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노과장님 국내 뷰티 트렌드 시장 동향 분석표 좀 받아 볼 수 있을까요?"
메신저로 보낸 글을 확인 했음에도 20분 째 답이 없는 노정은 과장의 자리로 나은이 직접 찾아갔다.
최대한 친절한 목소리로 부탁을 했건만.
"그건 왜요?"
하는 답이 돌아왔다.
"시장 동향 분석 관련해서 팀장님이 시키신 일이 있어서요"
쳐다도 보지 않고 컴퓨터 자판만 눌러대던 노과장이 손을 멈추고 팔짱을 낀 채 나은을 향해 몸을 틀어 앉았다.
"안과장님"
"네"
"그렇게 열심히 안 하셔도 되지 않나요?"
천천히 눈을 감았다 뜬 나은이 고저 없는 표정으로 노과장의 눈을 똑바로 쳐다 보았다.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픽~ 하며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더니,
"어차피 별 노력 안 해도 얼마 안 있다가 차장 달 텐데.. 뭘 그렇게 애를 써요?"
나은이 차가운 표정으로 내려다 보았다.
"누가 그래요? 제가 별 노력 없이 여기까지 왔다고?"
다른 팀원들은 걱정이 한가득 묻어 난 얼굴로 서로의 얼굴만 쳐다보고 눈치를 볼 뿐이었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전 회장님의 따님이자, 현 회장님의 사촌 동생인데 저렇게 말한다고?
정말 대담한 거야? 뭘 모르는 거야? 나중에 안과장이 솔의나라 대표라도 되는 날에는 어떡하려고...
긴장감 속에 침을 꼴깍 삼키는 팀원들은 어떤 말도 보탤 수가 없었다 .
"노정은 과장. 지금 뭐 하는 거지?"
업무 보고 차 팀장실에 들어갔던 손명휘 차장이 언제 나왔는지 인상을 구기며 노과장을 쳐다보고 있었다.
"....."
"따라 와요 노과장"
노과장은 나은을 한 번 노려보고 손차장을 따라 탕비실 쪽으로 나갔다.
*
"노과장. 말을 왜 그런 식으로 해?"
"솔직히 열 받잖아요! 저 나이에 벌써 과장이 말이 돼요?"
"아론 집안 사람이야. 가업을 이을 사람 중 하나라고, 일반 사원들처럼 순차적으로 단계 밟아 올라가는 게 아니라, 총 책임자 되기 전에 교육하고 공부하는 과정이야"
"핏! 차장님. 그게 말이 돼요?"
"뭐?"
"안나은 전 회장님 친 딸 아니잖아요"
"법적으로 엄연히 모녀 관계야"
"그 부모가 이젠 없잖아요. 언제 내쳐질지 시간 문제라고요. 진짜 몰라서 그러세요?"
"하.. 친 딸이었으면 안 이랬을 거라는 말로 들리네?"
"당연하죠. 저 잘리기 싫거든요?"
"엄청 확신하듯 말하네? 어디서 무슨 소릴 들었길래?"
"뭐.. 저도 나름 듣는 데가 있어서요"
평소에도 사치스럽고 생각 없이 말을 뱉는 노정은이었다.
성격이야 손차장도 어떻게 해 줄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니 반 포기 상태였지만, 업무 중 실수는 정말 갈수록 노답이었다.
대리들 보다 더 실수가 많으니 환장할 노릇이었다. 개인적으로 주의를 주고 어쩔 수 없이 커버 쳐준 부분들만 해도 상당했다.
차지웅 팀장도 어느 정도 눈치를 채고는 있는 상황인 듯 했으나, 지켜보고 있는 중인 듯 싶었고, 대신 MD팀에서 업무 평가와 성과가 좋아 에이스로 통했던 안나은 과장이 온다는 소식에 오히려 안심한 손차장과 차팀장이었다.
안나은 과장이 전 회장님의 딸이라는 것은, 회장님의 부고 소식과 함께 기사로, 또 장례식에 참석한 이들의 목격으로 알게 되었기에 업무 평가와 모든 기록이 공정하게 진행 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오히려 사실을 알고 난 후, 과연 전 회장님의 딸이라 다르구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는데..
아무래도 안나은 과장의 앞날이 평탄치 만은 않아 보여 마음이 쓰였다.
***
"어이 남 부장~ 첫 출근 소감이 어때?"
6년 만에 넷이서 뭉쳤다.
한 때는 지겹도록 함께 몰려다니곤 했었는데, 다들 어느새 어엿한 사회인이 되어 있었다.
장례식장에서 6년 만에 재회한 수호와 동현은 예상치 못했던 선우의 등장에 당황하는 듯 했으나, 곧 예전처럼 편한 친구로 돌아와 있었다.
6년의 시간이 아무것도 아닌 듯, 어제 만난 사이처럼 편했다.
무슨 사연인지는 모르나, 이준을 통해 기다려 달라는 말만 전해 들은 친구들은, 선우를 믿고 기다렸다.
"아직 정신 없지 뭐"
룸 하나를 빌려 다양한 안주와 술을 시켰지만, 선우는 입에도 대지 않았다.
"얌마 남선우. 너 이 자식 형님들 술 안 받을 거야?"
"형님들은 무슨! 나 오늘 첫 출근 했다. 집에 가면 서류 보고 자야 돼"
차마, 이젠 술을 마실 수 없다는 말을 하지 못했다.
6년의 시간을 이야기 하기에는 용기가 필요한 듯 싶었다.
"김유림하고는 잘 지내냐?"
"알고 있었어?"
선우는 수호와 동현에 대해 모르는 게 없었다.
군대는 어디로 다녀 왔는지, 졸업을 하고 어디로 취업을 했는지, 동현이 몇 번을 차였는지, 수호와 유림이 언제부터 사귀었는지.. 모든 걸 다 알고 있는 게 답은 하나였다.
"안이준 이 시키. 그동안 선우랑 계속 연락 하고 있었네. 우리 한테는 기다리라고만 하고"
"나도, 선우 떠나고 2년 후에나 연락하기 시작했어"
"하긴.. 남선우 갑자기 말도 없이 미국 가고, 제일 배신감 느꼈던 사람이 안이준이었지"
물 잔을 든 선우와 술잔을 든 친구들이 자연스럽게 잔을 부딪혔다.
"야 근데 남선우, 의과 대학 자퇴하고 MIM 대학교 실화냐?"
"그러니까. 맨날 전교 2등만 하더니, 대학교로 안이준을 이겼네"
"그럼, 이제 군대 가야지?"
"......"
"....."
선우와 이준 모두, 대답하지 못한 채 입을 꾹 다물었다.
예상치 못한 분위기에 수호와 동현은 서로를 쳐다보고 두 사람을 차례로 쳐다보았다.
"뭔데?.. 분위기 뭔데?"
수호의 다그침에 선우가 용기를 내 말을 꺼냈다.
"나 군대 안 가도 돼..이미 면제 받았거든"
강선정의 입술이 파르르 떨리며 어금니를 사리 무는 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났다."밟은 건 사실이나, 상해를 가할 생각은 없었습니다"=> 일부러 밟으셨나요? 왜 그러셨나요? 대응할 변호인은 선임하셨습니까?=> 현재 오랫동안 몸담았던 기획사에서 계약 해지를 요구받았다고 하는데 변호인은 개인적으로 선임하실 계획입니까?=> 녹화 당시 스텝들에게 갑질을 했다는 얘기가 있던데 사실입니까?=> 누출된 동영상에서 감희서씨 노래할 때 표정 관리가 안 되시던데 질투가 나셨습니까?결국, 강선정은 눈물만 뚝뚝 흘리다 어떠한 변명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기자회견장을 떠나야 했다.***이준과 함께 소파에 앉아 기자회견을 보고 있는 희서의 마음은 복잡했다.자신이 피해자이긴 했지만, 사건은 몸을 부풀려 큰 이슈를 낳았고, 결국 한 사람은 연예계를 떠나게 되었다.며칠 전 엄마의 기일 날은. 단호하게 말리는 아버지 때문에 본가에 가지도 못하고, 결국 작년처럼 올해도 가족들과 함께하지 못했다.분명히 자신의 잘못은 없었지만, 모든 결과에 대해 그녀는 실체 없는 죄책감에 시달렸다.그때, 커다란 손이 희서의 정수리 위에 올려지며 부드럽게 머리를 쓰다듬었다."그러지 않아도 돼 감희서""...응?"희서가 흔들리는 눈빛으로 이준을 올려다보았다."네 책임 아니야. 네가 짊어지지 않아도 된다고.."순간 배에서부터 뜨겁게 올라오는 그 무언가에 희서는 아무 말도 못 하고 촉촉하게 눈만 적셔갔다.이준은, 희서를 가만히 안아주었다.한참을 안고 있던 이준이 살며시 몸을 떼고 말했다."오늘은, 본가에 가봐야 할 것 같아.""응...."이준은 일주일이 넘도록 본가에 가지 않았다. 필요한 것이 있으면 비서를 통해 전달받았고, 매일같이 몰아쳐 오는 이슈에 발까지 다친 희서를 혼자 둘 수 없어 그 옆을 지켰다.그런데 오늘은 꼭 해야 할 일이 있었다.부모님을 직접 찾아 뵈어야 하는 일이었다.*늦은 오후, 이준은 본가로 돌아갔다.매일같이 부모님과 통화를 했고, 가끔 본사로 넘어가 아버지
강선정. 10년 전, 한 달 내도록 대표가 찾아와 사정하고 매달리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곡을 만들어 주었지만, 사실 라임은 강선정이 부른 제 곡을 실제로 몇 번 들어보지 못했다.아니, 듣길 거부했다는 것이 맞을 것이다.고음 테크닉에 맞춰진 편곡과, 마음에 전혀 와 닿지 않던 곡 해석이, 라임이 생각했던 것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 버린 이유였다. 그래도, 꽤 인기를 끌며 그 곡 하나로 강선정이라는 가수가 이름을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니 그저 다행이다 생각하고 조용히 넘어가 주었다."하...그때 곡을 주는 게 아니었는데.. 이렇게 오만해졌을 줄..""여보, 그래도 조금만 참고 기다려 봐. 이준이가 해결하고 있으니까"***주말이 지나고 월요일.이준은 주말 내도록 희서의 집에 머물며 그녀와 시간을 보냈다.딱히 거창한 걸 하지 않아도, 함께 대화를 하고 밥을 먹고 영화를 보고 또 사랑을 나누는 것 만으로도 시간은 빠르게도 흘렀다.출근을 위해 일찍 일어난 이준은 비서가 가져다준 새 슈트를 입고 노트북을 챙겼다.어제도 체력 좋은 이준을 받아내느라 녹초가 된 몸으로 잠이 든 희서는 여전히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집을 나서기 전, 침실에 들러 잠든 희서의 얼굴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미리 적어 놓은 메모지를 협탁 위에 올려두고, 희서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난 출근해. 일찍 퇴근하고 올 테니까 밥 잘 챙겨 먹고 있어]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억지로 떼어내며 몇 번이고 잠든 희서를 돌아보았다.*잠에서 깬 희서는 이준이 협탁 위에 올려둔 쪽지를 발견하고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금,토.일요일을 제 집에서 지냈는데, 이준은 오늘 퇴근 후에도 오겠다고 했다.불과 며칠을 함께 지낸 것뿐인데, 이준이 집으로 돌아간 후엔, 이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허전함이 몰려올 것 같았다. 벌써부터 희서의 마음이 일렁거렸다."큰일났네..."똑톡!때마침 울린 메시지 알림음에 희서가 휴대전화를 확인했다.줄곧 꺼 놓았던 휴대전화를 어제야 다시 켰는데, 겨우
뒤늦게 잠에서 깬 희서는 이준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 순간 두려움이 밀려왔다.얼른 침대에서 내려와 문을 열었는데, 거실 탁자 앞에서 노트북으로 무언가를 열심히 적으며 집중하고 있는 이준의 모습이 보였다.그제야 가슴을 쓸어내리며 조용히 이준의 곁으로 조심히 걸어갔다.아픈 발 때문에 걸음이 어색하니, 커진 발소리에 이준이 고갤 들고 희서를 바라보았다."깼어?"막, 메일을 전송한 이준이 소파에 올라와 앉으며 두 팔을 벌렸다."이리 와 봐"희서가 바로 앞까지 다가가자 이준이 희서를 제 무릎에 앉히곤 다정하게 머리를 쓰다듬었다."오늘 오후에 기사 하나가 나갈 거야""응? 기사?""아침부터, 너 녹화 중에 다친거랑, 너와 나의 관계에 대해 추측하는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어""정말?"놀란 희서가 허리를 세우며 이준을 바라보았다."너와 내가 연인 관계라는 기사가 나갈 거야. 우리 부모님께도 말씀드렸고, 너희 회사 대표님과도 얘기했고"눈이 커진 희서가 아무 말도 못 하고 이준을 멍하니 쳐다보았다."알고 있었지? 강선정이 일부러 그런 거""아....""네 뒤에 내가 있다는 걸 알아야 순순히 나올 거야""어떻게 알았어?..."이준이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말했다."그냥, 보였어"보호받고 있는 느낌. 생소한 안정감이었다.희서는 울컥 차오르는 가슴에 이준의 목을 끌어안았다."고마워..."그런 희서의 몸을 끌어안고 이준이 낮고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당연한 거지. 내 애인인데..""힝..."결국 울음을 터뜨린 희서가 귀여워 이준은 희서를 꼭 힘주어 안아주었다.*그 날 오후, 이준의 말대로 두 사람에 대한 기사가 터지고, 희서의 휴대전화는 끊임없이 울려댔다.결국 전원을 꺼 놓을 수밖에 없었다.이준은, 희서의 회사 대표와 함께 강선정 회사 대표를 만나고 오겠다고 말한 뒤 저녁에 잠시 집을 나섰다.***=가수 감희서. 아론 그룹 황태자 안이준과 열애 중=-[아론 그룹] 측에서 공식 입장을 통하여 안이준 부사장과 가수 감희서가 좋은
정확한 안이준은, 딱 10분이 지나자 침대에서 내려왔다.거실에 널브러져 있던 옷들 중 제 바지를 주워 입고, 나머지 옷들은 차곡차곡 개어서 소파 위에 올려두곤 주방으로 향했다.바쁜 스케줄에도 시간이 있을 때마다 집에서 음식을 해 먹는지 냉장고 안은 생각보다 쓸만한 재료들이 채워져 있었다.이준이 음식을 하는 동안, 희서는 매니저가 병원 건물에서 구입해 온 방수커버를 깁스 위에 씌우고 조심히 걸어 욕실로 들어갔다.거울에 비친 얼굴을 보는데 번진 화장에 소리를 지를 뻔했다.이런 모습으로 이준이와 마주 보고 있었다니...민망함에 얼굴에 확~ 열감이 올랐다.*욕실을 나와 편한 옷으로 갈아입은 희서가 조심히 걸어 주방으로 건너갔다.잘 잡힌 근육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맨살 위에 앞치마를 한 그의 뒷모습은 희서의 심장을 바닥으로 추락시킬 뻔했다.인기척을 느꼈는지 이준이 하던 일을 멈추고 희서에게 다가가 몸을 부축해 주었다.안전하게 식탁 의자에 앉힌 후 다시 야채를 볶고 있는 그의 뒷모습이 너무도 섹시해서 저도 모르게 입술을 말아 잡았다.[맛있는 밥이 완성 되었습니다]밥솥에서 흐르는 익숙한 소리가 오늘따라 왜 이렇게 설레게 들리는지 모를 일이다.잠시 후.."와...""너무 오래 걸리면 안 될 것 같아서 오므라이스로 했어"너무도 예쁜 때깔의 계란 이불을 보고 희서는 감탄하며 입을 벌렸다."이렇게 요리를 잘하는 지 몰랐어."미소를 지으며 마주 보고 앉은 이준이 순간 눈을 가늘게 뜨며 희서를 바라보았다."감기 걸리게 머리를 왜 안 말리고 나왔어?""어?...아.."평소에는 잘 말리는데, 그냥 네가 빨리 보고 싶어서 패스하고 나왔어.. 라는 말이 차마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아 머뭇거렸다.이준은 희서를 일으켜 화장대 앞으로 데리고 가 앉혔다."빨리 말리고 가서 먹자. 이 봐 머리에서 물이 뚝뚝 떨어지잖아"급기가 드라이기를 들고 직접 머리를 말려주는 이준이었다.놀란 희서가 눈을 크게 뜨고 거울 속에 비치는 이준의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이
결국은 들켜 버렸다. 안이준의 생일을 오래도록 비밀번호로 사용하던 저를 말이다.새빨개진 얼굴은 곧 다시 아래로 아래로 쥐구멍을 찾아 헤매기 시작했다.그러다 멈칫.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몸이 굳어버렸다.커다란 손이 조그마한 그녀의 정수리에 내려지자, 저도 모르게 볼륨이 올라간 심장 소리와 함께 울컥함이 코끝을 때렸다.가만히 올려둔 그의 큰 손이 "다 알아.." 하고 얘기 해 주는 것 같아서..."성격 겁나게 급한 감희서. 오늘은 끝까지 내 말 좀 들어 봐"희서는 고갤 들지 못했다. 그저, 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을 뿐."내가 어제 너에게 미안하다고 했던 건... 이렇게 예쁜 널 이제야 알아본 게 속상해서.. 너무 오래 돌아온 것 같아서...""..!""염치없지만, 이젠 내가 너한테 좀 매달려야 할 것 같은데.."후두둑.대리석 바닥에 투명한 액체가 연속으로 쏟아지는 걸 보면서도 희서는 손을 들어 눈물을 닦아 낼 수조차 없었다."어떻게. 넌 좀 더 도망 다녀 볼래? 아니면 빨리 포기하고 나한테 올래?"가는 어깨가 떨려오자 이준의 가슴이 뻐근해져 왔다.더는 한계였다.그녀의 머리 위를 쓰다듬는 손을 그대로 둔 채, 천천히 몸을 낮춰 반 무릎을 하고 앉았다.그녀는 아직도 고갤 들지 못하고 바보같이 울고만 있었다."얼굴 좀.. 보여주면 안 되나?"애가 탄 그의 목소리에 희서는 재빠르게 두 손으로 얼굴을 정리한 후 천천히 고갤 들었다."아!"이렇게 가까이에 그의 얼굴이 있을지 몰랐다.당장 입술이 붙어도 이상하지 않을 거리에서 그녀의 두 눈을 바라보는 이준의 타는 눈빛에 희서는 입이 벌어졌다."응?...대답은?"또다시 질문을 던지는 그의 동공이 흔들리는 것을 느끼자 희서 또한 더는 망설일 수 없었다.눈물 때문에 목이 메어 목소리 대신 작게 고갤 끄덕였다.그제야 안심한 듯 길게 휘어지는 그의 두 눈과, 유한 호선을 그리는 그의 입술이 눈에 들어왔다."그럼...흡"성격 겁나게 급한 감희서.말이 떨어지기도 전에 입술부터 붙여
주눅이 든 채 뒤따르는 매니저의 어깨가 한없이 작아졌다.저를 싫어하는 게 아니라, 희서에게만 유난히 다정하다는 것을 아직은 눈치채지 못한 듯하다.병원 엘리베이터가 지하주차장에 도착하자, 매니저가 얼른 차를 가까이 이동해 왔다.그러자, 이번에도 이준은 희서를 번쩍 안아 들었다.그리곤, 희서에게만 들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얌전히 안겨 있어"결국 희서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이준이 이끄는 대로 안겨 차로 이동할 수밖에 없었다.어제 그렇게 먼저 전화를 끊어버리고 혼자 한참을 울었는데, 다시는 이준과 마주 볼 일은 없을 거라 여겼는데..지금 이 상황들이 도무지 믿기지가 않았다.*희서의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주차를 한 매니저는, 이젠 자연스럽다는 듯 희서를 안아 들고 엘리베이터로 향하는 이준의 뒤를 따랐다.도착한 엘리베이터에 오르자마자 희서가 층수를 누를 수 있도록 몸을 기울여 주자, 17층 버튼에 불이 들어왔다.매니저가 함께 엘리베이터에 오르고 곧 문이 닫혔는데."왜...."당황한 매니저가 흔들리는 눈으로 이준의 발을 내려다 보았다.닫히고 있는 문 사이에 매끈한 명품 구두가 껴있었고, 곧 문은 다시 활짝 입을 벌렸다."매니저님은 회사에 가셔서 스케줄 조정하셔야죠""네?""4주 동안 깁스해야 한다잖아요. 무리하면 안 되는데 스케줄을 강행하실 건가요?""아!"그러더니 이준이 엘리베이터 밖을 향해 턱짓을 했다.잽싸게 밖으로 뛰어나간 매니저와, 어쩔 줄 몰라하는 희서를 안은 채 태연한 자세로 서 있는 이준이, 문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보았다.때마침 다시 닫힌 문 사이로 이준이 미소를 지으며 작게 고갤 숙였다.결국 문이 닫히자, 매니저의 얼굴은 그제야 환해졌다."와... 웃었다. 날 싫어하는 게 아니었어"***"오픈~"현관문 앞에 선 이준이 시원한 목소리로 오픈을 외치자, 희서가 머뭇거렸다."저..이준아..""씁~ 오픈"희서는 결국 도어록 비밀번호를 하나 하나 찍어가기 시작했다.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천천히 번호를 누르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