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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분이 내 진료서를 바꿨다

환자분이 내 진료서를 바꿨다

By:  나별루Completed
Language: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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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협진의에서 내 병력이 담긴 자료가 ‘불륜 고백서’로 바뀌었다. “첫 번째 증거. 불륜임을 알면서도 의도적으로 저지르다니, 의료인의 윤리가 바닥이다.” “두 번째 증거. 환자의 가족을 괴롭히고 가정을 파탄 낸 장본인이다.” “세 번째 증거. 사람의 생명을 가볍게 여기며 보복을 시도하고, 정실과 자식을 죽이려 하면서 자신이 자리하려는 음모까지 꾸몄다.” 그녀는 사람들을 끌어모아 나를 도덕적으로 몰아세웠고, 억지로 죄를 인정하라고 윽박질렀다. 심지어 폭행을 당해 나는 뇌진탕까지 입었다. 수술실에서 달려온 남편을 보며 나는 싸늘하게 말했다. “정실 부인이 내연녀한테 재판받는 꼴이 됐는데 어디 감히 기어올라!” 그 말을 들은 남편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진짜 불륜녀의 뺨을 때렸다. “보안팀! 뭐 해? 당장 이 병원 난동자를 잡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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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

제1화

전문가 협진의 시작되었고, 병원장과 각 과의 의사들이 모두 자리를 잡고 있었다.

나는 목을 한 번 가다듬고, 준비한 PPT를 켰다. 그리고 환자의 상태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민준, 남자, 다섯 살. 발병 당시 나이는 세 살이었으며, 현재 투석 치료를 받은 지 2년이 되었습니다...”

그 순간, 아래쪽 의사들 사이에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려왔고, 뒤에서 누군가가 나를 가리키며 손가락질하고 있었다.

뭔가 이상하다는 걸 느끼고 고개를 돌려 대형 스크린을 바라봤다.

내가 준비했던 환자 상태 설명 자료가 누군가에 의해 ‘불륜 고백서’로 바뀌어 있었다.

나는 순간적으로 멍해져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때 회의실 문이 쾅 하고 열리더니 강인아가 아이를 안고 들어왔다.

그녀는 내 머리채를 거칠게 잡아당기며 나를 단상 아래로 끌어내렸다.

“너 어떻게 이 정도로 뻔뻔할 수가 있어? 내 남편을 유혹하더니 이제는 내 아들까지 죽이려고 해? 오늘 내가 널 확실히 혼내줄 거야!”

미처 대응할 틈도 없이 그녀가 들고 있던 노트북이 내 머리를 향해 날아들었다.

머리를 손으로 감싸며 급히 말했다.

“민준 어머님, 저를 조금 오해하신 것 같아요. 우리 문제는 나중에 따로 말씀 나누시죠. 지금은 민준이를 위해 교수님들께서 협진 중이니, 여기서 소란을 피우시면 곤란합니다.”

그때 머리가 희끗희끗한 여의사가 나서서 강인아에게 말했다.

“보호자님, 진정하세요. 지금은 아이의 치료 계획을 논의 중입니다. 임난이 선생님에게 잘못이 있다면 병원장님께 따로 이야기하세요.”

그러나 강인아는 전혀 듣지 않았다.

“이 여자가 너희들 말이나 듣는 사람이었으면 애초에 남의 가정을 파탄 내지도 않았겠지!”

이어지는 강인아의 말에 회의실의 분위기가 점점 험악해졌다.

“협진이라니, 임난이 같은 여자가 민준이를 위해서 뭔가를 하겠어? 그 여자는 민준이가 죽길 바라고 있어. 자기 딸 자리를 비워야 하니까!”

강인아는 마이크를 잡고 크게 외쳤다.

“저는 이민준의 엄마입니다. 오늘 여기서 임난이라는 여자가 어떤 사람인지 낱낱이 밝히겠습니다. 이 여자는 제 남편을 유혹했고, 제 아들을 죽이려 하고 있습니다.”

내과 과장이 급히 나서며 말했다.

“무슨 말을 그렇게 막 합니까! 병원장님께서도 보고 계시는데, 지금 이 상황을 방치하면 안 됩니다. 보안팀을 불러서 이분을 데려가세요!”

그러나 강인아는 자신을 제지하려는 남자 의사를 뿌리치고 고함을 질렀다.

“누가 날 건드리기만 해봐! 너희 병원은 한통속이지? 임난이한테 뭔가 받았으니까 이렇게 감싸고 도는 거잖아! 오늘 내가 이 여자를 폭로하지 못하면 아이랑 같이 병원 옥상에서 뛰어내릴 거야!”

회의실 안은 곧 웅성거림으로 가득 찼다.

“임난이, 혹시 진짜 내연녀 아니야?”

“그래, 나도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저 나이에 어떻게 벌써 주치의가 됐겠어? 설마 남자랑 자서 승진한 거 아니야? 그러면 내연녀로 당하는 것도 놀랍지 않아.”

“떳떳하면 두려울 것도 없지 않아?”

“그런데 보호자가 저렇게 아이까지 들고 왔는데 정말 증거가 있는 거 아닌 걸까?”

강인아는 주변 사람들의 반응을 보고 더욱 의기양양해졌다.

결국, 병원장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내과 과장을 막았다.

“오늘 일이 이렇게 커진 이상, 오해가 있다면 이 자리에서 분명히 해야겠군요.”

나는 깊게 숨을 들이쉬며 침착하려 애썼다.

“강인아 씨, 저는 당신이 말하는 내연녀가 아닙니다. 저는 이미 결혼한 사람이고, 결코 다른 사람의 가정을 파괴한 적이 없습니다.”

그러자 강인아는 냉소하며 말했다.

“좋아, 네가 끝까지 발뺌하는지 보자. 오늘 네 본모습을 낱낱이 밝힐 거야!”

그녀는 리모컨을 들어 대형 스크린을 켰다.

“첫 번째 증거, 임난이는 의사로서 윤리도덕을 져버리고, 불륜임을 알면서도 의도적으로 저지르다니, 의료인의 윤리가 바닥이다.”

“내가 이유재와 함께한 세월이 몇 년인데, 임난이는 걔가 유부남인 걸 뻔히 알면서도 계속 전화를 걸어댔어요!”

나는 화면을 보았다. 거기에는 내가 남편과 통화한 기록이 증거라고 올라와 있었다.

같은 병원에서 일하다 보니 시간을 맞추지 않으면 얼굴을 보기도 힘들어 나는 항상 남편의 퇴근 시간을 물었다.

하지만 강인아는 내게 해명할 기회도 주지 않고 계속 말했다.

“두 번째 증거! 환자의 가족을 성희롱하고 한 가정을 파탄 낸 장본인이다.”

“이 여자가 얼마나 파렴치한지 보라고요! 이건 내가 모아둔 증거들이에요!”

화면에는 남편과 내가 찍힌 사진들이 띄워져 있었다.

병원 복도에서 키스하는 사진, 병원 정원에서 손을 잡고 산책하는 사진.

그리고 우리 부부의 채팅 기록까지도 공개되었다.

남편은 항상 둘째를 원했지만 첫째 서애가 초등학교에 들어갈 때까지 나는 계속 거절했다.

이제야 둘째를 고민하기 시작했기에 대화 내용에는 부부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종종 포함되어 있었다.

얼굴이 붉어진 채 말을 잇지 못하고 있는데 강인아는 다시 입을 열었다.

“세 번째 증거, 사람의 생명을 가볍게 여기며 보복한 죄!”

“이 여자는 선량해 보이지만 속은 썩어 문드러졌어요. 민준이의 주치의로서 아이의 병세가 악화되도록 방치했어요. 이 여자는 내 아들의 신장이식을 일부러 미루고, 내 아들을 죽게 만들려고 한 거라고요!”

“자기 딸을 위해서 우리 모자를 없애려는 거예요. 이게 살인 아니면 뭐겠어요?”

강인아는 눈을 부릅뜨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이어갔다.

“임난이, 네 죄를 인정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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