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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찾아갈 거야

Author: 은울림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7-20 20:38:07

"어? 언제? 왜?"

눈이 커진 동현이 다급하게 물어왔다.

한숨을 푹~ 내 쉰 선우가, 찬찬히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 놓기 시작했다.

간간이 이준이 말을 보태기도 하며 그동안 선우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털어 놓았다.

두 친구는 말 없이 듣기만 했다.

차마 어떤 말도 할 수가 없어, 한 번씩 허공에 시선을 두고, 목울대를 오르내리며 가만히 선우의 이야기에 집중했다.

기어코 손 바닥으로 제 눈을 흠치며 애써 참아보던 동현이 흐느끼며 울자, 선우가 피식 하고 촉촉하게 젖은 눈으로 웃었다.

"부탁 좀 하자 얘들아"

"말해"

수호가 목을 가다듬고 담백하게 대답했다.

"특히 김수호. 나은이 한테는 내가 직접 말할 수 있게 해 주라.."

"하.... 나은이 많이 울겠네. 너 사라지고... 휴....아무튼, 알았어 유림이 한테 말 안 해. 대신 너무 늦지 마라. 나은이..옛날 그 나은이 아니다"

"어쭈! 시키가 나보다 우리 당고모를 더 잘 아는 것처럼 말하고 있네"

이준이 발끈하자 수호가 푸스스 소리를 내며 웃었다.

***

책장 가장자리, 빨간색 소방차 장난감이 외로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늘 함께 자리하고 있던 파란 경찰차는 나은의 시야에서 어느 순간부터 사라지고 없었다.

늦은 시간, 잠들지 못한 나은은 가을 학기 입학을 목표로 해외 대학원을 알아보고 있는 중이었다.

안회장에게는 생각해 보겠다 말했지만, 부임해 온 경영지원부 총괄 부장이 선우라는 것을 안 순간, 마음을 굳혔다.

유학을 떠나기 전까진, 주어진 업무에 최선을 다할 작정이다.

선우와 마주쳐야 할 일이 생긴다 하여도, 감정에 휘둘리지 않겠다.

마치 몰랐던 사람처럼. 자신이 속해 있는 팀 부서의 총괄 부장이라는 직함 외에는 어떤 관계도 없는 사람으로.

나은은 의자에 기대 눈을 감았다.

그러다 문득 며칠 전 유림에게서 들은 말이 생각났다.

<SNS도 좀 해봐. 트렌드 파악하는 데 도움도 돼>

나은은 휴대전화를 들어 어플을 깔고 가입까지 마쳤다.

***

다음 날.

-대박, 안나은 진짜 가입했냐? 빨리 팔로우 해라-

점심시간이 10분 정도 남은 시간, 유림에게서 메세지가 도착했다.

나은은 제 자리에 앉아서 어제 가입한 SNS에 들어가 보았다.

"다들.. 어떻게 알고"

제 SNS의 팔로워 수를 보며 놀란 나은이, 친구를 추천해 주는 화면을 보고서야 이해를 했는지 "아~" 하는 외 마디 소리와 함께 추천 친구들을 하나하나 살펴 보았다.

유림과 이준, 수호와 동현, 그리고 고민을 하다 다예까지 팔로잉을 하고 업무를 위해 휴대전화를 내려 놓았다.

Drrrrr Drrrrr Drrrrr

손을 떼자마자 울리는 진동 소리에 휴대전화 화면에 시선을 가져갔다.

저장되지 않은 번호를 보며 잠시 고민하다, 통화 버튼을 눌러 귀에 가져갔다.

"여보세요?"

-드디어 전화를 받았네. 내 번호 차단했니?-

나은은 차가워진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탕비실 쪽으로 걸어 나갔다.

"제가 분명히 말씀을 드린 걸로 아는데요"

-너 정말 매정하고 양심 없는 애구나?-

"뭐라고요?"

-오갈 데 없는 애 먹여주고 입혀주고, 응? 애 셋이라 사는 게 빡빡해도 나는 너 끝까지 거둬주려고 했어-

나은이 조소했다.

"그런데 한 달 만에 보육원에 보내셨다면서요"

기억도 나지 않는 4살 때 일들을 끊임없이 얘기하며 자신을 고모라고 칭하는 여자.

가장 힘들 때, 네 부모님 장례까지 다 맡아서 처리하고, 널 데려와 키우려 했었다는 여자.

사는 게 너무 힘들어 널 보육원에 데려다 놨지만, 결국 그래서 그 부잣집 부부한테 입양 될 수 있었던 거 아니냐며 헛소리를 해대는 여자.

-내가 그쪽 보육원에 널 데려다 놔서..-

"제가 입양될 때, 우리 부모님이 돈 주셨다면서요? 4살 이후부터, 법적으로 아무런 관계가 아닌 김미숙님과 저 아닌가요?"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나은이 성인이 되자마자 나은에게 연락을 해 왔던 김미숙은 자신을 고모라 지칭하며 나은에게 돈을 빌려 달라 했다.

나은에게는 아무런 기억도 없는 인물이었고, 현재로써 어떠한 관계성도 없는 인물이었건만 막 성인이 된 나은에게 눈물 연기까지 해가며 돈을 뜯어가려고 했었다.

그때 나은은 그 사실을 엄마에게 얘기 했었고, 엄마 세희가 직접 나서서 해결했다.

그 후론, 얼씬도 못하더니 세희가 사망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연락을 해대기 시작했다.

세희는 나은을 입양해 왔을 때, 잠시라도 맡아주었던 감사의 표시로 이미 김미숙에게 사례를 했었다고 했다.

혹시라도 차후에 김미숙이나 그의 남편 박형규가 또 연락을 해 오면 절대 응해주지 말라고 나은에게 단단히 일러주기도 했었다.

-아휴.. 얘 지우야-

"안나은"

-뭐?-

"안나은 이라고요 내 이름"

-아 그래, 안나은. 네 고모가 지금 길거리에 나 앉게 생겼어. 이러다가 죽을지도 몰라-

나은은 어떤 말을 해와도 응해줄 생각이 없었다.

직장인이 된 지 얼마나 되었다고.. 제게 주어진 재산은 다 부모님으로부터 온 것인데, 절대로 함부로 내어줄 생각이 없었다.

"끊을게요"

-찾아갈거야!-

"....뭐요?"

-네가 다니는 회사 찾아갈 거라고!-

말문이 막힌 나은은 잠시 말이 없었다.

-너 이제 부모 없잖아! 어차피 핏줄도 아닌데 내가 가서 깽판 치고, 계속 시끄럽게 굴면, 그쪽 집안에서 널 끝까지 봐줄까?-

웃음이 났다. 가슴이 아픈데, 왜 마음과는 달리 웃음이 나는 건지 모르겠다.

"핏.. 그래요. 와서 깽판 한 번 쳐봐요. 아무것도 없이 쫓겨나면 더 이상 나한테 이딴 요구는 하지 않겠지"

-무..뭐?-

"한 번 만 더 전화하면, 고소할 거에요. 참고로 통화 내역 다 녹음 해 놨으니까 그렇게 아시고요"

뚝!

나은이 먼저 전화를 끊어 버렸다.

<너 이제 부모 없잖아! 어차피 핏줄도 아닌데..>

탕비실 구석에 몸을 기대고 그대로 고갤 숙인 나은이 애써 눈물을 참아냈다.

엄마가 너무 보고 싶은데, 그래도 여기서 우는 건 금물이다.

씩씩하게 해내겠다고 약속했으면서.. 엄마와의 약속을 지켜야 했다.

똑똑

그때, 탕비실 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고갤 든 나은은 몸을 바로 하고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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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 들어왔는지 탕비실 문 앞에 서서 일부러 문을 노크하며 인기척을 낸 차지웅 팀장이 나은을 바라보고 있었다."괜찮습니까?""아. 네.. 괜찮습니다"바지 주머니에 한 손을 찔러 넣고 서 있던 차팀장이 나은에게 다가왔다.그러더니 주머니에서 막대 사탕 하나를 꺼내 내밀었다."기분 안 좋을 때, 도움이 되더라고요"포도맛 막대 사탕을 가만히 바라보던 나은이 두 손을 내밀어 받았다."감사합니다""이거 다 먹고 나와요"그 말을 남기고 탕비실을 벗어난 차팀장의 뒷모습을 나은이 멍하니 쳐다 보았다.손에 쥐어진 포도맛 막대 사탕을 보는데, 찌르르 가슴이 아파왔다.기억하고 싶지 않은데, 떠올리고 싶지 않은데,나은의 기분이 안 좋을 때마다 딸기맛 막대 사탕을 까서 입에 넣어주던 선우의 손길이, 미소 짓던 얼굴이 생각나 버렸다.선우가 사라지고, 쳐다도 보지 않았는데.."포도맛이니까.. 딸기맛 아니니까.."합리화를 하고는, 막대 사탕을 까서 입에 물었다.***"오늘 저녁에 회식 있는 거 다들 아시죠?"차팀장의 목소리에 김민석 대리가 물었다."오늘도 삽겹살 인가요 팀장님?""오늘은 특별히 안나은 과장 환영회를 위한 회식이니까... "팀원들의 눈빛이 반짝 거렸다.그 모습을 보고 차팀장이 웃음을 머금었다."제가 쏠게요 소로 갑시다!""예!!""우와!""안과장님 감사합니다~"한 것도 없는데 감사 인사를 받으려니 민망한 나은이,"그러엄~ 2차는 제가 쏩니다!""와!!"어느새 에너지 넘치는 나은으로 돌아와 있었다.차팀장은 그런 나은을 보며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다.큰 일을 겪고 아직도 많이 힘든 상황이었지만, 나은은 회사에서 만큼은 특유의 밝은 에너지로 팀원들을 대했다.전략기획팀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나은의 이런 성격 때문에 팀원들과도 금세 친해질 수 있었다.단 한 명, 노정은 과장을 제외하고서.손차장이 업무 보고를 위해 팀장을 따라 팀장실로 들어가자, 기다렸다는 듯 비아냥 거리는 노정은 과장이었다."아니, 본인 환영회

  • 마주 선 우리   7. 찾아갈 거야

    "어? 언제? 왜?"눈이 커진 동현이 다급하게 물어왔다.한숨을 푹~ 내 쉰 선우가, 찬찬히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 놓기 시작했다.간간이 이준이 말을 보태기도 하며 그동안 선우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털어 놓았다.두 친구는 말 없이 듣기만 했다.차마 어떤 말도 할 수가 없어, 한 번씩 허공에 시선을 두고, 목울대를 오르내리며 가만히 선우의 이야기에 집중했다.기어코 손 바닥으로 제 눈을 흠치며 애써 참아보던 동현이 흐느끼며 울자, 선우가 피식 하고 촉촉하게 젖은 눈으로 웃었다."부탁 좀 하자 얘들아""말해"수호가 목을 가다듬고 담백하게 대답했다."특히 김수호. 나은이 한테는 내가 직접 말할 수 있게 해 주라..""하.... 나은이 많이 울겠네. 너 사라지고... 휴....아무튼, 알았어 유림이 한테 말 안 해. 대신 너무 늦지 마라. 나은이..옛날 그 나은이 아니다""어쭈! 시키가 나보다 우리 당고모를 더 잘 아는 것처럼 말하고 있네"이준이 발끈하자 수호가 푸스스 소리를 내며 웃었다.***책장 가장자리, 빨간색 소방차 장난감이 외로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늘 함께 자리하고 있던 파란 경찰차는 나은의 시야에서 어느 순간부터 사라지고 없었다.늦은 시간, 잠들지 못한 나은은 가을 학기 입학을 목표로 해외 대학원을 알아보고 있는 중이었다.안회장에게는 생각해 보겠다 말했지만, 부임해 온 경영지원부 총괄 부장이 선우라는 것을 안 순간, 마음을 굳혔다.유학을 떠나기 전까진, 주어진 업무에 최선을 다할 작정이다.선우와 마주쳐야 할 일이 생긴다 하여도, 감정에 휘둘리지 않겠다.마치 몰랐던 사람처럼. 자신이 속해 있는 팀 부서의 총괄 부장이라는 직함 외에는 어떤 관계도 없는 사람으로.나은은 의자에 기대 눈을 감았다.그러다 문득 며칠 전 유림에게서 들은 말이 생각났다.나은은 휴대전화를 들어 어플을 깔고 가입까지 마쳤다.***다음 날.-대박, 안나은 진짜 가입했냐? 빨리 팔로우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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