ログイン다음 날 아침, 항구를 떠나는 배.
단우는 진료에서 안내받은 대로 오른팔을 받치고 앉았다. 짐은 동행한 경호 담당자가 옮겼다. 서우가 자리 옆에 앉자 그는 창 쪽을 양보했다.
공항까지 이동한 뒤에는 예약한 여객기를 기다려야 했다. 출발 시간이 조금 늦어졌다. 단우는 직원에게 말을 하려다 서우가 가방에서 책을 꺼내는 모습을 보고 다시 앉았다.
“보스도 기다리네요.”
서우가 말했다. 그가 불만스러운 얼굴로 돌아보자 여자는 웃으며 책을 반쯤 펼쳐주었다. 단우는 글보다 그녀의 어깨가 닿는 거리를 더 오래 의식했다.
같은 시각, 해림대 의료재단의 작은 회의실.
강태준은 추가 자료 보존 요청을 읽고 있었다. 이미 재심으로 끝났다고 생각했던 일이 10년 전 연구 기록까
다음 날 아침, 항구를 떠나는 배.단우는 진료에서 안내받은 대로 오른팔을 받치고 앉았다. 짐은 동행한 경호 담당자가 옮겼다. 서우가 자리 옆에 앉자 그는 창 쪽을 양보했다.공항까지 이동한 뒤에는 예약한 여객기를 기다려야 했다. 출발 시간이 조금 늦어졌다. 단우는 직원에게 말을 하려다 서우가 가방에서 책을 꺼내는 모습을 보고 다시 앉았다.“보스도 기다리네요.”서우가 말했다. 그가 불만스러운 얼굴로 돌아보자 여자는 웃으며 책을 반쯤 펼쳐주었다. 단우는 글보다 그녀의 어깨가 닿는 거리를 더 오래 의식했다.같은 시각, 해림대 의료재단의 작은 회의실.강태준은 추가 자료 보존 요청을 읽고 있었다. 이미 재심으로 끝났다고 생각했던 일이 10년 전 연구 기록까지 이어지고 있었다.강시혁은 서우가 귀국한다는 연락을 전했다. 교수가 원하면 다른 병원으로 옮기는 방안도 논의 중이라고 했다.“오 교수의 개인 자료가 밖으로 나가면 곤란합니다.”강태준은 대답하지 않고 종이를 뒤집었다. 열람 범위를 다시 확인하라는 메모를 적었다.강시혁은 그 메모를 보고 문으로 갔다. 복도에 나와 열람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차서우가 요청한 범위를 다시 읽어달라고 했다. 상대가 항목을 부르는 동안 그는 병실 문과 자료실 쪽을 번갈아 보았다. 서우는 이제 자신이 문을 열어주거나 닫아둘 수 있는 병원으로 오고 있었다.***해온 공항에 도착했을 때 비가 내리고 있었다.서우는 유리창 너머 도로를 보았다
레오는 작은 모래놀이 자리에서 길을 만들고 있었다. 서우가 가까이 앉자 아이가 길 한쪽을 비워주었다.서우가 다가가 무릎을 꿇고 아이의 눈높이를 맞추었다.“레오야.”서우의 부드러운 목소리에 아이가 고개를 번쩍 들며 환하게 웃었다.“엄마!”아이가 모래 묻은 손으로 서우의 가운 자락을 붙잡았다.서우는 아이의 이마를 부드럽게 쓸어내리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내일 삼촌이랑 며칠 다녀와야 해. 선생님이 일하던 병원에 가고, 아는 분도 만나야 해.”서우가 말했다. 레오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모래에 꽂아둔 삽을 뽑았다가 다시 꽂았다.“삼촌은 또 아파?”“이번에는 치료받으러 가는 건 아니야. 하지만 삼촌도 팔은 계속 조심해야 해.”서우가 답했다. 아이는 단우를 보았다. 남자는 맞는 말이라며 고개를 끄덕였다.레오는 혼자 남기 싫다고 말했다. 서우가 옆에 앉자 아이는 달력의 표시를 손끝으로 문질렀다. 단우는 마르코를 불러 연락할 시간을 함께 적게 했다.단우가 달력에 표시한 날짜를 보여주었다. 연락할 시간을 정하고, 일정이 달라지면 먼저 알리겠다고 했다. 레오는 저녁마다 삼촌 얼굴도 보여야 한다고 했다. 그 요구에는 단우가 대답했다.아이의 눈가가 젖었지만 손을 놓지 못할 만큼 울지는 않았다. 서우는 다녀오면 무조건 더 좋아질 것이라 약속하지 않았다. 대신 돌아오는 날 첫 식사는 함께 먹겠다고 했다.
“네 어머니 기록 말이다. 병리과에 남은 검체가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번호를 내가 가지고 있어. 당시 진료에 관해서도…… 내가 설명해야 할 것이 있다.”서우의 손이 차 문을 붙들었다.오 교수는 말하다 숨을 골랐다. 평소 앓던 심장 문제 때문에 입원했다고 했지만, 지금 상태를 전화로 판단할 수는 없었다. 서우는 곁에 의료진이 있는지 물었다. 노인은 곧 부르겠다고 했다.“의료진 먼저 불러주세요. 자료는 나중에 들어도 돼요.”그녀가 말했다. 노교수가 짧게 대답했다. 그 뒤 멀리서 누군가 전화기를 달라고 했다.연결된 목소리가 바뀌었다.강시혁이었다.“오 교수님은 지금 안정이 필요해. 네 전화 때문에 흥분하시면 곤란하지.”서우는 눈을 감았다가 떴다.“담당 의료진에게 상태를 확인하겠습니다. 교수님이 원하시면 다른 병원으로 옮기는 것도 상의할 거고요.”강시혁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서우는 수화기에서 그의 숨만 들었다.“자료도 정식으로 요청하겠습니다. 없던 일로 안 끝냅니다.”그녀가 덧붙이자 남자의 목소리가 낮아졌다.“그렇게까지 해야겠어?”전화가 끊겼다. 서우는 다시 걸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 단우가 차 문을 잡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마지막 통화 시각을 적었다.이번에는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모르는 채 멈춰 있을 수 없었다.전화가
박민우가 물었다. 서우는 그 말이 단우를 가리킨다는 것을 알았다. 설명할 수 있는 내용만 정확히 답하려고 종이를 펴놓았다.“현재의 보관 경위를 적어왔습니다. 필요한 권한과 절차가 확인되면 협조하겠습니다.”그녀의 목소리가 끝에서 조금 떨렸다. 요청 목록을 펴 보관처와 사본 인계일을 가리켰다. 박민우가 펜을 들자 그 번호도 함께 적어달라고 했다.***박민우가 재단의 처음 주장에 관해 질문했다.연구비를 관리한 사람인지, 연락을 끊은 이유가 무엇인지, 왜 해외에 남아 있는지. 서우는 이미 제출한 의견서의 날짜를 읽었다. 납치에 대해서도 진술했고 그 이후 자발적으로 진료에 참여한 기간은 구분해서 설명했다.“피해를 주장하는 사람과 계속 함께 지냈다는 말입니까?”그 질문이 나올 줄 알았는데도 얼굴이 달아올랐다. 서우는 문 밖에서 기다리는 단우를 떠올렸다. 지금 자신의 대답을 들으면 그가 어떤 표정을 지을지도 생각났다.“처음 이동은 강제였습니다. 이후에는 연락과 출입을 제한하지 않는 조건을 확인하고 한시적으로 남았습니다. 그 결정이 처음 있었던 일을 없애지는 않습니다.”박민우는 메모를 했다. 장피에르는 초기 신고 때 확보한 운항 자료와 이동 시점, 단우 본인의 출석 진술을 대조했다. 서우의 설명을 기다리지 않고도 확인할 줄이 있었다. 기록 담당자가 빠뜨린 부분을 서우가 바로잡았다.서우는 진술서의 이동 시각을 다시 읽었다. 단우의 이름 옆에서 잠깐 펜이 멈췄다. 담당자가 더 적을 것이 있느냐고 묻자 그녀는 눈을 가린 채 탔던 차의 소리를 떠올리고, 기억나는 방향을 덧붙였다.
아이는 자신이 아끼던 낡고 부드러운 순백의 털 담요를 작은 두 손으로 펼쳐 서우의 떨리는 어깨 위에 조심스럽게 둘러주었다.그리고 작은 두 팔로 서우의 목을 있는 힘껏 꼭 끌어안았다.엄마.서우는 아이를 더 가까이 안았다. 엄마라는 소리가 자기에게 닿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잠깐은 오래전 어머니를 부르던 자신의 목소리처럼 들렸다.아이의 작은 심장이 제 흉곽 위에서 규칙적으로 콩닥콩닥 뛰고 있었다.서우는 아이를 안은 팔에 힘을 줬다가 조금 풀었다. 너무 꽉 안으면 레오가 놀랄 것 같았다. 아이는 이유를 묻지 않고 그녀의 어깨에 얼굴을 붙였다. 그 무게를 받치니 눈물이 다시 났다.단우가 다친 오른팔을 몸에 붙이고 왼손을 뻗었다. 서우는 그 팔 안으로 자리를 옮겼지만 차트를 놓지는 못했다. 레오의 등이 종이에 닿지 않도록, 태블릿을 옆으로 돌려 쥐었다.아이를 재우러 보낸 뒤, 서우에게 다시 연락이 왔다.현지 수사 담당자 장피에르였다. 서하 쪽에서 온 추가 자료 요청에 관해 대면 확인이 필요하다고 했다. 앞선 신고와 진술, 재단의 주장 사이에 맞지 않는 부분이 있어 따로 설명을 듣고 싶다는 것이었다.서우는 혼자 가야 하느냐고 물었다. 법률 조력을 받을 수 있고, 일정과 장소는 다시 조정하자는 답을 들었다. 그녀는 날짜를 적었다.곧 재단과 관련된 일을 맡아온 박민우 검사가 직접 방문하겠다는 연락도 왔다. 전해온 문서에는 이미 철회된 연구비 주장까지 남아 있었다. 서우는 그것을 읽고 재심 결과를 곁에 놓았다.“어머니 자료가 나온 뒤에 이런 연락이
태블릿 화면에 떠오른 흑백의 디지털 스캔 차트.그 상단에 선명하게 박혀 있는 세 글자, ‘한혜진’.서우의 귓가에서 삐이— 하는 날카로운 이명이 울리며, 주변의 모든 소리가 아득한 진공 상태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서우가 열 살에 아버지를 잃은 뒤 어머니는 혼자 딸을 키웠다. 해림의과대학에 수석으로 합격한 겨울에도 가슴이 아프다는 말을 뒤늦게 꺼냈다. 심장내과에 입원하면 나아질 줄 알았다. 사흘 뒤 서우는 병실 대신 영안실로 내려가야 했다. 합격 소식을 들었을 때의 얼굴을 떠올릴 때마다 마지막으로 묻지 못한 통증의 시작이 함께 생각났다.그때 주임교수였던 강태준은 급성 심근경색과 심인성 쇼크를 설명했다. 서우는 단어를 적었지만 무슨 일이 얼마나 빨리 진행됐는지 제대로 묻지 못했다. 뒤에 서 있던 전공의 강시혁이 서류를 넘겨주었다.의학을 배우기 시작하기 전이었다. 어머니의 손을 잡고도 자신이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이 오래 남았다. 조금만 더 일찍 배웠다면 달라졌을 것이라고 생각했다.시간이 지나 의사가 된 뒤에는 그 생각이 사실인지도 알 수 없다는 것을 배웠다. 그래도 아이들의 작은 혈관을 들여다보며 수술을 배울 때마다, 설명을 기다리던 어린 자신이 떠올랐다. 소아심장 분야를 택한 이유를 누군가 물으면 늘 그중 일부만 답했다.지금 눈앞에 놓인 자료에는 듣지 못했던 약 이름이 있었다.[연구 코드: TX-902][입원 중 투여 기재 및 이상 반응 보고: 원 진료 기록 대조 필요]서우는 적힌 시각과 사망 날짜를 번갈아 봤다. 약을 받은 뒤 상태가 나빠졌다고 해서 그것이 원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