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과 음료우문호와 원경릉은 눈을 마주치고, 이름은 말이지, 사실 오래 전에 이미 생각해 뒀다.우문호가 망설이며, “우선 생각 좀 해보자. 만약 여동생이 태어나면 복덩이라고……”원경릉이 우문호의 말을 끊고, “그건 자기 혼자 일방적으로 생각한 거고, 난 동의한 적 없어.”우문호가 수긍 못하겠다는 듯, “복덩이가 어디가 안 좋다는 거야? 복이 굴러들어 온다는 뜻인데.”“자기는 무술은 잘해. 하지만 가끔은 책도 읽으면서 소양을 좀 쌓아.” 원경릉의 말 속에 뼈가 있다. 이 까막눈을 진짜……“책 읽는 건 어릴 때부터 싫어 했어.” 우문호가 싫은 내색을 하며, “원래는, 만두랑 얘들 아명은 내가 붙여야 했는데 어쩌다가 서일이 지어 가지고. 만두 찐빵이라고 누가 못 붙여? 하필이면 그게 족보에까지 쓰이고 말았으니 이번엔 무슨 일이 있어도 쌍둥이 이름은 내가 지을 거야.”“자기가 얘기 하고 다 같이 상의하는 게 어때?” 원경릉은 우문호의 수준을 믿을 수 없지만 아버지 우문호의 유리 같은 멘탈을 지켜 주기로 했다.우문호가 머리를 쥐어 짜더니, “복덩이는 안되나, 여동생을 부르는……”원경릉이 우문호에게 눈을 흘기며, “닥쳐!”우문호가 움찔해서, “네!”만두가 원경릉의 손을 당기더니, “엄마, 내가 붙여도 돼요?”원경릉이 미소를 머금고, “그럼, 얘기해 봐 엄마도 듣게.”만두가 작은 머리를 쥐고, “우리가 만두, 경단, 찰떡으로 전부 먹는 거니까, 동생은 마시는 거로 해도 돼요?”“마시는 거? 매실차?” 우문호가 퉁명스럽게 말했다.헉…… 만두는 직감적으로 아빠 쪽은 안되겠다 싶어, 아빠의 무식에 대항하고자 머리를 쥐어 짜내 외할아버지 집에서 마신 것들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초코 우유, 환타, 델몬트? 칠성 사이다? 스프라이트?”초코 우유 얘기를 하자 찰떡이는 원한 맺힌 눈으로 만두를 봤다. 초코 우유를 다 마시기도 전에 다시 불려왔던 기억에 찰떡이는 마음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그때 이후로 간 적이 없어 가끔은 초코 우유를 마시는 꿈을 꾼다.그래
축하출생한지 사흘이 지나고 일행은 위풍당당하게 초왕부로 돌아왔다. 원경릉이 다섯 아이들을 보니 격세지감이 느껴졌다. 입궁할 때는 셋이었는데 출궁할 때는 다섯이 되어서, 떡에 탄산음료를 갖췄으니 이제 땅콩 한 봉지 추가해 봐?원경릉은 초왕부에서 한달 간의 산후조리 기간을 가졌다. 할머니는 웃느라 눈이 보이지 않았고, 말 그대로 증손자들로 인해 방이 가득 찼다.할머니는 수업을 조어의에게 맡기고 전심을 다해 집에서 원경릉의 산후조리를 도왔다. 첫 아이 때 곁에 있지 못했고 둘째 쌍둥이를 낳을 때도 옆에 없어서 이제라도 원경릉을 지키고 있으려 했다.정후부의 노마님도 각종 귀한 식자재를 가지고 오시고 자신이 시집올 때 가져온 금은 보석도 한 상자 가져왔다. 이제 노마님도 나이가 많아서 나중에 이렇게 많은 보석을 남기느니 적당한 사람에게 주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며, 원경릉이 안 받을 걸 알아 약간만 가져와서 아이들 명목으로 이렇게 두는 것이다.두 보물의 만 한달 기념연회까지 아직 시간이 있는데, 여러 집에서는 벌써 선물 보내기에 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이날 손왕 부부가 왔는데 큰아버지로서 예물이 간단할 수 없다며, 상당한 양의 금을 부어 황금돼지와 황금 열쇠 한 쌍을 만들었는데 아주 묵직해서 몸에 걸치는 건 애당초 불가능하고 손왕비 말로 다른 건 됐으니 돈이 되는 것만 생각했다고 했다.손왕비가 싱글벙글 웃으며, “태자비는 모르지, 밖에 사람들이 뭐라고 하는 지 알아? 태자 부부가 불법 모금을 하고 있다고 한다고. 하루가 멀다 하고 축하할 일이 생기니 원. 세상에 이게 얼마나 경사야 그래. 다들 그래서 기꺼이 즐거운 마음으로 선물을 가지고 오는 거야. 경사가 있는 데서 복 좀 묻혀가려고.”미색도 웃으며, “어디 그뿐 인줄 아세요? 경성에 아이를 낳지 못하는 아녀자들이 초왕부 대문을 아이를 점지해 주는 삼신할머니를 모신 신당으로 알고 참배 안 하면 다행이게요. 어쨌든 전 상관없어요. 이달은 여기 눌러 앉아 자식복을 받아 아들딸 낳을 수 있으면 거금을 들이더라
경단이가 가다“쓸데없는 걱정하지 말고 내가 만두한테 물어 보마.” 할머니가 말은 이렇게 했지만 이렇게 큰 경사에 기뻐하지 않았다면 분명 무슨 일이 있는 거란 생각이 들었다.만두를 불러 물어보는데 참 어이가 없다.“네가 그렇게 애기한 거 맞아?” 원경릉이 만두를 째려봤다.만두가 당황해서, “맞아요, 이렇게 아니면 뭐라고 말해요?”할머니가 웃으며 만두를 옆으로 데려와서 자상하게, “외할머니 외할아버지께 말씀드릴 때는 남동생 둘이 더 생겼어요 라고 해야 해. 남동생이 둘이 있어요 라고 하는 게 아니라. 너에게 원래 남동생이 둘 있는 걸 외할아버지도 알고 계시니까.”“맞아요, 두분 다 제가 남동생이 둘 있는 거 아시니까, 지금 또 동생 둘이 있다고 말하면 지금 넷이 있는 거잖아요. 외할아버지는 숫자를 모르세요?”원경릉이, “오늘 밤 다시 가서 할아버지께 잘 말씀 드려. 지금 남동생이 4명이라고 알겠니?”“알았어요!” 만두가 좀 침울해 졌다. 그게 뭐가 차이가 있다는 거야. 머리가 잘 돌아가면 자기가 동생이 넷이라고 말하는 걸 알아 들을 텐데.‘외할아버지는 책만 좋아하는 바보지만 이해할 거라고 생각하는데, 단지 두 분이 꼭 좋아하셔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 동생을 낳으면 반드시 기뻐야 한다고 누가 그래요? 어쩌면 외할아버지는 저한테 여동생이 태어나길 원하셨을 수도 있잖아요? 아빠도 개인적으로는 우리 음료들을 싫어했으면서. 걔들을 가리키며 이것들이 없으면 얼마나 좋아 했잖아요.’내키지 않는 태도때문에 집중력이 떨어지는 바람에 결국 경단이에게 몸을 차지하는 기회를 빼앗겼다.경단이가 처음 현대에 온 거라 긴장되고 기뻤지만 절도를 지켜서 엄마가 가르쳐준 예의를 생각해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께 절을 하고,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안녕하세요. 외삼촌 안녕하세요. 저는 경단입니다.”할머니는 경단이를 안아주며 정말 기뻐서 어쩔 줄 몰라, “세 쌍둥이 중에 너만 만나지 못했는데 너무 잘 됐다. 결국 왔구나.”오빠는 살짝 경단이의 머리를 ‘꽁’ 때리고 웃으며, “이
보약인가 아닌가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가 좋아서 어쩔 줄 몰라 서로 바라보고 다독이다가 또 아쉬워하는 것이 이 때 만약 경릉이가 곁에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 떡들을 다 봤다고 하지만 사실 진짜 우리 떡들을 만난 적은 없으니 딱 한 번이라도 좋으니 보고싶다.엄마는 눈물이 흐르는 것을 참을 수가 없는데 이 생애 모녀가 다시 만나는 날이 오기는 할까?엄마는 그동안 아이들 장난감을 사고 결혼 팔찌를 사고 황금 열쇠도 샀지만 그저 대화만 나눌 수 있을 뿐 이런 물건을 경릉이 손에 전할 방법이 없었다.엄마는 또 아이 옷과 멜빵을 많이 산 게 손자가 생겼으니 기쁜 나머지 동료들과 쇼핑을 하다가 보면 샀는데 이 아이 옷은 영원히 자신의 손자들에게 입힐 방법이 없다.엄마는 원교수가 젖병을 사서 몰래 공문서 가방에 가져와서 서재 캐비닛에 넣어 둔 걸 안다. 청소할 때 발견했는데 젖병 한쌍으로 젖꼭지가 달려 있는 거였다.이것들은 모두 마음 속에 묻어둔 은밀한 바램으로 딸에게 보낼 수 없지만 정상적인 할머니 할아버지처럼 자기도 모르게 사고 마는 것이다.다음날 경단이는 먼저 만두에게 사과했다. 갈 수 있나 없나 해본 거라고 일부러 그런 건 아니라고 했다. 만두는 화를 냈지만 경단이가 진심으로 사과하는 얼굴을 보고 용서해 주었다.그런데 경단이가 좋다고 상 받으러 가는 걸 보고 정말 화가 났다.엄마가 좋아하셨다는 경단이 말에 원경릉은 기뻤지만 눈이 빨개지며 눈물을 흘렸다. 경단이는 눈을 말똥말똥 뜨고 엄마가 칭찬의 말을 해 주길 한동안 기다렸다가 실망만 가득 안고 돌아갔다.‘휴, 엄마가 자기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칭찬해 줄 거라고 생각했는데’, 엄마는 벌써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어 준지 오래됐다. 엄마는 형이나 동생을 편애하고 자기만 신경 안 써준다.원경릉은 가슴이 아픈 나머지 경단이를 잘 이해해주지 못했다. 사실 원경릉 자신도 알지 못한 것이 세 쌍둥이만 있을 때도 무의식적으로 경단이를 무시하곤 했다. 왜냐면 경단이는 착하고 순해서 손이 안가는 아이였기 때문이다.
아기 호랑이“별 문제 없어, 다음에 내가 회왕을 진맥하러 가도록 하지.” 할머니가 자상하게 말씀하셨다.할머니는 이미 완전히 이 세계에 동화되셨다. 할머니 입장에선 이쪽이 할 일이 더 많다. 한의학이 세계로 뻗어 나가고 있지만 어쩌다가 국내에서만 한의학의 암흑기가 되었다. 할머니는 오랜 시간 한약 연구에 종사해서 이런 현실의 모습에 분개했었다.지금은 편안하다.이날, 한 무더기 사람들이 마당에 모여 우리를 보고 있는데 이 우리는 안풍친왕이 보낸 것으로 쌍둥이에게 보내는 선물이라고만 했다.“고양이지?” 사식이가 종일 쳐다보고 고양이를 닮았다고 생각한 게 머리가 동글동글하고 귀도 동글동글하고 ‘귀염뽀짝’하기 때문이다.“이런 색 고양이는 본 적이 없는데, 금색에 검은 동그라미가 계속 있는데 어떻게 된 거죠?” 기라가 고개를 흔들며, “고양이 같지 않은 데요.”“고양이가 아니면 그럼 강아지야?” 녹주가 말했다.“개는 확실히 아니야, 개는 한 눈에 알아 볼 수 있는데 이거 페르시아 고양이지? 다른 나라 고양이는 우리 북당 고양이랑 다른 게 틀림없어.”사식이가 서일에게, “고양이 같지 않아요?”서일이 자세히 보더니 의심스럽게, “고양이는 아닌 거 같고, 오히려 호랑이랑 닮았는데요”“호랑이?” 사식이가 질겁하며 귀여워서 어쩔 줄 모르겠는 두 마리 작은 동물이 앞으로 안풍친왕의 그 호랑이처럼 무서워질 거라고 도무지 상상이 되지 않았다.“이건 새끼들로 귀여워 보이지만 크면 대단해 지죠.” 서일이 좋아서 우리에 손을 넣고 새끼 호랑이를 꺼내는데 새끼 호랑이는 전혀 공격성이 없고 사람을 잘 따라서 동그란 머리가 너무 귀엽다.“안아 볼래요!” 사식이가 데리고 놀고 싶어서 손을 뻗으며 서일에게 말했다.서일은 새끼 호랑이를 사식이 얼굴 앞에 흔들더니 일부러 호랑이 울음소리를 내는 바람에 사식이가 놀라서 펄쩍 뛰다가 바닥에 주저앉았다. 일어나 얼굴이 빨개져서 서일을 쫓아가며, “거기 안서. 잡히면 죽을 줄 알아.”두 사람이 결혼 이후 독신들 앞에서 대놓고 ‘꽁냥
트렁크원경릉이 두 아기 호랑이를 보니 머리속에서 노래 하나가 튀어나와 웃음을 참을 수가 없다.이제 초왕부엔 개, 눈 늑대, 호랑이가 있어서 우문호가 단독으로 정원을 하나 떼서 이 어르신들을 모시기로 했다.이분들은 몸값이 만만치 않으신 분들이니 그 정도 개성은 살려 드릴 수 있게 잘 모시는 것이다.눈 깜짝 할 사이에 만 한달 축하잔치가 되었는데 규모는 보배 누나때보다 좀 큰 게 우문호가 태자인데다 태어난 아이가 쌍둥이라 문무백관이 하례를 와서 상당히 왁자지껄했다.예물이 작은 산 하나만 하다는 말이 결코 과장이 아니었으며, 귀하다는 건 다 있어 참으로 천만의 총애를 한 몸에 받았다.태상황은 개인 금고를 활짝 열어 황금 몇 상자를 가져와서 쌍둥이가 앞으로 혼인할 때 사용하라고 했다.우문호는 찬란한 금덩이를 보며 감개무량해서, “하나가 아니라 아내를 열명은 둬도 될 만큼이야.”주재상은 과거에 선물을 보낼 때 손 가는 대로 대충 어떨 때는 돼지고기 두어 근 들고 올 때도 있었는데, 이번에는 신중하게 부드러운 금으로 만든 덧옷 2벌을 보냈는데 너무 커서 애들이 대여섯살이 되도 못 입겠다.하지만 이 덧옷 세공에 원경릉은 깜짝 놀랐는데 등은 그물 모양인데 앞은 호랑이 형상으로 짜서 마치 살아 숨쉬는 것 같다.“만드는데 한달이 걸렸어. 이만하면 괜찮지?” 주재상이 눈썹을 찡긋하며 희상궁을 바라봤다.희상궁이 눈웃음을 지으며, “좋아요 아주 좋아요. 독특하네요.”“이 정도는 보통이지!” 주재상이 자제하는 손짓을 하며, 겸손한 척 실은 잘난 체다.서일이 상자를 하나 메고 소월각으로 바로 들어와 내려놓는데, “이건 경호에서 발견한 건데 아마도 그쪽에서 보내온 것 같습니다.”우문호가 경호에 사람을 배치해 두어 계속 관찰하며 가급적 사람들이 경호에 접근하지 못하게 했다.서일은 거기가 어떤 곳인지 모르지만 태자비가 그곳을 굉장히 중시하고 이 상자는 자신이 보지 못한 것으로 열지 못해서 직접 소월각으로 가지고 들어온 것이다.우문호가 앞으로 가서 붉은 상자를 보
트렁크 선물서일은 상자안에 뭐가 있는지 엄청 보고싶지만 태자비의 울 것 같은 표정을 보니 자기가 여기 눌러 앉아있는 건 아무래도 아닌 것 같아 나와서 문을 닫았다.상자는 원경릉만 알고 있는 비밀번호로 잠겨 있는데 555를 누르고 열더니 울다 말고 갑자기 웃는 게 아닌가. 비밀번호를 세팅하던 당시 간단한 걸 생각하다가 5, 3개를 택했는데 자기가 하필 딱 다섯째 황자에게 시집올 줄이야.상자를 여는 순간 원경릉은 다시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우문호가 원경릉을 껴안으며 작은 소리로, “울지 마, 그분들이 물건을 보내온 건 좋은 일이니까.”하나하나 꺼내 보니 옷인데 이상야릇하면서도 예쁘다. 그리고 작은 모자도 2개 있고 모자 위에는 귀가 달려서 아래로 쳐진 귀가 너무 귀여운 게 토끼 같다.그리고 안에는 장신구 상자가 몇 개 있어서 우문호가 열어보니 황금 열쇠로 ‘장수평안 부귀영화’ 8글자가 한자로 적혀 있어 알아 볼 수 있었다.“이 병은 뭐야? 입이 달렸어!” 우문호가 젖병 두개를 들고 갸웃거렸다.원경릉이 눈물을 닦으며 복잡한 감정이 휘몰아치는데, “이건 아빠 엄마가 쌍둥이에게 주시는 젖병으로 젖을 먹이는 용도야.”“젖을 먹인다고? 유모가 붙어있는데……어디다 쓰는 거야?” 우문호는 젖병의 용도를 이해하지 못했다.“아니, 양젖을 먹이는 용도야.” 원경릉은 바닥에 휴대폰이 있는 걸 보고 얼른 집었는데 원래 자기가 사용하던 것으로 갤러리를 여니 전에 찍은 사진이 삭제되지 않은 채 남아 있고 새로 찍은 영상도 몇 개 있다.“이건 뭐야?” 우문호가 놀라서 혀를 내두르며, “어? 안에 사람이 있어? 맙소사, 안에 사람이 있어. 마술상자야?”원경릉은 너무나 감격해서 어쩔 줄 모르겠는데, “이건 휴대폰이란 건데 촬영해서 기록해 두는 기능이 있어. 부모님들이 나와 얘기하고 싶을 때 동영상을 촬영하면 내가 그 말을 들을 수 있고 그리고 전화도 할 수 있는 거야. 좀 보자.”두 사람이 나한상에 앉아 동영상을 열어보니 영상이 4개 있고 처음은 아빠 거다. “경릉아,
소중한 선물들세번째 영상을 열 때 원경릉은 이미 울어서 눈이 퉁퉁 부었다.이번엔 엄마로 원경릉은 엄마 얼굴이 카메라에 비치자 거의 무너질 듯 전신을 떨었다. 엄마가 말도 못하고 눈물부터 흘렸기 때문이다.“경릉아, 잘 지내니……” 목이 메어 말끝이 흐리다. 카메라가 약간 흔들리고 흐느끼는 소리가 들리더니 렌즈에 천장에 비치며 가슴이 갈기갈기 찢기는 듯한 울음소리가 들렸다.잠시 후 오빠 얼굴이 나오고 약간 쉰 목소리로, “엄마는 녹화를 못 하겠어, 감정이 제어가 안된다. 다음에 다시 엄마 거 녹화할 게.”원경릉이 울면서 휴대폰 액정을 매만지더니 미친듯이 엉엉 울며, “엄마, 나 잘 지내, 잘 지내고 있어, 엄마 목소리 듣고 싶어, 엄마……”원경릉은 네번째도 엄마 인줄 알고 조금도 지체하지 않고 바로 열었는데 네번째는 주진이었다.주진은 동그란 테 안경을 쓰고 연구소에 있는데 먼저 자기를 찍고 다음에 컴퓨터의 어마어마한 데이터를 비추며 옆에서, “이건 최근 선배의 대뇌 활동 정도를 모니터링한 데이터로 뉴런은 여전히 방전되어 있고 필름상 선배의 대뇌 활동 영역을 볼 수 있어요. 선배가 이미 쌍둥이를 낳았다고 경단이가 말해 주더군요. 그래서 필름에서 뇌세포 활동 정도가 낮아지는 건 아이를 낳은 뒤라서 그런 것이 틀림없어요. 아이를 낳고 선배의 일부 뇌세포는 천천히 정상적인 노쇠와 사망을 보이지만 노쇠와 사망이후 새로운 세포가 생장하고 있어 평균 수를 유지 하고 있으므로 현재 당분간 위험은 없을 것 같아요. 하지만 약품 연구가 아직 성공하지 못했어요. 어디가 문제인지 모르겠는데 이 데이터 보이나요? 아니면 나중에 하나하나 찍어서 보여드릴 게요. 하지만 사진이 많을 거라 휴대폰 배터리가 사진을 다 볼때까지 있을지 모르겠네요. 만약 인쇄할 수 있으면 큰 트렁크 몇개에도 다 못 담을 분량으로 쉽게 보내기도 그래요. 만약 선배가 못 받고 세상에 알려지면 아무래도. 만약 이번 걸 잘 받을 수 있으면 다음엔 다시 데이터를 보낼 게요. 경호를 퀵 배송으로 써서 비록 좀
우문호 일행은 강북부로 향하는 내내 북방의 풍경과 풍속을 경험했다. 그로 인해 속도는 매우 느리긴 했지만 말이다.그날 밤, 우문호는 갑자기 악몽에서 깨어나 온몸에 땀을 흘리며 거칠게 숨을 내쉬었다. 그의 얼굴에는 공포가 가득했다.그러자 원경릉이 벌떡 일어나 그를 껴안으며 물었다.“무슨 일이오? 악몽을 꾼 것이오?”우문호는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았다. 아직 날씨가 덥지 않은 데다가 북방에 있어 오히려 날씨까지 쌀쌀했기에, 그는 아직도 악몽이 생각나는 듯, 창백한 표정을 지은 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꿈에서 셋째 형님이 피투성이인 채 죽어가고 있었소…”원경릉은 그저 꿈이라 생각하고 위로해 주려 했지만, 이내 우문호의 강한 감응 능력을 떠올렸다. 갑자기 나타난 이 꿈이 형제간의 영적 감응일지도 몰랐기 때문이다.우문호도 점점 불안한 생각에 빠졌다.“강북부가 비록 평온해 보여도 사실 북당에서 가장 복잡한 곳이오. 온갖 사람들이 섞여 있고, 북막도 호시탐탐 노리고 있네. 게다가 셋째 형님도 무모한 사람이니, 진짜 무슨 일이 생긴 게 아닐지 걱정되오. 원 선생, 어서 빨리 가야겠소.”원경릉이 서둘러 옷을 입으며 말했다.“아니, 내가 먼저 가겠소. 정말 상처를 입었다면, 내가 가야지 도움이 되지 않겠소? 게다가 난 빨리 갈 수 있잖소.”“좋소. 그럼 먼저 가시오. 우리도 곧 출발하겠소.”우문호는 너무 생생한 꿈 탓에, 더 이상 천천히 갈 수 없었다.“사람을 불러야겠소.”원경릉은 재빨리 옷을 입은 후, 우문호에게 포옹하고 이마에 입을 맞췄다.“먼저 가겠소.”“조심하시오.”우문호가 말을 다 끝내기도 전, 원경릉은 어둠 속으로 모습을 감추었다.원경릉이 사라지자마자 우문호는 방 문을 두드리며, 출발하자고 소리쳤다.우문호의 소리에 모두가 깜짝 놀랐다. 이 밤중에 출발이라니, 무슨 큰 일이 생긴 걸까?이때 수보가 겉옷을 걸치고 나오며, 우문호의 팔을 잡고 물었다.“무슨 일입니까?”우문호가 답했다.“나도 모르네. 하지만 셋째 형님에게 무슨 일
스무 명이 넘는 자 중 단 한 명만 생포하고 나머지는 전부 섬멸되었다.안왕은 재빨리 위왕의 혈을 눌러 지혈한 후, 중상을 입은 위왕을 데리고 저택으로 돌아왔다. 먼저 의원을 찾으러 간 사람이 있었기에, 의원은 이미 저택에 도착해 있었다. 이때 안왕이 피투성이가 된 채, 의원의 옷깃을 움켜잡았다.“살리시게, 살려야 하네. 꼭 살아야 하네.”의원이 바로 약상자를 내려놓으며 말했다.“진정하십시오.”의원이 위왕의 옷을 가위로 자르자마자, 상처가 바로 드러났다. 다행히도 먼저 지혈한 덕분에 저택까지 돌아올 수 있었다.하지만 심각한 부상 상태와, 깊은 복부의 자상 때문에 장기를 다친 것으로 판단한 의원은 간단한 처리를 마친 후, 안왕에게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소인의 의술이 부족한 탓에, 치료를 감당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경성에서 다치셨다면, 희망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강북부는 의료가 낙후된 지역이다. 비록 혜민서를 설립한 이후 의사를 집중적으로 양성하긴 했지만, 경성에 비하면 여전히 많이 부족했다.안왕이 숨을 헐떡이며 눈에 핏줄을 세우고 소리쳤다.“중상을 입었는데 어찌 도성으로 돌아가란 말인가? 긴 여정을 견딜 수 있을 것 같은가?”의원이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쉬었다.“그것도 참 문제입니다. 황실 친왕이 자금단을 가지고 계신다고 들었는데, 혹시 저택에 있습니까?”“없네!”안왕은 위왕의 호흡이 점점 미약해지는 모습을 보며 절망감에 휩싸여 털썩 주저앉았다.“내가 갖고 있던 자금단은 이미 먹은 지 오래된 것이네.”“경성… 경성으로…”의식을 잃은 위왕은 그저 경성이라는 말만 중얼거렸다.안왕은 눈물을 닦으며 무릎을 꿇었다.“형님, 조금만 더 버티십시오. 의원이 약을 썼으니, 황후가 오실 때까지 며칠만 버티십시오.”심각한 상황이니, 경성으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돌아가려면 최소 일주일 이상은 걸리지만, 황후는 아마 사흘 안에 도착할 수 있었다. “경성으로……”위왕은 의식을 잃기 전까지 계속해서 경성을 찾았다. 그곳은 그가 너무
위왕은 마음속에 또 하나의 걱정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다섯째가 곧 강북부에 오는 것이었다. 비록 이 일은 소문내지 않았지만 이렇게 오랫동안 순행했으니, 소문이 새어나가게 마련이다.설령 그가 강북부에 온다고 밝히지 않다고 하더라도 그의 최종 목적지가 강북부라는 것은 바로 짐작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는 북막인들이 다섯째에게 해를 가하려는 것은 아닐지 걱정되었다.아무래도 단 한 순간도 북막인의 야심은 멈춘 적 없었기 때문이다.그래서 그는 방심하지 않고, 허점을 찾아내겠다는 결심을 다지며 이들을 감시했다. 확실한 증거가 없는 어디까지나 본인의 추측일 뿐이기에, 그는 이 일을 아직 넷째에게 말하지 않았다. 섣불리 말을 꺼냈다가, 그들이 진짜 금나라 상인이라는 것이 밝혀지기라도 한다면, 두 나라의 사이만 영향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비록 무장이지만, 외교적인 문제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아주 작은 불씨라도, 마음먹은 자가 부추기면 걷잡을 수 없는 큰불이 될 수 있는 법이기에, 섣불리 행동해서는 안 되었다. 그리고 감시 끝에 마침내 이상한 점을 포착했다. 처음엔 열댓 명 정도였던 이들 무리는 이틀 사이 스무 명 이상으로 늘어났다. 새로 온 자들은 앞선 사람들과는 다르게, 군인이라기보다는 강호 인사의 분위기를 풍겼으며, 무공 또한 약하지 않아 보였다.위왕은 경계심을 품고, 밤새 직접 사람들을 이끌어 조사에 나섰다.앞서 만났던 금나라 사람들은 여전히 질문에 순순히 응했지만, 새로 온 강호인들은 거만한 태도를 보였다. 위왕의 질문에도 그저 시큰둥한 태도만 보이며 북당인이라는 것을 증명했다. 위왕은 건방진 그들의 태도에, 몇 마디 호통을 쳤고, 그 모습에 강호인들은 참지 못하고 바로 위왕에게 손을 쓰려고 했다.위왕은 조사하기 위해 온 터라, 데리고 온 부하도 단 몇 명 뿐이었기에, 상대가 일반적인 조사에도 이렇게 쉽게 공격하려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앞서 온 금나라인들이 말리려 했지만, 그들이 손을 쓰자, 사태가 수습되지 않을 것을 알았다. 그리고
남강에 며칠 머무는 동안, 아홉째와 함께 남강의 풍경을 둘러보고, 북강에도 다녀왔다.지금 북강 백성들은 조정에 대한 소속감이 아주 강했다. 지난 몇 년 동안 남강을 다스린 정책이 정말 훌륭했기에, 백성들 모두 좋은 날을 보낼 수 있었기에, 자연스레 황제에 대한 존경심도 깊어진 것이었다.황제와 황후가 지나가는 곳마다 백성들은 길가에 모여서 열렬히 환영했다.그들은 이번 순행 내내 오계부에서 신분을 밝힌 것 외에는 항상 미복으로 다녔다. 하지만 남강에서 우문호는 황제의 신분을 드러냈다.우문호는 백성들의 신뢰와 경외심에서 큰 성취감을 느꼈고, 매우 기뻤다. 그는 줄곧 원경릉의 손을 잡고 얼굴에 웃음을 띠고 있었다.과거 북강은 방어를 위해 무술 함정이 많았지만, 이제는 모두 제거되었다. 그리고 많은 백성이 산 아래 평원으로 이주하여, 새로운 마을을 이루었다. 정화를 구하러 왔을 때와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기쁜 마음과 함께 우문호는 감사함도 느꼈다. 이것은 결코 그 혼자만의 공로가 아니기 때문이었다.남강을 떠나야 하는 날이 다가오자, 원경릉은 만아와 여덟째를 떠나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 하지만 곧 변성으로 가야 했기에, 아쉬움을 느낄 수 있는 것도 잠시였다. 남강을 벗어나자마자, 그녀는 아이들과 만날 생각에 들뜨기 시작했다."원 선생, 그들에게 말했소?"길에서 우문호가 물었다."아니, 몰래 가는 것이오."원경릉은 웃으며 말했다."교활하구먼. 그래도 만두가 이미 알려줬을 수도 있을 텐데."지금은 경단과 찰떡, 그리고 계란이 셋만 그곳에 있었다."셋이 다섯 개 성을 다스린다니, 분명히 힘들 것이오."원경릉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했다."그렇소. 그래도 예전보다는 나아졌네. 이제는 태평해 보이니."우문호도 아이들이 안쓰러웠다."이번에 가서는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며 충분히 쉬게 해줘야 하오."사실 성하나를 다스리는 것과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본질적으로 다른 점 없이, 매우 힘든 일이었다.한편, 강북부에서는 최근 강북부 무구산 주변에 신비한 상단
그러자 홍엽이 그를 바라보며 멈칫했다."자네가 중매를 서겠다고?""안 되오?""말도 안 되는 소리 말게. 자기 혼사도 해결 못 하는데 중매는 무슨. 난 못 믿네!"냉정언이 어깨를 으쓱였다."못 믿으면 말고. 이래 봬도 내가 명문가 아가씨나 협녀를 많이 알고 있소."홍엽은 손으로 그의 목을 움켜잡으며 소리쳤다."알고 있는 아가씨가 있으면 진작 말했어야지! 경성으로 돌아가자마자, 당장 소개해 주시게!"냉정언은 웃으며 그의 손목을 옆으로 밀어냈다."중매 값이 워낙 비싸서. 십만 냥 아니면 쉽게 안 나서오.""돈이 대수요?"홍엽이 교활하게 웃으며 말했다."우린 지금 한집에 살고 있소. 그러니 자네가 돈을 어디에 숨겼는지, 다 알고 있네. 그동안 꽤 많이 챙겼으니, 돌아가서 돈은 두둑이 주겠네."그 말에 냉정언이 깜짝 놀랐다."내 돈을 노리고 있었소? 진짜 도둑을 집에 들였군! 늙어서 쓸 돈이네, 그 돈을 혼사에 쓸 생각은 하지 마시오!""명여가 우리를 챙길 테니, 그렇게 쩨쩨하게 굴지 마시오."홍엽이 새침하게 말했다."나도 돈이 많소. 다만 남의 돈을 쓰는 게 훨씬 재밌을 뿐이네."냉정언이 숨을 들이쉬었다."안 되겠네. 경성에 돌아가자마자 자네를 쫓아내야겠소."홍엽이 말했다."쫓아낼 수 있으면 쫓아내 보시게. 게다가 자네가 나를 청할 때, 뭐라고 했는가? 얼마든지 살아도 된다고 했잖소. 이제 와서 후회하는 것이오?""이야, 홍엽, 어찌 이리 뻔뻔스러워진 것이오?""뻔뻔하지 않으면, 어찌 당신 집에서 이렇게 공으로 먹고살 수 있겠나?"홍엽은 크게 웃으며 그의 어깨에 팔을 얹었다."수보, 신을 모시는 건 쉬워도 보내는 건 어렵다고 하잖소. 이미 집안에 들어갔으니, 쫓아내기는 힘드네. 후회해도 소용없소. 수보의 등골 빼먹다 죽을 것이오. 관에 수의까지 얻어 쓸 생각이라, 죽으면 자네가 장례식까지 마련해줘야 하네."수보는 그를 한참 바라보다가, 애써 이를 악물며 말했다."진짜 뻔뻔하오!"홍엽은 박장대소했다.멀리 복도 끝에
“예, 그립습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놀고 싶기도 합니다.”그는 말하다가, 갑자기 신이 난듯 몸을 들썩이며 말을 이어갔다.“여긴 정말 재미있습니다. 아홉째와 나가면 큰 산도 있고, 꽃도, 나무도 많습니다. 물고기도 많고, 사람도 많고, 뭐든지 엄청 많았습니다.”우문호는 웃으며, 못내 안쓰러움을 느꼈다. 예전에 그를 궁 안에 가두고, 거의 밖으로 데리고 나가지 않았다. 게다가 다른 사람이 그를 데리고 나가는 것도 신경 쓰였다.“이곳이 마음에 들면, 좀 더 오래 있어도 된다.”우문호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예, 정말 좋습니다. 다만, 형님과 형수님이 그리웠습니다. 이렇게 오셔서 정말 다행입니다.”여덟째는 흥이 오른 상태로 그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어서 들어가시지요! 아홉째가 형님이 내일 오신다고 맛있는 음식을 많이 준비했습니다.” 그는 뒤돌아 원경릉에게 외쳤다.“형수님, 빨리 따라오십시오. 맛있는 거 많습니다.”미색은 웃으며 꾸짖었다.“이 무심한 녀석, 다섯째 형수님만 챙기고, 여섯 형수가 배고픈지는 묻지도 않는 것이냐?” 여덟째는 그제야 미색을 본 듯, 놀라서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여섯째 형수님도 오셨습니까? 여섯째 형님도 오신 것입니까? 와, 너무 좋습니다!”“질투하다니?”원경릉은 미색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이며 미소를 지었다.“여덟째는 너보다 나를 더 좋아하는 것이다.”“아유, 참!”미색은 일부러 그렇게 말했다.여덟째는 바로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항상 그림과 책자를 선물하는 여섯째 형수님도 좋아했기 때문이다.그는 말을 더듬으며 말했다.“그... 그럼 같이 드시지요. 음식 많습니다.”“장난이다. 난 질투 안 해.”미색은 기쁘게 말했다.여덟째는 그제야 마음을 놓았고, 다들 웃으며 안으로 들어갔다.원경릉이 만아에게 말했다.“정말 이곳에서 즐겁게 지내고 있구나. 예전보다 훨씬 활발해졌고, 말도 많이 하네. 이 모든 게 아홉째 덕분이다.”만아는 웃으며 말했다.“예, 둘이 시간이 날 때마다 밖으로 나가, 더
원경릉은 발끝을 들어 그의 뺨에 입을 맞추고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우문호는 그런 그녀를 와락 끌어안으며 말했다.“원 선생, 행복하오?”“행복하오.”“하하하. 지금이 아닌, 나와 함께했던 모든 날이 행복했냐고 물어보는 것이오.”“모든 순간이 당연히 행복하고, 기쁘오!”원경릉은 스스로를 자조하듯 웃었다.“나 같은 집순이가 이렇게 결혼생활이 행복할 줄 누가 알았겠소?”한때 그녀는 자신이 평생 결혼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고, 사랑 없는 삶도 부족함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그녀는 사랑을 중요하지 않다고 여겼었지만, 사랑은 사실 정말로 중요했다.산꼭대기에 앉아, 차가운 바람을 맞고 있었지만, 추위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는 지금의 풍경을 눈에, 그리고 마음에 깊이 새기고 싶었다.그리고 함께 늙어간 후, 다시 천천히 되새기고 싶었다.영산에서 내려온 후, 그들은 다시 여정을 이어나갔다. 이번 목적지는 바로 남강이었다.명절이 지난 뒤, 아홉째는 여덟째를 데리고 먼저 남강으로 돌아갔다. 다들 그가 그곳에서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했다.남강 땅은 오랜만이었다. 마지막으로 발을 디딘 건, 정화를 구하러 갔을 때였다.남강으로 가는 내내 홍엽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냉정언이 물었다.“남강에 가면, 못난이를 만날 것이오?”“만나야지.”홍엽이 답했다.“물론 만나야지!”못난이는 오랜 시간 그와 함께했던 사람이니, 만나야 했다. 못난이가 종종 편지를 보내오긴 했지만, 자기 상황은 거의 말하지 않았다.반면 아홉째는 편지에서 북강의 소식을 자주 전해주었다.지금의 남강은 어느 정도 통일되어 있었고, 북강과 남강도 평화롭게 공존하고 있었다. 그동안 이익 문제로 양측의 왕래가 더욱 빈번해졌다.아홉째는 편지에서 못난이가 북강의 민심을 얻었고, 성격도 예전보다 훨씬 밝아져, 마치 다른 사람이 된 듯하다고 전했다.홍엽의 마음엔 기대와 기쁨이 섞여 있었다. 그도 지금 잘 지내고 있으니, 못난이도 잘 지내길 바랐다.우문호는 남강에서 돌아온 후, 변방으로 갈
그 일을 떠올리자, 꿈에서 본 일이라 그런지 마치 얼마 전에 있었던 일처럼 느껴졌다.그때 그들은 죽을 만큼 힘든 소년들이었는데, 지금은 한없이 한가한 노인이 되었다.세월은 덧없이 흘러갔고, 그동안 그들은 많은 사람들을 잃었다.무상황은 자신의 황후였던 소봉을 떠올렸다.그들은 줄곧 전형적인 황제와 황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는 나라를 다스렸고, 그녀는 후궁을 다스렸다. 비록 그가 그녀를 괴롭히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많은 애정을 주지도 않았다.그렇게 평범하게 평생을 함께했지만, 그녀가 떠나는 날, 그는 마음속 한 조각이 떨어져 나간 듯한 슬픔을 느꼈다.평생 함께했던 사람이 자신보다 먼저 떠날 거라 생각하지 못했기에 더욱 아팠다.세 사람은 한참 동안 넋을 잃고 있다, 다시 길을 나섰다.유아독존과 관련된 일이 생각보다 커졌지만, 모든 소란은 결국 가라앉게 될 것이다. 모든 소문도 점점 사그라들기 마련이니, 그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하지만 세 사람이 여행하는 영상이 점점 유명해지면서, 유아독존은 더 심하게 비난을 받았다.현실에서 함부로 욕설을 내뱉으면 얻어맞을 수도 있지만, 인터넷에서는 당당한 명분이 있었기에 악성 댓글을 다는 자들은 마음껏 욕을 퍼부었다.그리고 어느 날, 추 어르신이 오래도록 인터넷의 댓글을 훑어보면서 잠시 생각에 잠긴 듯했다. 그는 이내 해가 지는 장면을 찍어 짧은 영상을 올렸다. 그리고 영상에 한마디만 덧붙였다.“분쟁 없이, 오직 평화만 있기를.”그는 모든 다툼이 끝나길 바랐고, 누군가를 벼랑 끝으로 몰지 않기를 바랐다. 단지 말로만 승부를 겨루는 사람은 그들의 적이 아니기 때문이다.음... 무엇보다 적이 될 자격도 없었다!영상이 올라간 지 이틀 뒤, 유아독존은 마침내 사과 영상을 올렸다. 그는 질투와 시기로 무술을 모독한 것을 사죄했고, 은퇴를 선언했다. 그리고 직접 그들의 계정을 태그해 진심으로 사과했다.진심 어린 사과는 항상 용서를 가져오는 법이다. 그리고 악성 댓글을 달던 사람들도 마침내 욕설을 멈췄다.
삼대 거두는 늦은 시각이 되어서야 일어났고, 숙취에서 깨어나니, 이미 날이 밝아져 있었다. 그들은 아직 잠에서 깨지 않아, 눈앞의 모든 것이 몽롱해 오늘이 무슨 날인지조차 모를 정도였다.태양이 서서히 떠오르며 하늘에 떠 있는 주황빛 구름은 점점 짙은 금빛으로 변했고, 금빛 가장자리에는 붉은색이 덧씌워져, 눈부시게 아름다웠다.소요공이 눈을 비비며 말했다."꿈을 꿨네."추 어르신과 무상황은 동시에 그를 바라보며 이구동성으로 물었다."무슨 꿈을 꿨는가?""꿈에서 숭이가 사내에게 속았는데, 우리가 직접 나서서 복수를 해줬다네."추 어르신과 무상황은 놀라서 동시에 숨을 들이켜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귀신이 곡할 노릇이네."말이 끝나자,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깜짝 놀라 외쳤다."자네도 꾼 것인가?""그렇네!""그렇네!""설마 우리 셋이 똑같은 꿈을 꾼 것이오?"소요공도 깜짝 놀랐다.그 일은 그렇게 중요한 일도 아니었고, 어떻게 된 일인지 가물가물할 정도로, 그저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만 어렴풋이 기억할 정도였는데, 꿈에서는 그 장면 장면이 또렷하게 떠올랐다.그리고, 이 꿈은 당시 엄청난 부담을 받고 있던 그들에게 정말 훌륭한 감정 해소가 되었다. 그들은 모든 고통과 억울함, 스트레스를 주먹질로 시원하게 풀어냈다.한편, 무상황은 자신이 황후를 소홀히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그때 무슨 상황이었는지 기억하는가?"추 어르신이 흥분한 듯 말했다."물론 기억은 나네. 당시엔 소봉이가 궁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적성루 사람들을 많이 그리워했네. 게다가 나도 자네들과 어울리느라 바빠서 황후를 소홀히 했네. 그래서 적성루 상궁과 숭이를 궁으로 불러, 이야기를 나누게 했지."사실 기억이 가물가물했지만, 꿈속에서 다시 겪은 덕분에 자세히 생각났다.그때 어서방의 회의가 끝나고, 소복이 무심히 물었다."폐하, 황후 마마를 오랫동안 못 뵙지 않으셨습니까?"그는 소복의 말이 소봉을 보러 가자는 암시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