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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마른 계절에 네가 날아들었다
메마른 계절에 네가 날아들었다
작가: 하늘

제1장

작가: 하늘
그러나 오직 이토록 덤덤하고 고요한 반응만은 예상치 못했다.

그 침착함이 오히려 그들의 마음을 이유 없이 불안하게 만들었다.

“희주야.”

소도윤이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리고 한 걸음 앞으로 다가왔다.

늘 냉랭하던 그의 얼굴에 보기 드물게 어색한 기색이 감돌았다.

“도희는 그저... 일시적인 흥미로 한 말일 뿐이다. 양보하기 싫다면 우리가...”

“괜찮아.”

강희주가 그의 말을 자르며 아무렇지 않게 봉명금을 내려놓고 가볍게 앞으로 밀었다.

“가져가.”

서태경은 덩그러니 놓인 봉명금과, 지나치게 평온한 강희주의 옆모습을 번갈아 살폈다.

순간, 가슴속에 일렁이는 기묘한 불안감이 더욱 짙어졌다.

그가 이내 부드러운 목소리로 달래듯 말했다.

“희주야, 이번 일은 우리가 네게 빚을 진 셈 치자. 조만간 꼭 더 좋은 재료를 구해서 이보다 훨씬 멋진 걸로 만들어 주마. 응?”

“필요 없어.”

강희주의 시선이 세 사람의 얼굴을 차례로 훑었다.

맑게 갠 봄날의 녹아내리는 눈처럼 깨끗하면서도 시린 눈빛이었다.

“앞으로 너희가 원하는 게 있다면 무엇이든 내어줄게. 그렇지 않으면... 지난번처럼 피를 흘리며 죽어갈까 무서우니까.”

“희주야!”

최이현의 안색이 급변했다.

방금 전 그녀가 흔쾌히 수락한 덕에 누렸던 안도감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아픈 곳을 찔린 듯한 분노와 당혹감이 그 자리를 채웠다.

“지난번 일은 이미 몇 번이고 설명했잖아! 그때 도희는 맹독에 중독되어 생명이 경각에 달해 있었고, 오직 네 피로만 해독할 수 있었다! 우리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일이 끝난 뒤에 사죄도 했고, 태의원에서 가장 좋은 보약들을 물 쓰듯 보내주었거늘 대체 왜 아직까지 그 일을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거냐?”

“맞아.”

소도윤이 미간을 찌푸리며 무거운 목소리로 거들었다.

“그땐 상황이 급박했다. 도희의 목숨이 경각에 달린 게 아니었다면 우리가 어찌 네게 강압적으로 굴었겠느냐? 평소에는 사리분별이 바르던 네가 왜 이 일에서만 이토록 고집을 부리는 것이야?”

서태경이 한숨을 쉬며 분위기를 중재하려 나섰다.

“희주야, 네가 억울한 감정을 느끼는 건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도희는 어쨌든 네 친동생이지 않느냐. 우리도 네 체면을 보아 그 아이를 지극정성으로 보살펴 준 것이란다. 만약 아직도 앙금이 남아 있다면 우리에게 화풀이를 할지언정, 애꿎은 도희를 몰아세우지는 말거라. 도희는 몸이 약해 충격을 견디지 못해.”

끊임없이 이어진 어쩔 수 없었다는 변명에 강희주의 뼛속 깊은 곳에서부터 스며 나온 지독한 피로감이 온몸을 잠식해 들어갔다.

그녀는 입꼬리를 살짝 끌어 올리며 자조 섞인 미소를 지었다.

“누누이 말했잖아. 도희는 중독된 적이 없어. 그날의 일은 전부 도희가 너희를 속이기 위해 꾸민 자작극이었지.”

그녀의 말이 끝나자 장내는 무거운 정적에 휩싸였다.

세 남자의 얼굴은 순식간에 차갑게 굳어졌다.

“강희주!”

최이현이 먼저 서슬 퍼런 목소리로 고함을 질렀다.

수려한 얼굴에는 얼음장 같은 서리가 돋아났다.

“네가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고나 있는 거냐?! 도희는 네 여동생이다! 어릴 때부터 밖을 떠돌며 온갖 고생을 하다가 겨우 돌아온 아이라고! 천성이 순진하고 유약한 애인데, 네가 어떻게 그렇게 악독하게 모함할 수가 있느냐?!”

소도윤 역시 차갑게 식은 눈빛으로 실망감을 드러냈다.

“희주야, 언제부터 이렇게 말이 안 통하는 사람이 된 거냐? 도희처럼 착한 애가 그런 짓을 꾸밀 리가 없잖아. 지난번 채혈한 일에 앙심을 품고 있다면 차라리 우리에게 직접 따져 묻지, 왜 이런 추잡한 수단으로 친동생을 비방하는 거지?”

서태경은 비록 소리를 지르진 않았지만 미간을 몹시 찌푸린 채 전례 없이 엄숙한 어조로 말했다.

“희주야, 그 이야기는 두 번 다시 꺼내지 마라. 도희는 심성이 곱고 착해서 절대로 그럴 아이가 아니다. 네가 만약 계속 이리 집착하며 매사 도희를 몰아세운다면, 앞으로 더는 너랑 혼인하려 우리끼리 다투는 일은 없을 것이다.”

‘더 이상 나랑 혼인하려 다투지 않겠다고?’

강희주는 문득 웃음이 터져 나올 것 같았다.

과거에는 이 세 사람이 온갖 수단을 써 가며 그녀에게 애걸복걸하고 매달리며 서로 그녀와 혼인하겠다고 앞다투어 경쟁하곤 했었다. 혹여 그녀가 다른 이에게 눈길 한 번 더 줄까 봐 전전긍긍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이제는 겨우 혼인을 해 주지 않겠다는 말로 그녀를 협박하며 강도희를 해치지 말라고 경고하고 있었다.

참으로 우스운 노릇이었다.

“혼인하지 않아도 돼.”

강희주는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

“너희 셋 중 그 누구에게도 시집가지 않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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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메마른 계절에 네가 날아들었다   제20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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