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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Author: 온빛
심도윤의 비서가 머쓱한 표정으로 문 앞에 서 있었다.

“대표님, 임유나 씨가 찾으십니다.”

심도윤은 곧바로 휴대폰을 집어넣으며 서둘러 말했다.

“프로필 사진은 잠깐 바꾼 것뿐이야. 유나 기분 맞춰주려고 그런 거니까 신경 쓰지 마. 나중에 다시 바꿀 테니까.”

그는 할 말만 남긴 채 바쁘게 자리를 떠났다.

나는 그의 뒷모습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가만히 바라보다가 휴대폰을 들어 십 년 동안 함께 사용했던 커플 프로필 사진을 삭제했다. 이어 심도윤과의 대화방까지 삭제하고 나서야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그는 아마 모를 것이다.

이혼 서류는 이미 변호사를 통해 가정법원에 접수된 상태였다. 한 달 후면 우리는 법적으로도 완전히 남남이 된다.

우리에게 이제 다음은 없었다.

업무를 동료에게 인계한 뒤 병실로 돌아오자 탁자 위에 꽃다발 한 다발이 놓여 있었다.

간병인은 나를 보자 반갑게 웃으며 말했다.

“남편분이 정말 사모님을 사랑하시나 봐요. 하루도 빠짐없이 꽃을 보내시더라고요.”

나는 낯선 얼굴의 그녀를 바라보며 옅게 웃었다.

“새로 오셨나 봐요?”

이 병원에서 내 남편의 애인들을 내가 직접 분만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오래전부터 나는 병원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존재였다. 다들 그 꽃을 사랑의 표현이라 여겼다.

나는 속으로 씁쓸하게 웃으며 꽃다발을 내려다보았다.

하지만 그녀가 말한 남편은 심도윤이 아니었다. 정확히는 심도윤의 비서였다.

심도윤은 늘 이런 식이었다. 자신의 손으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도 마치 모든 정성을 다한 사람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어린 애인이 출산하는 날에도 본처인 나를 위로할 꽃을 잊지 않을 만큼 세심했고 무엇이든 빈틈없이 챙겼다.

하지만 그것은 사랑이 아니라 습관에 가까웠다.

간병인이 입을 열기도 전에 나는 꽃다발을 그녀에게 내밀었다.

“버려주세요. 저 꽃가루 알레르기가 있어서요.”

간병인의 표정이 순간 굳었다.

그녀는 꽃다발을 받아 들고 황급히 병실을 나갔다.

잠시 뒤 휴대폰이 진동했다.

심도윤에게서 온 문자였다.

[오늘 꽃 받았어? 특별히 골라서 보낸 건데.]

문자를 읽던 손가락이 잠시 멈췄다.

그러자 오래전 기억 하나가 떠올랐다.

그가 내게 프러포즈하던 날이었다.

행사장 바닥은 꽃으로 가득 덮여 있었고 꽃 한 송이 한 송이마다 알레르기를 걱정해 꽃술까지 모두 제거해 둔 상태였다.

내 약지에 반지를 끼워주던 순간, 그의 손에 남아 있는 크고 작은 상처를 발견한 나는 참지 못하고 눈물을 쏟았다.

그러자 그는 능청스러운 얼굴로 웃으며 말했다.

“어때? 평생 잊지 못할 프러포즈 해준다고 했잖아. 거짓말 아니지?”

나는 심도윤이 나를 사랑하던 시절의 모습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사랑이 식은 뒤 그가 얼마나 무심해지는지도 누구보다 잘 알았다.

그런데도 예전의 나는 끝까지 그를 붙잡으려 했다.

그가 다른 여자와 사생아를 하나씩 늘려가는 모습을 뻔히 보면서도 끝내 놓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는 정말 지쳤다.

그가 앞으로 다른 여자와 몇 명의 아이를 낳든, 얼마나 더 많은 가정을 만들든 더는 내 일이 아니었다.

결국 답장은 보내지 않았다.

깊이 잠든 것 같았지만 여전히 악몽이 따라붙었고 오후가 되어서야 눈을 떴을 때는 심도윤이 병상 앞에 앉아 있었다.

그는 내 휴대폰을 손에 쥔 채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

“왜 비밀번호 바꿨어?”

나는 질문에 답하는 대신 되물었다.

“왜 왔어?”

그의 몸에서는 달착지근한 젖 냄새가 희미하게 풍겨왔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 모습을 본 심도윤이 미간을 살짝 찌푸렸지만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메시지 답장이 없어서.”

담담한 말투였지만 목소리에는 서운함이 묻어 있었다.

나는 그를 바라보며 오래전 나눴던 약속을 떠올렸다.

상대의 메시지를 보면 가능한 한 빨리 답장하자고 했던 약속이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우리의 대화창은 내 혼잣말만 쌓여가는 공간이 되어 있었다. 기억이 맞다면 그가 마지막으로 내게 답장을 보낸 건 한 달 전이었다. 그마저도 본계정이 아닌 부계정으로 보낸 짧은 메시지 하나가 전부였다.

나는 대수롭지 않은 듯 말했다.

“자고 있어서 못 봤어.”

심도윤은 무언가 말하려다 잠시 입을 다물었다.

그러다 결국 결심한 듯 입을 열었다.

“유나가 결혼식을 하고 싶다는데.”

잠시 머뭇거리던 그가 다시 말을 이었다.

“서아야. 네가 준비하던 결혼식, 걔한테 양보해 줄 수 있어?”

순간 몸이 굳어버렸다.

결혼한 지 칠 년이 지났지만 그의 가족이 반대한다는 이유로 우리는 단 한 번도 결혼식을 올리지 못했다.

대신 심도윤은 칠 주년이 되면 반드시 결혼식을 열어주겠다고 약속했고 나는 그 말을 믿고 오랫동안 준비해 왔다.

하지만 칠 주년은 이미 한참 전에 지나갔고 결혼식은 그의 손에 의해 번번이 미뤄졌다.

처음 결혼식이 연기됐을 때 그는 출장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실상은 첫 번째 애인의 산전 검사를 함께 받으러 간 것이었다.

그때는 우리 첫째 아이를 잃은 지 불과 석 달밖에 지나지 않았던 시기였다.

의사에게서 나와 그의 유전자가 맞지 않아 건강한 아이를 낳기 어렵다는 말을 들은 것도 바로 그 무렵이었다.

그리고 심도윤은 그때부터 바람을 피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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