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힘은 진법과 돌문을 한꺼번에 무너뜨렸다.“하하하. 좋았어. 드디어 이 돌문을 부수네. 이것이 바로 우리 청운제국의 위력이지. 그 어떤 것도 우리 청운제국의 신수를 이기지 못해. 우리가 그만큼 대단하거든. 하하하...”백호 무늬 망포를 입은 노자가 부서진 밀실 문을 보고 흐뭇하게 웃었다.“안에 있는 놈들 당장 나와. 내가 찾으러 들어가기 전에. 하하하...”백호 무늬 망포를 입은 왕후가 폐허를 향해 흐뭇하게 웃으며 말했다.대선배 등 세 사람은 바깥의 소리를 듣고 서로를 바라보며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둘째와 셋째는 여덟째와 열째를 안고 나랑 밖으로 나가서 성역의 강자들을 한번 만나보자. 며칠 동안 우리 염국을 공격하느라 고생 많았을 텐데 과연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그리고 염황인 나를 죽일 만한 배짱이 있는지 확인해보자.”“좋아요. 태허산의 제자는 겁쟁이가 없는 법이에요. 밖의 사람들이 성역의 강자라고 해도 두려울 게 하나도 없어요.’세 사람은 그렇게 말하며 의식을 잃은 신연주와 연진이를 안고 밖으로 걸어 나갔다.그녀들이 모습을 드러내자 백호 무늬 망포를 입은 왕후는 더욱 기세등등해졌다.“염황... 하하하. 드디어 나왔구먼. 그런데 어쩌나? 난 자네와 더 이상 할 말이 없어. 전에 분명 얘기했지. 우리가 이도현을 잡는데 협조해준다면 너의 제국과 백성은 건드리지 않겠다고. 하지만 너희들이 협조는커녕 버럭버럭 대들면서 황제라고 잘난 체했지. 우리 청운제국 앞에서 세속계의 황제 따위는 아무것도 아닌데 말이야. 너희가 젊고 예쁘니까 다시 한번 기회를 줄게. 지금이라도 이도현을 불러와서 내 손에 잡히게 해. 그러면 너희들을 죽이지 않고 내 첩으로 삼아 부귀영화를 누리게 해주마. 어떠냐?”백호 무늬 망포를 입은 왕후가 음탕한 시선으로 현나연 등 사람을 바라보며 조롱 섞인 말투로 말했다.“흥. 이 늙은 놈아, 당신은 거울도 안 봐? 감히 우리더러 너의 첩이 되라고 해? 꿈도 꾸지 마. 자신의 이익을 위해 평범한 백성에게 공격을 감행하는 비열한 새
“저는 스승님이 진지하게 당부했던 이 말을 평생 마음에 새기고 있어요. 그래서 죽는 한이 있더라도 선배를 혼자 내버려 두지 않을 거예요. 스승님이 가르쳤던 대로 저희 죽어도 같이 죽어요.”윤선아가 매우 진지하게 말했다.“그만 말해. 이 계집애야. 어릴 때도 네가 말을 제일 잘하더니 지금도 여전하구나. 이렇게 된 거 다 같이 죽기를 기다리자. 저 진법도 더 이상 지킬 필요가 없어.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티라고 해. 우리는 이 시간에 이야기나 제대로 나눠보자. 어릴 때는 맨날 싸우면서 컸지. 그땐 무공을 잘 배워서 얼른 태허산을 내려가 바깥 구경이나 하고 싶었는데 막상 내려가 보니 태허산에 있던 시절이 가장 행복하고 즐거웠어.”“어릴 때 훈련하다 힘들면 농땡이도 많이 부렸지. 이제 생각해보면 스승님은 우리를 정말 아낌없이 사랑해 주셨어. 남자 혼자서 우리 열 자매를 키우느라 엄청 고생하셨을 거야. 밥도 먹여주고 옷도 친히 씻어주셨잖아. 그리고 명절 때면 우리에게 예쁜 옷도 사주고 맛있는 음식도 많이 사주셨어. 심지어 예쁜 옷을 사려주고 미리 며칠 전부터 산에서 내려가 다른 아이들이 어떤 옷을 즐겨 입는지 관찰하기까지 하셨어.”“맞아요. 스승님은 늘 우리에게 제일 좋은 걸 사주셨죠. 그래서 번마다 옷 한 가방, 음식 한 가방을 들고 돌아오셨던 기억이 나요.”“스승님이 우리에게 옷과 음식을 나눠줄 때 늘 아니꼬운 말을 하셨어요. 우리를 먹여 살리느라 빈털터리가 될 것 같다고. 다음 해부터는 허리띠를 졸라맬 거라고. 심지어 우리가 성인이 되면 부잣집에 팔아넘기겠다고 한 적도 있어요. 그런데 우리가 새 옷을 입으면 스승님이 누구보다 기뻐하셨어요.”“저 그것도 기억해요. 누군가 태허산에 찾아와서 둘째 선배를 며느리로 삼겠다고 하자 스승님이 화를 버럭 내며 그 사람을 당장 쫓아버렸어요. 스승님은 선배가 아깝다며 그 사람을 호통쳤어요. 그리고 그 일이 있던 날 스승님은 종일 기분이 안 좋으셨거든요. 그런데 후에 알고 보니 우리가 언젠가 모두 결혼해서 스승님을 떠날
현나연은 이미 큰 결심을 내렸다.말을 마치자마자 본래 핏기가 없던 그녀의 얼굴은 더욱 창백해졌다.그녀는 기혈을 불태우고 목숨을 바쳐 옥새를 움직였으며 염국 용골의 기운을 끌어모아 진법에 보탰다. 이렇게 해서라도 조금 더 버티고 싶었다.갖은 노력 끝에 진법은 많이 안정되었고 드디어 숨을 돌릴 시간을 얻게 되었다. 그녀는 오직 후배들에게 도망칠 기회를 만들어 주고 싶을 뿐이었다.하지만 인무쌍과 윤선아는 차마 발길을 떨 수 없었다. 두 사람은 대선배가 자기를 희생하는 것을 손 놓고 지켜볼 수 없었다.어떻게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란 선배를 혼자 남겨두고 떠날 수 있단 말인가...하지만 딱히 다른 방법도 없었다. 왜냐하면, 대선배를 제지하고 싶어도 몸에 닿을 수조차 없기 때문이었다.“셋째야, 우리 같이 대선배를 구해보자.”윤선아가 심각한 얼굴로 인무쌍에게 말했다. 그러자 인무쌍은 단번에 윤선아의 의도를 알아차렸다.곧이어 두 사람은 동시에 손가락을 깨물고 똑같은 동작을 취했다.순간 두 사람의 몸에서 강력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인무쌍은 양손을 윤선아의 등 뒤에 붙이고 자신의 모든 힘을 윤선아의 체내에 주입했다.윤선아는 원력을 조율하여 자기 힘과 인무쌍의 힘을 한데 모은 다음 손바닥을 내밀어 대선배를 내려쳤다.그러자 대선배의 몸을 감쌌던 방어막이 마침내 깨졌다.윤선아는 한달음에 달려나가 대선배가 들고 있던 옥새를 떨어뜨렸다. 이로써 대선배의 헌제는 드디어 멈춰졌다.풉.헌제가 중단되자 대선배는 힘의 역습을 받고 피를 토했다.다행히도 헌제가 진행되기 전에 그녀는 이미 대부분 힘을 소진한 상태였기에 역습을 받아도 크게 다치지는 않았다.“대선배, 괜찮아요?”인무쌍은 현나연을 부추기고 그녀에게 담약 하나를 먹였다. 그리고 현나연의 등에 손바닥을 대고 원력을 주입한 후 상처를 치료해 주었다.“너희... 왜 내 말을 안 들어? 너희들이 이러면 내가 지금까지 했던 모든 것이 물거품으로 되잖아. 왜 이렇게 바보 같이 굴어? 왜 여덟째, 열째 그리고 셋째
“그리고 웅나라, 영강국, 남한나라 등도 도현 후배가 두려워서 더는 우리 염국을 건드리지 않았잖아. 이제 염국에서 일을 벌일 때 우리의 허락도 받고 눈치까지 봐. 특히 지국은 우리 염국의 일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고. 이것도 전부 도현 후배가 나타나자마자 해결해준 거야. 우리 염국에서 수십 년을 골치 아파하던 일이었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오랜 세월 동안 후배들이 나를 도와주었지 나는 대선배로서 후배들에게 해준 게 없는 것 같아. 원래는 내가 후배를 보살피고 보호해줘야 하는데 정말 면목이 없구나. 그러니 이번만큼은 내가 대선배답게 너희를 위해 나설 수 있게 해줘.”대선배는 이미 죽음을 각오한 듯 담담하게 말했다. 그녀는 말하면서 손놀림을 멈추지 않았다. 그러자 손가락 끝에서 끊임없이 피와 생기가 흘러나와 옥새 속으로 스며들었다.옥새의 빛이 점점 밝아졌고 소실되던 진법도 이전보다 더 안정해졌다. 밖에서 아무리 강력한 공격을 날려도 진법은 끄떡없었다.하지만 이 방법이 오래 갈 수 없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 사람도 옥새도 전부 닳아 떨어지기 때문이었다.“대선배... 안 돼요. 저희는 대선배가 이러는 걸 원하지 않아요. 제발 멈춰 주세요... 헌제하지 않아도 조금만 버티면 도현 후배가 찾아올 거예요.”윤선아가 다급하게 말하며 갖은 방법을 써서 대선배를 말리려 했지만 모두 실패하고 말았다.“대선배... 이러지 마세요... 저희 아직 그럴 상황이 아닌데 왜 그러세요? 대선배는 우리가 평생 후회했으면 좋겠어요? 제발 멈춰주세요. 제발... 제가 이렇게 간곡히 부탁드릴게요. 선배...”인무쌍은 엉엉 울며 대선배를 끌어내리려 했지만, 손길이 전혀 닿지 않았다.마치 대선배의 주변에 방어막이 한층 생긴 것처럼 다른 사람이 아무리 힘을 써도 가까이할 수 없었다.“둘째와 셋째야, 빨리 여덟째랑 열째를 데리고 이곳을 떠나. 잠시 후에 내가 진법을 깨뜨려서 적들의 주의를 끌 테니 너희는 그 기회를 타서 빠져나가야 해.”“싫어요... 저희 안 가
“대선배, 뭐하시는 거예요? 지금 자기 목숨을 버리겠다는 거예요? 아니... 이러지 마세요...”윤선아가 소리쳤다. 그녀는 대선배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대선배가 자기 생명을 옥새에 주입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둘째야, 지금 상황이 심각해서 나도 어쩔 수 없어. 나는 무슨 수를 써서든 끝까지 버틸 거야. 내가 너희들의 대선배이자 염국의 황제이기도 하잖아. 그러니 대선배로서 너희들이 도망칠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 것이고 염국의 황제로서 죽어도 위엄있게 죽을 거야.”대선배가 담담하게 말했다. 눈빛에는 굳센 의지가 보였다.그녀는 이미 마음의 결정을 내렸다. 자기 목숨을 바쳐 후배들을 위해 도망갈 기회를 마련하고 염국의 존엄을 지키겠다고.“아니에요... 그러지 마세요. 대선배, 제발 멈춰주세요. 상황이 아직 그 정도로 심각한 거 아니잖아요. 스승님과 도현 후배가 곧 도착할 거예요. 저희 조금만 더 버티면 돼요. 빨리 멈추세요, 대선배.”“대선배, 멈추세요. 제발 그러지 말아요. 우리 셋이 힘을 합치면 한참을 더 버틸 수 있어요. 제발 그러지 마세요...”윤선아와 인무쌍은 안절부절못하며 현나연을 말리려 했지만, 딱히 방법이 없었다.현나연은 지금 자기 생명을 어떤 알 수 없는 존재에게 헌제하여 그로부터 강력한 힘을 얻으려 했다.게다가 그녀가 선택한 것은 가장 고품격인 헌제였다. 왜냐하면, 그녀는 염국의 황제라는 신분으로 헌제를 진행했기 때문이다. 즉 염국의 국운을 다스리는 옥새를 용기로 삼아 헌제를 진행하는 방식이었다. 이런 형식의 현제가 일단 시작되면 엄청 강대한 사람 혹은 헌제를 잘 아는 사람만이 멈출 수 있었다.“이건 너희들의 대선배인 내가 현재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야. 나는 스승님의 첫 번째 제자로서 마땅히 너희들을 돌보고 보호해야 했어. 하지만 늘 너희들이 나를 도와주었지. 밖에 있는 넷째와 일곱째를 빼고 모두가 나의 일을 도와주었잖아. 둘째가 고무계에 연묘궁을 세운 것도 사실 내 뜻이었고, 셋째도 백상국 그리고 동남아시아 일
“셋째야, 내가 할게...”“아니에요. 둘째 선배는 조금 더 쉬고 있으세요. 저 아직 버틸 수 있어요. 나중에 제가 정말 힘들면 선배와 교체할게요.”인무쌍이 단호하게 말했다.“셋째야, 내려가 있어. 지금은 네가 고집부릴 때가 아니야. 문밖의 공격이 약해지거든 네가 다시 올라와도 늦지 않아. 지금은 선배의 말을 들어.”대선배가 엄숙하게 말했다.인무쌍은 더 이상 고집부리지 않고 뒤로 물러나 마음속으로 두 선배를 지지했다.반면 문밖의 백호 무늬 망포를 입은 왕후가 의기양양해서 말했다.“하하하. 다들 봤어? 이 돌문이 얼마 버티지 못할 거야. 우리 청운 제국의 신물 앞에서 용골은 아무것도 아니야. 심지어 이건 우리 청운제국의 2대 황제가 소천검을 모방해서 만든 백호검일뿐이야. 청운제국의 역대 황제들이 이 검을 대대로 모시면서 점차 백호신수의 기운이 스며들어 이처럼 강해진 거야. 만약 우리가 방금 사용했던 검이 백호검이 아니라 소천검이었다면 이 밀실은 이미 평지가 되었어. 그리고 염국의 용골마저도 산산조각이 났을 테야. 하하하. 우리 청운제국 앞에서 세속계의 작은 제국 따위는 별것도 아니지. 좋았어. 이번엔 저 돌문을 아예 부숴버려...”“예. 형님.”똑같이 백호 무늬 망포를 입은 중년 왕후 한 명이 손에 백호검을 들고 위풍당당하게 서 있었다.방금 검을 휘두른 자가 바로 이 사람이었다. 그의 한 방에 돌문은 만신창이가 되었고 균열도 더욱 깊어졌다.검을 들고 있던 왕후는 명령을 받고 또다시 검을 휘둘렀다, 그러자 그의 백호검에서 커다란 백호가 튀어나와 40미터 길이의 거대한 검기를 형성하며 날카로운 기세로 돌문을 들이받았다.쾅.굉음과 함께 밀실의 돌문이 우르르 부서지며 무너져 내렸다.밀실 안에 있던 현나연과 윤선아는 마치 벼락을 맞은 듯 동시에 피를 토하며 몸이 뒤로 날려 나가 벽에 세게 부딪히고 말았다.“대선배, 둘째 선배.”인무쌍이 다급히 소리치며 달려가 두 사람을 부둥켜안고 재빨리 담약을 입에 넣어주었다.“셋째야, 우리를 저쪽으로 옮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