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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주 선 우리
마주 선 우리
작가: 은울림

1. 남선우가 돌아왔다.

작가: 은울림
last update 게시일: 2026-07-09 16:11:31

앙상한 뼈만 남은 메마른 가지에도 이 겨울을 잘 견디어 내면 또 다시 봄이 오고, 또 새로운 내일과 풍성한 다음이 기약 되어 있기에 두렵지 않은 것일 테지.

그러나 나은은 오늘 몹시도 두렵고, 슬펐고, 또 아팠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표현할 수는 없었다. 마지막일지 모를 그녀가 부디 평온하게 웃으며 떠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참고 견디어 내보려 한다.

아론서울병원 VIP실에는, 사랑하는 가족들이 모여 두 모녀를 바라보며 숨을 죽이고 있었다.

터져 나오는 눈물도, 흐느낌도 최대한 절제하며 가는 목소리들에 집중하려 애쓰고 있었다.

"엄마.. 내 엄마가 되어 줘서 고마웠어."

엄마의 표정은 어느 때보다 편안해 보였다.

사랑하는 딸의 눈, 코, 입, 귀 어느 것 하나도 놓치지 않고 고이고이 가슴에 새겨 넣으려는 듯 옅은 미소를 지으며 찬찬히 얼굴을 훑어 본다.

그리고, 그녀가 진심을 꾹꾹 담아 내어 놓은 마지막 말,

"우리... 딸... 사랑...해..."

그 말을 끝으로, 그녀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띠---

"안세희님. 20**년 1월 10일 오전 10시 12분 사망하셨습니다."

"흐으...으...엄마..."

이번 겨울은 유난히 눈 소식이 적었다.

한 달 전부터 병실 안에서만 시간을 보낸 엄마는, 어느 날인가 창가를 보며 혼잣말을 했었다.

<올해는 눈 보기가 힘드네... 마지막으로 예쁜 눈 한 번 보고 갔으면 좋겠는데...>

그렇지만 한 달 내도록 엄마의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창밖을 바라볼 여유조차 없었던 나은은, 아까부터 흩날리고 있었던 새하얀 눈 발을 눈치채지 못했다.

***

=아론그룹 전 회장 안세희, 78세로 영면. 장례는 회사장으로 간소하게=

=아론그룹 안세희 전 회장이 작고 하자, 전 세계 아론 직원 애도 이어져=

=(故)안세희의 유일한 직계 가족은 올해 26세가 된 딸 안나은=

아론서울병원 장례식장은 끊이지 않는 화환과, 애도의 발길로 어느 때보다 시끌벅적한 상황이었다.

안세희의 유일한 직계 가족인 나은과, 안세희의 조카이자 나은의 사촌 오빠인 안서후 회장 가족이 함께 자리를 지키며 손님을 맞았다.

"당고모, 방에 가서 좀 쉬다가 와."

파리한 얼굴로 눈물조차 제대로 흘리지 못하고 서 있는 나은을 안타까운 눈으로 바라보던 이준은 나은의 등을 토닥이며 말했지만, 나은은 가만히 이준을 올려다 볼 뿐이었다.

촌수로는 조카이지만, 나이는 자신보다 두 살이나 많은 이준은, 어릴 적 나은이 입양되어 올 때부터 친동생처럼 나은을 보살펴 주던 친오빠 같은 사람이었다.

나은은, 이준의 말이라면 무엇이든 따르는 편이었다.

평소라면 고갤 끄덕이며 방으로 향했을 그녀였지만, 지금은 텅 빈 눈으로 가만히 이준을 쳐다만 볼 뿐 어떠한 행동도 취하지 못하고 있었다.

마치, 머리가 고장 난 사람처럼, 전원은 들어오지만 기능은 멈춰버린 기계처럼.

*

자정이 넘어가니, 손님들의 발길도 뜸해지고, 시끌벅적했던 장례식장도 조금은 공허한 느낌이 들었다.

벽에 기대 앉아 가만히 영정사진을 바라보던 나은은, 미소 짓고 있는 엄마를 따라 옅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우리 엄마 좋겠다. 보고 싶었던 아빠 볼 수 있어서..."

나은은 가만히 눈을 감았다.

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머릿속에 남아 있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그저 반복되어지는 사실 하나, '엄마가 떠났다' 그 것만이 유일했다.

이미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던 터였지만, 그것이 슬픔의 무게를 줄여주지는 못했다.

***

[다음 날]

둘째 날 아침부터 해외 지사 임직원들이 속속들이 도착하기 시작했다.

아직 26살 밖에 안된 나은에게는 대부분이 낯선 얼굴들 이었다.

그런 나은 대신, 사촌오빠인 안서후 회장이 그 옆에서 일일이 이름과 직함을 불러주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그렇게 또 하루가 지나가고 있었다.

밤이 깊어지자, 사람들의 발길도 조금씩 뜸해지기 시작했다.

오늘도 늦게 까지 남아 있는 방문객들에 의해 사촌오빠와 새언니는 식당에 발이 묶였다.

나은이 걱정되어 식당을 빠져 나온 이준이 빈소로 들어가려던 찰라, 발길이 멈췄다.

"남선우... 이 시키."

"나 왔어."

순간 울컥하고 치밀어 오른 이준이 선우를 끌어 안았다.

6년 만에 돌아온 남선우였다.

예를 갖추고 꽃을 올리는 선우의 옆모습을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바라보고 서 있던 나은은 파르르 떨고 있는 자신의 두 손을 의식하지 못했다.

이준은 두 사람을 위해 일부러 떨어진 곳에 서서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몸을 돌린 선우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나은과 눈을 맞췄다.

텅 비어 있는 나은의 눈을 마주하는 순간 선우의 두 눈이 조금씩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6년의 시간이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듯.

"나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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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은이 선우의 손을 붙잡았다.순간 당황한 표정의 선우가 슬쩍 손을 빼고 자세를 바로 했다."아니.. 싫은 게 아니라...나 요즘.. 몸이 좀 안 좋은 것 같아""어디가? 내일 병원 갈까?"나은의 말에 순식간에 표정이 변모하여 나은을 걱정하는 선우였다.그런 선우가 고마워서 나은이 살포시 선우에게 안겨들었다."아니.. 좀 쉬면 괜찮아 질 거야. 요즘 회사 인수 건도 그렇고, 결혼 준비도 그렇고 조금 무리해서 그런가 봐""미안해. 오빠가 널 배려하지 못했네..""아니야. 내가 미안해. 오늘만 이렇게 그냥 안아주라"나은이 인수하고 싶다고 했던 향수 회사 -더 로즈- 의 인수가 확정되면서 정신없이 바빠진 데다, 틈나는 시간마다 결혼 준비까지 하고 있으니 몸이 축날 만도 했다.미리 배려하고 알아봐 주어야 했는데, 선우는 자신이 너무 무심했던 것 같아 스스로를 질책했다.함께 누워 나은을 꼭 끌어안아 준 선우가 작게 한숨을 쉬었다.그의 한숨에서 스스로 자책하는 것이 고스란히 느껴져 나은의 마음이 무거웠다."내일 오랜만에 우리 쉬는 날이라 나도 그동안 못 나눴던 대화 나누고 싶어서 늦은 시간까지 오빠 붙들고 있었던 것 같아. 미안해""아니야. 너랑 얘기 나누는 시간 나도 좋아. 더 얘기해도 돼""우리 내일 늦게까지 게으름 좀 피울까?"선우가 나은을 내려다 보며 싱긋하고 웃어 보였다."그래. 좋은 생각이야"선우가 나은을 꼭 끌어안았다.예전과는 딴판일 정도로 체력이 좋아진 선우가 다행이면서도, 한 편으론 나은이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아 속상하기도 했다.전부형 대표 횡령 사건이 수사 기간에 넘어가고, 회사 측에서는 대표 자리에 대한 고민이 많아졌다.처음에는 선우에게 제의가 오기도 했지만, 선우는 정중히 거절했다. 지금은 전략기획팀이 소속되어 있는 경영지원부에서 나은을 돕는 것이 더 중요하다 판단되었다.결국 회사의 결정은, 안세희 전 회장이 은퇴한 후, 오래도록 솔의 나라를 책임졌던 안궁건 부회장이 본사 업무와 더불어 솔의 나라 대표직의 업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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