이 붉은 빛은 무서운 기운을 내뿜으며 사람의 신기를 꿰뚫고 있었다.이도현은 지옥 조상이 강대한 신기로 이 두 줄기의 붉은 빛을 만들어냈고 지금 이 빛을 컨트롤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힘과 신기가 결합한 공격은 매우 끔찍한 공법이었고 조금이라도 조심하지 않으면 쉽게 공격당할 수 있었다.게다가 강대한 해골을 상대하다 보면 보통 사람들은 신기의 공격을 쉽게 놓쳤다. 그러다가 그들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신기의 공격을 당하곤 했다.하지만 이 기술로 이도현을 상대한 지옥 조상은 처참히 패배할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신기 방면에서 이도현은 누군가에게 밀린 적이 없기 때문이었다.‘안 그래도 멸신침의 효과를 시험해 볼 곳이 없었는데 마침 잘됐다. 너 땡잡았어.’이도현은 마음속으로 이렇게 생각하며 의식을 가동했다. 그러자 두 개의 멸신침이 그의 손에 나타났고 그는 손을 휙 저었다.그리고 왼손으로 주먹 한 방을 날리자 청룡 한 마리가 주먹에서 나와 으르렁거리며 해골을 향해 돌진했다.청룡의 거대한 허영이 순간 해골을 휘감아버렸다.꽈르릉.굉음과 함께 거대한 해골이 사분오열되었고 검은 안개도 사면팔방으로 흩어졌다.해골의 눈에서 반짝이던 두 줄기의 붉은 빛은 흩어지지 않고 계속해서 이도현을 향해 날아왔다.그러나 1초도 안 되어 붉은빛은 멸신침에 의해 관통되어 순식간에 사라졌다.“아...”지옥 조상은 비명을 지르며 백골 의자에서 떨어졌고 머리를 싸안은 채 땅바닥을 뒹굴기 시작했다.“아... 아파 죽겠어. 네가 어떻게 나의 의식을 건드려. 아...”방금까지 날뛰던 지옥 조상은 지금 죽을 만큼 아파서 땅바닥에서 데굴데굴 굴렀다.신기가 타격당하는 것은 일반적인 상처가 아니었다. 이는 육체적인 통증보다 수백 배 고통스러웠고 까딱 잘못하면 죽기 일쑤였다.“그까짓 능력으로 그렇게 큰소리쳤던 거야? 배짱도 커.”“나이를 가득 처먹
“그러게요. 저도 공격을 느끼지 못했어요.”“연기하고 있는 걸까요?”누군가가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죽고 싶지 않으면 썩 꺼져 있어요. 이럴 때는 보고도 못 본 척해야죠. 바보 멍청이예요?”지옥 조직의 제자들은 하나같이 자신의 조상이 연기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조상이 이도현에게 패배했다는 것을 전혀 믿지 않았다.‘연기는 잘하지만, 비명이 좀 과하네. 너무 지나치는 거 아니야?’‘이도현에 의해 폐인이 된 지옥주님은 경맥이 다 끊겨도 이렇게 비명을 지르지 않았는데... 연기하는 사람이 이렇게 비명을 지르면 무슨 꼴이 돼?’그러나 그들은 보면 볼수록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왜냐하면, 비명을 지르던 지옥 조상은 얼굴이 백지장처럼 하얘졌고 몸을 세게 떨면서도 땅에서 일어나 앉아 명상하려고 했다.강적을 눈앞에 두고 명상하는 것은 정말 수상한 일이었다.‘오죽하면 적 앞에서 명상하겠어? 죽고 싶은 것이 아니고서야.’그러나 지금 지옥 조상은 비명을 지르며 자리에서 일어나 앉아 이를 악물고 명상하기 시작했다.그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줄줄 흘러내렸다. 아무리 봐도 연기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진짜 모습 같았다.“이... 이... 조상님께서 연기했던 게 아니네요... 설마 정말 이도현에게 당한 거 아니겠죠?”“맙소사, 이... 이게 말이 돼요?”“신체 접촉도 없었는데 우리 조상님이 이렇게 심하게 당했다는 거예요?”“말도 안 돼요. 맙소사, 저 사람 도대체 정체가 뭐예요?”이 시각, 지옥 조직의 모든 사람은 극심한 충격에 빠졌다. 지금 그들의 머릿속은 잡생각이 아니라 근심 걱정으로 가득 찼다.“이... 이... 그럴 리가 없어요. 어떻게 동양인이 이토록 강할 수 있어요?”지옥 조직의 사람들은 모두 눈앞의 상황을 믿을 수 없었다. 그들은 이 모든 것이 진실이라는 것을 믿을 수 없었고 자신이 지금 꿈을 꾸고 있다고 생각했다.그들의 조상은 성지 전체에서 가장 강대한 존재라고 할 수 있었다. 사탄 지옥 조직이 오늘날의 성과를 이룰 수 있고 태양신전과
지옥 조상은 표정이 험악해졌고 몸에서 강한 기운을 내뿜었다.다음 순간, 그는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머리 위로 들어 올리고는 이상한 동작을 하기 시작했다. 그는 두 눈을 꼭 감고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를 중얼거렸다. 그 모습은 마치 일종의 주문 또는 의식을 치르는 듯했다.“이건... 조상님께서 지금 헌제하고 있어요.”“조상님께서 자신의 영혼을 헌제하여 악마한테서 힘을 얻고 있어요.”지옥의 몇몇 노자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고 안색이 확 창백해졌다.얼마 지나지 않아 지옥 조상은 주문을 마쳤다. 그러고는 갑자기 땅에 머리를 조아렸고 또 자신의 손가락을 깨문 후 바닥에 이상한 기호를 그렸다.기호가 완성되는 순간, 지옥 조상이 앉아 있던 곳에서 갑자기 검은 연기가 솟아올라 순식간에 지옥 조상을 감쌌다.“아...”다음 순간 지옥 조상은 검은 연기 속에서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그의 비명은 귀신에게 산 채로 가죽을 벗기는 사람처럼 처참했다.처절한 비명은 꼬박 몇 분 동안 지속하다가 서서히 멈추었다.검은 안개가 사라진 후 지옥 조상은 다시 사람들의 시야에 나타났다.그러나 지금의 지옥 조상은 마치 새사람이 된 것처럼 완전히 다른 느낌으로 변했다.걸걸.지옥 조상은 매우 날카롭고 음산한 목소리로 기이한 웃음소리를 냈다.하지만 이 웃음소리는 절대 지옥 조상이 낸 소리가 아니었다. 마치 무언가가 그의 몸에 빙의해서 내는 소리 같았다.지옥 조상은 웃으면서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고개를 드는 순간, 그와 얼마 떨어져 있지 않던 사람들은 모두 저도 모르게 몇 걸음 뒤로 물러섰다.너무도 무서운 눈빛이었다.지옥 조상의 눈은 눈동자가 사라지고 흰자위만 남아 매우 무서워 보였다.창백한 안구 중앙에 고양이 눈같이 세로로 된 빨간색 틈이 있었고 아주 기괴하게 핏빛을 발하고 있었다.“이 녀석, 오늘 널 죽이고 말 거야...”지옥 조상은 고함을 지른 후 하늘로 날아올라 이도현을 향해 돌진했는데 그의 몸에는 검은 안개가 둘러싸여 있었다.이도현은 눈썹을 찌푸렸다. 지옥
“아...”지옥 조상은 날카로운 비명을 지르며 멀리 날아가 땅에 세게 떨어졌고 그가 떨어진 곳에 큰 구덩이 하나가 생겼다.얼마나 세게 내동댕이쳤는지, 지옥 조상은 일어나려고 몇 번이고 발버둥 쳤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그의 뼈, 특히 이도현에게 걷어차인 가슴뼈는 바로 산산조각이 났다.이도현의 강대한 발힘은 지옥 조상의 몸으로 들어가 오장육부를 부러뜨렸고 심지어 여러 곳의 경맥을 끊기까지 했다.조금 전에 신기로 받은 타격보다 이번이 더욱 낭패했다.“뭐죠? 어떻게 이럴 수 있어요?”“조상님께서 영혼을 헌제하여 악마한테서 강한 힘도 빌렸는데 아직도 이도현의 상대가 안 되다니요.”“악마예요. 이 동양인이야말로 악마예요.”지옥 사람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그들은 이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그토록 강대한 지옥 조상이, 게다가 악마의 힘까지 더해져 천사국에 가도 적수가 몇 명 안될 조상이 이렇게 이도현에게 한발로 걷어차이고 말았다.악마가 아닌 이상 이걸 해낼 수 없었다.이도현은 사람들의 놀란 표정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구덩이에서 일어나려고 발버둥 치는 지옥 조상을 향해 약 오르게 웃으며 말했다.“늙은이가 생각보다 잘 버티네. 젊을 때 다른 사람에게 많이 맞았나 보지. 당신 지금 이렇게 살아 있는 것도 기적이야.”“그러게 왜 날 건드렸어. 날 건드리지 않았더라면 몇 년은 더 살 수 있었을 텐데. 날 건드린 이상 그냥 죽어버려...”“끝내줄게.”말이 떨어지는 순간 이도현은 제자리에서 사라졌고 다음 순간 지옥 조상의 앞에 나타났다.간신히 일어선 지옥 조상은 눈앞의 이도현을 보고 몸을 부르르 떨었다.“너... 너 뭐 하려고?”이도현은 말 대신 행동으로 대답했다. 그는 지옥 조상의 머리를 발로 걷어찼다.펑.둔탁한 소리와 함께 지옥 조상의 머리는 썩은 수박이 깨지듯 사분오열되어 산산조각이 났다.“이러고 싶었지. 어때? 시원하지?”이도현은 사악하게 말하고는 신발에 지옥 조상의 더러운 기운이 묻기라도 한 듯 자신의 발을 지옥 조상의 몸
얼마 지나지 않아 몇몇 노자는 상자 하나를 들고 나왔다.“이 어르신. 이... 이것이 바로 땅구슬입니다. 확인해 보십시오.”이도현은 상자를 건네받고 열어보았다. 안에는 하늘구슬과 똑같이 생긴 구슬 하나가 있었는데 구슬 안에는 하늘구슬처럼 붉은 불꽃이 타오르는 것이 아니라 이상하게 검은 불꽃이 타오르고 있었다.하늘구슬이 사람에게 뜨거운 느낌을 준다면 땅구슬은 음산하고 사악한 느낌을 주었다.이도현은 구슬을 자세히 관찰하지 않고 바로 공간 반지에 넣어둔 후 입을 열었다.“당신들에게 몇 가지 물어볼 게 있어.”“이 어르신, 편하게 물어보십시오. 저희는 아는 대로 다 말씀드리겠습니다.”몇 사람이 급히 말했다.“약 수십 년 전, 야나기 고로오라는 니뽄인이 신비로운 노자와 함께 성지를 거쳐 천사국으로 갔다고 들었어. 당신들은 그 신비로운 노자가 누구인지 알아?”이도현이 가볍게 물었다.“몇십 년 전? 야나기 고로오...”지옥 조직의 사람들은 깊은 사색에 잠겼다. 그들은 애써 기억을 되새기며 야나기 고로오에 관한 기억을 얻으려고 노력했다.그들은 이 질문에 자신의 목숨이 달려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이 질문에 대답하지 못하면 이도현 이 악마가 우리를 한방에 찔러 죽일지도 몰라.그러고 나서 ‘이런 것조차 모르는데 내가 당신들을 살려서 뭐 해?’라고 당당하게 얘기하겠지.’“생각났습니다, 이 어르신. 저 생각났습니다. 대략 50년 전쯤, 천사국의 천사 황제 밑에 있던 광명천사가 지국 낭인 차림의 한 무사를 데리고 이곳에 와서 전송진을 통해 천사국으로 가겠다고 했었습니다.”“그 지국 낭인이 바로 야나기 고로오였습니다.”“맞습니다. 저도 생각났습니다. 확실히 이런 일이 있었던 거로 기억합니다. 그 광명천사를 천사국으로 보내기 위해 우리 사탄 지옥과 태양신전이 처음으로 협력했습니다. 하늘구슬과 땅구슬로 전송진을 작동시켜서 이 두 사람을 보냈던 기억이 납니다.”“맞습니다. 그중에 야나기 고로오가 있었습니다.”지옥 조직의 몇몇 장로가 앞다투어 대답했다.
푸르른 거대한 청룡이 하늘을 휘감고 백호가 포효하며 달려들더니 온 세상을 불태울 듯한 주작이 삼면에서 장우를 협공했다.이 순간 이도현의 내공은 그 누구도 가늠할 수 없는 경지에 이르렀으며 심지어 그 자신도 어느 정도로 강해졌는지를 알지 못했다.원래의 내공 도행을 제외하더라도 용주과 하나를 먹으면 500년의 원력을 얻을 수 있다. 이 500년 원력만으로도 수많은 고수들을 압도하기에 충분했다.쿠웅!강대한 힘이 공중에서 장우와 충돌했다.순간 장우는 벼락에 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다. 마치 산악 하나가 짓누르는 듯한 압박감에 그의 몸은 저도 모르게 뒤로 날아갔다.그 찰나 그는 오장육부가 으스러질 듯한 고통에 휩싸였고 체내의 원력이 완전히 뒤틀리기 시작했다.“도련님...”천현문의 사대 법왕은 놀라움에 휩싸여 절규하듯 소리치며 장우를 향해 달려갔다.이 장면을 본 모든 사람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특히 몇몇 여인들은 온몸이 나른해지면서 그에게 빠져들 것만 같았다.그녀들은 강렬한 기운에 압도되어 그대로 주저앉았다.쾅!거대한 굉음과 함께 궁전 전체가 흔들렸다.장우는 대전 바닥에 깊이 박힐 정도로 심하게 떨어졌다.최고급 재료들로 지어진 이 대전은 넷째 황자의 저택이다. 지반은 더욱이 화강암으로 다져진 터라 일류 고수라도 구멍 하나 뚫으려면 힘이 필요했다.하물며 지반이 장우에 의해 인형이 새겨질 만큼 함몰되었으므로 이도현의 주먹이 얼마나 강한지 짐작할 수 있다.“도련님...”이 장면을 목격하고 혼비백산한 천현문 풍우뇌전 사대 법왕은 황급히 인형이 새겨진 구덩이에서 장우를 구출했다.그러고는 제일 먼저 생사를 확인하였다.당황한 나머지 그들이 무사라는 사실조차 잊은 채 제일 간단한 방법으로 손을 코 밑에 대고 숨소리가 나는지 확인했다.손가락에 미약한 숨결이 느껴지자 그들은 그제야 안심하고 황급히 공간 반지에서 담약을 꺼내 장우에게 먹였다.그들은 명령을 받고 장우의 안전을 위해 따라나선 것이었다.원래 그들은 장우의 무술 실력으로 성역 전체를 가로지
이 장면을 보고 현장에서 제일 분노한 사람은 두 명뿐이었다. 한 명은 장우이고 다른 한 명은 넷째 황자였다.장우는 무시당한다는 굴욕감에 치가 떨렸다. 방금까지 놀림 받았던 그는 이제 아예 공기 취급까지 당하니 아주 치욕스러웠다.넷째 황자는 순수하게 질투심에 불타고 있었을 뿐이다. 그가 양주희에게 반한 뒤로 갖은 아양을 떨며 그녀의 환심을 사려고 온갖 수단을 다 쓰던 참이었다.그러나 이 며칠 동안 그가 무슨 짓을 하든, 얼마나 큰 노력을 기울이든, 어떤 방법을 쓰든, 양주희는 그를 비웃으며 상대도 해주지 않았다. 심지어 그를 보는 눈빛마저 경멸로 가득 차 있었다.그런데 현재 그녀는 이 찌질한 자식을 완전히 다른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 눈빛에서 흘러나오는 애틋한 감정은 먼 거리에서도 느껴졌고 그들의 친밀한 행동은 그의 속을 뒤집어 놓았다.‘아니, 기생오라비처럼 생긴 저 찌질한 자식이 뭐가 좋다고? 그냥 너한테 꼬리치고 순종적이니 그런 거 아니야? 그런 놈에게 홀딱 반해 버리다니! 그딴 찌질한 자식 따위가 대진제국 넷째 황자인 나와 비교할 수 있어? 찌질한 자식이 감히 대진제국 넷째 황자와 견주려고 하다니! 왜 그딴 찌질한 어린놈을 선택하고 넷째 황자인 나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는 거야? 이건 대체 어찌 된 도리인가? 설마 순종적인 어린놈이라 선택한 건가? 만약 그게 이유라면 내가 저 찌질한 자식보다 더 잘할 수 있어. 이 분야에서 내가 전문가라고 말하지는 못하지만 말이지!’이렇게 생각한 넷째 황자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평생 남의 여자를 빼앗기만 했던 그는 자신이 마음에 둔 여자를 다른 놈에게 뺏긴 건 처음이었다. 이런 굴욕을 어찌 참을 수 있겠는가!하지만 사람들은 이도현과 양주희의 대화에서 지금 이 순해 보이는 어린 남자는 다름 아닌 이 여자의 후배이자 천현문 장우의 동생인 장선을 죽인 범인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네가 이도현이야?”장우는 차가운 눈빛으로 이도현을 쏘아보며 냉담하게 말했다.“그래 맞아! 나야!”“내 동생 장선을 네가 죽
“저 사람 누구예요?”“어떻게 들어온 걸까요?”“와. 저 사람 뭐예요? 어떻게 들어온 거죠? 아니면 처음부터 이곳 어딘가에 숨어있었던 걸까요?”“그건 말이 안 돼요. 우리가 들어올 때 이곳에 분명히 아무도 없었어요. 저렇게 큰 사람이 숨어있었다면 우리가 몰랐을 리가 없어요.”“그건 모르죠. 만약 엄청 강대한 사람이라면 기운을 완전히 숨기고 들어왔을 수 있죠. 그래서 우리가 발견하지 못한 거고...”“에이, 설마요. 장우 씨처럼 강대한 사람도 기운을 숨기지 못하는데 다른 사람이 어떻게 그걸 해내요.”“성역에 이렇게 대단한 인물이 나타났는데 우리가 여태까지 몰랐다는 게 말이 돼요?”“보아하니 넷째 황자 쪽 사람인데 우리는 저런 사람이 있다는 걸 왜 전혀 몰랐을까요?”“나이가 어려 보이는데 강하면 얼마나 강하겠어요.”사람들은 소곤거리며 새로 나타난 인물의 정체를 추측했다.하지만 정체를 이미 알아본 사람은 얼굴색이 순간 창백해지더니 경악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이도현은 사람들의 시선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재빨리 양주희에게 다가가 그녀의 손을 잡고 강대한 원력을 건네주었다.양주희를 구속하던 힘은 이도현의 강대한 원력을 만나자 바로 온데간데없어졌다.“이 나쁜 녀석아, 이곳에는 뭐 하러 왔어?”자유를 되찾은 양주희는 자리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켜며 말했다.그녀는 반가운 얼굴로 이도현을 바라보았다. 눈빛에는 감추지 못한 기쁨과 감격이 가득했다.“선배, 고생했어요... 다 저 때문이에요.”이도현이 연신 사과했다.“그러지 마. 너 설마 이 선배를 너의 가족으로 생각하지 않는 거야?”양주희는 사람들 앞에서 대놓고 이도현의 귀를 잡아당기며 꾸짖었다.“아파요... 선배, 손 놓으세요... 저는 그런 뜻이 아니라... 그냥 선배가 너무 걱정돼서... 선배는 제 가족이에요. 저의 가장 소중한 가족...”이도현이 대답했다.그는 과장해서 비명을 지르며 선배에게 용서를 구했다. 다른 사람의 시선 따위 신경 쓰지 않고, 선배를 기쁘게 해드리기 위해 모
방금까지 말하던 사람들은 장우의 무서운 기세에 눌려 입을 꾹 다물었다.넷째 황자를 도와 장우를 설득하려면 목숨까지 바쳐야 하니 아무도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이 천한 것. 오늘 너를 죽이는 것은 복수의 시작에 불과하다. 어디 너희같이 비천한 놈들이 내 동생을 죽여. 난 너의 선후배를 모두 지옥으로 보낼 것이다.”장우는 양주희를 노려보며 말했다.양주희는 움직일 수도, 말할 수도 없어 그저 분노와 경멸에 찬 눈빛으로 장우를 바라보았다.그녀는 종래로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단지 이렇게 죽는 것이 조금 억울할 뿐이다.“죽어라, 이 천한 년. 지옥으로 내려가 내 동생에게 사죄해. 그리고 머지않아 태허산 전체를 지옥으로 보낼 거니까 먼저 내려가서 기다리고 있어. 우리 천현문이...”장우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갑자기 한 줄기의 푸른빛이 대전 밖에서 날아 들어왔다. 푸른빛은 강력한 힘이 담겨 있었고 쏜살같이 장우의 미간을 향해 날아갔다.장우는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푸른빛을 보고 화를 내더니 강대한 손바닥 힘을 내밀어 푸른빛을 막으려 했다.그러나 푸른 빛은 손바닥 힘을 꿰뚫고 곧장 장우를 향해 날아갔다.장우는 자신의 강력한 한 방이 작은 은바늘 하나를 막아내지 못한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다.다른 사람이 제대로 봤을지 모르지만, 그는 푸른빛 안에 작은 은바늘이 들어있는 것을 똑똑히 보았다.그는 은바늘 하나에 이렇게 강력한 힘이 담겨 있을 줄은 몰랐다. 그의 손바닥 힘으로 은바늘을 막지 못했을뿐더러 속도도 늦추지 못했다. 이로부터 이 은바늘의 소유자가 얼마나 무서운 실력을 갖춘 사람인지 가늠할 수 있었다.눈 깜짝할 사이 은바늘은 장우의 코앞까지 다가왔다. 그는 손을 들어 두번째 공격을 날릴 시간조차 없었다.바로 그 순간, 그의 머릿속에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이 은바늘은 나를 노리고 온 거야. 그럼 대진제국의 사람이 아니라 저 여자를 구하고 싶은 사람이 보낸 것이 분명해. 내가 이 은바늘을 빌어 저 여자를 죽인다면 복수도 할 수 있고 대진제
풉.넷째 황자는 장우의 발길질에 피를 토하고 말았다.“이건 경고입니다. 계속 막무가내로 나온다면 더 이상 봐주지 않겠습니다...”장우는 경멸에 찬 눈빛으로 넷째 황자를 바라보며 차갑게 말했다.그러고는 넷째 황자를 제쳐놓고 양주희를 향해 몸을 날렸다.“장우 씨, 멈추게...”크게 당황한 넷째 황자는 자신의 상처를 아랑곳하지 않고 즉시 몸을 날려 장우를 막으려 했다.“저자를 막아라. 무슨 일이 있어도 양주희 씨를 다치게 해서는 안 된다. 이건 아바마마의 명령이다. 빨리 막아라.”넷째 황자가 소리쳤다.명령이 떨어지자 넷째 황자의 부하들은 즉시 싸우던 상대를 버리고 장우를 향해 빠르게 돌진했다.“죽고 싶으냐...”장우는 자신에게 달려드는 고수를 보고 귀찮다는 듯이 외치며 보검을 휘둘렀다. 순간 그의 검에서 강력한 검기가 뿜어져 나오더니 사람들을 향해 거세게 덮쳤다.펑. 펑. 펑.검기가 닿은 곳에 폭발음이 들리더니 장우를 향해 달려온 몇몇 고수가 모두 피안개로 되었다.“주제도 모르는 놈들. 스스로 죽음을 자초한 거다. 날 원망하지 마라.”장우는 차갑게 말하며 곧바로 양주희 앞에 도착했다.“장우 씨, 멈춰요. 한 걸음만 더 나아가도 후회하게 될 거예요. 본 왕이 천현종을 성역에서 사라지게 할 거니까 각오하세요. 저는 한다면 하는 사람이에요.”넷째 황자가 필사적으로 외쳤다.이 소리에 모두가 싸움을 멈추고 장우 쪽을 바라보았다.넷째 황자가 불러온 사람들도 장우를 설득하기 시작했다.“장우 씨, 충동하지 말고 다시 한번 생각해 보시오.”“맞아요. 저도 장우 씨 동생이 살해된 사건에 대해 조금 알고 있어요. 진정한 범인은 이 아가씨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에요.”“장우 씨, 동생의 복수를 위해 이 아가씨를 죽이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제가 알기로 장우 씨의 동생을 죽인 사람은 이 아가씨의 후배예요. 그러니 무고한 여인을 잡지 말고 그 후배를 찾아가 복수하세요. 그래야 천현문의 첫째 도련님 답죠.”“진정한 사나이라면 잘못한 사람에게 찾아가
대전 전체가 강력한 기운으로 가득 찼고,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은 그 강대한 기운의 영향을 받아 미간을 찌푸리며 스스로 내공을 다스리기 시작했다.다행히도 다들 각 세력의 젊은 영재라 내공이 뛰어나기에 별로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 만약 내공이 낮은 사람이 이 자리에 있었다면 벌써 다리에 힘이 풀리고 바닥에 주저앉았을 것이다.“죽을 놈... 한 사람도 남기지 말고 다 죽여라... 뒷감당은 내가 할 테니까 이 반역자들을 전부 죽여라.”넷째 황자는 이를 악물며 소리쳤다. 그는 공간 반지에서 보검을 꺼내더니 장우를 향해 몸을 날려 검을 휘둘렀다.하지만 그와 장우의 실력 차이는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장우는 넷째 황자의 공격을 단번에 막아냈다.“실력이 없으면 얌전히 계세요. 저는 황자님을 죽이고 싶지 않아요. 더 이상 저를 자극하지 마세요.”장우가 엄숙한 말투로 말했다.“장우, 네 이놈. 오늘 한 사람도 여기서 빠져나갈 생각 하지 마. 오늘 우리 대진제국을 함부로 건드리면 어떻게 되는지 본때를 보여주겠다. 다 죽어라...”넷째 황자 진정이 분노하며 다시금 달려들었다. 그는 당차게 보검을 휘둘렀다.이 상황에서 그는 용맹한 모습으로 싸울 수밖에 없었다.넷째 황자도 그와 장우 사이의 실력 차이를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목숨을 걸고 싸워야만 했다.그는 대진상제에게 자신의 용감한 모습을 보여야 했다. 상제가 맡긴 일을 완수하기 위해 강적인 걸 뻔히 알면서 맞서 싸우는 모습 말이다.넷째 황자는 상제의 자리를 위해서 목숨까지 걸 수 있었다.“미련하게 굴지 말고 물러나세요.”장우는 화를 내며 말했다. 그는 목숨을 아끼지 않는 넷째 황자의 모습이 너무 꼴 보기 싫었다.솔직히 말해서 장우도 이런저런 염려가 있어 일을 이 지경까지 만들고 싶지 않았다. 조금 전에 심한 말을 하기는 했지만, 그는 정말로 넷째 황자를 죽이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황자가 아닌 다른 사람이 그의 앞에서 이렇게 거만하게 굴었다면 그는 벌써 상대의 목을 베었을 것이다.하지만 넷째 황
장우의 이 말은 분명히 대진제국과 대진상제를 도전하겠다는 뜻이었다.이로부터 천현문이 아주 대단한 종파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렇지 않고서 장우는 그토록 대담한 말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만약 이를 뒷받침할 실력이 못 된다면 그의 종파는 끝없는 불행을 맞이할 것이다.하지만 실력이 있으면 얘기가 달라진다. 황제에게 맞설 수도 있고 황제를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좋아요. 아주 좋아요. 장우 씨, 역시 대단한 사람이네요. 우리 대진제국이 안중에도 없고 아바마마도 감히 무시하다니. 잘 알겠어요.”넷째 황자는 장우의 거만한 태도에 기가 차서 웃으며 말했다. 그의 차가운 눈빛은 사나워졌고 목소리에는 살기가 가득했다.“본 왕은 당신이 오늘 양주희 씨를 어떻게 죽이는지 똑똑히 지켜보겠어요. 미리 경고하는데 오늘 양주희 씨를 건드리면 내일 대진제국의 십만 대군이 천현문을 포위할 거예요. 그때 천현문이 얼마나 강한지 두고 보죠. 무슨 배짱으로 감히 우리 대진제국을 건드리는지 똑똑히 지켜볼 거예요.”“우리의 십만 대군이 모두 뛰어난 강자는 아니지만 다 무예를 익힌 자들이에요. 천현문 전체가 설령 도급 경지에 이르렀다고 하더라도 우리를 얼마나 죽일 수 있을까요? 천만 대군을 전부 죽일 수 있나요? 어디 한번 두고 보죠.”넷째 황자도 대놓고 위협했다.장우는 넷째 황자를 바라보며 말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다음 행동은 모든 사람에게 이런 위협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었다.“풍우뇌전 사대법왕에게 명한다.”장우는 넷째 황자를 바라보며 갑자기 큰 소리로 명령했다.“네.”장우 뒤에 있던 네 명의 노자가 즉시 대답했다.“지금 당장 이 계집애를 갈기갈기 찢어 폐인으로 만들어라. 나서서 막는 사람이 있다면 그게 누구든 상관하지 말고 모조리 죽여라.”“네.”네 명의 노자가 큰 소리로 대답했다.곧이어 풍우뇌전 사대법왕은 몸을 돌려 양주희 쪽으로 갔다.넷째 황자는 급해서 안달이 날 지경이었다. 그가 양주희를 좋아하는 것도 있지만, 상제가 그녀를 반드시 살
“흥. 장우 씨, 과감한 발언이네요. 오늘 본 왕은 장우 씨가 양주희 씨에게 손을 대지 못하도록 막을 거예요. 배짱이 있으면 저를 죽여보세요.”넷째 황자는 분노에 찬 눈빛으로 장우를 노려보며 소리쳤다.“그럴 생각은 없지만, 황자님께서 저를 방해하신다면 저도 가만있지 않을 겁니다.”장우는 넷째 황자를 똑바로 바라보며 조금도 물러서지 않았다.그는 애당초 이 넷째 황자를 안중에 두지 않았다.두 사람은 서로를 마주 보며 극도로 긴장한 분위기를 조성했다.현장에 있던 젊은 영재들과 다른 세 제국의 황자들은 서로 눈치를 보았지만 각자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세 황자는 강 건너 불구경하듯 관전했고 나머지 사람들은 두려움에 떨거나 긴장과 걱정이 담긴 눈으로 사태를 지켜보고 있었다. 물론 내심 기뻐하는 사람도 있었다. 어찌 됐든 사람들의 표정이 매우 다채로웠다.“장우 씨, 넷째 황자님, 그만하시지요. 지금 뭐하시는 겁니까? 오랜 친구끼리 여자 하나 때문에 이렇게 얼굴을 붉힐 필요가 있을까요?”“맞아요, 두 분. 왜 이러시는 겁니까? 우리는 무사로써 마음이 넓어야 합니다. 일반인처럼 여자 문제로 우정에 금 가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됩니다. 무슨 일이든 앉아서 말로 해결하면 될 것을 왜 싸우려고 합니까?”“장우 씨, 제 얼굴을 봐서 이쯤에서 그만하시지요. 넷째 황자님과 무슨 모순이 있든 앉아서 천천히 이야기 나누면서 푸십시오. 왜 이렇게 날이 선 겁니까?”“맞아요. 두 분 왜 여자 때문에 싸우려고 그래요? 앉아서 이야기하다 보면 분명 좋은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거예요.”“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이 여자를 다른 사람에게 맡기거나 놓아준 후 두 분이 각자 원하는 대로 움직이는 겁니다. 그리고 죽이든 살리든 그 결과에 대해 아무도 불만을 품지 않으면 됩니다.”헛똑똑이 한 명은 자신이 생각하기에 양쪽에서 모두 만족할 만한 해결책을 덥석 말했다.하지만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신경이 곤두서 있던 넷째 황자와 장우는 그에게 시선을 홱 돌렸다.“닥쳐...”두 사람
장우는 홧김에 말을 가리지 않았다.“장우 씨, 말조심하세요. 장우 씨 동생의 죽음은 저 여자와 상관이 없다고 했잖아요. 왜 사리를 따지지 않아요?”넷째 황자는 얼굴색이 어두워졌다.“상관이 없다고요? 넷째 황자님, 제가 이 일을 조사하지 않았을 거라 생각하세요? 제 동생이 고무계의 비경에서 이 계집애와 다른 한 계집애를 마주친 후 비경에서 나오지 못했는데 어떻게 상관이 없어요?”장우는 차가운 목소리로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장우 씨의 동생이 비경에서 이 여자를 만난 것은 맞지만 당시 동생이 강제로 두 사람의 기억을 읽으려 했다는 사실은 조사하지 않았나 봐요. 따지고 보면 잘못을 저지른 사람은 장우 씨의 동생이에요.”넷째 황자 진정도 격분하며 소리쳤다.넷째 황자는 진작에 양주희의 미모에 반했다. 하지만 그는 강압적인 수단으로 여자를 차지하는 것이 아니라 여자 쪽에서 동의할 때까지 기다리는 성격이었다.그는 한 여자를 강제로 차지하는 것은 예의가 없는 행위라 생각했다.그렇기에 그는 양주희를 잡은 후 아무것도 하지 않았고, 덕분에 그녀는 몸을 지킬 수 있었다.“흥. 감히 제 동생의 요구를 거절하다니... 죽어 마땅한 여자군요. 이 계집애 때문에 제 동생이 죽은 게 분명해요. 오늘 저는 반드시 이 계집애를 갈기갈기 찢어 죽일 거예요. 아무도 저를 막지 말아요. 넷째 황자님도 마찬가지예요.”장우가 냉랭하게 말했다.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이 말에 소름이 돋았고 내공이 낮거나 겁이 많은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게 뒷걸음질 쳤다.“자네 지금 나를 위협하는 거요?”넷째 황자 진정이 노기등등하게 물었다.“위협이요? 그렇게 느껴졌다면 위협이라 해두죠.”장우는 넷째 황자의 체면 따위 전혀 개의치 않고 냉랭하게 말했다.“저기... 장우 씨... 말이 심하네...”넷째 황자가 이를 악물며 말했다. 그가 손짓 한 번 하자 대전 뒤편에 강력한 기운을 가진 노자 네 명이 모습을 드러냈다.“뭐 하는 짓이에요. 물러나세요...”넷째 황자가 사람을 부르자 장우 뒤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