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부진은 입을 틀어막고 소리 없이 울다가 물었다.“당신도 내 결함을 혐오하는 것이오?”영영은 비록 마음속으론 혐오하고 있었지만, 흑영 어르신의 주먹이 떠올라서 애써 참았다.“그건 문제 될 것이 없소. 하지만 사람마다 욕심이 있는 법이네. 난 위왕부에서 편히 누리며 지내고 싶었지만, 당신은 그런 삶을 줄 수 없소. 그러니 더 이상 엮일 필요 없네. 당장 짐을 싸서 어서 춘화루를 떠나시오.”최부진은 너무 슬펐지만, 그래도 자존심이 완전히 무너지진 않았다. 입술의 결함은 늘 그가 제일 신경 쓰고 자비를 느낀 점이었다.그는 비참한 심정으로 춘화루를 떠났는데, 손엔 겨우 세 벌의 옷만 들려 있었다. 돈도 없었고, 어머니와 사이가 틀어졌으니 왕부에도 돌아갈 수 없었기에, 그는 이제 더 이상 갈 곳이 없었다.어머니가 잘해주던 과거를 떠올리며, 최부진은 찢어질 듯이 마음이 아팠다. 그제야 그는 얼마나 큰 잘못을 저질렀는지 알아차렸고, 어머니에게 얼마나 큰 아픔을 안겨줬는지 알게 되었다.그는 두 시진을 거리를 헤매다 서서히 굶주림에 지쳐갔다. 옛 서당 벗들을 찾아갔지만, 다들 기생집 여인과 만나기 위해 가족을 버렸다고 욕하며 그를 외면했다.모두에게 버림받았다고 생각한 최부진은 절망감에 휩싸여, 죽고 싶은 마음마저 생겼다.그때, 멀리 고층에서 원경릉이 그를 보고 상궁에게 그를 데리고 오라 명했다. 그리고 최부진에게 국수를 먹였다.최부진은 너무 배고팠기에, 눈물을 흘리며 국수를 허겁지겁 먹고는 상궁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이때 원경릉이 안으로 들어와, 가림막을 열고 나지막이 말했다.“국수 한 그릇을 대접받고도 고맙다고 말하는 네가, 어찌 십수 년간 너를 정성껏 키워 준 어머니께 그럴 수 있는 것이냐?”최부진은 다급히 고개를 들었고, 분노가 서려 있는 황후의 얼굴을 보자, 저도 몰래 다리가 풀리고 말았다. 그는 털썩 무릎을 꿇었다. 원경릉의 말을 곱씹을수록 마음이 아팠고, 어머니에 대한 죄책감과 모두의 기대를 저버린 것이 생각났다. 최부진은 눈물을 터뜨리며
경단이 말했다.“우리는 그런 방식은 쓰지 않을 것이다. 네가 천천히 그 여인에게 다가가야 하는데, 효과가 너무 느리지.”단이가 말했다.“오히려 좋은 방법 아닙니까? 신분을 드러내고, 사랑에 빠져 혼인하겠다고 약속한 후, 복진 형님 앞에서 온갖 모욕을 다 하게 하면, 형님도 마음을 정리하고 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경단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원하는 사내가 많은 기생집 기생에게 혼인하겠다고 말하는데 믿을 수 있겠느냐? 시간이 오래 걸리는 방법은 최선책이 아니다.”경단은 잠깐 멈칫하더니, 단이에게 말했다.“게다가 이건 정복진이 처음으로 사모의 정을 느낀 것이다. 그 아가씨가 온갖 칭찬을 퍼붓고, 대단하고 좋은 사람이라 과찬하며, 입술에 문제가 있는 것도 개의치 않는다고 했을 것이다. 이로 감동했다면, 자신감이 없는 상태라는 것을 알 수 있지. 그를 되돌리려고 할 때, 너무 강하게 몰아붙이면 더 극단적으로 반응하거나, 사람들과 지낼 때 믿음까지 잃고 말 것이다.”단번에 처리하려 애쓰는 것이 아니라, 가볍게 정도껏 처리해야 한다. 하지만 단이에게는 이해하기 쉽게, 간단히 말해야 했다. 아무래도 형으로서 동생한테 나쁜 본보기는 보여주면 안 된다.단이도 깊이 생각해 본 적 없는지, 형의 말을 듣고 한참동안 걱정에 잠겼다.“그럼, 어찌합니까? 무슨 방법을 써야 합니까?”경단이 웃으며 말했다.“미색 숙모와 어마마마도 황실 신분으로 춘화루를 압박하지 말라고 했었지. 다들 황실 신분을 기준으로만 생각하는 것에 익숙된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황실의 권력뿐만 아니라, 늑대파와 귀영위, 흑영위, 섬전위가 있지. 그들에게 기생집 아가씨를 찾아, 설득하게 하는 것이 어떠냐?”이 말을 할 때, 경단은 손에 힘을 꽉 주고 있었다.그리고 말했다.“설득으로는 통하지 않을 것입니다.”경단이 웃으며 말했다.“글쎄다. 사람이라면 도리를 따지지 않겠느냐? 직접 나서지 않아도, 돈만 있으면 누군가가 나서서 설득을 도울 것이다.”그 말에 단이는 경외심을 느끼고
원경릉은 지난번 정화가 궁에 들어왔을 때, 안색이 좋지 않아 걱정 가득하던 모습을 떠올렸다. 알고 보니 최부진 때문이었다.미색이 말했다.“그 아이가 마마를 무서워하니, 마마께서 직접 얘기해 보는 건 어떻습니까? 황후의 말을 들을 수도 있습니다.”원경릉은 깜짝 놀랐다.“어찌 나를 무서워한다는 말이냐? 평소 친근했고, 정화의 저택에 가서도, 항상 웃으면서 다정하게 대했지. 오히려 너를 더 무서워해야 하는 것 아니냐?”미색은 당황스러웠다.“혹시 친근하다는 말의 뜻을 착각하신 것입니까?”원경릉은 그녀를 바라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정화의 저택에 가서, 혹시 엄숙한 표정을 지은 것인가? 원경릉은 도통 그런 기억은 없었다.미색은 웃으며 말했다.“친근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황후의 신분이 있잖습니까? 정화 언니의 저택에 갈 때마다 다들 공손하게 예를 다했고, 정화 언니도 마마 앞에서 겸손하잖습니까? 황후 신분 때문에 친근하게 대하려 해도, 그저 압박감이 있는 친절함뿐이지요. 아이들은 마마를 존경하면서도 두려워합니다. 그만큼 마마의 말에 무게가 있습니다.”원경릉은 민망하게 웃었다. 정말 그런 걸까? 신분의 무게란 참 무섭다.황실의 여인들끼리는 그동안 서로 돕는 게 익숙해져 있었고, 원경릉도 이 일을 정화의 집안일이라고만 생각하지 않았다. 다들 한 가족이니 말이다.그래서 원경릉과 미색은 위왕부로 함께 갔다. 정화의 일로 다들 손왕비의 이상한 행동을 잠시 잊고 말았다.정화는 얼굴이 창백한 채로, 눈 밑에는 짙은 어둠이 드리워져 있었다. 시녀는 군주가 며칠째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고 알려주었다.정화의 목소리에도 피로가 가득했다.“이 일로 황후께서 직접 오시다니, 정말 면목이 없습니다.”“그런 말 하지 마십시오. 복진이는 어디 있습니까? 제가 얘기를 해볼게요.”원경릉이 말했다.정화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벌써 사흘째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춘화루(春華樓)에서 머물고 있습니다.”원경릉은 눈살을 찌푸렸다.“그곳에서 머물고 있다니요? 돈을 주
한쪽에선 광산 개발이 한창이었고, 아이들은 바빠서 어머니를 소홀히 대하게 되었다. 한가해진 원경릉은 그제야 손왕비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챘다.황실 여인들끼리 자주 만나긴 했지만, 손왕비는 단 한 번도 참석하지 않았다. 심지어 가장 좋아하는 이야기 모임에도 가지 않았다. 그녀는 분명 평소 남의 흉을 보며 떠드는 것을 좋아하던 사람인데, 정말 평소답지 않았다.미색이 마침 궁으로 들어오자, 원경릉은 그녀에게 물었고, 미색이 말했다.“몸이 좀 안 좋다고 합니다.”“몸이 안 좋다니? 심각한 것이냐?”“괜찮을 것입니다. 심했다면 아마 마마를 찾아왔겠지요.”미색은 의자에 느긋이 기대며 한숨을 쉬었다.“어제 위왕부에 다녀왔는데, 정화 언니 쪽도 엉망입니다.”“무슨 일이냐?”원경릉은 몸을 바로 세우고 물었다. 최근 아이들과 현대에 다녀오고, 두 아들과 딸이 옆에 있다 보니, 이들 일에는 거의 신경을 못 쓰고 있었다. 그래서 정화 쪽에 문제가 생긴 것도 몰랐던 것이다.“혹시 셋째 오라버니가 화해하려고 억지 부린 것이냐?”하지만 셋째 오라버니는 두 달 전에야 강북부로 돌아갔으니, 그런 일은 아닐 터였다.미색은 고개를 저었다.“아닙니다. 정화 언니의 큰아들 최부진이, 기어코 기생집 여인과 혼인하겠다고 합니다. 언니는 물론 반대하고 있지요.”“혼인? 아직 열일곱 아니더냐?”원경릉은 정화가 절에서 데려온 열세 명의 아이를 떠올렸다. 당시 가장 나이가 많던 아이가 겨우 한두 살이었으니 지금 많아야 열일곱일 것이다. 최부진은 언청인 것을 그녀도 기억하고 있었다.미색이 말했다.“공부에 집중하고 있다가, 반년 전에 서당 벗들과 기생집에 놀러 갔습니다. 그렇게 기생집에서 제일 잘나가는 기생을 알게 되었고, 돈을 흥청망청 쓰기 시작했지요. 기생과 마음이 통했다면서 정실로 들이겠다고 고집입니다. 정화 언니가 아무리 설득해도 듣질 않습니다. 한바탕 싸우고 나서는, 정화 언니가 자신을 친자식으로 여기지 않는다며, 언니의 마음에 큰 상처를 줬지요. 어린 나이에 사랑에 빠지니
광산에 도착해 보니, 채굴 도구는 전부 갖추어져 있었다. 흑영 어르신들은 비록 연세가 많았지만, 무공을 연마해 온 덕에, 체력은 젊은 일꾼 못지않았다. 웃옷을 벗으니 탄탄한 근육이 드러났고, 몸 여기저기에는 옛날 상처들이 보였다. 그중 한 흑영 어르신이 경단이 온 걸 보고 다가와, 작업 현황과 진행 예산을 간단히 보고했다.“오늘은 잡초와 작은 나무를 치우고, 땅을 팔 것이오. 처리 작업은 열흘 정도면 끝나고, 이후에는 본격적으로 석재 채굴에 들어갈 것이오.”“열흘이라니, 괜찮겠습니까?”경단은 산을 둘러보며 말했다. 워낙 넓은 곳이라, 열흘로는 턱없이 부족해 보였다. 경단은 스무날도 빠듯할 것이라 생각했다.흑영 어르신은 몸을 틀어 느긋하게 낫을 어깨에 멘 후, 짓궂은 표정으로 말했다.“된다고 했으면 되오.”“열흘 안에 끝내면, 임금은 두 배로 드리지요.”경단이 어르신의 뒷모습을 보며 다급히 외치자, 흑영 어르신은 바로 낫을 번쩍 들고 말했다.“일하자, 일하자. 열흘 뒤에 본격 채굴 시작이다.”“황자님, 어찌 임금을 두 배로 주시는 것입니까?”목상상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장사는 신용만 지키면 되는 것이니, 약속된 만큼 주면 되는 것이 아닌가? 게다가 일꾼이 먼저 열흘 안에 끝내겠다고 약속했으니, 돈을 더 줄 필요는 없었다.경단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두 배는커녕 열 배라도 줘야 한다.”“왜요?”이번엔 양경경도 놀라 눈을 크게 떴다. 열 배를 준다면 수익이 엄청나게 늘어나는 것이 아닌가?이건 장사 원칙에 어긋나는 일이었다.경단은 시선을 거두고 양경경을 바라보며 간단히 말했다.“효율이 있으니, 한 만큼 주는 것이다.”사실 경단은 힘들지 않은 초반에 어르신들이 돈을 더 많이 벌게 하고, 광신 채굴을 시작해 힘들 때, 어르신들이 그만둘 수도 있지 않은가? 그리고 힘든 일이라, 연세가 많은 어르신들이 허리나 다리를 다치기라도 하면 정말 큰 일이었다.물론 그건 그저 바람일 뿐, 광산 채굴을 시작해도 어르신들이 떠날지는 알 수
경단은 두 사람을 데리고 며칠 동안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두 사람이 무척이나 맘에 들었다. 다들 귀한 집안 출신이라 유약할 줄 알았지만, 비바람에 얼굴이 타들어 가도, 아무런 불평이 없었다. 오히려 의욕적으로 이렇게 바쁘게 사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며칠 사이 다들 얼굴이 까맣게 그을려, 이가 더 하얘 보일 정도로 웃음만은 정말 환했다.목상상은 주근깨가 많으니, 경단은 어머니에게 자외선 차단제를 받아와, 낮에 나가기 전에 꼭 바르게 했다.목상상은 얼굴에 무언가를 바르는 것이 여성스럽다고 생각하며, 좀처럼 원치 않았다. 하지만 경단은 그의 볼을 꼬집으며 말했다.“바르거라. 나중에 신붓감 못 구한다고 나를 탓하지 말고.”“신부를 못 구해도 괜찮습니다. 장사만 잘하면 되지요.”그러고는 발로 양경경을 툭 차며 말했다.“내 말이 맞지 않소?”양경경은 그저 가볍게 웃으며, 얼굴에 열심히 발랐다.“저도 신부를 구하든 말든 상관없지만, 못생겨지는 것은 싫습니다.”“그것도 맞는 말이네.”목상상도 얼른 바르기 시작했다. 장사꾼에게는 얼굴이 간판이었다. 비록 못생긴 것이 큰 문제는 아닐지라도, 잘생기면 뭐든 유리한 법이었다.“황자는 어찌 바르지 않습니까?”양경경은 다 바른 후, 전혀 바를 생각이 없어 보이는 경단을 바라보며 물었다.“나는 원래 타고난 미남이라 필요 없다.”경단은 자부심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양경경은 완벽할 정도로 잘생긴 경단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다 같이 뛰어다니고 같은 햇빛을 쐬었는데, 어찌 그의 얼굴엔 아무런 흔적도 없을까? 정말 타고났다는 말이 어울리는 얼굴이었다.“경경, 어찌 뚫어지게 둘째 황자를 보는 것이오?”목상상이 팔꿈치로 그녀를 툭 치며 말했다.“둘째 황자를 보며 멍하니 있는 모습을 자주 봤는데, 혹시 황자의 미모를 질투하는 것이오?”며칠 돌아다니며, 목상상은 많은 소녀가 둘째 황자를 보고 깜짝 놀라거나, 얼굴을 붉히며 수줍게 도망치는 것을 목격했다. 대담한 아가씨는 계속 쳐다보기도 했었다.반면, 남자